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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노가다가 체질! (벽걸이 TV 선 가리기 프로젝트)

by 스마일 엘리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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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년전부터 블로그 포스팅 할려고 고이고이 모아둔 에피소드들 이제부터 하나씩 방출해 보렵니다. 

작년에 이사하고, 미국 독립 기념일 세일을 맞이해 새 TV 구입했던거 아시죠? 그때 제가 미국에서 쇼핑할 때의 꿀팁 포스팅 해드렸잖아요. 

2021.06.15 - [미국 생활기] - 물어보기만 해도 꿀이득, 미국 쇼핑 팁

 

물어보기만 해도 꿀이득, 미국 쇼핑 팁

제가 미국에서 서비스직에 일해 본 경험이라고는 미국 마트 알바 8개월 정도 뿐이였지만 그 짧은 8개월의 경험으로 배운 것들을 지금까지 실생활에서 알차게 써먹고 있으니 참~ 좋은 경험이였다

smileellie.tistory.com

 

그때 TV 구입하고, TV를 올려 둘 미디어 테이블을 찾다 찾다 맘에 드는걸 못 찾아서 결국 같은 디자인의 더 큰 사이즈로 구입한 얘기도 어느 포스팅에선가 했던 기억이.... 

아무튼 그렇게 새 TV를 구입하고, 좀 더 큰 화면으로 영화 보니 좋드라고요. 그런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게 문제... 처음 며칠간은 사이즈가 업그레이드 된 TV에 만족했지만 그새 그 사이즈에 적응해 버려 더이상 크다는 생각은 없고, 그냥 제일 큰걸 살걸 그랬나? 하는 욕심이 들었지만 아차차!!! 어차피 큰거 사도 TV 모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그새 까먹은거죠. 

아무튼 그동안 벽걸이 TV를 벽에 모시지 못하고, 이름값이 아깝게 미디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가 드디어 벽에 달기로 했습니다. 사실 남편한테 빨리 벽에 걸자고 했는데 괜히 자기가 잘못해서 TV떨어지면 어쩌냐고, 차라리 전문가에게 맡기라며 차일 피일 미루더라고요. 결혼생활 10년이면 개떡같은 소리에 담긴 진심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서 고로 자기는 하기 싫다는 말. 

그래서 동네의 목수 아저씨에게 의뢰를 했습니다. 이분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30년 직장 생활 은퇴하시고, 지금은 소일거리로 이 동네 이웃들의 자잘한 것들 보수하고, 고쳐주고, 리모델링 해 주면서 용돈벌이 하는 분이신데 이사 오자마자 싱크대 하부장 선반을 서랍형으로 만들어 준다고 광고 하시길래 의뢰를 해서 친분을 쌓았거든요.  

결국 이 목수 아저씨의 도움으로 벽걸이 TV의 제 이름을 찾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목수 아저씨께서 보기 싫은 저 TV선은 어떻게 할거냐고 저에게 다음 작업을 따내기 위한 밑밥을 깔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사실 전 이미 계획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제가 할거라고 저의 계획을 전문가 아저씨에게 말씀드리기에는 좀 부끄럽더라고요. 사실 해 본 적도 없어서 생각한대로 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앞에 소품으로 대충 가리죠 뭐~ 했더니 

"천장에서 전기선을 따와서 TV콘센트랑 인터넷 케이블을 TV 뒤로 숨길 수 있는데 어때요? "( 원래 벽난로에 TV를 걸도록 디자인 되어 있어서 콘센트는 벽난로 위 정중앙에 있고, 인터넷 케이블은 벽난로 옆에 매립되어 있어요)  라고 하시길래 생각을 좀 해 보겠다는 완곡한 NO를 했어요. 그리고는 아저씨가 돌아가신 후, 바로 작업 개시!!! 

저의 계획은 TV뒷쪽 벽 구멍 두개 뚫어서 선 뒤로 넣은 뒤에 다시 빼내어 그냥 TV 아래에 있는 콘센트에 연결하는 것이였거든요. 

그리고 집이 지어질 때 벽 뒤의 나무 기둥의 위치나 수도 파이프등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골조 공사 단계때 꼼꼼하게 비디오를 찍어 두었어요. 그래서 비디오 돌려 보면서 나무 기둥이 어디 있나 파악했는데 하필 이 벽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받쳐주는 벽이라 나무 기둥이 많더라고요. 나무 기둥이 없는 넉넉한 벽면에 구멍을 뚫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TV선이 짧아서  아래 콘센트까지 닿지도 않고요.  너무 기막히게도 약 8센치 정도? 밖에 안되는 그 나무 기둥 사이에 정확하게 8센치 정도 너비의 구멍을 만들어야 했어요. 

벽 뒷면의 나무 기둥을 찾아주는 기계인 stud finder가 있지만 약간의 오차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나무 기둥 사이를 벽을 투시해서 보듯이 뚫을 수는 없기에 운과 감과 기술의 삼위일체가 필요한 상황!!!

stud finder로 조심스레 천천히 신호를 읽으며 뒷쪽 기둥 위치를 파악하고, 신호가 없는 그 부분을 표시한 후에 벽을 칼로 잘라내기 시작했습니다. 

