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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 인종차별주의자 손님과의 기싸움

by 스마일 엘리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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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에 살면서 특별히 인종 차별을 당해 본 적은 없어요. 아,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라스베가스 여행을 갔다가 식당 서버한테 차별을 당한적이 있었죠. 아, 모제스 레이크 살 때 펜스업자한테 당할 뻔 했던 것도 인종차별이였겠군요.

2020.09.08 - [미국 생활기] - 동양 여자 만만하게 본 미국 펜스 업자 참교육 이야기 1

 

동양 여자 만만하게 본 미국 펜스 업자 참교육 이야기 1

컴백 했습니다. 그간 말못한 얘기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 부터 무슨 얘기 부터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2020년 정초부터 지금 9월까지 정말 골 아픈 일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이제 진짜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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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1 - [미국 생활기] - 동양 여자 만만하게 본 미국 펜스 업자 참교육 이야기 2

 

동양 여자 만만하게 본 미국 펜스 업자 참교육 이야기 2

이전 이야기를 안 읽으신 분들은 먼저 2020/09/08 - [미국 생활기] - 동양 여자 만만하게 본 미국 펜스 업자 참교육 이야기 1읽고 오시면 다음 얘기가 흥미 진진해 집니다. ^^ 모든 이웃들이 연락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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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세포라에 일하면서 어제 너무너무 재수없는 인종차별주의자 손님을 응대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진짜 왠만해서는 손님한테 재수없다는 말 안하는데...아무리 진상이라도요.  어제 그 손님은 정말 disgusting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재수 없는 손님이였어요. 

 60대 후반 정도의 여자분이셨는데 테스터가 있는데도 상품을 열어서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할려고 하길래 인사를 하고 도와 드릴게 있는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이게 라벤더 색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테스터를 열어서 확인 시켜 드렸어요. 그랬더니 상품 진열대 바닥의 그래픽 색상을 가르키며

"여긴 라벤더 색인데 왜 갈색이야? 나는 라벤더색 펄을 찾고 있거든" 

"라벤더 색은 아니지만 라벤더 색이나 퍼플 컬러와 잘 어울리는 색이예요. 전 퍼플 아이섀도를 바르고 그 위에 이 펄을 바르거든요" 

"오, 그래? 나도 퍼플 아이섀도 많아, 왜냐면 내 눈이 정말 예쁜 그린 컬러거든" 

"어머! 그러네요. 정말 예쁘네요!!!" 라고 나나양의 어깨 너머로 배운 칭찬 멘트를 날렸죠. 

그러자 

제 눈동자 색깔은 뭐냐고 해서 전 브라운이라고 했더니 제 아이들도 브라운이냐고 하더라고요. 

"아이들 눈동자 색깔은 조금씩 바뀌는것 같아요. 제일 처음 태어났을 땐 그린과 그레이에 가까웠는데 점점 밝은 브라운으로 바뀌었어요.

"아이들이 너를 닮은게 아니야? "

"아이들은 남편과 저 반반 닮은 것 같아요"

"그럼 남편 눈동자 색깔은 뭐야?"

" 블루 컬러인데, 어떤 때는 그레이로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린 같기도 해요" 했더니 남편이 아일랜드계냐고 묻더라고요. 아일랜드계가 그린 컬러가 많다며.. 그래서 제가 알기론 남편은 아일랜드계는 없고, 독일, 프랑스가 섞인걸로 안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아시안처럼 보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여기서는 너무나 아시안 아이들처럼 보이는데 또 한국에 데려가면 사람들이 아시안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들 해요, 아, 전 한국인이거든요" 

라고 했더니 갑자기 급 화색을 띄며

"오오~ 한국인이야? 나 한국에 가봤어. 2002년에! 영선? 영선 알아? "

"영선이요? 혹시 용산 아닌가요? " 

"오, 용산!! 이태원이랑 가까운 곳 맞아? " 

"네, 용산이예요" 

"우리 아들이 미군이여서 캠프 케이시에서 복무했어. (전 미 육군은 아는게 없어 캠프 케이시라 말해도 알지 못함요. 남편이 한국에서 근무를 한적도 없고요. 게다가 제가 미군 와이프가 아니였다면 캠프 케이시라고 말하면 뭔 소린지도 몰랐을 거예요. ) 2002년도에 한국에 가봤지. 내가 사진도 있어" 

하면서 주섬 주섬 가방을 뒤지더니 '휴대폰을 안가지고 왔나?' 하면서 다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한국에서는 혼혈아들 좋아하지 않던데 지금도 그래? " 

몇십년도 전에 한국에서 혼혈아들 비하하는 단어를 들어서 그러나 싶기도 하고 질문의 의도도 모르겠어서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라고 넘겼더니 

"너희 부모님은 네 아이들이 혼혈아래도 괜찮았니?" 아니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야 뭐야?!?!?! 

