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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120불에 산 쿨러, 중고마켓에서 200불에 팔기!

by 스마일 엘리 202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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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이 뭔가 기세등등하게 

"당신을 위해 뭘 좀 가져왔지!" 하면서 트럭에서 뭔가를 내리더라고요. 

'집에 오는 길에 주웠다!' 미국 버전의 신박한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나 싶어 기대감 급상승 하던 중이였는데...

남편이 차에서 내린 것은...

우리집에서는 쓸모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패티오 쿨러 였어요. 이런거 요긴하게 쓸려면 최소한 한달에 한번 정도는 사람들 초대해서 바베큐 파티도 하고, 술도 마시는 파티 피플에게나 좋을...

우리집 바깥 양반은 안티 소셜이라 코로나 창궐 전부터 자가 격리가 일상화 된 사람이고, 이런 남편과 살다보니 저도 강제 안티 소셜 플러스 잦은 이사로 저의 사교 생활은 단절 된지 오래거든요. 반경 1시간 내에 지인이라 부를 사람은 남편과 와플이 제제 뿐 ㅠ.ㅠ 

그런 우리에게 이런 파티용 쿨러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오다가 주울려면 돈 되는걸 주워 오든가... 돼지목에 진주는 걸기라고 하지, 이건 부피도 어마무시 하게 커서 그냥 놓아두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라 정말 쓸모 없고, 부담 되는 그냥 짐짝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래, 이걸 집으로 들고 왔어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을 한번 들어나 보자!!!' 했더니 

남편 왈~ 

"회사에서 쓸 공구함을 주문했는데, 아니 글쎄 이게 배송이 된거야. 그래서 셀러한테 이거 잘못 배송 됐는데 너무 크니까 직접 배송 업체에서 픽업 해 가라고 했더니 쿨러 가격이 공구함 보다 훨씬 더 비싼데 추가 요금 안 내도 되니까 그냥 120불에 가질래? 라고 해서,  근데 딱 봐도 공구함 보다는 비싸 보여서 검색해 보니까 400불 가까이 되더라고. 공구함은 120불이였는데... 그래서 오케이! 쿨! 하고 받았지. 그리고 회사에  공구함 가격 120불 지불하고 이건 내가 집에 가져 왔어!  400불 짜리 120불이면 완전 꿀이득이잖아? 득템한거야!" 

하아~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이나, 나에게 앞으로 쓸모가 있을 법한것에 이득을 봐야 득템이지... 아무 쓸모가 없는걸 싼 가격에 사봐야 그건 낭비라고 밖에 생각 못하고 있던 제 표정에 분위기 파악 한 남편은 

"정~ 마음에 안 들면 페이스북에 150불에라도 팔아. 그럼 30불이라도 남잖아. 살려고 하는 사람 많을거야!" 

하아~ 차고 1/4을 차지하고 있는 이 짐짝을 지금 나보고 팔라고 앵벌이 까지 시키는거임? 안그래도 짐 정리다 뭐다 할 일이 많아서 하루종일 바빠 죽겠구만 이걸 또 언제 중고 마켓에 올리고, 사람들이랑 메세지 주고 받고, 약속 잡고 귀찮은 일들을 하라는거야? 하며 한숨 푹~  쉬고 있으니 벌써 또 2차 분위기 파악한 남편이 

"그거 팔리면 당신 용돈이나 해. 안 팔리면 내가 쓰지 뭐!" 

으응??? 그렇다면 팔아야지!!!! ㅋㅋㅋ 

그러나 왜인지 지금 이 코로나 시국에 가족 파티도 못 하고 사는데다가 이런 쿨러를 아무리 새 제품이라도 100불 넘게 주고 살 사람이 있을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리집에서 다른 용도로 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공구함으로 쓰면 어떻겠냐고 ㅋㅋㅋㅋㅋ 

쿨러 안에 공구 보관하고, 작은 소품 가구 같은거 만들거나 가구 리폼 할 때 작업대로 쓰면 어떻냐고 물어봤더니 쿨러가 습해서 공구가 녹슬거라고 단칼에 거절 당했어요. 아니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너무 굿 아이디어인데?!?!  쿨러에 아무것도 안 담겨 있으면 습할 일이 뭐가 있다고? 계속 우겨서 공구함 플러스 작업대로 쓸 걸 그랬어요. ( 요즘 사부작 사부작 뭣 좀 자르고 만들려고 하는데 작업대가 무척 아쉽거든요) 

공구함으로도 못 쓴다니, 이 쿨러는 더이상 우리집에 발 붙일 공간이 없음을 확인했고, 마진을 좀 남겨서 파는걸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가격 정보를 검색해 봤더니... 어머머!!!

진짜로 400불 가까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렴이 버전은 어떤 스펙이고, 어떤 가격으로 팔리고 있나 봤더니 120불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 정도 크기의 저 정도 스펙이면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팔아도 250불은 되겠다 싶어서 전 온라인 판매가의 반 가격인 200불에 올려 보기로 했습니다. 

뭐, 안 팔리면 가격 내리면 되는거고, 그래도 안 팔리면 어디선가 후려치기 신공을 발휘하는 흥정러가 나타날테니 그 가격에 맞춰서 손해가 없도록 120불에만 팔면 되는거니까!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중고 마켓에 올렸어요. 

아니, 그런데 이게 왠일~

올린지 2시간도 안되서 덥썩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아니, 이걸 200불에 가격도 깍지 않고 사겠다는 사람이 정말 있네~ 하며 놀라워 했는데 심지어 사겠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거냐며!!!

이미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답장했더니 다들 아쉬워 하며 거래 불발 되면 꼭 연락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여야죠. 

가격이 너무 쌌나? 

250으로 올릴걸 그랬나보다~ 하고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안 팔리면 225불에 웃돈을 더 주겠다는 사람까지 등장하더라고요. 

아~ 내가 이 쿨러를 너무 얕잡아 봤네!!! 우리집에서 공구함 + 작업대로 썩힐 몹쓸 생각을 했던 저는 쿨러에게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웃돈을 준다고 하니 이 분에게 팔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고... 잠시 흔들렸지만 아무리 개인 거래 마켓이라도 상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거래 불발 되면 연락 드린다고 했죠.  다른 분들에게도 거래 불발 되면 반드시 연락 주겠다고 답했지만,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25불 웃돈 주는 분에게 내  마음의 우선권을 드렸죠. ㅎㅎㅎ  

그러나 처음에 구입하겠다고 하신 분께서 장성한 아들 둘 데리고 아침 일찍 나타나셨더라고요. 

한눈에 봐도 이건 혼자서 못 들것 같아서 아들 둘 데리고 왔다며;;; 

저는 이 순간 저의 미래를 보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중고품 구입에 따라온 와플이와 제제가 무거운 가구를 번쩍 들어 차에 실어 주고 가볍게 손 털면서 "맘! 렛츠고!" 하는 모습을요. 

4살이 되도록 아직까지 제제 똥이나 닦아주고 있지만 10년 뒤에는 이렇게 보상 받을 날이 오는거겠지... 하면서 저에겐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이  쿨러  덕에 확인했네요. 

짐짝을 주워 왔다며 등짝 맞을 뻔 했던 남편은 은근 쿨러가 안 팔리길 기대했지만 120불 주고 사온 쿨러를 200불에 팔고 기분이 좋아진 와이프를 보고는 잘 했다고 씁쓸한 양손 엄지를 날려주더라고요.  

북극에서 냉장고는 못 팔아 봤지만 120불 주고 산 쿨러 200불에 팔아봤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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