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만에 나타난 세포라 매니저가 대뜸 저를 부르더니 스탁룸으로 향하더라고요.
사실 나나양도 그 전에 스탁룸으로 불려가서 청소 안하고 손님과 노가리 깐다고 혼나고(?) 온걸 봤던 저로서는 긴장이 안될수가 없었습니다. 아~ 진짜 중년의 나이에 일하면서 누군가에게 혼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러지 않을려고 정말 쉬지 않고 일했고요. 그렇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매니저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전에 "매니저가 나를 싫어하나봐"의 포스팅을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제가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고, 저희 휴식 시간을 챙겨 주지도 않으며, 제가 직접 휴식 시간을 챙기기 위해 휴식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최대한 빨리 다녀와" 라고 답했잖아요.
2022.11.22 - [미국 생활기] - 미국 세포라 일기- 매니저가 나를 싫어하나봐
제가 이런 것들로만 매니저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요, 몇개의 말하지 못한 에피소드가 더 있었어요.
에피소드 1
입사한지 두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유니폼을 안줘서 가가양에게 유니폼 언제 받는거냐고 했더니 아직 신청 안했냐며 자기꺼 새로 신청할건데 같이 신청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다음날 휴무인데도 계약 서류 때문에 직접 오피스로 오라는 사무직원의 연락을 받고 갔는데 마침 세포라 매니저가 오피스에 있길래 제가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인사를 받지도 않고 아무말도 없이 사부작 사부작 캐비넷에서 뭘 찾더니 저에게 아무말도 건네주고 나가는데 그것이 유니폼이였어요.
아니... 꿀 드셨쎄요??? 왜 말을 안하냐고요!!!
에피소드 2
제가 입사한지 한달쯤 되었을 때 화이트닝에 좋다는 꼬달리 세럼을 살려고 동료들에게 말을 했더니 트레이닝 프로덕트 (교육용 견본 제품) 아직 안 받았냐며, 그 안에 꼬달리 화이트닝 세럼 정품 사이즈가 들어 있으니까 매니저에게 말해서 달라고 하라더라고요? 꼬달리 뿐 아니라 세포라에서 잘 나가는 인기제품들 위주로 1200불 (150만원) 상당의 제품들이 들어 있어 꼭 받고 싶기도 해서 용기를 내어 세포라 매니저에게 물어 봤어요.
그날 마침 컴퓨터로 매니저에 대한 평가 설문을 하는 날이여서 오피스에 있었는데 절 도와 주러 매니저가 왔길래
"저... 물어볼게 있는데 저 트레이닝 프로덕트 받을 자격이 되나요?" (혹시 파트타임이라 못 받는 것일수도 있으니?)
그랬더니 제 얼굴은 쳐다 보지도 않고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예스!"
그러고는 침묵이 흘렀어요.
예스 뒤에 뭐라고 부연 설명이 나와야 하지 않나요? 언제 주겠다라든가, 어떻게 해야 주겠다 라든가... 그렇게 아무말 없이 몇분간 잠자코 있더니 " 트레이닝 프로덕트 셋트가 몇개나 남았는지 모르겠네" 하더라고요.
세포라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 교육용 견본 제품이면 당연히 받아야 하고, 이미 제가 받을 자격이 되냐고 물었을 때 된다고 했으면 몇개가 남았든 단 한개라도 남았으면 저에게 줘야 하는거잖아요? 그런데 몇개나 남았는지 모르겠네 라며 혼잣말 하듯히 저를 앞에 두고 한다는 것은 주기 싫다는 간접 표현처럼 느껴졌어요.
그러고 또 몇분이 지나니 오늘 클로징 누구랑 하냐고 묻길래 가가양과 함께 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또 침묵!! 혹시 제가 말한 걸 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 오늘 클로징은 가가양이랑 해요" 라고 했더니
"트레이닝 프로덕트는 가가양은 건네 줄 수 없고 나랑 콜스 매니저가 클로징할 때만 건네줄 수 있어"
아니 이 얘기를 이렇게 뜸들이면서 몇분씩 침묵 하다가 해야만 하는 얘기인가요? 그날은 매니저 둘 다 클로징이 아니니 받을 수 없다는걸 알게 됐고, 이후로도 세포라 매니저 또는 콜스 매니저와 함께 클로징을 여러차례 했지만 트레이닝 프로덕트를 주지는 않더라고요.
