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양은 입사하기 전부터 입사 취소를 했다가 얼마 안 있어 다시 들어오겠다고 해서 동료들의 스케쥴이 꼬여 버리게 만드는 바람에 나쁜 의미로 강한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입사하자마자 2주 정도 되었을 때 임신 사실을 발표했고 그 이후로 툭하면 지각과 결근으로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민폐를 끼치고 있었죠. 입사하고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제 시간에 온 적이 없어요. 보통 15분 정도 늦고 일찍 왔다고 할 때가 3~5분 정도 늦는건데 그 마저도 몇번 없다는게 문제죠. 결근도 너무 잦아서 차라리 지각을 해도 와 주는게 고마울 지경이라는 이 아이러니!!!
그런데 문제는 매번 근무 시간을 적게 준다고 불평을 늘어 놓습니다.
어떤주는 스케쥴이 일주일에 8시간 밖에 안 들어 있다며 이렇게 일해서는 공과금도 못 낸다고 투덜대더라고요.
그말을 옆에서 듣고 있자니 속에서 울컥 하더라고요
‘ 스케쥴을 많이 넣어 주면 뭐하냐고요!!!! 어차피 결근하고 안 올거면서!!! ’
그리고 스케쥴을 자꾸 줄인다는건 알아서 관두라는 메세지라는데 관둘 마음은 없고, 일주일 8시간 마저도 결근 해 버리고 불평을 하니 이건 자르지 않는 회사가 보살이 아닌가 싶을 정도?
제가 그런 마음인데 매니저는 어떻겠어요? 안그래도 차갑고 눈길조차 안 주는 그런 사람인데 저렇게 잦은 결근과 지각을 하니 매니저 눈 밖에 안 나면 그게 이상할 노릇이죠. 그냥 잘못한거 없이 일만 해도 유령 취급이고, 저 역시도 그렇게 공기같은 존재로 몇개월 살아봤잖아요. 대신에 그런 취급 받아도 그냥 전 근무 시간에 제 할일만 하다가 집에 왔기 때문에 오히려 매니저랑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말 섞을 일이 없으니 나름 괜찮았거든요. 하지만 B양은 이미 지각, 결근으로 눈 밖에 난 상황인데다 근무 시간에 매장 구석에 숨어서 시시때때로 문자를 주고 받기도 하고 업무 지시 사항을 따르지 않아 여러번 주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토요일 오전
제가 오프닝이라 오전 8시에 출근을 했는데 클로징 멤버가 했어야 할 일들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고 그야말로 엉망진창인거예요.
보통 클로징 멤버는 계산대에 종이 봉투 채워 넣고 각 선반 마다 배치되어 있는 화장솜, 메이크업 리무버, 알콜등 리필하고, 그날 팔린 물건 보충 하고 (이 업무를 동료들이 하기 싫어한다고 했었죠?) 반품 들어 온 물건 중 새제품은 다시 매대로 돌려 놓는 일을 끝내야 해요.
그런데 정말 하나도 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물건 보충 해야 할게 150개가 넘게 떠 있고 매대로 돌려보내야 할 상품도 한가득 이였습니다.
오프닝은 오프닝대로 할 일이 많은데 매장 오픈전에 물건 보충이 안되어 있으면 상품이 있는데도 못 팔 수도 있고 또 물건 보충을 다 끝내지 않으면 그날 판매된 상품 보충까지 계속적으로 뜨기 때문에 저 일에 떠 밀리게 되거든요. 물건 보충 150개가 떠 있다는건 전날 일했던 멤버 그 누구도 저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고 가장 큰 책임자는 클로징 멤버들이죠. 왜냐면 클로징 시간은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 많으니 충분히 끝낼 수 있고 못 끝냈다해도 20~30개 정도가 남아 있어야 이해할 만한 상황이거든요.
전날 클로징 멤버가 누구였냐고요?
나나양과 b 양이였습니다.
안봐도 뻔하죠. 보나마나 나나양은 매장에 있지도 않고 콜스 매장 직원들과 수다를 떨거나 매장에 돌아와서도 b양과 수다 떨었겠죠. 그게 아니면 손님 붙들고 수다 떨면서 일하는 척 하며 나머지 일들을 b양에게 미뤘겠죠.
