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같은 직장에 일하는 동료끼리 자신의 시급이나 연봉은 묻지 않는게 예의예요. 왜냐면 같은 동료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능력과 경력, 그리고 시급 (또는 연봉) 협상 능력에 따라 제각각이거든요. 그래서 나와 똑같은 포지션의 일을 하고 있는 동료가 나보다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기 저하가 되고,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끼리 서로 급여 공개를 해서 불공평하다고 급여 인상을 요구하게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서로 묻지도 않고, 얘기 하지도 않................지만 인간사가 그렇게 되던가요 어디?
에라이 모르겠다, 내꺼 깔테니 니꺼 까봐!! 하고 나오면 내가 받는 급여 비례해서 상대는 얼마나 받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적게 받고 있음 억울하니 알아야겠다 싶어 까버리는거죠.
하루는 나나양이 일주일 근무 스케쥴이 너무 적어서 돈이 안된다며 불평을 하더라고요. 일주일 평균 12시간 스케쥴을 넣어주는데 새로 입사한 S양은 자기보다 근무 스케쥴이 더 많아서 일주일에 15~18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다며 불공평하다고 하소연을 하는거예요. 새로 입사한 S양은 세포라 오픈할 때 지원을 했지만 18세가 안되어서 세포라에 채용되지 못하고, 콜스에 채용되어서 일을 하다가 18세가 되면서 세포라로 매장 이동을 한 케이스였는데 뷰티 업계의 경력이 없어서 시급을 적게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나나양의 불만을 해소해 줄겸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제 나름 분석해서 의견을 살짝 제시했어요.
" S가 경력이 없어서 시급이 적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시급이 적은 사람에게 더 많은 스케쥴을 주는 것이 비용 절감이 되니까 그래서 S가 너보다 근무 스케쥴이 더 많을게 아닐까??? " 라고 했더니 바로 수긍하며
" 그래, 맞아, S 시급이 나보다 적어, 니 말이 맞는것 같아" 하더니 은근슬쩍 시급 얘기에 시동을 걸더라고요?
" 너 입사할 때 시급 협상했어?"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전 따로 시급 협상을 하진 않았죠. 그냥 희망 시급을 레쥬메에 써 냈을 뿐이고, 면접 때 매니저가 제 희망시급보다 적은 금액을 얘기하며, 그 금액으로 받게 될거다 해서 "눼에눼에" 했는데 막상 제 희망 시급에 맞춰진 오퍼 레터를 받았으니 딱히 시급 협상을 했다고 할 수는 없어서 그냥 주는대로 받았다고 했죠. 그랬더니 안타깝다는듯 왜 시급협상을 안했냐며 자기는 제시한 금액이 맘에 안 들어서 원하는 금액인 xx.xx불을 안 맞춰 주면 일할 수 없다고 했더니 결국 그 금액에 맞춰줬다는거예요. 근데 그 맞춰줬다는 금액이 실은 제가 받고 있는 시급보다 적더라고요.
'자기가 매니저 되면 날 자기 밑에서 일 시키겠다는 나나양인데, 내가 자기보다 더 많이 받고 있는다는걸 알면 자존심 센 나나양이 열받겠구나...' 하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훅 밀고 들어 오는 나나양
"그래서 넌 얼마 받는데? 꼭 깔 필요는 없어" ㅋㅋㅋㅋㅋㅋ 꼭 깔 필요는 없는데 왜 물어 그럼?
이걸 어찌해야 하나 하다가 나나양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도록 이 위기의 순간을 넘겨야겠다 싶어서
"나도 너랑 똑같은 금액 받아" 라고 답했어요.
나나양 보다 많이 받는다고 말하면 분명 충격 받을것이고, 그렇다고 나나양보다 적게 받는다고 말하기에는 제 자존심이 허락치 않더라고요. 아무리 제가 미국에서는 대학교도 안나온 외국인이라지만 한국에서 지방이래도 대학도 나오고, 그동안 나름 직장 생활을 한 경력도 있는데 20대 초반의 짧은 사회 경력의 나나양 보다 적게 받는다고 말하는건 싫었거든요.
그래도 나름 나나양의 기분을 배려해서 동등한 파트 타임이고, 동등한 입사 동기니까 나나양도 공평하게 느낄거라 생각해서 똑같은 금액을 받는다고 대답했는데 나나양의 반응은...
"뭐???? 너도 이 금액을 받는다고??? 에잇, 그러면 난 더 달라고 했어도 될 뻔 했네!!!!!!"
어라????? 이건 반전인데????
이거슨.... 나나양에게 나의 학력과 경력과 사회 경험을 무참하게 짓밟힌 기분이랄까요? 그녀가 저와 동등하다고 느끼길 바랬던건 저의 헛된 희망이였고요, 나나양은 저를 자기 아래로 보고 있었던거였어요. 왜?!?!?! 아마도 제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 이민자라서겠죠.
그녀는 제가 뷰티 업계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자기가 일한 경력보다 훨씬 더 길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왜 제가 동등하다고 생각은 못할 망정, 자기보다 아래였을거라고 생각한걸까요?
그녀를 위로해 주고자 꺼낸 시급 얘기에 결국 저에 대한 그녀의 본심을 알게 되어버린 씁쓸한 날이였습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빴냐고요? 아니요~
그냥 자존심 세고, 자존감 높고, 자신을 제일로 사랑하는 나나양의 캐릭터라면 그렇게 생각하는게 이상할 것도 없다 싶어 그저 나이많은 중년 아줌마는 그냥 웃어넘겼지요.
그리고 일기장에 단 네 글자를 남겼지요.
가.소.롭.다.
*** 저의 두번째 책 '엘리네 미국집'이 다음주쯤이면 서점에 입고될 것 같아요!! 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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