칼이 쑥~ 뒤로 잘 들어가는거로 봐선 잘 찾은 듯 했는데.... 마지막에 뭔가 칼 뒷쪽에 걸리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아아아악!!!!!  구멍의 반은 나무 기둥 뒤에 있었던거!!!!!  큰.일.났.다!!! 

이 구멍 어쩌지?!?!?!? 

 

 

아, 그냥 목수 아저씨게 부탁드릴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잠시 들었지만...

'8센치 너비에서 나무 기둥을 찾았으니 이 기둥만 피하면 나무 기둥이 없는 8센치 구멍을 낼 수 있는거잖아??'

역시 위기는 늘 기회가 됩니다. 

짜잔~ 그래서 결국 나무 기둥을 피해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나무 기둥과 나무 기둥 사이의 구멍을 성공적으로 뚫었습니다. 

이게 왜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냐면요...

이렇게 구멍을 예쁘게 마감해 줄 커버 사이즈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딱 나무 기둥 사이에 들어가는 사이즈였거든요. 뒤에 나무기둥만 없다면 좀 더 넉넉한 구멍을 내면 훨씬 쉬운데, TV의 짧은 선 때문에 구멍을 내야 하는 위치가 딱 좁은 나무 기둥 틈 사이 밖에 없었고, 하필 그 틈의 너비가 저 커버 매립 부분 사이즈와 정확하게 일치 했던거예요. 

일단 들어가는 구멍은 잘 뚫었고, 커버도 잘 매립했고, 이제 나오는 구멍만 잘 찾으면 되는데... 들어가는 구멍을 찾아서 뚫었으니 그 아래 그대로 내려와서 구멍을 뚫으면 실패할 일이 없겠죠? 

그래서 그렇게 뚫었는데.. 

여러분!!! 집은 완벽할 수 없다는거 아시나요? 나무도 완벽할 수 없고, 모든것이 완벽하게 직선으로 떨어지는 것도 없고, 벽이 완벽하게 180도로 평평할 수도 없고, 코너벽이 완벽하게 90도일수도 없다는거 알고 계셨나요?  제가 직접 이런 저런 공사를 해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사람이 하는 일이고, 또 자재가 완벽하지도 않고(특히 나무 자재는 아무리 일자로 잘랐어도 나무의 특성상 휘기도 하고, 습도에 따라 수축도 있고요) , 그외에 자재가 환경적인 영향 (온도, 습도등) 을 받기도 해서 절대로 집이 완벽하게 지어지는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나무 기둥 틈 사이, 약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 사이를 그대로 직선으로 내려와서 구멍을 잘 뚫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는 약간의 오차로 나무로 가려졌더라고요. 하아!!!!!!! 아마도 나무가 휘어서 그런것 같아요. 

이렇게 살짝 옆 부분이 나무로 가리게 돼요. 그럼 케이블 구멍을 덮는 커버가 다 안들어가게 되거든요.  이건 또 다시 구멍을 뚫을 수도 없는게 TV선 길이 때문에 딱 이 위치여야만 했어요. 그래서 나오는 구멍의 커버는 정말 구겨 넣다 시피 해서 어떻게 저떻게 넣긴 했는데 완벽하게 매립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찝찝하고 신경이 쓰이지만 어차피 미디어 테이블에 가려서 안 보일테니...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그나저나 잘못 뚫은 벽 사진을 남편에게 보내 줬더니 집에다가 무슨짓을 한거냐며 눈물 질질 흘리는 이모티콘을 보내 왔길래 

" 벽 구멍 메꾸는 건 나한테 일도 아니니까 걱정마" 라며 여유 넘치는 쌍따봉 이모티콘 날려주고 보수 공사 들어갔습니다.  

벽 메꾸미 사서 잘 펴발라 주고 잘 말려서 페인트칠도 잘 했어요. 저희집 벽의 벽면은 울퉁불퉁한 텍스쳐가 있는 벽이라 벽 메꾸미로 메꾸면 벽이 스무스 해져서 텍스쳐 스프레이를 따로 뿌려 줘야 하는데 TV 때문에 스프레이 작업은 당장 못하고 나중에 집 이사 갈때나 되면 할 수 있겠죠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됐죠 안그래요? 

 

그렇게 나홀로 벽 뚫고, 벽 메꾸고 씨름하다 보니 전 제 적성을 드디어 찾은 것 같아요. 

알고보니 노가다가 체질이더라고요. 

초보 노가디안의 선정리 작업 치고는 봐줄만 하지 않나요? 

아, 그리고 제가 바쁘다 바쁘다 하는데 뭐가 그리 바쁘냐면요... 1층 화장실 리모델링 했고요. ( 나 혼자서!!! ), 그 이후에 2층 세탁실 리모델링 했고요 (나 혼자서!!!) 또 최근에 2층 화장실 리모델링 했고, 지금도 여전히 작업중이고요 (나 혼자서!!)

2 층 화장실 리모델링 중. jpg

오늘부터 2층 게스트룸 리모델링 하거든요 (나 혼자서!!! )  바빠서 미치겠쒀요!!!!!! 왜냐면 책 작업도 해야 하니까요. 거기다가 애들 학교 끝나고 오면 액티비티도 따라 댕겨야 하고, 액티비티 끝나고 오면 저녁 해서 먹여야 하고... 

그럼에도 집 리모델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제 책을 사서 볼 독자들에게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인테리어의 교과서 같은 책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때문에요. 

그래서 전 오늘도 노가다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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