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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코로나로 격리중인 어린이들을 위한 미국인들의 신종 이벤트

by 스마일 엘리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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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휴교령과 본격적인 stay at home 오더가 떨어지면서 아이들은 기약없는 방학을 맞이했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stya at home 오더는 대부분의 상점과 가게는 영업을 중지하고, 생활에 필수적인 상점들만 영업을 허용하며, 일반 시민들은 불필요한 외출과 만남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도록 하는것으로 일종의 능동적 자가 격리를 하라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시간은 넘쳐 나는데 친구들을 만나 놀 수도 없고, 집에서 엄마가 놀아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 아이들은 심심해 죽어, 엄마들은 지쳐 죽어, 온 가족이 우울해, 결국 미국 대국민이 우울해 질려던 참에 시작된 신종 이벤트!!! 

 

그것은 바로!!!!

"베어 헌트" (곰 사냥) 입니다. 

창가에 곰인형이나 봉제 인형들을 올려 두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잠시나마 우울한 기분을 잊고, 서로 힘내자는 무언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들은 동네에 곰인형이 올려진 집들을 찾아 내는 "베어 헌트" 놀이를 즐길 수 있고요. 친구들을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놀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거리 유지하기를 실천하면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신종 이벤트인거죠. 

사실 저는 이 이벤트를 예전에 제가 살던 블러프턴의 페이스북에서 보게 되었어요. 역시나 주민들이 동네를 위해서, 이웃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본격적으로 베어 헌트를 다니는 가족들의 포스팅이 올라오면서 부러운 마음이 있었답니다.  

곰인형을 발견했다는 포스팅도 올라 오고요. 

심지어 대형곰을 내 놓은 집도 있었대요. 

이건, 이 동네에서만 하는 이벤트인가 싶어서 구글 검색을 해 보았더니...

블러프턴 지역에서만 참여하는 이벤트가 아니더라고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베어 헌트'가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서 이웃들을 어떻게 이어주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루이지애나, 보스턴등에서도 참여하며 미국 전체에 점점 확산되고 있었어요. 

그러더니 여기 이 시골마을 모제스 레이크에도 마침내 '베어 헌트' 참여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페이스북에 베어 헌트 이벤트에 대한 내용이 포스팅 되면서 곰인형이나 봉제 인형을 창가에 올려 두고, 도로 이름을 올려 두면 아이들이 부모들과 차를 타고 다니면서 베어 헌트를 하자는 내용이였죠. 

그래서 얼른 테디베어와 이스터 버니를 창가에 올려 두었죠. 

희망의 메세지로 풍선도 달고요. 

그리고 며칠 째 집콕 하며 집 밖을 벗어나지 못했던 아이들과 차를 타고 곰 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냥 차를 타고 창가에 올려진 곰을 눈으로 구경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베어 헌트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오늘 몇마리의 곰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목표를 정하고, 종이에 숫자를 50까지 써서 줬어요. 곰 한마리씩 발견할 때 마다 표시하기로 하고요. 

우리집에서 한마리 찾았으니 일단 1에 체크 표시 하고 시작합니다. 

오랫만에 집 밖에 나가는것도 즐거운데 베어 헌트라 하니 그게 딱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신날것 같은 예감으로 마냥 즐거운 제제 ㅋㅋㅋ

저의 예상은 역시나 맞아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초집중력을 발휘해서 창가의 곰인형을 발견할 때 마다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소리를 질렀어요 ㅠ.ㅠ 

많이 못 찾으면 어쩌나 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집들이 참여 하고 있었어요. 

그저 창가에 곰인형 하나 올려 놓은 것 뿐인데, 이게 아이들에게 이렇게 큰 즐거움이 될 줄이야!! 

이 이벤트에 참여한 이웃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감동이기도 했어요. 

곰인형과 함께 메세지를 써서 붙여 놓기도 하고요. 

어떤 곰들은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질 않아서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매의 눈으로 찾아내는 아이들. 역시 숫자판을 손에 쥐어준 게 큰 효과가 있었어요. 

이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 했지만 와플이가 발견해서 집계 숫자에 포함됐어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파괴되고, 경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미국인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어요.  

참 가슴 따뜻해 지는 이벤트죠? 

이렇게 해서 오늘 와플이는 26마리의 곰을 찾았어요. 숫자가 아닌 곳에 체크를 한 것은 곰인형이 아닌, 봉제 인형만 올려 진 곳이 있어서 곰을 찾은 것이 아니니 숫자가 아닌 여백 위에 표시를 한거래요. 꼼꼼한 녀석 같으니라고~ 

이웃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오늘 곰사냥은 성공적이였답니다. 와플이 제제도 너무너무 즐거웠대요. 

그나저나 오늘은 또 이렇게 떼웠는데... 내일은 또 무엇을 하며 애들과 놀아야 할까요? 

코로나 덕에 제 인생 이력서에 '오락 반장' 경력을 추가 해야 할 듯 합니다. 밤 마다 애들 즐겁게 해 줄 액티비티 찾느라 인터넷을 헤매고 다니고 있거든요.  조만간 그동안 애들과 집에서 한 액티비티들 모아서 또 포스팅 할게요. 우리 서로 공유해서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긴긴 방학인듯 방학아닌 방학 같은 시기를 즐겁게 견뎌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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