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를 몇주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단지 스케쥴이 달라서 못 보는줄 알았지 매니저가 다른 매장에 가서 일을 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이 멍텅구리는 그저 매니저와 부딪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내심 좋았어요. 그렇다고 일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고요.
정말 매니저가 저를 싫어하는건지 아닌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함께 일하기 껄끄러운 상대가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든 흠 잡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항상 마음에 새기고 철저하게 지키고자 했던 몇가지가 있어요.
1. 절대 결근이나 지각 하지않기- 제 세포라 취업기에도 썼지만 전 인터뷰때 지각을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로 인해 지각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도록 더더욱 지각, 결근에 신경 썼습니다.
2. 할 일이 눈에 보이면 미루지 않고 하기 - 할 일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모른척 하면 그 일을 하라고 부탁을 받게 되잖아요. 전 그러기 전에 그냥 제가 했어요. 누가 시켜서 일을 하는 것보다 제가 알아서 하는게 더 나으니까요.
3.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내가 하기- 일을 하다 보면 '우리 모두의 일' 임에도 불구하고 하기 싫은 일이 있잖아요? 번거로운 일, 힘든 일, 그래서 모두가 하기 싫어 하는 일. 제가 일하는 세포라에서는 우선 화장품 매대 대청소가 그런 일 중에 하나이고요, 종이 가방 리필 하는 일 ( 상자가 창고의 제일 상단 선반에 있어서 높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그 무거운 상자를 내려야 해서 아무도 안 할려고 하는 일이죠), 판매된 상품 재고 채워 넣는 일 (일일이 매대 서랍을 열어서 구부리고 앉아 물건을 찾아야 하고, 그걸 꺼내서 채워 넣는 일을 수십번을 해야 하니 다들 해야 하는 일인줄 알면서도 판매에 집중하며 일부러 이 일을 안하려고들 하죠. 중년의 나이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루에 수십번씩 하니 도가니 나갈 것 같아 너무 두렵지만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 있기에 제가 시간 채우며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거라 위로하며 그냥 합니다 ㅠ.ㅠ
)
4. 시킨 일은 시킨대로 하기- 제가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가가양이 (리드 뷰티 어드바이저) 클로징 하는 날 제가 해야 할 업무들을 알려 줬어요. 그리고 워크 시트에 제가 어떤 일들을 끝냈는지 기록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워크 시트에는 제가 클로징을 하면서 해야 하는 일들이 리스트로 나와 있어서 그것을 다 했으면 체크 마크를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매일 매일 그 워크 시트를 펼쳐 놓고 리스트를 체크하면서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4개월이 넘도록 그렇게 하는 사람을 단 한명도 못 봤어요. 9명의 멤버가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리스트에 체크 하는 사람은 오직 저 혼자 뿐이더라고요. 그렇게 하라고 시킨 가가양 조차도 하지 않음요. 그래서 이걸 계속 해야해? 말아야 해? 하고 의문이 들었지만 윗사람이 하라고 시켰으니 아랫것은 시킨대로 해야 나중에 할 말도 있는거겠지 싶어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전 뭐든 리스트를 만들고 계획적으로 하는걸 좋아해서 이런 스타일로 일하는 방식이 저랑 잘맞아서 오히려 좋았고, 또 습관이 되어서 안 할 이유도 없었어요.
5. 누가 있든 없든 일하는 시간 동안은 일에 집중하기 - 일에 익숙해 지고, 혼자서도 대부분을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저혼자서 클로징을 맡게 되었어요. 보통 저녁 시간대인 7시부터 9시까지 두시간 정도는 저 혼자서 매장을 책임지고 모든 것을 다 해야 했는데 8시부터 9시까지는 클로징 업무인 재고 보충, 비품 보충, 계산대 정산등으로 바쁘지만 7시에서 8시 사이는 좀 한가하거든요. 모든 일들을 끝내고 손님도 없는 시간이면 청소를 하거나 일하면서 불편을 느꼈던 곳을 일하기 쉽도록 정리를 한다던지 했어요. 제 책 '엘리네 미국집'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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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라벨링을 워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라벨링이 살림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고 함께 생활 하는 가족 구성원 또는 직장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편안하게 해 주는것은 물론이고 정리 정돈 된 시스템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방법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한가한 저녁 근무 시간에 한 일은요...