트레이닝 프로덕트 그깟게 뭐라고 이런 비굴한 기분을 느껴야 하나 싶어 에잇! 까짓거 없어도 돼! 하며 그냥 제가 필요했던 화이트닝 세럼을 내돈내산 했답니다. 결국 트레이닝 프로덕트는 입사한지 두달이 훨씬 지나서야 받긴 받았어요.
아무튼 지금껏 40평생을 살면서 이런 캐릭터의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어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특별히 제가 잘못한것도 없고, 저를 싫어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면접 때 저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인상을 주셔서 그런 매니저의 태세 전환에 당황 스럽고, 심적으로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매니저가 저를 싫어하거나 말거나 전 제 할일만 묵묵히 하다가 집에 가면 끝~ 견디기 힘들면 그만 두면 끝! 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마음을 비워내고 매니저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상님의 비석에 절도 하는데 멀쩡히 눈에 보이는 저 매니저한테 인사 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올 때 갈 때 인사나 열심히 하고 매니저와는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거리를 두고 일을 했죠.
그러다 몇주동안 매니저와 만날 일이 없어 맘 편히 지내다가 스탁룸으로 불려가게 됐으니 '드디어 나 짤리는건가?' 하며 쫄래쫄래 따라 갔더니 매니저가 눈치를 챘는지
"너, 큰일난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스탁룸에서 저에게 던진 첫 질문이..
"내가 없는 동안 매장은 어땠어?"
아니...이런 질문을 왜...저..에게?!?!?! 우린 그런 사이 아니잖아요?!?!?!
질문의 의도도 모르겠고, 뭘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고작 파트타임인 저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질문을 한다는건...
'난 너를 나의 쁘락치로 정했어' 이거나 '내가 믿을 사람은 너뿐이야' 이거나...
근데 전 매니저가 없다는것도 모르고 일을 한 바보 멍텅구리였다는 사실 ㅋㅋㅋㅋㅋㅋ
단지 우리의 스케쥴이 어긋나서 못 만나는 줄 알았지 매니저가 다른 매장에 가서 일하고 있는건 알지도 못했는데 매장 돌아가는걸 눈여겨 봤을리가 있나요?
그래서 제가 드릴 말은
"뭐... 전 제 할일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랬더니 뭐 특별한 일은 없었냐길래 특별한건 모르겠고, B양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니 매니저가 좀 챙겨봐줘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B양이 직접 그렇게 말했냐고 , 그래서 넌 뭐라고 답해줬냐고 묻길래
어차피 우린 여기 모두 일하러 온거니까 자기 일에만 집중하라고 했다고 했더니 매니저가
"그래, 잘했어. 항상 중립을 유지해! 너도 알다시피 다~ 어린 애들이잖아. 어린애들 싸움에 휩쓸리지 말고 넌 항상 균형을 유지해 "
???
으응?? 그 차갑고 눈길 안 주고, 말도 안 섞던 매니저가 왜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걸까요? 뭔가 매장내 동료들 사이에 감도는 긴장감을 알아차린 것 같긴한데... 제가 원하는 답을 해 준 것 같지도 않은데... 갑자기 저를 보호할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건 뭐죠?
면접 이후에 차갑게 태세 전환을 했다고 믿었던 매니저는 이날 이후로 갑자기 다시 한번 저에 대해 태세전환을 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그때도 몰랐고 사실 지금도 모릅니다.
그냥 스탁룸에서의 대화는 저걸로 끝이였어요.
그리고는 그 다음부터 매니저가 저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인사를 하면 정말 잘 받아 주고요,
심지어 퇴근할 때 저에게 "Have a good day"를 한다니까요?!?!?!?
그리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부모님 얘기, 형제 얘기...
차가운 시선으로 절 지켜 보기만 하던 매니저의 마음의 문은 어떻게 이렇게 열리게 된걸까요?
미국 세포라 일기 시리즈 다음 얘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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