허겁지겁 오프닝 준비를 끝내고 혼자서 클로징 멤버가 끝냈어야 할 상품 보충을 미친듯이 했습니다.
다음 멤버가 출근하는게 11시라 매장 오픈 시각인 10시 이후부터는 손님도 봐야 하고 계산대도 봐야 하고 물건 보충도 해야 하고 완전 식겁 하겠더라고요.
다른 멤버가 출근하고 나면 바로 제 휴식 시간이지만 이걸 다 끝내고 가야 할 거 같아 휴식도 미루고 미친듯이 온매장 서랍 하나하나, 열쇠로 열고 닫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그렇게 겨우 끝냈습니다. 그리고 반품 상품 재진열도 끝내고요.
1시쯤 세포라 매니저가 출근을 했고 물건 보충 갯수 뜬거를 보더니 오늘 보충 안했느냐고 묻더라고요. 오늘꺼 할 시간이 없었죠.
오전 내내 어제 하루 종일 안 한걸 저 혼자서 했으니…
그래서 어제꺼 150개 넘게 뜬거 오늘 아침에 혼자서 하느라 오늘 뜬거는 아직 못 했다고 계속 해서 따라 잡겠다고 했더니 어제 클로징 누구 였냐며 근무 일지를 보더라고요.
그러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하면서 한숨을 퐉~
어제 클로징 멤버들 한소리 듣겠구나 생각하며 점심을 먹으로 다녀 왔습니다. 그 사이 B 양이 출근해 있었고 뭔가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더라고요. 인사를 하고 일을 하는데 뭔가 물건을 탁 탁 내려 놓고 성질을 부리는 듯 보여
“괜찮아?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었더니
“난 정말 열심히 하는데 매니저땜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 나한테 말도 안걸고 인사도 안하고 사사건건 혼내잖아, 어제 상품 보충 안했다고 혼났어. 아무도 나한테 보충하라고 말해 준 적 없고, 그게 클로징 업무인지 알려 준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고!“
하아~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답답함.
인사도 안하고 말 안거는건 저도 겪어 봤으니 이해합니다요!
사사건건 혼내는건 정말 이유없이 혼나는건지 이유가 있는건지 본인이 몰라서 저러는걸까 ? 하는 답답함.
지각이나 결근 얘기는 이미 많이 들었을거고, 근무한지 7개월이나 되었는데 상품 보충을 하라는 사람이 없어서 안했다는게 말이야 방구야?! 게다가 그게 클로징의 업무인지 알려 준 사람이 없었다니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는 b양을 보니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함이 밀려 오더라고요. 그건 클로징의 업무도 아니고, 그냥 수시로,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이고, 클로징 시간이 제일 한가하니까 물건 보충하기 제일 좋은 시간이니 클로징때 끝내야 하는게 당연한 것인데... 그럼 b 양은 지금껏 상품 보충을 그동안 누가 하라고 시키지 않으면 안했다는거잖아요? 얘는 여태껏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한거지? 게다가 이거하라 저거하라 시키면 bossy 하다고 불평하니 일을 시킬수도 없게 하면서...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해서 알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이미 매니저에게 혼났으니 저까지 더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눈물 글썽이며 훌쩍이는 b양에게
“ 나도 알아, 어떤 느낌인지… 너도 알잖아, 나도 똑같은 경험 했던거.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냥 니 할일에만 집중하고 그 일만 하라는 거야. 매니저랑 부딪치기 싫으면 그냥 매니저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선반 정해서 거기만 열심히 청소하다가 가면 돼”
라고 했더니 갑자기 저한테 폭주하며
“ 너는 모르잖아!!! 매니저는 너만 좋아하니까. 매니저가 너한테는 자상하고 너한테만 말걸고 너만 칭찬하니까”
아니 얘가 보자보자 하니까 아주 사람을 보자기로 덮어씌워 버리네?!?!
나는 뭐 할 말이 없는 줄 아나? 솔까말 매니저가 자기를 왜 싫어하겠냐고요?!?!? 툭하면 결근하는게 제일 큰 문제인데요.
우리 아이들, 친구 생일 파티에 데려 갈려고 한달 전에 휴무 신청 해서 빼 놓고 갔다가 b양이 갑자기 결근하는 바람에 헐레벌떡 생일파티도 안 끝난 아이들 델고 나와서 일하러 가고 (아이들이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5일 일하고 마침내 쉬는 휴무에 밀린 집안일이며 할일이 태산인데 다 제쳐놓고 걔 땜빵하러 갔단 말이죠.
