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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한국 귀신과 미국 귀신의 문화 차이 (넷플릭스 life after death 죽음 너머를 읽다 를 보고....)

by 스마일 엘리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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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쯤인가? 어쩌다가 유투브 알고리즘에 끌려가서(?) 보게 된 빙의, 무당 관련 방송들... 한번 보기 시작했더니 알고리즘이 끝없이 관련 영상들을 자꾸 눈앞에 들이 밀어서 한동안 엄청나게 봤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영가를 불러 들여서 사연을 듣고, 한을 달래는 그런 영상들이 뭐랄까 너무 제 기가 빨린달까? 그래서 일부러 그런 영상들을 피해서 잊고 있었다가 며칠 전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life after death (죽은 너머를 읽다)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삐삐!!! 경고 !!!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보실 분들은 먼저 보시고 글 읽어 주세요) 

 

전 다큐 덕후이고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미국 헐리우드의 유명한 젊은 총각 영매의(그런데 게이!!! 아깝쓰~)

(아, 게이가 아니였어도 나랑 엮일 일은 없었을테니 덜 아깝쓰~) 이야기라 궁금해서 봤어요. 

영매가 죽은자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산 자에게 전해주는 것이니 우리나라의 무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거잖아요. 그래서 한국 무당과 미국 무당은 어떻게 영가와 접촉하는지 비교도 해 보고 싶었고요. 

이 영매의 이름은 타일러인데, 영가와 접촉하는 방법은 한국 무당이랑 비슷한것 같아요. 한참 한국의 무당 관련 영상을 볼 때 몇번씩 들었던 얘기가 그날 점사 보러 올 사람에 대한 정보를 전날부터 알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관련 영가가 미리 와서 무당 주변에 맴돌거나 무당이 그 영가를 미리 느끼거나 관련 정보를 떠올리는데, 타일러의 경우도 그래요. 의뢰인을 만나기 전날 이미 그 영가를 보거나 관련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느낌을 받거든요. 

그리고 접신을 할 때도 한국 무당들은 영가를 불러 들여서 접신을 한다며 몸을 부르르 떨거나 눈꺼풀을 파르르 떨고 몸서리를 치기도 하는데 타일러도 접신 한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영가를 읽을 때 (영어로 reading한다고 표현하더라고요) 몸을 떨고 몸서리를 치고 눈꺼풀을 떨더라고요. 그래서 아~ 미국 영매도 접신할 때는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구나 알 수 있었어요. 

또 영가가 죽을 당시의 고통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것도 한국 무당이나 미국 영매나 똑같았어요. 목이 졸린 영가를 접신한 무당은 켁켁 거리면서 숨을 못 쉬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독극물을 먹고 죽은 영가를 접신할 때는 악취가 난고 하는 영상을 봤는데 타일러도 폐암으로 죽은 사람을 만날 땐 가슴을 아파하고, 담배 중독자의 영가를 볼 때는 기침을 유난히 많이 하고 그러더라고요. 

확실히 영가를 접신하는 방법을 보면 한국 미국이 같은 패턴을 보이는걸로 보아, 전 '귀신은 있다!!! 그리고 이들이 거짓을 얘기하거나 꾸며내는 것이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요...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미국 귀신과 한국 귀신의 큰 문화 차이를 발견했지 뭐예요? 

 

우선 한국 귀신은 한이 깊게 서린 민족답게 죽어서도 왜 그렇게나 한풀이를 하는지... 제가 본 한국 무당들의 영상들은 죄다 접신하면 그렇게나 목 놓아 울면서 억울하다, 분하다, 슬프다, 춥다, 배고프다 하며 살아 생전의 한풀이를 하더라고요. 제가 이런 장면들 때문에 너무 기가 빨려서 그만 보게 됐거든요. 아, 물론 억울한 죽음들도 있고, 살아 생전에 불행해서 그럴수도 있죠. 

그런데 미국 귀신들은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도 초긍정 고스트들임요. 타일러가 리딩한 사연들 중, 친구에게 배신 당해서 총 맞아 죽은 영가, 라스베가스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 영가, 교통사고 뺑소니 피해자 영가, 의료사고 영가 (너무 슬프게도 다섯살 아이가 마취제 과다 투여로 그냥 잠자듯이 가버림 ㅠ.ㅠ) 자살 영가들인데 귀신들이 하나같이 너무 유쾌해요. 다들 살아 있을 때의 성격 그대로 춤도 추고, 귀신이 아재개그도 치고, 드립도 날리고 그래요. 당연히 그 아재개그나 드립, 춤은 살아 생전에 자주 하던 것들이라 그 얘길 하면 의뢰인들은 금방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그 영가가 누구인지 알아 보고요. 

