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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 아파트 구할 때,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면 생기는 일

by 스마일 엘리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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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잉여인간이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줄줄이 예약을 걸어 놓습니다. 

이런 굴비 포스팅은 다 좋은데... 시점이 뒤로 너무 밀려버린다는 단점이 있네요.

하지만 적어도 1주1포스팅은 지킬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년치 굴비 포스팅 다 엮어지면 사이사이 뽀나스 포스팅도 껴 놓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어요. 

무튼... 지금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점은 이사를 한달 앞두고 있지만, 아마도 이 포스팅이 공개 되는 시점은 이미 새집으로 이사를 한 상태이겠죠? 

제가 이 아파트에 사는 동안 제 인생 역사상 유래없는 우울감과 무기력감, 그리고 불면증을 호소하며 징징댔는데... 이제 그 이유를 풀어 드릴라고요. 

우선 아파트를 구할 때 남편의 출퇴근이 용이한 곳으로 지역을 결정했고 온라인으로 사진과 후기를 보고 네군데 정도를 추려서 투어를 다녀 보기로 했답니다. 

첫번째는 콘도였는데 분명 오피스가 열었다고 되어 있었지만 막상 오피스에 가니 코로나 때문에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전화로 상담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전화를 하니 코로나 때문에 실제 집 투어는 하지 않고 있고, 현재 비어 있는 집도 없고, 이사를 원하는 시점에 비는 집이 있지만 투어가 안되니 계약을 원하면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먼저 넣으라고 하더라고요. 흠... 집을 직접 보지도 않고 그냥 온라인 만으로 진행하는게 찝찝했지만 나머지 세군데를 더 둘러본 후에 결정하기로 하고 두번째 집을 보러 갑니다. 

 

두번째 역시 온라인상에는 오피스는 열었다고 했지만 그놈의 코로나로 열지 않았다고, 투어를 원하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우린 모제스 레이크 사는데 예약 하고 또 왕복 6시간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세번째 집은 온라인상에 사진도 그럴듯 했고, 남편 직장과 5분 거리라 너무너무 좋았는데... 막상 그 아파트에 입구에 들어서자 온몸을 휘감는 우범지대의 음침한 기운... 

베란다에 웃통을 벗고 앉아서 담배를 피며 눈으로 우리를 쫓던 아재... 주차된 차들 중 몇대는 앞유리가 깨져있고, 주차장 바닥 곳곳에 자동차 유리 파편들... (보통의 아파트는 베란다에서의 흡연을 금지함) 

 고~대로 직.진.해서 나왔습니다. 더 볼 것도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이곳이 렌트비가 저렴한 곳이였느냐... 씨애틀 다운 타운에서 외곽으로 약간 벗어난 지역 치고는 한달에 2000불 정도라 저렴하다고도 할 수도 없는 곳이였어요. 

남편은 일단 주차된 차들이 파손 된걸 보아 절대 안전한 곳이 아니니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다고 했지만 실은 반라의 아재가 무서웠을 듯... ㅋㅋ

그렇게 어둠의 기운이 가득했던 아파트를 벗어나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올라가는 언덕 입구에 들어선 순간...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과 번화한 도로에서 벗어난 한적함이 안.전.지.대. 라는 느낌이 팍! 들었어요.

 

 

게다가 저희가 원하는 시점에 이사 나가는 유닛도 있고, 직접 투어는 할 수 없지만 모델홈 정도는 투어를 할 수 있다길래 모델홈 투어 후 

'그래, 이 아파트야' 하며 바로 신청서를 넣었습니다.  직접 살게 될 유닛을 눈으로 보지 않고 계약을 한 것이 이후의 제 8개월을 어둠속으로 몰아 넣을 줄은 꿈에도 몰랐죠. 

드디어 며칠 뒤 열쇠를 전달 받고, 저희가 8개월간 살게 될 이 집에 들어섰습니다. 우리도 이제 씨애틀 근처에 숙박 시설(?)이 생겼으니 2박 정도 하면서 씨애틀 주변 탐색도 하고, 맛집도 가보자고 계획하고 왔는데요... 집에 들어서자 마자 이거슨 동굴 탐험!

집이 오래되고 낡은 것은 둘째 문제고요. (오래된 카펫과 오래된 가전제품들) 우선 청소 상태가... 싱크대에 벌레와 벌레알, 주방 바닥 구석 구석의 음식 찌꺼기 같은 부스러기들... 주방 캐비넷의 얼룩들

 

 

무엇보다 대박은 화장실의 환풍기에 껴 있던 검은 곰팡이... 심지어 검은 곰팡이가 끼고 낀데 또 끼어서 걸레처럼 두꺼워져 있었음요. 

 

 

으악!!!!!! 