"당연히 손자들인데 사랑하시죠, 혼혈이 무슨 상관이라고요" 

"너도 솔져(육군)랑 결혼했어? " 라길래 

"아뇨, 전 마린 (해병대)이랑 했어요. 지금은 제대했어요" 했더니 

"오오~ 마린!!!! 우리 아들도 제대했어. 지금은 경찰이야. 우리 아들이 한국에서 있을 때 내가 DMZ도 가봤잖아. 그리고 군사 훈련 작전 지역에도 가 봤는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더라고. Yakima 같았어 (워싱턴주에 야키마 라는 도시가 있어요)" 

여기서 부터 쉬지도 않고 자기 아들이 한국에서 근무한 얘기를 하는데 전 사실 마음이 너무 불안했어요. 이미 이것이 스몰 토크가 아닌게 되어 버려서 얘기가 끝날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얘기를 끝내야 할 타이밍을 찾아야 하는데 도저히 얘기가 멈추지 않을 것 같은거죠. 그래서 라라양을 애타는 눈으로 쳐다보며 눈길이 마주치기를 기다렸는데 라라양은 자기 할 일 하느라 너무 바빠서 저에게 눈길도 안주고 ㅠ.ㅠ 

그런데 갑자기 이 손님이 저한테 

"관광지를 돌아 다니는데 세상에!!! 한국인들은 벌레를 먹더라고!! 너도 그 벌레 먹어 봤어? " 

속으로 '번데기를 봤나? 뭐 번데기에 놀랄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는데 

"튀겨 먹을 수도 있고, 찐득한 소스에 버무려 먹을 수도 있게 두가지 맛이 있더라고! 너무 충격 받았잖아. 벌레를 먹다니!" 

튀긴 번데기와 소스에 버무린 번데기는 내가 한국을 떠난 후 신메뉴 개발이 되지 않은 이상 있을 수 없는 일!!! 게다가 이 손님이 이 얘기를 하는 의도를 이미 저는 알아 차렸어요. 그래서 손님이 무슨 음식을 말하는건지 모르겠다며, 전 그런 음식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너희들 개도 먹잖아!!! 오 마이 갓! 어떻게 개를 먹을 수 있어? 믿을 수가 없어! 아직도 너희들 개 먹니?" 

여기서 빡치기 시작했지만 평정을 유지하며 

"예전에는 먹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나이드신 분들은 먹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개를 먹는 건 아니예요. 그리고 개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허니! 개는 음식이 아니야! 애완동물이잖니!" 

"당연하죠, 한국인들도 애완동물을 먹지는 않아요" 

"thank god! 내가 미국에 살아서 다행이야. 우리는 개를 안 먹어" 

이때부터 이 손님의 의도가 너무너무 뻔해서 '더글로리'의 연진이 똥씹은 미소로 물끄러미 그 손님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러자 

"아니, 내 휴대폰에 진짜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데 휴대폰이 어딜 간거야?" 하면서 계속 가방을 뒤적 뒤적 하다가 결국 휴대폰을 찾아 내고는 사진을 보여 주더군요. 그 사진 속에는 아들이 군용 트럭 옆에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였죠. 그러더니

"너, 이 트럭이 한국전에 사용됐던 트럭인거 알아? 세상에!! 한국에서는 미군이 한국전에 남기고 간 이렇게 오래 된 트럭을 아직도 사용하더라니까!! 이게 믿기니?" 

속으로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오~ 쿨!!! 하며 영혼없는 답을 했지요. 그러면서 라라양에게 도움의 눈길을 계속 계속 보냈지만 라라양은 절 봐주지 않고요. ㅠ.ㅠ 

그 다음 사진은 DMZ 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보여주시는데 

"허니,  DMZ는 아무나 못 가, 너도 못 가봤지? 여기가 DMZ야" 하시길래

"저, DMZ가봤어요.  30년도 전에 가봤는걸요? 그것도 걸스카웃 트립으로요"  했더니 못 믿겠다는듯

"DMZ를 가봤어? 이상하네, 우리 아들 여자 친구는 백그라운드 체크 해야 된다고 해서 못 갔는데" (그건 백그라운드에 문제가 있어서 못 간거 아니예욬ㅋㅋㅋㅋㅋ??? ) 

그러더니  한 여자가 드레스를 입고 오래된 클래식 자동차 앞에서 찍은 흑백 사진을 저에게 보여주며

"이게 나야! 허니, 넌 모르겠지만 이 당시에 우리 미국에는 이미 이런 자동차가 있었어" 

