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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 중고샵에서 건진것들 보물일까 쓰레기일까?

by 스마일 엘리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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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솔직히 말하면 새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예요. 그래서 첫집을 살 때도 새집을 살 수는 없었지만 지은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3년 된 집을 샀고, 두번째 세번째 집은 8개월간 아파트 생활을 하더라도 새집을 사기 위해 기다렸던거예요. 물건도 중고를 사느니 새물건을 사는게 좋고, 가구를 사도 비싼 중고를 싸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싸구려 새가구를 사는게 좋았어요. 물론 지인에게 받는 중고 물품이야 내가 그 사람을 잘 알고, 그 물건을 어떻게 다뤘을지 알기 때문에 괜찮지만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어떻게 사용했을지 모를 물건을 사는 것은 찝찝했달까요? 특히 한국에서는 사연이 담긴 물건은 집에 들이는거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 가구 같은건 함부러 들이면 안된다고도 하니까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DIY에 재미를 느껴 작은 것부터 조금씩 만들다 보니 나중엔 가구도 도전해 보고 그러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20년 넘게 쓰시다가 돌아가셔서 처분한다는 커피 테이블과 협탁 셋트를 저렴하게 구입하게 됐죠. 그것들을 새로 페인트칠 해서 지금까지 5년 넘게 잘 쓰고 있다 보니 지금껏 제가 가지고 있던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쓰던 물건을 집으로 들이는 것이 찝찝하다' 라는 생각은 '그 누군가가 잘 썼던 가구를 내가 감사한 마음으로 더 잘 쓰고 있으니 돌아가신 원래의 주인이 더 기뻐할거야' 라는 생각으로 전환을 하게 됐고, 내 취향대로 리폼했으니 새가구를 저렴하게 얻은 기분이라 더 좋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중고에 대한 반감이 없어졌답니다. 

다.만... 미국의 중고샵에 가보면 '이것도 돈 받고 팔려고 내 놓은거야?' 할 정도로 뜨악한 물건들이 많아서 놀랄 때도 있지요. ㅎㅎㅎ 녹이 슨 숟가락, 부서진 화병, 약간 찢어진 커텐등등....  이 정도는 놀랍지도 않을 정도예요.  그런데 이런 물건들도 다~ 임자가 있더라고요. 녹이 슨 숟가락 셋트를 1불에 팔아도 그것을 밥 먹는 숟가락이 필요한 사람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페인트칠하거나 잘라서 무언가를 만드는데 쓰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 구입하고요, 찢어진 커텐도 창문을 가릴 커텐으로 구입하는게 아니라 그 커텐천을 잘라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사는 것이더라고요. 그러니 내 눈에는 쓰레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인거죠. 그 물건의 용도를 보는 눈이 다른 것이예요. 그래서 이제는 가끔 페이스북 마켓에 아무리 '뜨악' 한 중고 물품이 올라 오더라도 가격이 적당하다면 놀라지 않는답니다. 

아무튼 이런 마음 가짐과 눈으로 중고 물품을 보기 시작하면 중고품샵이 보물샵이 돼요. 예전에 중고샵을 몇번 가봤지만 정말 돈주고 사고 싶은 물건들은 없더라고요. 미국에는 유명한 중고 물품 체인점인 Good Will 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필요없는 물건을 사람들이 그곳에 기부하면 쓸만한 물건을 추려내 재판매 하는 곳이예요. 이 Good Will이 유명하니까 항상 이곳으로 중고 구경을 갔는데 늘 빈손으로 나오곤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옆동네의 로컬 중고샵에 갔는데 Good will과는 다른 분위기에 정말 동네 작은 중고 가게 같은 느낌이라 천천히 둘러 봤어요. 

그냥 이렇게 보면 정말 살게 없어 보이죠? 

이렇게 오래 되어 보이고 나에겐 쓸모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는 "드디어 찾았다" 하는 기쁨을 주기도 해요. 