그리고 발코니의 바닥은 알 수 없는 기름 얼룩들과 천장에는 사람이 살았나 싶을 정도로 껴 있는 거미줄들

 

 

오죽하면 와플이와 제제가 "여기 귀신 나오는 집이야?" 라고 했겠어요? 

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서 그냥 주저 앉아서 눈물 뚝뚝 흘렸어요. 남편은 오래 살 집도 아니고 8개월만 참으면 된다고, 그리고 자기가 혼자 다시 와서 곰팡이 흔적도 없도록 청소 싹~ 다 해 놓는다 했는데 8개월이 아니라, 당장 오늘 밤도 전 못 자겠더라고요. 그래서 2박이고 나발이고, 당장 모제스 레이크로 돌아가자고 하며 시골 아짐의 시티 투어는 접어두고 집으로 왔지요. 

그리고 1주일 뒤에 남편이 혼자 청소 하러 가겠다는걸 시원찮아서 온갖 청소 용구 다 들고 함께 따라 왔어요. 남편이 환풍구 안의 곰팡이 청소를 담당 했는데 청소 하면서 꾸에엑~ 하는 소리를 몇번이나 들었는지 몰라요. ㅎㅎㅎ 정말 검은 곰팡이가 켜켜이 쌓여서 누룽지가 되어서 덩어리째로 떼어졌다고 하면 말 다한거겠죠?   

그런데 지금 살아보니 왜 그곳에 곰팡이가 그렇게 꼈는지 알겠더라고요. 환풍구가 구멍은 있는데 작동은 안하는 환풍구였어요. 그러니 욕실에서 샤워 하고, 물을 사용하고, 그 수증기와 수분들이 공기가 통하지 않는 욕실에서 곰팡이를 만들어 낸거죠. (이거 불법 아닌가요?)  저희는 욕실에 선풍기를 두고, 샤워할 때마다 켜두거나 아님 하루에 몇시간씩 계속 선풍기를 틀어뒀어요. 

남편과 전 최선을 다해 청소를 끝냈음에도 상쾌함 제로의 아이러니! 

집에 나 있는 창의 방향은 알고보니 북쪽과 동쪽인데, 발코니가 향해 있는 동쪽에는 숲으로 막혀 있어서 하루 종일 해가 들 일이 없는 유닛이더라고요.  특히나 씨애틀의 겨울은 밤은 길고 낮은 스쳐 지나간 듯 짧은데, 그 와중에 비가 내려서 늘 먹구름이 껴 있으니 밝은 날이 있겠어요? 그러니 이건 전기없던 시절의 구석기 보다 더 한 집구석이였기에 집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어두 침침... 이러니 제 아무리 긍정 파워 외치며 밝게 맑게 자신있게 살려고 해도 그럴수가 없었던거죠.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가전 제품들은 비록 손잡이가 떨어지고 실리콘이 찢어져도 빵빵하게 작동 중인 것에 리스펙!!!

 

 

우리집 식기 세척기 안에 이과수 폭포 있다!!!  식기 세척기 돌리면 대화 소리 TV 소리도 다 묻힘요. 

게다가 세탁기는 풀 코스로 돌리는데도 왜 윗집 아저씨네 침실 세탁기 보다 더 빨리 끝나는지... 20분이면 풀 코스 완료예요. 이거 세탁이 되는건가 ? 아님 세제라도 제대로 헹궈 지는건가 상당한 의문이 들어서 세제 넣고 풀코스 돌리고, 세제 없이 한번 더 풀코스 돌려야 맘이 놓이더라고요. 그렇게 해도 윗집 세탁기 아저씨가 윈!!!! 

드라이어 손잡이는 찌글이 빠글이가 되어 맨날 떨어져서 끼워 맞추기 바쁘고요. 

가전 제품들이 작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걸 교환 요청도 할 수 없으니 그냥 써야 했죠. 8개월만 참즈아...(입술 꽉!) 

오븐은 왜 때문인지 온도가 맞질 않아서 늘 해오던 레시피대로 요리를 했는데 쌔까맣게 다 타버려서 황당쓰~ 

어쩐지 오븐랙이 제일 아랫단에 있더라니!!! 결국엔 이 오븐이 정상 오븐 보다 25도 (화씨)가 더 높다는걸 파악해서 항상 25도씩 낮춰서 잘 사용하긴 했어요. 

그런데 저희집 수도 요금을 확인하니 아파트에서 나오는 수도 요금 치고는 요금이 너무 많다 싶더라고요.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싱글홈에 살면서 잔디에 아침 저녁으로 물 줄때보다 더 많이 나와서 이상하다~ 했는데... 

