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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자가격리 일상- 뭐하고 노나?!?!

by 스마일 엘리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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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금지령이 이제 거의 두달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긍정 기운 뿜뿜하며 '그래, 이때 아니면 엄마랑 집에서 실컷 놀 수 있는 날이 또 언제 있겠어? ' 라며 아이들과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벅.찬.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잘 놀아 주는 엄마'의 유효기간은 고작 한달이였나봐요.  나름 한달 동안은 매일 매일 의욕에 차서 아이들과 이것저것 액티비티도 찾아서 하고, 만들기 놀이도 하며 보람차게 보냈지만 한달이 지나고 나니 이제 아이디어 고갈, 정신적, 신체적 체력 소진으로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싶은 심정이예요. ㅠ.ㅠ 

다들 뭐하시나요들??? 

특별한 일도 없고, 나갈 수도 없어서 블로그 포스팅 할 것도 없으니 자가격리 일상이나 올려 봅니다. 

외출 금지령 초반은 의욕에 불타서 나름 하루 일과를 규칙적으로 보내고자 학교 수업 시간 동안은 만들기 놀이, 그림 그리기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2년전에 한국 다녀 오면서 와플이랑 집에서 할려고 구입해 왔던 미술 놀이책이 있었는데 다 못 끝내고 남겨 둔 페이지가 있어서 며칠 동안 잘 활용했어요. 

이건 풍선으로 집 안에서 배드민턴 놀이 할려고 종이접시로 채를 만드는 중이였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은 와플이가 허수아비를 만들겠다고 해서 긴급 용도 변경~ 

그렇게 해서 완성 된 종이접시 허수아비.

성취감 고조 된 와플이는 뒷마당 화단에 이 허수아비를 꽂아 두었는데, 그날 밤사이 몰아친 모래 폭풍으로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목 놓아 울었다는 뒷얘기. 

오늘은 퍼즐데이~  집에 있는 퍼즐이란 퍼즐은 죄다 맞춰 보자꾸나!!! 라며 퍼즐 데이를 가장한 퍼즐 분류 작업과 잃어 버린 퍼즐 조각 찾기. 

그 덕에 섞여 있던 퍼즐 다~ 다시 원래 봉투에 넣고, 힘 안들이고 퍼즐 장난감 다 정리 했어요. 

오늘은 레고 데이~ 

너 만들고 싶은거 다~ 만들어!!! 했더니  뭔 인간들은 죄다 하체 실종이라 이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수영장이래요. 

실내 활동만 할 수 없으니 야외 활동도 해야죠. 

'즐거운 모래 놀이' 라는 명목하에 동원 된 강제 노역. 

모래 폭풍으로 잔디를 덮어버린 모래 퍼 내기 작업이예요. 진짜 모제스 레이크의 치명적 단점은 이 모래예요. 여긴 비가 안 오는 대신 샌드 스톰이라고 모래 폭풍이 자주 오는데, 한번 지나가고 나면 모래들이 소복히 쌓여 있거든요. 

부활절이 다가 오니까 이스터 에그 공작 놀이. 

코로나로 모든 계란 줍기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그 대신에 집 창문에 이스터 에그를 그려서 붙여 놓으면 예전의 포스팅 베어 헌트 처럼 아이들이 차 타고 다니면서 이스터 에그 찾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2020/03/31 - [미국 생활기] - 코로나로 격리중인 어린이들을 위한 미국인들의 신종 이벤트

엄마 에그, 와플이 에그, 제제 에그 이렇게 저희집은 세개의 이스터 에그를 창문에 붙여 두었답니다. 

오늘은 플레이도우 데이~ 

와플이가 만든 조개 (이때 수족구의 후유증으로 와플이의 손톱이 빠지기 시작해서 완전 식겁함요. )

틀로 찍어 낸 아기 상어.

격리 기간 동안 너무 집안에서만 활동 하는 것 같아 밖에서도 좀 놀으라고 이스터 바스켓 선물로 준비했던 장난감 골프채. 

골프를 하랬더니 하키를 하고 있음요. 

그러더니 마무리는 골프채로 또 땅파기... 이 사진을 보니 왜 자꾸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나왔던 북한 공작원 김수현이 떠오르는거죠? 츄리닝 패션 때문인가??? 

그동안은 밖에서 놀기 꽤 추운 날씨였는데 드디어 날씨가 따뜻해져서 제대로 밖에서 놀 수 있게 되었어요. 

