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 사태를 지켜 보면서 미국도 빨리 코로나 대책을 세워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수족구 감염으로 학교를 일주일 쉬었고, 저와 남편은 부비동염? (코로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들긴해요. )으로 항생제를 10일치 복용했지만 가래와 인후통만 나아졌을 뿐, 기침은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가슴이 짓눌리는 통증이 있어요. 그리고 저번주부터 와플이가 고열, 설사, 구토로 다시 학교를 가지 못했고, 릴레이처럼 그 다음은 제제가 고열, 설사, 구토를 했고, 그리고 어제부터는 남편이 똑같은 증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어서 다음은 제 차례인가?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타민 C 열심히 챙겨 먹으면서요. 코로나 테스트 받기가 사법 고시 패스 보다 어려워서 걸렸다면 자가 면역으로 이겨 내고, 안 걸렸다면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3월이 되면 제가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하던 일도 거의 다 끝났고, 그동안 너무 바빠서 하고 싶었던 것들 못했던 것들, 애들 학교 보내놓고 혼자서 천천히 저만의 시간을 즐기며 하려 했는데... 운도 지지리도 없지... 3월 들어서자마자 애들이 아프기 시작해서 학교를 안가더니 이제 학교 보내도 되겠다 했더니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휴교령이 내려와 다시 꼼짝없이 묶인 몸이 되었네요.
미국의 타주의 돌아가는 상황들을 보면서 손세정제가 곧 동나겠거니...했지만 저희 동네는 정말 시골동네라 손세정제가 쌓여 있어서 전혀 위기감을 못 느끼고 있다가 한두개 정도 준비 해 놓을까 하고 마트에 갔더니 그 많던 손세정제가 어느샌가 다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갑자기 위기의식이 화악~ 들면서 그날 6군데의 스토어를 돌며 손세정제를 구하러 다녔어요. 결국 조앤 이라는 크래프트샵에서 휴대용 세정제 마지막 하나 남은거, 집에 가는 길에 주유소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서 휴대용 2개를 구했어요. 다음날 홈디포에 휴대용은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10개를 구입해서 친구들과 나눴고요. 휴대용이라 일주일도 못 쓸 양이지만 어쨌든 외출 자제하면서 가끔 나갈 때만 사용하면 저희 가족이 당분간을 쓸 수 있겠다 하며 위안했고요.
그리고 며칠 뒤 정말 터질게 터져 버렸죠. 학교 휴교령이 되면서 마트로 모든 사람들이 몰려 사재기가 시작되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애틀란타에 살고 있는 클럽에이의 작은 언니가 애틀란타의 상황을 알려 주셔서 저는 그나마 남들보다 빨리 마트에 가서 당장 필요한 것들은 살 수 있었는데, 휴교령일 발표되고 난 오후에 장을 보러 갔던 친구들은 물이며, 기저귀며, 계란, 우유등 다~ 동나고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엔 특이한 상황으로 휴지가 이상하게 품귀현상이였는데,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3번의 허리케인을 겪으며 사재기 현상을 3년간 목격했지만 한번도 휴지가 동난적은 없었거든요. 오히려 휴지는 사재기 품목에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코로나에는 유독 화장실 휴지가 제일 먼저 동났어요. 제 뇌피셜로는 (근거없단 얘기) 중국에서 제일 먼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중국에서 휴지 품귀 현상이 있었고 그게 소문을 타고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휴지를 사재기 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인들도 군중심리에 이끌려 함께 휴지를 사재기 한게 아닌가 싶어요. 군중 심리를 무시 못할게, 저 역시 휴지는 전혀 살 생각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휴재를 사기 시작하고, 텅빈 진열대를 보니 휴지를 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함이 생겼거든요. 결국 휴지는 당시에 구하지 못했어요. ㅠ.ㅠ
당장 사람들이 몰려서 재고가 부족한 현상이라 곧 물건이 채워질거라 생각하며 일주일을 기다렸고, 학교 안가는 아이들과 쿠키 만들기를 하고 싶어서 보니 밀가루와 버터가 없더군요. 일단 동네 페이스북에서 마트에 물건 상황을 전해듣고, 밀가루와 버터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덜 찾는 멕시칸 마트는 물건이 좀 있을거라는 말에 멕시칸 마트를 가 보았지만 또띠아를 만드는 옥수수 가루와 빵에 발라 먹는 버터 스프레드만이 남아 있을 뿐...
그러다 번뜩 모제스 레이크에 다 쓰러져 가는 콧구멍만한 일본 마트가 있어요. 진짜 2평 정도 되는 아주 작은 가게인데 혹시나 해서 가 봤더니 버터가 2개 남았더라고요. 두개 다 사오고 싶었지만 혹시 저 처럼 마트를 헤매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일단 한개만 사 왔어요. 이제 '밀가루 구하기 작전'만 성공하면 되는데...
동네 친구들한테 밀가루가 보이면 꼭 저한테 연락 달라고 동네 방네 소문을 내 놓고 '항시 대기중' 모드로 생활했어요.