그리곤 죽었을 때의 상황을 얘기 하지만 하나같이 다들 자신은 지금 너무 행복하고 괜찮다고 해요. 억울한 죽음을 당해서 그것을 잊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을 되려 위로하며 그렇게 과거에 묻혀 사는걸 원치 않는다며 나는 행복하니까 너도 그 일에 벗어나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해요. 

그리고 한국 귀신들은 죽어서도 꼭 밥 먹어야 하고 술 마셔야 하고 제사상 받아야 하는, 역시나 밥으로 시작해 밥으로 끝나는 한국인 특유의 밥심 고스트들이라, 밥으로 산 자한테 위로 받고 저승 가는데, 미국 고스트들은 또 너무 해피 고스트, 오케이 고스트들이라 되려 산 자를 위로해 주고 떠나요. 밥 얘기 술 얘기 1도 없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건 무당들이 굿값 벌기 위한 요소인가? ) 이제 그만 슬퍼하라거나 자책하지 말라거나 범인을 원망하지 말라며 초긍정 대인배 고스트들이라 되려 저승길에 먹으라며 피자 한판에 콜라 한잔 따라 줘야 할 것 같은???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도 이렇게나 문화 차이가 나는데 전 한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서 살다가 미국서 죽을 것 같은데 전 어떤 귀신이 될까요? 우리 와플이랑 제제한테 가서 제사상 차려 달라는 한국 귀신이 될지, 애들 앞에서 엉덩이 들썩이며 해피 댄스를 추며 엄마는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슬퍼 말라고 위로해 주는 해피 고스트가 될지... 죽어봐야 알겠죠? 전 그냥 죽어서 애들한테 제사상 같은거 안 받아도 되니 같이 사는 동안 즐겁게 맛있는거 함께 실컷 먹고 땟깔 좋은 귀신이 되어 애들 앞에도 안 나타나고 그냥 옆에서 지켜보는 존재감 전혀 없는 귀신이나 될래요. 

사실 life after death를 보고 귀신에 대한 비교를 했지만 그것보다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요, 너무 슬픈 가족간의 이별 (특히 다섯살 아이의 의료사고)은 정말 많이 울면서 봤어요. 그리고 사후 세계를 좀 더 믿게 됐어요.  이 다큐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수학여행에서 익사한 아이를 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타일러가 자꾸 나이가 엄청 많은 할머니가 떠오른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의뢰인을 만나서도 할머니가 보이는데 나이가 정말 많으시다고, 옷에 장식을 많이 하시고 작은 할머니라고 하는데 의뢰인이 그런 사람 모른다고 해요. 그래서 그 할머니 얘기는 일단 접어두고, 아이를 리딩하고 의뢰자와의 만남을 끝내고 차를 타러 가는 길에 갑자기 의뢰인의 옆집을 지나치다가 제작진을 급하게 불러요. 

그리고는 그 할머니가 이 집 주인의 친정 엄마인것 같다고 여기가 그 딸네집인것 같은데 할머니가 딸을 보고 싶어하신다고 집 주인을 불러 달라고 요청해요. 그래서 그 집주인을 불렀는데... 

타일러가 그 집주인에게 할머니 영가가 이 집 앞 포치를 자꾸 가르킨다고 하니까 그 딸이 너무 놀라면서 친정 엄마가 자기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다며 사진을 보여줘요. 소름~

할머니는 천수를 누리다 가신 너무나 유쾌하고 밝은 분이셨는데 평상시에도 악세사리를 좋아하셔서 항상 많은 악세사리를 걸쳤다며.. 

결국 타일러가 할머니 집 근처의 의뢰인을 만나러 갈 것을 알고 딸이 너무 보고 싶었던 할머니가 타일러 주변을 맴돌았던거죠. 타일러는 그게 의뢰인의 가족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의뢰인의 옆집 할머니였던 것!!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그리고 타일러가 영매일을 하던 옛장소가 중국 사원 같은 곳인데 그곳을 관리하는 분을 오랫만에 만나서 리딩을 하게 돼요. 그 관리하던 분의 친정 어머니 영가가 나왔는데 (원래 친정 어머니가 그 사원을 관리 했었음) 최근 불이 난 적이 있냐고 , 불이 나서 전소되었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불이나 열을 멀리 하라고 자꾸 말씀하신다고 하는데 그 의뢰인과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해요. 그런일 없다고... 그러나 타일러를 신뢰하니까 일단 계속 얘기를 하다보면 실마리를 찾겠지.. 라고 하면서 리딩을 계속 해요. 그런데 타일러가 떠난 그날 밤, 그 사원에 불이 나서 거의 전소되다시피 되어 버렸어요. 두번 소름~

타일러도 메세지만 전할 뿐이라 그게 지난 과거인지 앞으로 일어날 일인지는 몰랐던거죠. 너므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사후 세계데 관한 다큐멘터리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 보세요~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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