알고보니 변기가 새고 있었어요. 변기에 물을 내리면 그 물이 채워 지는데 3분 30초의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걸 제가 며칠 전에 발견 했다는거!!!  (이건 수리 요청해서 고쳤음) 

게다가 하루는 욕실의 전등이 두개인데, 항상 사용하는 전등이 아닌, 다른 전등 하나를 켰는데... 욕실 바닥이 달라 보이는거예요. 

 

 

어라? 이건.... 낯설지가 않다!!! 

전에 새집에서 건설사 매니저가 그렇게나 우기던 장판이 욕실 매트의 수분을 흡수해서 생긴다는 물 얼룩... 

그것을 이곳에서도 보게 된거죠. 심지어 이번 집에서는 욕실 매트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사실 욕조가 자주 막히고 물이 잘 안 빠져서 머리카락이 문제인가 해서 수시로 머리카락을 건져내고 뚫어뻥도 해 봤지만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배수구에서 머리카락을 빼어낼 때 물컹물컹한 검은 덩어리 같은 것들이 엄청 딸려 올라 왔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들로 막혀서 누수가 있는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을 해 보며, 아파트 메인테넌스를 불렀어요. 

"혹시 이거 누수예요?" 

그랬더니 이번엔 더 황당한 대답!

"이거 조명 때문에 얼룩져 보이는거에요" 

조명 때문에 생기는 얼룩이라면 그림자가 져서 생겨 얼룩처럼 보인다는건데, 그럼 얼룩이 균일해야지 않나요? 

뭐, 저번 처럼 우리집도 아니고, 내가 고쳐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리 하시는 분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겠죠 뭐..  그러면서도 그분도 좀 자신이 한 말에 자신은 없었던지 장판에 때가 따서 그리 보일 수도 있으니 세제로 한번 닦아 보라 하더라고요???

창도 없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욕실에 환풍기가 작동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검은 곰팡이가 눈에 보이게 누룽지를 만들어 놨는데도 새입주자가 오기 전에 청소도 제대로 안해 놨다면... 뭐... 

그런데 무엇보다 이 집에서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오래된 가전제품도, 누수도 아니였어요. 빛이 들지 않는 어둠도 한 몫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메인 이슈는 아니였어요. 

저를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지린내 였답니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겨울에 접어들면서 비가 하루종일 매일 매일 내리다 보니 습한 냄새와 함께 어디선가 지린내가 진동을 하는데 이 냄새는 정말 청소 안한 공중 화장실의 역한 그런 지린내였어요.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인가 싶어서 락스로 변기를 닦고, 바닥, 주변 벽까지 다 닦아 냈지만 그 냄새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화장실 문을 닫아 놓아도 침실, 거실에서도 냄새가 나서 환장하겠더라고요. 

그냥 공중 화장실 바닥 한 중간에 누워 있는 그런 느낌!!!  맡고 싶지 않지만 계속 맡을 수 밖에 없으니 나중엔 머리도 너무 아프고요. 아이들도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불평하고, 도대체 그 냄새의 원인이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추측하기로는 이전 입주자들이 키우던 애완동물들의 소변 냄새가 카펫에 스며 들었다가 습한 날씨가 계속 되니 카펫도 습해져서 그 냄새가 올라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워낙 이 집이 곰팡이에 누수에 총체적 난국이라 이 모든것의 콤비네이션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냄새 때문에 괴로웠지만 몇개월 뒤면 이사갈거라 카펫 교체를 요청하기도 애매했고, 또 카펫 교체를 해 준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정말 

다시 한번 입술 꽉 깨물고 "참즈아~ " 하면서 견뎠어요. 

거기에 층간 소음까지 살짝 얹어주시니... 이러니 제가 이 아파트에서 행복할 리가 있었겠냐구요!!!!! ㅠ.ㅠ  

그러나 이건 누구탓이다?!?!  집 안 보고 계약한 내.탓.이.오!!! 

여러분!!! 전 사진에 속았고, 모델 유닛에 속았어요. 그러나 여러분은 저 같은 실수 하지 마세요. 미국에서 집을 구하실 분들 꼭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계약 하세요. 제일 중요한 것!!! 집에 빛이 잘 드는지, 욕실에 환풍기 잘 돌아가는지, 카펫 상태 잘 살펴 보세요. 

빛이 안 드는 집은 일단 사람을 우울하고 병들게 하고요, 창문이 없는 욕실에 환풍기 시스템이 없거나 작동이 안되면 검은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서 건강에 치명적이고, 낡은 카펫은 아무리 청소를 깨끗이 해도 카펫 아래의 패드에 스며든 오물까지는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아래에서 곰팡이를 만들거나 악취를 만들어 내거든요. 

전 이제 조금만 참으면 이 집을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된답니다. (포스팅 되는 시점엔 이사 완료이겠지만요) Y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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