물론, 제 발로 매일매일 마트를 아침 저녁 두번씩 다녀 왔고요.
휴교령 내린지 1주일이 지난 상황인데, 식용유 전멸~
파스타 소스 전멸~
쌀, 콩, 라면 전멸~
무엇이 진열되었던 선반인지 모르겠으나 냉동 식품의 많은 선반들이 텅 비었고요.
피자도 전멸이였는데, 일부 물량을 채워 넣은것 같네요. 텅빈 선반과 진열대만 보다가 물건이 들어온 걸 보면 지금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어요. 그래서 일단 피자 두개 집어 들었어요.
밀가루 사러 왔는데 밀가루 선반도 텅텅~ 비었네? 하다가 후광이 비치는 저 밀가루 한봉지 발견!!! 잽싸게 뛰어가서 얼싸 안았는데 밀가루가 줄줄줄~ 알고보니 뒤가 터진 "뒤가 구린 밀가루" 였어요. 어쩐지!!! 밀가루 뿐만 아니라 빵 만드는 재료인 이스트도 동나고, 베이킹 소다도 동 났더랬어요. 여전히 이스트는 없지만 베이킹 소다는 재고가 들어와 있어서 한팩 카트에 담았어요.
팬케이크 믹스도 평상시엔 가득 가득인데... 남아 있는게 이 정도...
마트의 상황은 이러했고, 집안의 상황은... 어쨌든 애들과 바쁘게 보낼려고 노력중이예요.
여긴 모래사막 지역이라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려와 문 앞에 소복하게 쌓이거든요. 뒷마당에서 비누방울 놀이하라고 쥐어주고 열심히 빗자루 들고 모래를 쓸어담고 있으니
"애미야, 모래 쓸어담기 놀이, 그게 더 재미있어 보이는구나~" 하며 둘다 비누방울 내 팽겨치고 뛰어와 제제는 모래를 쓸고, 와플이는 모래를 담고, 일당 50, 둘이 합쳐 100을 하네요.
그 사이에 눈도 내렸고요.
마트에 갔다가 밀가루 코너도 아닌, 엉뚱한 코너에 홀로 남겨진 선반 잃은 밀가루를 친구가 발견해서 제가 생각나 얼싸 안고 카트에 담았다는 긴급 연락이 왔어요.
밀가루 구하기 작전 성공! 그래서 이날 하루는 쿠키 만들기로 떼워보기로 했어요.
반죽만 제가 하고, 밀대로 밀기, 쿠키 커터로 찍기는 아이들이 전부다 알아서 하게끔 했어요. 쿠키 못 먹어도 좋으니 그냥 쿠키 반죽 가지고 몇 시간 놀아 줬음 하는 마음으로다가...
오오~ 근데 와플이가 제법 진지하게 하더라고요.
쿠키 커터로 찍어 내는 것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찍고요.
제제의 쿠키 반죽은 찰흙 덩어리로 신분 세탁 후 마침내는 똥덩어리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직행 ㅠ.ㅠ 그래도 촉감 놀이, EQ발달에 미미한 도움을 줬을거라 믿으며...
자기네들이 만든 쿠키가 오븐에서 구워 지고 있는걸 보고 있는 중.
이 애미의 프로페셔널한 오븐 온도 설정으로 퍼펙트하게 구워진 쿠키 (하트 쿠키만 보시라요~ ㅋㅋ)
제일 먼저 하트를 집어 들어 이 애미에게 사랑을 전하는 와플이~ 그 사랑 변치 않길 바래!!!!
쿠키 반죽을 똥덩어리로 만들기 전에 남긴 제제의 미키 마우스 손 쿠키. 자기가 만든거라고 딱 집어서 저것부터 먹었어요.
늬들이 만들어서 더 맛있지???
쿠키 만들기 했더니 반나절이 후딱 가더라고요. 만들고, 굽고, 간식으로 먹이고, 씻기고 하니 저녁시간. 이렇게 하루 잘 떼웠고요. 매일 매일이 오늘은 뭐하고 보내나~ 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서 차고앞에서 초크로 낙서하기
제제는 그냥 선만 쭈~욱 긋더니 장난감 자동차 가지고 와서 저 선을 따라서 자동차를 밀며 자알~ 놀았어요.
와플이는 또 진지해짐.
와플이가 진지해지면 제제는 꼭 따라함요.
그래서 저도 같이 좀 진지해져서 풍선을 그리고, 와플이에게 누워 보라고 하고 사진 찍기!!!
이 단순한걸 와플이가 너무너무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도 그림 그리고 사진 찍어 달라고. 이건 KFC 치킨 상자래요.
천사 날개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지만 이 사태는 언제쯤이면 진정이 되는걸까요? 이러다가 쭈욱 방학으로 이어져 9월 개학때까지 이 사태가 계속될까 걱정이예요.
다들 우울하고, 힘든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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