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세포라에 일하고 싶어했던 그의 진짜 정체

by 스마일 엘리 2023. 7. 26.
반응형

며칠 전 한 중년의 남성분이 혹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구하고 있냐며 저에게 말을 걸더라고요. 자기는 밸뷰에 있는 세포라에서 22년간 일을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며... 
그의 인상착의가 너무나 인상적이여서 이걸 묘사하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안되니 일단 설명을 하자면..
혹시 '미스터 빈'을 아시나요? 

이 사진을 놓고 봐도 너무 닮았다.JPG


 
미스터 빈 보다는 좀 더 갸름하고 호리호리한 체격이였지만 말 그대로 살 빠진 미스터 빈 얼굴 그대로였어요. 얼마나 비슷했냐면 혹시 진짜 미스터 빈이 아니였을까? 아님 이거 그 사람이 진행하는 몰카였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닮았어서 그 사람이 다녀가고 나서 인터넷 검색으로 그 사람이 몇살인지 검색을 해 봤다니까요. 
아무튼 복장도 정말 미스터 빈 복장 그대로 색깔도 그대로, 넥타이도 붉은 넥타이 그대로였어요. 
얼굴은 얇은 파운데이션을 바른 화장을 하고, 눈 가 옆에는 반짝 거리는 큐빅을 군데 군데 붙이고, 입술은 보톡스를 과하게 맞아서 입술 부력으로 물에 뜰 것 같은... 
그런데 향수는 또 얼마나 뿌려 댔는지 너무 역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양복을 갖춰 입고, 나름 메이크업도 하고, 향수도 뿌리고 와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구하냐고 하니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콜스의 부매니저와 얘기를 해 보라고 연결을 해주고 돌아 왔는데 그가 들은 대답은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으니 콜스 웹 사이트에 지원서를 내라는 얘기였죠. 
그렇게 대답을 들은 그는 너무나 신나 하며 저에게 다시 돌아오더니 
"지금 사람 구하고 있대요, 아마도 2주 안에 함께 일하게 될거 같아요!" 
으응??? 아직  인터뷰도 안 했는데 2주 안에 함께 일하게 될지 어떨지 어떻게 알고?!?! 
그러더니 저에게 한듯 안 한 듯한  파운데이션을 골라 달래요. 
22년간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했다는 사람이 자기 파운데이션을 스스로 안 고르고 남에게 골라 달라고 하다니... 내 능력을 테스트 해 보는건가? 아님 메이크업 아티스트 였다는 말이 거짓말인가?  뭐, 의아했지만 골라 달라니까 ILIA  브랜드의 틴티드 모이스춰라이저를 추천 해 줬어요. 그리고 색깔을 하나 골라서 그의 손등에 테스트를 했는데... 
오마이갓!!! 열 손가락 다 손톱에 까맣게 때가 끼어서 느무느무 드러웠..... 거기다가 손에는 무슨 상처가 그렇게 많은지 온통 긁힌 상처에 손가락 지문은 껍질이 벗겨지고 맨들맨들 한 것이... 뭔가 너무 이상했어요. 
22년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는 사람의 손 치고는 너무너무 관리가 안된 손이였거든요. 저도 사실 손 관리는 할 말이 없는 것이 주부이다 보니 집안일 하느라 손이 거칠 거칠하고, 그 와중에 틈틈히 네일도 바르고, 또 네일이 떨어지면서 손톱 표면이 뜯겨나가 여기저기 데미지가 생겼지만 그래도 손톱에 때는 안 끼도록 하는데... 
손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해야 할 일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손관리를 더럽게 한다면 일단 자질이 부족하거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는 말이 거짓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서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테스트한 파운데이션 색깔이 그의 피부색 보다 너무 밝아서