매대 아래에는 이렇게 재고가 들어 있어요. 판매된 제품을 이 서랍에서 찾아서 재고 보충을 해줘야 하는데 도대체가 제품 하나 찾을려면 저기 묶여 있는 제품들 일일이 하나씩 다 들여다 봐야 하고, 막 파헤쳐야 해서 재고 보충하는데만도 시간이 엄청 걸려요. 이걸 쪼그리고 앉아서 해야 하는데 혼자서 재고 보충을 해야 한다면 이 짓을 하루에 백번은 해야 한다는거죠. (심지어 며칠 전 나나양과 B양이 근무한 날 아무도 재고 보충을 하루종일 안해서 150개가 넘는 재고 보충을 다음날 해야 했다는것!!! ) 그러니 다들 보고도 못 본척 안하려고 하는 일 중에 하나!!
그래서 이렇게 빈 상자를 만들고 각 상자마다 라벨링을 했어요. 라벨링을 보면 한눈에 어느 제품이 어느 칸에 들어 있는지 아니까 곧바로 필요한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한거죠.
세포라 콜렉션의 리퀴드 파운데이션인데 제품 색상이 바닥에 표시 되어 있어서 재고 찾을 때마다 일일이 뒤집어서 봐야 하고, 색상도 다 섞어 있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지... 이걸 칸을 나눠서 색깔별로 분류를 하고 한눈에 색상을 알아 볼 수 있도록 제품을 뒤집었어요. 서랍 열자 마자 한눈에 보이니 속이 다 시원해졌어요.
이곳도 색깔별로 분류하고 라벨링 한 후 색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다 뒤집어 놨어요.
이 작업 후에 모두들 난리가 났어요. 일이 너무 쉬워졌다고... 동료들의 사랑 고백도 들었어요. 저보고 사랑한대요. 특히 오퍼레이션 담당인 라라양은 사랑 고백과 더불어 제가 최고라고 특급 칭찬을.. ㅎㅎㅎ
이건 제품이 세일에 들어가면 붙이는 가격표인데 1불 부터 200불까지 있는 스티커예요. 그런데 바쁘게 일을 하다 보니 원하는 가격표를 찾아서 스티커를 떼고 나면 제자리에 다시 끼워 넣지 않고 그대로 두다 보니 금액들이 다 섞여서 원하는 금액 찾을려면 저 많은 스티커를 다 헤집어 봐야 해요. 정말 8불짜리 스티커 찾는데 4~5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어찌나 답답하고 짜증이 나던지... 그런데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매니저 였다는... 그래서 10불 단위로 스테이플로 묶고, 라벨링을 했어요.
원하는 가격표가 있으면 책 처럼 필요한 페이지를 바로 열어 볼 수 있도록요.
이런 작업들이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시간을 단축 시켜 주고,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모든 동료들이 훨씬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죠.
그리고...
제가 쉬지 않고 계속 매장에서 왔다 갔다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 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세포라 매장엔 저 혼자 뿐이였지만 콜스 매장의 직원들과 슈퍼 바이저들, 그리고 로스 앤 프리벤션 부서의 (도난 방지 부서) 담당자. 이 분은 영상실에서 카메라로 도난을 지켜 보는 분인데 도난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도 계속 지켜 보게 되죠. 직원들이 일을 하나 안하나 지켜 보는게 주요 업무는 아니지만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하는 제 모습이 꽤 인상적이였나봐요?
몇주간 매장을 비웠던 저희 매니저에게 글쎄 제 얘기를 했다지 뭐예요? 정말 쉬지 않고 일을 한다고... 매장에 아무도 없을때도 혼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고.
그리고 또 매니저가 저에게 그동안 제가 클로징을 하면서 체크했던 워크 시트를 보여주며, 콜스 수퍼 바이저가 이걸 보고 너무 인상 깊었다고 했대요. 아무도 안 하는데 저 혼자서만 이걸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해? 말아야 해?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얼마나 다행이였던지...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지만... 그리고 아무도 안 보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저를 지켜 보던 눈과 귀가 곳곳에 있었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매니저는 매장에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전해 듣고 있었고요. 이게 매니저의 태세전환의 이유가 아니였을까요? 진실은 매니저 본인만 알테니...
그런데 그 진실이 중요한게 아니였어요. 그 보다 더 중요한건 저를 지켜 보던 눈과 귀 덕분에 저에겐 또다른 기회가 찾아 왔답니다.
미국 세포라 일기 다음 얘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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