자전거 타고 쌩쌩~ 동네 한바퀴.....는 민폐고, 그냥 집 앞 30미터 무한 왕복

역시 밖에서 몸을 굴리며 놀렸더니 그날 밤 꿀잠 자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연을 쥐어 줬습니다. 

"아이언맨은 날아 다니니까 땅에 떨어지면 안되는거야! 아이언맨이 안 떨어지게 겁나게 뛰어야 해, 오케이?" 

그렇게해서 오늘 하루만 한 1킬로미터는 뛰었을 제제 ㅋㅋㅋㅋ 

아이언맨과 슈퍼맨 연으로 하루종일 잘 뛰어 놀고 또 꿀잠자는 밤을 보냈습니다. 

요즘 민들레 씨 불기(?)에 꽂힌 제제

격리 생활이 오래 되다 보니 집 앞 공원 산책하는 일상이 이렇게나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라는걸 새삼 깨달았어요. 

안 먹는 아이였던 와플이와 뭐든 먹는 아이인 제제가 점심으로 만들어 준 파마잔 버터 파스타

2019/07/10 - [미국식 유아식] - 미국식 유아식 - 파마잔 버터 파스타 (점심, 또는 저녁메뉴)

를 먹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둘다 엄지척 발사~ 고맙다. 늬들덕에 이 애미 책 냈다... (깨알 책 선전 맞고요. ㅋㅋㅋ )

2020/04/22 - [미국식 유아식] - 미국식 유아식을 하고픈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진짜 이 파스타에는 뭘 넣어도 먹는 와플이가 너무 신기할 따름이예요. 안 먹는 브로콜리도 이 파스타에만 들어가면 먹고요, 이 날은 처음으로 완두콩 대신에 풋콩(에다마메)를 넣어 봤거든요. 근데도 다~ 먹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안 먹는 야채 소개용 메뉴로 이 파마잔 버터 파스타를 애용하고 있어요. 너무 자주 만들어 주면 이 애미의 전략이 들통날까봐 한달에 한 두번 정도만요. 

땅 파기, 모래 놀이 하다가 발견 한 돌맹이들 색칠하기 놀이...였으나 또 급 변경 된 물감놀이

뒤로 보이는 텐트는 매주 금요일 2박 3일 일정의 뒷마당 캠프용이고요, 일정 끝나면 다시 접고, 금요일이면 다시 텐트 칩니다. 

왜냐고요? 

그.놈.의. 모.래.폭.풍 때문에요!!!! 

귀찮아서 한번 세우고, 그대로 두고 싶은데 텐트가 날아갈 정도의 모래 폭풍이 꼭 일주일에 한번은 오거든요. 

원래는 돌맹이에 수박을 그리기로 했는데, 수박씨도 못 갖다 붙일 작은 돌맹이라며 종이를 내 놓으라길래 얼른 갖다 받쳤습니다. 

이들의 요구를 묵살했으면 큰일 날뻔 했어요. 돌맹이에 수박 그리기는 10분이였으면 끝났을텐데 종이에 수박 그리기는 '과일 그리기'로 확대되어 레몬도 그리고, 사과도 그리느라 한시간도 넘게 놀았어요. 다음번엔 과일 벽화 그리기를 해야겠어요. 

어머니의 날. 이때는 이미 외출 금지령 한달이 훨씬 지났기에 제가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해져서 진정 이 애미를 위한다면 오늘 하루만 이 애미를 찾지 말고 내버려 둬 달라고 했어요. ㅎㅎㅎ 그리고 전 2층에서 혼자 폰으로 드라마도 보고, 게임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면서 실컷 쉬었고요, 그 동안 남편이 애들 둘과 제 차 세차도 해 놓고, 애들과 카드 만들기 놀이를 했더라고요. 

2년전 이 애미만 팔 없는 병신으로 그렸던 우리 와플이는 어느새 머리털 있고, 팔다리 멀쩡해서 와플이 손 잡아주는 애미를 그렸고요. (감격~감격~) 세살 제제는 머리털, 팔, 다리 멀쩡하게 다 붙어 있는데도 어쩐지 병신 같아 보이는 애미를 그렸네요.

2019/02/04 - [와플이와 제제 이야기] - 블태기 극복과 와플이 시리즈

뭐라고 감사의 메세지를 세살 나름의 언어로 쓴 거 같은데... 제 눈에는 그저 '애미'를 쓰다 만것으로 보일 뿐이고요... 

