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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 우체국의 분실 우편물 일처리의 민낯

by 스마일 엘리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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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2019년 12월 19일, 이곳 모제스 레이크에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발이 휘날리던 날이였거든요. 그런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시댁 식구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야 해서 커다란 상자를 들고 우체국에 다녀 왔더랬죠. 

그날 아침부터 좀 운이 안 좋았어요. 눈길 운전이 익숙치 않은데다가 등교 시간 즈음부터 눈이 갑자기 쏟아지다시피 해서 눈 쌓인 도로에서 차가 빙그르르 돌아 인도쪽에 쳐박혔고, 흐린 날씨라 해도 빨리 져서 3시반쯤 되니 이미 깜깜해진 상황에다가 춥기도 추워서 얼른 우체국에 물건을 보내고 차로 돌아 오면서 영수증을 그냥 구겨 넣다보니 결국 잃어 버리게 됐죠. 그래도 빠른 우편으로 보내서 3일이면 도착할 것이고, 자동 보험도 적용되서 분실 될 거라는 걱정은 없었어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당일, 가족들의 페이스북을 보다 보니 크리스마스 사진에 제가 보낸 시댁 식구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사진은 안 보이는거죠. 어랏?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텐데??? 

그래서 시어머니께 연락 해 보니 제가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직 도착을 안 했다는거예요. 그런데 전 영수증을 잃어 버려서 트랙킹 번호가 없다보니 왜 아직 도착하지 않은건지 알 수가 없었죠. 

12월 27일 우체국에 갔습니다. 

직원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트랙킹 번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물었더니 

"영수증이 없으면 트랙킹 번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연말이고 연휴라서 우편 물량이 많아서 늦어질 수도 있으니 좀 더 기다려봐요. " 

영수증이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니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우체국 직원의 말대로 정말 연휴라 배송 물량이 많아서 늦어지는거라 위로하며 일주일 정도를 더 기다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가 도착하지 않자 시어머님께서 동네 우체국에 가셔서 직접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여쭤 보셨더니...직원 왈! 

" 택배를 보낸 날짜와 시간, 담당했던 직원이 누군지만 알면 영수증을 다시 출력할 수 있어요. 단! 사람이 붐비지 않는 이른 아침 시간에 가야 해 줄거예요

왓!?!?!?

영수증이 없으면 트랙킹 번호를 알 길이 없다고 했거늘... 이럴 때 정말 미국인들의 일처리에 속터지죠. 미국에서 되는것도 안된다고 할 때가 많은데 보통 그럴때가 

1. 되는지 안되는지 직원 본인이 모를 때

2. 귀찮을 때

3. 기분이 안 좋을 때

그 우체국 직원은 2번이였던게 틀림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우체국에 갔습니다. 전 그날 제 소포를 담당했던 직원의 얼굴은 기억하지만 이름은 몰랐기에 직원의 이름을 알아야 했거든요. 

다른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영수증 재출력은 가능하고, 제가 접수를 했던 시간의 직원은 11시 넘어서 출근이니 그 이후에 오라고 해서 다시 오후 시간에 찾아가서 다시 제 상황을 설명했죠. 

그 직원은 돌아가서 매출전표? 같은것을 확인하더니 제가 접수한 기록이 있고  재출력을 해 주겠다며 창구 뒤로 들어가서 한참 뭔가를 하더니 다시 나와서는 

"왜인지 영수증 재출력 화면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출력을 할 수가 없고 그 영수증을 볼 수가 없어요. 그 화면으로 들어가야 트랙킹 넘버도 볼 수 있거든요. 도움이 못 되서 미안해요" 

이렇게 허무하게 온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의 행방을 모른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우체국 웹사이트에 들어가 고객센터에 이 상황을 설명하고 답을 기다렸습니다. 

이틀 뒤, 우체국에서 전화가 오기를, 제 소포를 접수한 담당자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 그 직원에게 영수증 재출력을 부탁하라고 하더군요. 이미 해 봤는데 안된대잖아 ㅠ.ㅠ 그래서 내가 웹사이트에 글을 남긴거라고!!!! 라고 윽박을 지르고 싶었으나 미국에 일 이년 살아본 것도 아니고...에휴... 체념 섞인 목소리로 그 직원이 영수증을 볼 수 있는 화면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더니

"이상하네요, 제 화면에서는 되는데... 그 직원이 못하면 매니저에게 부탁하세요" 

그래서 또 갔지요, 우체국엘~ 이러다가 우체국 문지방이 닳던가, 우체국 문지기랑 눈이 맞던가 할 지경. 

가자마자 매니저를 불러 달라고 한 후 상황 설명을 했더니 제 소포 접수 했던 직원이 출근 전이니 출근하면 알아보겠다며 다음날 다시 오라네요?  내 택배 찾아야 하니 뭐, 별 수 있나요? 다음날 또 갔습니다. 이제 우체국 직원들이 저랑 눈 마주치면 다들 눈인사 해 줌요.  왠지 이 우체국에 이력서 내면 이 직원들한테 추천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마저 듭니다.

'분실 우편물을 찾겠다는 굳은 의지가 돋보이고, 포기를 모르는 끈기와 인내력, 하루에도 몇번씩 우체국을 드나드는 수고를 마다않는 성실함까지 두루 갖춘 고객이었음' 

제가 들어서자 마자 이미 소식을 들은 매니저님께서 달려 나오시더니 

"엘리씨! 영수증 출력 했어요. 그리고 소포 추적을 해 봤더니 전혀 다른 지역으로 가서 세번 정도 배달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어요. 우편물이 있는 우체국에 전화를 해서 원래 도착지를 알려 줄려고 했는데 시골 우체국이라서 하루에 3시간만 오픈 하는 곳이라 이미 영업이 끝났더라고요. 그래서 내일 다시 전화를 해서 얘기를 해 볼게요." 