"아, 이거 너무 밝은 것 같은데, 조금 어두운 쉐이드도 한번 발라 보죠?" 했더니 
"난 이거 좋은데요? 이걸로 할게요" 
근데 정말 너무 많이 밝았단 말이죠. 분명 하얗게 뜰텐데... 본인이 좋다고 하니, 게다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였다고 하니 뭐 다른 제품과 섞어 쓰거나 하이라이트로 쓰거나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싶어 알겠다고 했더니 제품을 들고 세포라 매장 밖으로 나갈려고 하더라고요. 
"아, 세포라 제품은 여기 매장안에서 계산되어야 해요, 혹시 콜스에서 쇼핑할거라면 제가 제품 홀드 하고 있다가 계산하실 때 도와 드릴게요" 했더니 
"오, 알겠어요, 그리고 추천해 주셨던 어두운 톤의 파운데이션 샘플도 만들어 줄래요?" 
그래서 계산을 위해서 계산대로 함께 왔습니다. 
샘플을 만드는 동안 정적이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제가 물어 봤어요. 
"세포라에서 일하셨다고요? "
"네, 제가 18살 때 밸뷰에 있는 세포라에서 일했어요. 저 지금 4X살이예요" 
"어머, 저랑 동갑이시네요! "
"저랑 동갑이라고요? 정말 어려 보이네요" 
"그쪽도요!!! (알다시피 돈 안드는 칭찬에 후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미국이라 서로 영혼없는 멘트라는 것쯤은 알죠. ) 
"원래 밸뷰에 살았는데 2주 전에 이 동네로 이사 왔어요, 여기 세포라가 있다거 알고 너무 신났잖아요. 그래서 일해 볼려고요" 
"어머! 환영해요! 좋은 소식 있으면 좋겠네요" 
라고 하며 그가 구입한 파운데이션을 스캔하고 세포라 뷰티 인사이더 리워드가 있는지 물었죠. 
그런데... 없대요!!!! ?!?!?!? 
으응? 세포라에서 22년을 일했다면서 세포라 리워드가 없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한건 가입을 시킬 수 있으니 '앗싸!' 하며 가입을 유도했고, 결제를 부탁드렸습니다. 
"현금카드, 신용 카드 되죠?" 
"그럼요" (으응? 미국에 현금카드 신용카드 안되는 체인 스토어가 어디 있다고? "
카드를 긁었지만 화면에 뜬 '승인거부'  뭔가 불안불안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 카드 승인 거부 되었는데 혹시 다른 카드 있나요? " 
"없어요" 
"그럼 현금 있나요?" 
"없어요" 
"음.. " 하고 그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죠. 나중에 다시 올게 라던지, 아무래도 못살것 같다던지... 그런데 곤란한 표정으로 저를 뚫어지게 보더라고요. 
현금도 없고, 카드도 없는데, 거기서 제가 더이상 해 줄 수 있는건 없잖아요. 제가 대신 그 파운데이션 사주길 바라지 않고서야... 
"혹시 카드사가 본인이 아닌 사람이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카드 승인이 거절된걸까요?" 
"글쎄요, 승인 거부 이유는 나오지 않으니까 저도 알 수가 없어요. 미안해요" 
또 저를 가만히 뚫어지게 쳐다 보고만 있어서 제가 마무리 지어야 겠더라고요. 
"이 파운데이션 홀드 하고 있을테니까 나중에 다시 올래요? " 
"오케이, 그럴게요. "  하고는 매장을 나가더라고요. 
인상착의가 너무 특이했던 것도 인상 깊었는데, 그와 있었던 이 짧은 순간의 대화들도 뭔가 특이하고 이상했어요. 그가 나가자 마자 저와 함께 일하고 있던 동료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박장대소를 하는거예요.  
이 모든 상황을 다 지켜 봤거든요. 
"너, 저 사람이랑 얘기해 봤어?" 
했더니 그 동료가 질색팔색하는 목소리로 
"노오!!!!!! J (도난 방지 부서)가 워키로 저 사람 전에 여러번 물건 훔친 적 있다고 잘 지켜 보라고 했어, 못 들었어??? " 
와앗?!?!?!?!?!?!?! 
전 누군가와 대화 중일 땐 영어로는 멀티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서 그 살 빠진 미스터 빈과 대화 하느라 이어폰으로 들려 오는 J의 말을 놓친거였어요. 
으아니!!!! 자기가 물건 훔친 가게에 일을 하겠다고 오는 그 뻔뻔한 용기! 
그러고 생각해 보니 진짜 일을 구하러 온게 아니라  저의 시선을 끌고 라포를 형성한 뒤에 편안하게 물건을 훔치려고 그랬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본인이 22년 경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면서 저한테 파운데이션 색을 골라 달라고 한거 (제품 추천은 이해 하지만 색상 선택은 본인이 제일 잘 알텐데도...) 제가 고른 파운데이션 색상이 너무 밝은데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달라고 한거, 그리고 그 제품을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고 한거, 세포라 리워드 멤버가 아니였던거....  모두 의심스러운 상황이였어요.
그래도 긴가민가 했지만 어제 함께 일한 동료에게 이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 친구 왈
"어, 너 누구 얘기하는지 알거 같애!!! 미스터 빈 닮은 키 작은 남자지? 그 남자 몇달 전에 와서 향수 훔치려다가 들켜서 다 내려놓고 그냥 갔어" 
 
에휴~ 또 당했네! 또 당했어!!!! 그래도 파운데이션 들고 갈려는거 막았으니 다행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