그리고 저번주 와플이 여섯살 인생의 대박 사건이 일어났어요. 

드디어 와플이의 첫 유치가 빠졌답니다. 

남편이 와플이 유치를 빼겠다고 실로 묶고 이마를 '툭' 하고 밀었어야 하는데... 그 큰 손이 그만 와플이의 이마와 눈탱이를 다 덮치는 바람에 "퍽' 소리만 요란하게 내고 정작 이는 안 빠졌지 뭐예요?!?!  나중에 이 비디오를 본 남편이 눈이 시뻘개 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너무 세게 친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 하더라고요. 그 말에 제가 흥분해서 

"와플이가 태어났을 때도 안 울더니 지금 이걸로 우는거야?" 했더니 

"그때 와플이는 처음 본 모르는 아이였고, 지금은 내가 제일 잘 아는 내 베이비니까!"  이게 뭔 소리여 @.@

어쨌든 결국엔 아빠 손으로 와플이의 첫 유치를 빼고 와플이는 눈물 찔끔했지만 곧 행복해 졌어요. 왜냐면 오늘밤 빠진 첫니를 베개밑에 놓고 자면 이빨 요정이 이를 가져가고 돈을 줄테니까요. 미국은 요정 마저도 자본주의에 물들어서 아이의 이를 돈으로 매매하는건가요? ...라고 불평했지만 이 애미는 동심 지킴이로서 5불 봉투에 잘 넣어두었습니다. ==> 와플이가 5불이 필요하다고 이빨 요정한테 편지까지 써서 유치와 함께 봉투에 넣어 두었더라고요. 

드디어!! 드디어!!! 여름 같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격리 시작할 때만 해도 한겨울 추위였는데, 두달만에 계절이 바뀌어서 이제 한낮에는 더워졌어요. 뒷마당 풀장 개장 했습니다. 

밖에서 한 세시간은 신나게 놀았던 것 같아요. 

뒷마당에 와플이가 해바라기를 심고 싶다고 해서 씨를 뿌렸는데 다행히 잘 크고 있어요. 이날도 물놀이 후에 받아 놓은 물로 꽃들과 애미의 텃밭에 물주기 하라고 했더니 얼마나 열심히 물셔틀 했는지 몰라요. 

와플이 형아와의 분쟁은 돌고래 창법 3옥타브 비명으로 해결하는 제제~  아마도 제 두통 유발자임에는 틀림없지만 또, 그 두통을 저 사랑스러움으로 싹 가시게도 해 주거든요.  

물놀이 실컷 하고는 마당에서 잠든 와플이. 

너무 평화롭게 단잠을 자고 있는것 같아서 깨우고 싶지 않았어요. 

혹시라도 햇볕에 그을릴까봐 이불도 덮어주고, 장난감 파라솔로 해도 가려주고 그렇게 낮잠을 즐기도록 놔두었습니다. 

그덕에 저도 여유롭게 마당에서 커피도 마시고, 폰으로 인터넷도 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서 두달 가까이 거의 외식을 못했어요. 저희가 자주 가던 식당들은 테이크 아웃도 안 하는 식당들이라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바깥 음식을 거의 못 먹고 지냈는데 아이들도 외식이 그리웠는지 맥도날드 해피밀 먹고 싶다고 졸라대서 해피밀 셋트 사와서 근처 공원에서 모처럼 만에 피크닉 분위기를 냈어요. 

공원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어쩌다 한 두가족이 와도 서로 무언의 약속처럼 50미터 이상씩 떨어져 앉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바이러스로 인해 이렇게 인간의 평범한 일상 생활이 통제되고, 뺏길 수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덕에 자연의 고마움과 미안함, 일상 생활을 행복함을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더 감사한 마음,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겠죠. 

이날은 피자를 사서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깁니다. 

저는 부모로서 행복할 때가 형제 둘이 사이 좋은 모습을 볼 때 이거든요. 

다람쥐들이 여기저기 뛰어 노는데 쫓으러 가면 도망갈까봐 앉아서 다람쥐들이 노는 모습을 보겠다고 둘이서 저러고 있는거예요. 

여기가 바로 모제스 레이크입니다. ㅎㅎㅎ 저희 동네의 이름이기도 한 그 레이크! 

이렇게 두달을 버텨왔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요?  집에 갇혀 지내기엔 하늘이 너무나 푸르고, 꽃들이 너무 예쁘고, 나무들이 너무 싱그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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