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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그녀의 변명

by 스마일 엘리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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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양과 단 둘이 클로징을 하게 된 날... 손님도 없는 한가한 밤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나나양은 제가 승진한 이후 새로 오픈하는 다른 매장의 리드 포지션으로 갈거라고 하기도 하고, 타 화장품 회사인 MAC의 매니저가 입사 제안을 했다고도 하고, 나나양의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항공회사인 보잉에 입사를 하겠다고 했어요. 매번 얘기할 때마다 계획이 바뀌고, 말이 바뀌고, 정말 그만둘 것처럼 얘기를 해 왔지만 정작 그만 둘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저희 매니저가 오픈 준비를 도와 줬던 다른 세포라 매장의 리드 포지션에 저희 콜스 매장 직원을 뽑아갔다는 사실이였어요. 게다가 그 직원 역시 나나양과 엄청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니 나나양 입장에서는 저희 매니저와 콜스 매니저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겠죠. 두개의 리드 포지션이 있었는데 둘 다 자신에겐 그 기회조차 오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저와 그 콜스 직원이 뽑혔으니까요. 

거기다가 근무 시간도 되려 줄어들어 일주일에 평균 근무 시간이 8시간, 길어봐야 12시간이니 얼마 벌지도 못해서 거기에 대한 불만도 많았어요. 사실 올해 2월쯤 접어 들면서  세명의 세포라 직원이 그만둬 버려서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였어요. 그러면 남아 있는 파트 타임 직원들 근무 시간이 늘어야 하는데 되려 B양과 나나양의 근무 시간이 줄어 들고, 디디양의 근무 시간이 늘어났어요.  디디양은 자기 샵과 세포라 근무로 너무 힘들어 하던터라 근무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를 바라고,  잘라 주기를 바라고 있었거든요.(잘려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디디양이 말하기를 B양과 나나양의 근무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회사에서 스스로 알아서 그만둬라는 무언의 메세지인데 애들이 눈치가 없어 그만 두지도 않고 되려 불평이라고 귀띔을 해 주더라고요. 오히려 늘어난 스케쥴로 더 힘들어진 디디양이 못 견디고 그만둬 버리는 역효과만 났고요. 

아무튼 둘이서 클로징을 하게 된 그날도 나나양은 저에게 근무 시간이 적다며 또 불평을 하길래

"콜스 매니저한테 시간 더 넣어 달라고 얘기해 봤어? " 

" 몇번이나 얘기 했는데 계속 일주일에 8시간이야" 

회사가 관두라고 보내는 메세지라는 것을 차마 말할 수는 없어서 

"다른데 알아보고 있다며? 계속 알아 보고 있어? 너는 으메이징한 고객 서비스 스킬이 있으니까 어딜가도 환영 받을거야" 

" 나도 알아! 데이빗 (가명, 콜스 수퍼바이저)도 나 일 잘한다고 칭찬했어. 그렇지만 난 칭찬 필요 없어, 난 리드 포지션을 원한다고! 나 잘하는거 알고 있으면 리드 포지션을 줘야지" 

'이거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린가??? ' 

"나나야, 너 정말 고객 서비스 스킬은 훌륭해, 너 볼때마다 너무 감동 받아, 그리고 그런 너의 능력이 부럽고, 나도 배우고 싶어 (진심이였음요) 그렇지만 나도 열심히 일했어. 아무도 안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우리를 평가하고 있었을거야.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고, 항상 일을 찾아서 했어. 난 그동안 지각한적도 없고, 결근한 적도 없어, 그것 역시도 평가되었을거야" 

"나도 결근한적 없어, 코비드 걸렸을 때 빼고" 

==>거짓말!!!.

나나양이 당일 결근 통보해서 제가 대신 메꾼날도 있고, 나나양과 제가 둘이 근무하는 시간인데 나나양이 갑자기 안 와서 혼자 발바닥 불나게 일했던 날도 있었고, 가가양이 나나양과 밤새 술마시고 노느라 나나양이 콜아웃 (당일 결근 통보) 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반대로 가가양도 나나양과 노느라 콜아웃이 잦았어요. 저는 콜아웃 안할려고 아이들이 아파서 학교 못 가는 날에는 저녁 근무자한테 부탁해서 근무 시간을 바꿔서 꼭 저녁에라도 출근했고, 그 근태 평가를 셀프 이밸류에이션에도 넣었어요. 왜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냐면요, 콜스 매니저가 직원들의 잦은 콜아웃으로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고, 심지어 휴게실에 아주 크게 콜아웃 그만 하라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민폐이고, 너무 많은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콜아웃 한꺼번에 해서 당일에 스케쥴 변경하는거 너무 힘들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껏 지각, 결근이 없었던 것이 시급 협상 할때도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겠다 생각해서 넣었던 거였어요. 

" 너의 콜아웃 상황은 나는 모르지(사실 알고 있지만 따지고 들면 싸우자는거 밖에 안되니 입꾹하고), 그렇지만 분명 너와 나 둘다 여러가지 면에서 평가 되었을거야. 난 정말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말할 수 있어. 내가 리드 포지션이 된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자 나나양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더라고요. 늘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인데.. 당황하셨쎄요?

"아.. 알아, 알아. 내 말은 우리 둘다 리드 포지션에 자격이 된다는거야. 내 말 뜻 알지? 솔직히 우리 둘다 자격 되지, 엘리, 난 정말 니가 리드 포지션이 되서 기뻐, 너한테 화가 난게 아니야. 난 콜스 매니저한테 화가 난거야. 분명 나한테 풀타임 포지션 오픈 되면 알려 준다고 했고, 그 포지션을 달라고 한 것도 나야. " 

아하! 그 포지션을 달라서 한건 너인데, 내가 가졌으니 니 포지션을 훔쳤다고 한거였구나...

"그치만 그 포지션은 오픈 포지션이 아니였어" 

" 콜스 매니저도 그렇게 말했어. 그 포지션에 세포라 매니저가 너로 결정하고 콜스 매니저한테 통보해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결정이 된거고 나한테는 기회도 안왔던거야" 

아마도 이 대목에서 세포라 매니저가 나나양을 싫어해서 그 포지션을 저에게 줬다고 생각 했나 봅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콜스 매니저가 세포라 매니저의 상사인데 저로 결정했다고 통보한다고 그대로 되었을까요? 그리고 새로 오픈한 타매장의 리드 포지션은 그럼 왜 나나양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타매장의 매니저 자리 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나나양이 하는 말들에 거짓말도 섞여 있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콜스 매니저가 타매장의 매니저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을 하긴 했을까요? 

제가 리드 포지션이 되었다고 처음으로 밝혔던 날, 가가양에게 짤리는거라고, 제가 가가양의 자리를 꿰찬거라고 말한걸 보면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일리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죠. 

그녀는 거짓말에도 꽤 능하다는 것을... 

 

나나양의 거짓말 에피소드는 다다다다다다다음편에... 

세포라 일기에 쓸 다른 에피소드들도 많은데 승진 이야기로 너무 나나양의 비중이 커져 버려서 다른 얘기들을 할 틈이 안 생기네요. 

이쯤되면 나나양과 전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실텐데... 

한마디로 프레너미 관계입니다. frienemy! 친구와 적의 경계에 있지요. 너무 친한 친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도 아니고, 서로 돕고, 서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적당히 서로 경계하기도 하는 그런 관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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