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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나의 승진 소식에 기뻐 하는 동료와 분노하는 동료

by 스마일 엘리 20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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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협상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11월 1일에 저희세포라 매니저가 저의 승진 발표를 공식적으로 할 예정이여서 그 전까지는 다른 동료들에게는 이 사실을 함구하고 있었습니다.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던 건 콜스 매니저, 세포라 매니저 그리고 오퍼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뷰티 리드 어드바이저 라라양(부매니저급) 뿐이였어요. 이 모든 일은 10월 중순과 말에 걸쳐 진행되었고 11월을 약 사흘 정도 앞두고 있던 날!

저희 세포라 직원들은 일할 때 모두 스탁룸 열쇠를 지급 받아요. 이 열쇠는 마스터키라서 모든 스탁룸 뿐만 아니라 매장 내의 제품이 보관되어 있는 모든 선반 서랍도 열 수 있어서 출근하면 키를  대여 받고, 이름과 반출 시간을 쓰고 싸인을 합니다. 그리고 퇴근전에 반납 후 다시 한번 싸인을 해야 해요. 

그러나 매니저와 수퍼 바이저들은 자신만의 키를 가지게 되고 대여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다른 동료에게 빌려줘서도 안되고 각자의  책임하에 관리되어야 합니다. 저도 이제 세포라에서는 수퍼 바이저급이 되었으니 저만의 키를 받게 되었고 더이상 키를 대여하고 반납할 필요가 없어졌죠.

그래서 퇴근 시간을 입력하고 나가려는데 나나양이 저를 부르더니 제 키를 자기가 대여하고 싸인할테니 키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키는 대여 받은 키가 아니라 제 키를 줄 수가 없잖아요? 게다가 그 이유는 곧 제가 풀타임 포지션이 된다는 것을 밝혀야 하고, 그럼 분명 나나님의 심기가 불편해 질 것이 뻔한데...생각지 못하게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려서 얼버 무리듯

“이건 내 키라서 빌려 줄 수가 없어,  미안해”

라고 했더니 

"뭐?? 넌 니 키가 있다고?!?! 왜?!?!"



이걸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어쩔지 몰라 난감해졌습니다.  분명 나나양이 자기가 아닌 제가 이 리드 포지션이 되었다고 하면 기분 나빠할게 뻔하고, 그럼 저와 나나양의 관계도 어색해 질 것 같아서 차라리 공식적인 발표로 알게 되기를 원했거든요. 물론 그렇게 들어도 절대 괜찮지 않을거라는 것이였겠지만요.

우물쭈물하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다시 한번 다그치듯

"왜 너만 니 키가 있는건데?" 

에잇!! 머리 굴려봐도 나올게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습니다. 

"실은 나 풀타임 포지션이 됐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나양의 동공 지진을 보고 말았습니다.

"풀 타임 포지션은 뷰티 리드 어드바이저 포지션만 될 수 있다고 했는데?" 

" 맞아, 나 뷰티 리드 어드바이저 포지션이야" 

"WHAT?!?!?!"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던 나나양은

" 리드 포지션이 오픈 됐었어?? 언제?? 그런데 왜 콜스 매니저는 나한테 아무말도 안했지?" 

"글쎄... 난 모르지 (저야 정말 모르는 일이죠. 그 포지션을 나나양에게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 포지션이 오픈 포지션이였는지 그냥 내부 승진 포지션이였는지... 전 그냥 매니저가 오퍼를 했고, 거기에 수락만 했을 뿐이니까요) "

"우린 이미 리드 포지션인 가가랑 라라가 있잖아" 

"맞아, 나도 걔네랑 같은 리드 포지션이 되는거야" 

실눈을 뜨고 뭔가 괘씸하다는 표정을 짓던 나나양은 아주 건조한 목소리로

"엘리, 축하해, 니가 잘 되서 기뻐" 

