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 매니저가 되면 널 꼭 데려갈거야

by 스마일 엘리 2023. 2. 10.
반응형

세포라에서 일을 한지 몇개월이 지나고 동료들과도 꽤 많이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 중에서 근무 시간 외에 사적으로 만나 얘기를 나누고 밥을 먹으며 더 친하게 된 나나양. 

사실 나나양은 정말 말을 너어~무 잘하기도 하지만 말이 너어~무 많기도 해요. 그래서 그냥 나나양의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대화도 나눠 본 적 없는 콜스쪽의 동료들 얘기까지 다 듣게 돼요. 그렇다고 뒤에서 누구 험담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고요, 쉬지 않고 재잘 재잘 하다보니 쓸데없는 남 얘기까지 다 하는 스타일이예요. 그렇다고 남 얘기만 하겠어요? 쓸데없는 자기 얘기도 엄청 많이 해요. 그런데다가 자기애도 강하고, 자존감도 높아서 그 누구도 자기보다 뛰어날 수 없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귀여운 아가씨죠. 

왜 제가 귀엽다고 하냐믄요, 우선 얼굴도 너무너무 예쁘고 귀엽고요, 하는 짓도 귀엽고 무엇보다 저보다 22살이나 어린... 제가 일찍 아이를 낳았다면 딸이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의 동료이기 때문에 그녀의 쉬지 않고 재잘대는 모습이 마치 조카 같기도 하고요 (나와 인종이 다른 사람이 딸일수는 없으니..ㅎㅎ) 높은 자존감으로 항상 본인이 잘나고, 다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는게 밉지 않고 귀엽게 받아 들여지더라고요.  아마 제가 나나양과 같은 또래 였다면 "쟤 뭐야? 쫌 재수탱이 같애!!!" 했겠지만 왜 내 자식이 자기 잘났다고 나대면 "오구 오구 그래~ 우리 아들이 제일 잘났지!!!" 하는 마음이 들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그냥 흐뭇하게 그녀의 얘기들을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주고, 오히려 제가 띄워주기도 많이 해요. 사회생활 경험이 어린 아가씨에게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지!! 당연히 너여야지, 너 말고는 없지' 이렇게 용기를 복돋아 주는게 앞으로 그녀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너무 띄워줬나봐요??? 

어느날 같이 제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우리 세포라 매니저 얘기를 하면서 

"내가 매니저가 되면 그렇게 매니징 하지 않을거야, 콜스 매니저가 나한테 탑셀러니까 나중에 다른 곳에 세포라 매장 오픈하면 매니저 시켜 준다고 열심히 하라고 했어" 라며 들떠서 얘길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오오~ 그럼 너 매니저 되는거야? 그래, 너는 탑셀러니까 자격 충분해, 넌 좋은 매니저가 될 것 같아" 라고 맞장구 쳐줬죠. 그말에 신이 나서 나나양은 그날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지금의 매니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 계획이랄까 김치 국물이랄까 구분이 안되는 말들을 쏟아 내더라고요. 

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전 갑자기 휴대폰 밧데리가 방전 되었다며 저희집에 잠시 들러서 충전을 하고 가도 되냐기에 집에 들어와서 충전을 하는 동안 엘리's cafe 긴급 개장해서 씌원한 아이스 라떼 한잔을 대접했죠. 

그렇게 저희집을 둘러 보던 나나양이 갑자기 저에게 

"엘리, 새 매장 오픈해서 내가 거기 매니저 되면 나 너 데리고 갈거야. 너 '오퍼레이션' 포지션 줄게. 너 집 정리한거 보니까 '오퍼레이션' 포지션하면 딱이겠어, 날 위해 일할거지?"  (오퍼레이션 포지션은 세포라에서 사진 교체와 디스플레이를 교체하고 리콜 제품 처리, 반품 제품 등록 처리를 담당하는 lead (선임) 포지션 중 하나예요. 부매니저 같은 포지션이죠.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니 이 꼬마 아가씨 왜 이렇게 당차고 귀여운가요? 지금 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매장의 존재하지도 않는 포지션의 유니콘 잡 오퍼 받은거 맞죠? 

솔직히 좀 웃기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했어요. 

매니저가 된 것도 아니고, 지금 현재 그녀와 전 같은 시기에 같은 파트 타임으로 입사한 동등한 동료인데... 지금 절 지 아랫것으로 두고 시켜 먹겠다는 얘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콜스 매니저가 새로운 매장 오픈하면 매니저 시켜 준다고 정말로 말을 했다고 쳐도 그 매니저 자리가 저희 지점 매니저가 시켜 준다고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닐텐데요. 면접의 기회를 줄 수는 있겠지만요.  

자존감 높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나나양이니 세포라 매니저 포지션 따위 맘만 먹으면 할 수 있어라고 믿는 것도 당연하다 싶어서 깔깔 웃으며 "그래, 널 위해서 일할게, 꼭 오퍼레이션 포지션 시켜줘 알았지? " 라고 답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기가 매니저 되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날 꼭 데리고 가고 싶다니... 내가 나나양의 눈에도 탐나는 직원인가 싶어 약간의 뿌듯함도 들었달까요? ㅎㅎㅎㅎㅎ 

나나야, 그 유니콘 포지션이 현실이 된다면 지금 한 약속 잊지마!!!! 

 

아차차!!!! 그리고 여러분!!!! 저의 두번째 책, '엘리네 미국집' 책이 인쇄에 들어갔답니다. 아마 2월중으로 세상에 나올 것 같아요. 책에 관한 포스팅은 다음 포스팅에 자세히 할께요~ 기대해 주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