이때부터 정말 속으로 ' 이 사람 뭐야? 진짜 재수없다!!!!"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이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대화를 끊을 타이밍을 찾고 있는데 대화속에 쉼표 밖에 없어요. 마침표가 없는 대화!!!! 이거슨 우리 나나양 말고는 대적할 사람이 없는데.... 마침 우리 나나양은 또 퇴근을 하고 안계시더란... ㅠ.ㅠ 입사하고 처음으로 나나양의 소중함을 깨달은 순간이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 손님은 더 재수없기로 작정을 했는지 쉼표없는 대화중에 언제 또 찾았는지 여권을 갑자기 꺼내시더니 저에게 대한민국 입국 도장이 찍힌 페이지를 보여주며

"이것봐봐, 이게 한국 입국 도장이야, 한국에 너무 오래 있어서 잠시 나가야 되서 우리가 중국을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갔거든. 그래서 입국 도장이 두개야" 

근데 2002년에 한국을 가셨다면 이 여권은 그때 사용한 여권이고, 그럼 이미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 아닌가요? 그런데 이런 여권을 왜 가방속에 들고 다닌거죠? 

" 이 여권 유효기간 지난거 아니예요?" 

"맞아, 유효기간 지났지 (라고 하면서 여권 페이지를 넘기며 멕시코 입국 도장을 보여 주며) 이건 멕시코  도장이야, 이거 본 적 없지? 내가 멕시코에도 갔거든. 너 멕시코 갈 때 여권 필요한거 알고 있니?" 

하아!!!! 진짜 이 할머니 너무너무 재수 없네!!! 

"오브 콜스, 알죠!!! 저도 멕시코 다녀 왔거든요. " 

여권 보여 주느라 정신 없던 그 할머니는 갑자기 고개를 치켜 들고 저를 뚫어 지게 보시더니

"멕시코를 가 봤어? 오오~ 그래, 나도 멕시코를 가 봤지, 나는 한국도 가 봤고, 중국도 가 봤잖니" 

이거 정말 너무 유치한데..... 나도 똑같이 한번 유치해져 봐? 

"멋지네요! 전, 중국은 못 가봤거든요. 대신 전 유럽을 가봤죠. 이태리, 오스트리아, 독일, 루마니아!, 남편 만나기 전에 저 혼자서요. 전 나홀로 여행을 즐기거든요" 

그랬더니 이 할머니 턱이 땅바닥으로 떨어지셨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왜요? 한국전에 쓰던 군용 트럭 아직까지 주워 쓰고, 벌레나 먹고, 개나 먹는 그런 나라에서 온 보잘것 없어 보이는 여자가 운좋게 미국인 남편덕에 이렇게 미국에서 사는 줄 알았는데, 혼자서 유럽을 가봤다니 믿기지 않으세요?' 

진짜 이 할머니 뭐예요? 유효기간 지난 여권은 왜 가방에 넣어 다니는 거죠? 20, 30년이나 된 사진들을 아이폰으로 찍어서 소장하고 있는건 이해한다 쳐도요. 

아무튼 저의 유럽 여행 드립 하나로 이 할머니 손님은 이 유치한 싸움의 사기를 잃으셨는지 주섬 주섬 여권을 집어 넣으시고는 

"허니, 만나서 반가웠어, 즐거운 대화였어" 하며 물건 구입도 안하고 사라지셨어요. 

저는 장장 40분간 이 분에게 잡혀 있었고요. 이 40분의 대화 속에는 한국 전쟁 이야기, 히로시마에 폭탄 터진 이야기등등이 있었는데 자기가 미국인이어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는 것과, 뜬금없이 자기가 소싯적에 학교 선생님이였다는 등 주제에 비해 이렇게 가치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죠. 

그 손님이 사라지마 마자 

오! 마이! 갓!!! 을 외치며 라라양에게 

"왜 나한테 눈길한번 안줬어? 내가 구해 달라고 얼마나 너에게 외쳤는데..."

했더니 라라양도

"오! 마이 갓! 암쏘쏘리!!!! 퇴근 전에 끝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집중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어 "  라며 앞으로 이런 상황을 대비해 우리끼리 암호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암호는 

"Can you find a pink eyeshadow" 

이렇게 손님의 쓸데없는 대화에 발목이 잡혔을 때 핑크 아이섀도를 찾아 달라고 워키를 통해 부탁하면 대화를 끊어주고 구해주기로 약속했답니다. 

그리고 전 이 할머니 손님과의 대화로 기분이 너무너무 나빠져서 휴식 시간에 남편에게 전화해 막 하소연을 했죠. 이런 일이 있었다고.. 

그러면서 미군이 한국전에 쓰던 군용 트럭을 한국에서는 아직도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자 전직 미군이였던 남편 왈

"그 올드 레이디가 모르는게 있는데... 한국은 한국전에 쓰던 군용 트럭을 아직도 쓰겠지만, 여기 미군에서는 베트남전에 쓰던 군용 트럭을 미국까지 다시 가져와서 아직도 쓴다는걸 모르는구만, 그리고 한국전에 쓰던 군용 트럭이 아직까지 쓸만하다는건 그만큼 한국 군인들의 정비 실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라는 것도 모른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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