라고 맘에도 없는 인사를 하더라고요. 진심이 너무 안 느껴지는 이런 인사는 처음 받아 봤지만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면서도 그렇게 예의상 인사를 건네는 나나양의 심정을 알기 때문에 좀 미안한 마음도 들고, 또 좀 무섭기도 했어요. 직장에서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이 일로 인해 나나양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는건 아닐까 걱정이 됐거든요.  그리고 매니저가 공식 발표를 하기 전에 제가 직접 나나양에게 말하는 바람에 괜히 문제를 만든 것 같아 이 일을 라라양에게 보고 했습니다. (매니저는 그날 휴무) 

라라양은 

" 나나양이 이 일에 불만이 있다면 세포라 매니저나 콜스 매니저에게 직접 얘기해야지.  하지만 엘리, 걱정하지마!  이 포지션은 니가 노력해서 얻은 거야, 다른 누구보다 넌 자격 있는 사람이야" 

라라양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불안하더라고요. 나나양이 이 포지션을 원해 왔다는 것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나나양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도 있었죠. 왜냐면 평상시의 그녀의 말 속에는 저를 얕잡아 보고, 제가 자기를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뼈 있는 말을 종종 해 왔었거든요. 제가 나나양과 같은 또래 였다면 그런 말들이 기분 나쁘고 상처가 됐겠지만 저보다 훨씬 어리고, 그렇게 말하는 나나양이 오히려 제 눈에는 아직 한참이나 어린 꼬꼬마 같은 느낌이라 그냥 웃어 넘길 수 있었던거죠. 하지만 나나양은 지금 이 상황을 받아 들이기 힘들고 굉장히 자존심이 상할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음 근무 스케쥴 때 그녀를 만나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걱정이 됐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날아든 문자 메세지 

"엘리, 승진 축하해, 너가 퇴근하고 나서 알게 됐어, 안그럼 직접 축하해줬을거야. 정말 잘됐어, 열심히 일하는 니가 정말 자랑스러워! 너랑 함께 일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될때마다 생산적이고 끝내주는 날이 될거라는 걸 아니까 신나. 넌 1000% 그럴 자격있어. 이제 너랑 더 자주 일할 수 있게 된다니 정말 신난다!" 

나나양과 절친인 가가양이 아마도 나나양에게 소식을 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가가양의 메세지에는 진심이 가득한 축하 메세지였어요. 가가양의 메세지에 다시 한번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저의 휴무일이라 볼일을 보고 집에 막 도착했는데 매장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또 누군가가 결근을 해서 땜빵 출근 해 달라는 전화인가 싶어 받았더니 저희 매니저가 직접 전화를 해서는

"엘리, 가가양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 들었는데, 너 괜찮니? 이런일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해" 

헐~~~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죠?? 

저희 매니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정말 저희 매니저의 성격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을거예요. 그 정도로 감정 표현이 없고, 차가운 사람이거든요. How are you? 라고 물어도 절대로 " 넌 어때?" 라고 되물어 주는 법도 없고, 좋아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Have a good day라고 답 인사도 안 해 주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런 공감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였습니다. 

물론 나나양의 태도로 인해 좀 껄끄럽고, 불안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제가 마음의 깊은 상처를 받을 만큼 큰 일은 아니였기에 

"전, 괜찮아요, 그냥 나나양이 좀 속상해 하는 것 같았고, 왜 그 포지션을 자기한테는 오퍼하지 않은건지 궁금해 하는 것 같았어요" 

"엘리, 그 포지션은 오픈 포지션이 아니였어, 넌 승진 한거야, 넌 열심히 일했고, 심지어 남들이 아무도 안 하는 일도 혼자서 하고, 지시대로 일하는 유일한 사람이였어. 니 노력으로 얻어낸 자리야. 그러니 나나양 일은 신경 쓰지마" 

이렇게 매니저가 직접 전화해서 저에게 말을 해 주니 정말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걱정 됐던 마음이 '좀 더 당당해져도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이날 이후로 나나양과 스케쥴이 겹치게 되어 만나게 되었지만 언제나처럼 나나양은 저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었고, 휴무가 겹치는 날은 함께 밥도 먹으러 가고 쇼핑도 갔어요. 그래서 전 나나양에게 저의 승진 소식이 생각보다 충격적이진 않았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두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놀라운 진실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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