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세포라 매장에는 제가 입사할 당시 9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세포라 매니저,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 2명, 그 외에는 다~ 저와 같은 파트 타임이였죠.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 2명 중 라라양은 오퍼레이션 담당이고, 가가양은 세일즈 담당이예요. 제가 작년 6월에 세포라에 파트 타임으로 입사한 후, 일도 너무 재미있고, 근무 시간도 아이들 학교에 있는 시간인 11시 부터 3시까지 하게 되니 딱! 이였어요. 너무 이르지 않은 시간에 출근이라 아이들 학교 보내고, 출근 전까지 그날 해야 할 집안 일까지 후다닥 끝내놓고 갈 수 있어서 저에겐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던 직장이였죠.
입사할 때 가장 걱정이였던 여름 방학이 문제였지만 여름 방학은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제가 6시부터 9시반까지 저녁시간대와 클로징을 담당하는 쉬프트로 일을 하고, 제 편의를 봐 준 매니저와 멤버들에게 고마워서 주말중 하루는 8시간 30분 풀타임으로 일을 했어요. (파트 타임은 최소 12시간 이상만 일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스케쥴이 가능해서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몰라요)
그런데 우리 나나양은 근무 시간이 너무 적다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다더니 결국 콜스 매니저에게 풀타임으로 일을 시켜 달라고 요구 했다더라고요. 그런데 콜스 매니저가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들만 풀타임 포지션이 될 수 있다고 현재로서는 오픈 된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 포지션이 없다고 했대요. 그게 8월쯤의 일이였고, 나나양이 저에게 말을 한 건 9월쯤의 일이였어요. 그러면서 풀타임 포지션 오픈 되면 그건 자기 포지션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예비 매니저 나나님은 다 계획이 있구나!!!'
그리고 이후에 저희 매니저는 타지역의 세포라 매장 오프닝 준비를 위해서 그쪽으로 출근을 하고 몇 주 뒤에 다시 우리 매장으로 돌아오셨고, 그간의 얘기를 콜스 매니저, 수퍼 바이저, 그리고 저와 함께 일했던 리드 어드바이저들에게 매장 돌아가는 상황을 듣고는 저를 창고에 부른거였어요.
저에게 눈도 안 마주치고, 인사도 안 받아주던 매니저는 그 이후로 저에게 How are you?라는 인사를 먼저 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겼고 (네, 기적이요) Have a good day 라는 인사도 하게 되었던 거죠. 진심으로 그런말 못하는 사람인줄 알았기 때문에 제가 Have a good day 라고 했을 때 you too 라고 해서 제가 잘못 들었나 싶어 뒤돌아 봤다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10월 초 , 아침 오프닝 멤버로 출근을 했는데 매니저가 저에게
" 디스트릭 매니저가 우리 매장이 실적도 좋고, 잘하고 있으니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 한명을 더 채용하라고 했어. 내년에 매장이 몇군데 더 오픈할건데 라라양은 매니저로 가게 될거라서 리드 포지션이 오픈 될건데 지금 채용하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나는 밖에서 채용하고 싶지 않고 너를 추천하고 싶어. 리드 포지션은 풀타임이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제가 지금 무슨 얘기를 들은거죠???
저를 투명 인간 취급했던 매니저가 저에게 인사만 해줘도 감지덕지인데 리드 포지션에 저를 추천한다니!!!!
그동안 제가 열심히 일한 것을 인정 받은 것 같아 너무 뿌듯하고 기분 좋았어요. 게다가 그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 포지션은 우리 나나양께서 탐내던 포지션 아니던가요? 매니저가 되면 저를 꼭 데려갈테니 자기를 위해 일을 해 달라고 하고, 자기와 같은 시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기 시급은 더 많이 요구했어도 될 뻔 했다며 은근히 저를 아랫것으로 여기던 나나님께 드디어 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온거죠.
2023.02.10 - [미국 생활기] - 미국 세포라 일기- 매니저가 되면 널 꼭 데려갈거야
2023.02.14 - [미국 생활기] - 미국 세포라 일기- 시급 얘기로 알게 된 동료의 진심
이 기회 놓치지 않겠어!!!
그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왔던 저에게 미국에서 파트 타임일을 시작한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였는데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든 제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습니다. 문제는 풀타임이라 시간 조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거였죠. 지금은 아이들 학교 간 시간에만 일을 하니 따로 비용이 들지 않지만 풀타임을 하게 되면 어떻게 시간을 짜도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하더라고요.
아이들이 하교한 후 남편이 집에 올때까지 매일 2시간 정도만 베이비 시터가 함께 있어주면 될 것 같아서 동네 페이스북에서 베이비 시터를 구한 후, 매니저에게 그 포지션 제가 해 보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베이비 시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시급 협상을 해야겠더라고요. 물론 베이비 시터 비용을 내야 하니 시급을 더 달라고 할 순 없죠. 그러나 그동안 제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것은 매니저도 알고, 동료들도 알고 있으니 제 가치 평가를 다시 해 달라고 요구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물론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가 되면 당연히 시급은 올라요. 현재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 포지션인 가가양의 시급을 우연찮게 나나양을 통해서 듣게 되었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받게 될 예상 시급을 알 수 있었거든요. 사실 주는대로 받아도 불만없는 시급이지만 전 제 가치를 제가 직접 정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급 협상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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