와우!! 역시 매니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였어요. 그동안 트랙킹 번호를 알아낼려고 수차례 직원들과 애기 했는데 매니저랑 얘기를 했더니 이렇게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 줄이야!!! 게다가 소포의 위치를 알아냈고, 직접 우체국으로 전화까지 해 주신다니 모제스 우체국 폴 매니저님 만쉐이~ 

그리고 다음날 폴 매니저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소포가 있던 우체국에서는 이미 소포를 리커버리 센터로 보냈대요. 우체국 웹사이트에서 이 트랙킹 넘버로 분실 우편물 찾기 접수를 하면 다시 수신자에게 발송하거나 아니면 본인 집으로 되돌아 올거예요" 

이미 크리스마스는 지났고, 일단 소포만 다시 받아 볼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마음이였기에 이렇게 소포의 행방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였어요. 크리스마스 소포는 가족 11명의 선물이 담겨 있었기에 잃어 버리면 너무너무 아까울테니까요. 

사실 12월 27일에 우체국에 제일 처음에 갔을 때 트랙킹 번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그냥 기다리라는 말 대신 트랙킹 번호를 찾는 법을 알려 줬더라면 소포의 행방을 빨리 알게 됐을것이고, 리커버리 센터로 가기 전에 저희 시댁으로 다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을텐데 그 직원의 귀차니즘으로 일이 이렇게 꼬여 버린게 괘씸하긴 했어요. 

우체국 웹사이트에서 분실 우편물 찾기 접수도 했고, 몇 주를 기다렸지만 제 소포는 더이상 행방 추적에 업데이트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였고 시간도 지나 이미 2월 중순이 되었어요. 이젠 정말 물건이 어디있는건지 모르니 아깝지만 보험 청구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보험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험은 priority mail에 자동으로 들어지는 보험이라 보험 보상액이 최고 50불 밖에 안되더라고요. 제 소포는 택배비만 78불이였는데 말이죠. 크리스마스 선물 비용들까지 다 포함하면 300불 가까이 되는 금액인데, 고작 50불 밖에 못 받으니 억울하더라고요. 

우체국에서도 우편물의 행방이 확인이 안되니 보험 청구를 받아들이겠다며 50불을 체크로 보내 왔습니다. 속상한것도 속상한것이지만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보냈다는게 제일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시어머님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못 보낸 대신에 생일 때 마다 생일 선물을 서프라이즈로 보내겠다고 말해 두고 조카들의 생일 리스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약 2주일 뒤 집으로 정체 불명의 큰 상자가 하나 도착했어요. 발송처는 우체국 리커버리 센터!!

왔다!!!!!!! 

행불이였던 나의 소포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제 손에 돌아왔네요. 너무너무 반가운 마음에 상자를 열어 봤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뭐야?!?!?!?

선물 포장지는 갈기갈기 다 찢어져 있었고요. ㅠ.ㅠ 

얘는 뭐니? 

제가 산 적도, 본 적도 없는 왠 인형이 떡~ 하니 들어있고요. 그 대신에 이 인형 크기만큼 큰 상자에 들어있던 샵킨스 궁전 장난감은 사라졌고요. 

또 분실 된 선물을 없나 확인을 해 보니 시어머니 선물로 샀던 옷도 없었어요. 선물 포장지는 제가 뜯은거 아니고, 저렇게 다 뜯겨진 상태로 상자에 담아져 있었어요. 진짜 그냥 모르는 사람이 열어 봤으면 쓰레기  담아 놓은 줄 알았을거예요. 사실 보험 청구할 때 소포 상자안에 들어있는 내용물 적는 란과 사진을 첨부하는 란이 있어서 하나씩 쓰면서 온라인으로 구입했던 내역과 그 사진을 첨부했거든요. 아마도 그 리스트를 보면서 내용물을 확인하느라 포장을 이렇게 일일이 다 뜯어서 확인한 것 같았어요. 뭐, 이건 이해한다 칩시다. 

그런데............

이건 뭐??? 

생판 본적도 없는 한 남성분의 신분증과, 또 다른 여성분의 사원증이 담긴 지갑도 함께 왔네요?

이걸 나보고 어쩌라고?!?!  분명 이것들도 분실이 되서 리커버리 센터로 보내졌던 것일텐데... 이렇게 엉뚱한 사람에게 다시 보내진거라면 제가 다시 우체국으로 돌려 보내도 또 주인을 못 찾고 분실이 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겠죠? 그래서 제가 직접 주인들에게 우편으로 보내는게 정확하고 빠를것 같아 그러기로 했어요. 

미국 살면서 미국인들의 한숨 나오는 일처리를 한두번 겪은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또 미국 우체국 일처리의 민낯을 보게 됐네요. 

이 쓸데없이 주절주절 긴 포스팅을 한 이유는 단지 하나! 미국 우체국에서 영수증을 잃어 버려서 트랙킹 번호를 알 수 없을 때! 접수 날짜와 시간, 소포 발송 금액, 접수한 직원의 이름만 알면 영수증을 재출력 할 수 있고, 트랙킹 번호를 알 수 있다는걸 알려 드리고 싶어서예요 ^^

단, 바쁜 시간에 절대 가면 안되고, 우체국 문 열기 직전 한가한 시간에 가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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