그리고 전 제 몸이 아파서 쓰러질거 같은데도 일단은 출근해서 제 땜빵 해 줄 사람 찾을 때까지 일해주고 조퇴하고 왔다고요. 그것도 3일 연속으로… 이미 저 몸 아픈거 알아서 안 나가도 어떻게든 알아서 했겠지만 제가 오프닝 멤버라 출근을 안해 버리면 직원 없는 가게에 손님이 오는거나 다름 없어서 아파도 출근했던거거든요.
제가 또 그렇게 기를 쓰고 출근했던건 b양이 워낙 콜아웃이 잦아서 제가 안 나갔는데 b양도 안나와버리면 정말 낭패니까 일단은 출근해서 땜빵 찾고 온거라고요.
지금 그런 저에게 그녀가 폭주하면 저도 참을 수 없죠.
“ b야, 나 네가 어떤 느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 나도 매니저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나는 매니저한테 주의 받고 싶지 않아서 그럴만한 일들을 안하려고 노력했어. 나는 지각한 적도 없고 결근한 적도 없어. 결근하는게 잘못 됐다는 말이 아니야. 누구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다는 말이야. 아이들이 아픈 적도 있었고 내가 아픈 적도 있었지만 근무 시간을 바꾸거나 아니면 출근을 한뒤에 조퇴를 해서라도 콜아웃은 안했거든. “
”나도 지각하이나 결근하지 않을려고 노력해. 하지만 난 임신도 했고 최근에 강아지도 입양해서 걔를 돌보느라 너무 힘들어“
'하!! 놔~~~ 임신 드립은 이해해도 개 드립 칠 줄은 상상도 못했드아!!!!!!! '
” 임신하면 남들보가 더 피곤한지 알지, 하지만 잔소리 듣기 싫으면 그 소리를 안 듣도록 안하면 되는거야. 난 지각하지 마라 소리 안 들을려고 늦지 않게 출근하고 일 안한다는 소리 안들을려고 계속 일을 찾아서 하는거야. 나도 노력하는거라고. 그리고 그 노력을 매니저가 아는거고. 그래서 나는 매니저가 나만 좋아한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매니저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의 업무 태도를 좋아하는거라고 생각해"
그러자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더라고요. 진심으로 전 매니저가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우리 매니저는 누구를 좋아할 사람이 아니예요. 사실 제가 세포라 매니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무튼 b 양은 제 말을 듣고 아무말도 못하다가 손님 응대를 해야 해서 그 대화는 끝이 났어요. 하지만 이후로도 자꾸 혼자서 훌쩍이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게 보여 맘이 쓰이더라고요. 게다가 임신 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물건 보충을 다 끝내고 그녀에게 다가가
" 네가 임신 중이라 앉았다 일어났다 물건 보충하는게 힘들거야, 나랑 같이 일하는 날은 내가 물건 보충 다 할거니까 신경 안 써도 되지만 내가 없는 날은 네가 계속 물건 보충이 뜨는지 확인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물건 보충 해 달라고 부탁해, 그리고 아까 내가 너에게 말한게 상처 되었다면 미안해, 네가 결근하고 지각하는걸 비난할려고 한 말은 아니야, 단지 매니저에게 잔소리 듣기 싫으면 그 일을 안 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거야"
그랬더니 b양도
"아니, 아니, 아니야!! 내가 폭주해서 미안해. 오늘 내가 너무 감정적이였던 것 같아. 임신 호르몬 때문에 그런가봐, 그리고 물건 보충 배려해 줘서 너무 고마워. 너 너무 자상해"
하며 양팔을 벌리더라고요.
이것이 너의 폭주에 대한 사과의 허그라면 까잇거!!! 힘껏 안아줄게~
그런데 오래 지나지도 않아, 약 1주일 뒤에 또!!!! 물건을 보충하지 않고, 반품 상품 바스켓이 가득 찬 채로 오프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전날 클로징 멤버는 나나양이였고, 저는 그 다음날의 오프닝 멤머였죠. 그날 저는 이것 때문에 매니저에게 아주아주 황당한 이유로 혼이 났어요.
그 얘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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