피아노도 있고요. 심지어 주말에 이곳에 가면 어떤 분이 앉아서 피아노를 계속 연주해 주셔서 마치 골동상 카페에 온 느낌이예요. 사실 제가 이 중고샵에 홀린 이유가 이거였어요. 처음 이곳에 간 날... 중고샵인데도 굿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인데다 밖에는 비가 퍼붓는 소리가 들리는데 안에는 잔잔하게 피아노 소리가 들려와서 뭐지? 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피아노를 치고 계셨어요. 이런 느낌 처음인데 갑자기 심장이 쿵쾅대고 막 설레이더라고요. 아! 이 아저씨한테 반한건 아닙니다. ㅎㅎㅎ 아저씨 얼굴은 보지도 않았어욬ㅋㅋㅋ

뭔가 그런 감성적인 날에 감성적인 느낌을 준 중고샵이였어요.  

아이들과 와플이 아부지도 함께 갔었는데... 함께 갔었다기 보다는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잠깐 들리겠다는 제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온거.... 아이들도 왠지 이 스포츠 용품 코너에서 신나하더라고요. 

저에게는 필요없는 물건들이라 그냥 쓰윽~ 보고 지나쳤는데 아이들 눈에는 장난감 가게 같은 느낌인지 두리번 두리번 살펴 보더니...

와플이가 부릅니다.  노래말고... 엄마를.... 

이 스케이트 보드를 사겠대요. 살펴보니 상태도 아주 좋고, 심지어 바퀴에 불도 나오고 가격도 너무나 좋은 7.99불!!!  중고샵에서 보물을 찾는건 충분한 경험치와 마인드셋이 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니가 엄마보다 낫구나야!!!!  심지어 DIY 좋아하는 엄마 보고 컸다고 이걸 이대로 타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로 스프레이 페인트 칠해서 '나만의 스케이트 보드'를 만들겠대요.  이런 건강하고 예쁜 생각이라면 엄마는 당연히 밀어주겠쒀!!! 

오래된 중고 미싱을 발견하고는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싸우스캐롤라이나 살 때 이웃이였던 우리 마샤윤 언니.. 

언니네에 인테리어 데코용으로 오래된 중고 미싱이 현관 앞에 놓여 있었는데 더 멋진 중고 미싱을 페이스북 마켓에서 발견해서 혼자 가서 실고 왔다며 자랑하시던.... 이걸 보니까 그때 언니와 나눴던 수다가 너무 그립더라고요.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맞장구 치면서 수다 떨 수 있는 친구가 엎어지면 코 닿을데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이였는지... 

제가 요즘 화병에 꽂혔거든요. 그러던 중 발견한 이 화병. 색깔은 맘에 안 들지만 화병 모양이 너무 맘에 들어서 DIY하면 너무 예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중고 가격으로는 이 돈 주고 사고 싶다~ 정도는 아니였던거죠. 중고가 중고 가격이여야 사는 재미가 있는거지, 중고가 새 제품 가격이랑 그닥 차이가 안 나면 '에잇! 몇푼 더 주고 새거 사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냐면 전 어차피 저대로 사용할거 아니고 제 노동력과 시간과 재료를 들여 DIY해야 하니까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새것이 낫다는 생각... 중고샵 와서 기회비용 따위를 따지다니!!!!! 아직 마인드셋이 덜 됐나 봅니다. 

그러다 발견한 이 화병.. 예쁜가요? ㅋㅋㅋㅋ 

제 눈에는 사실 안 예쁘거든요. 그런데  이 화병 그대로를 보지 말고, 이 화병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를 볼 수 있다면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 화병은 보물찾기 놀이에서 보물이 되겠죠. 심지어 두군데나 깨져 있어도요. 

전... 보았습니다!!!! 그 가능성을. 그리고 이것의 가격은 그 가능성에 힘을 실어 주었씁뉘다!!!!!!  단돈 6.99불 그리고 저 정도 깨어진건 제가 충분히 고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저 화병의 모양과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래서 카트에 담았습니다. 어떻게 고쳐 쓸지 궁금하시죠? 나중에 다 완성되면 포스팅 할게요. 

이 책상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물론 이대로만 보면 촌스러운 책상이지만 새로 페인트칠하고, 손잡이 바꿔 달면 너무너무 예쁘고 고급스러운 책상이 될 수 있는데 게다가 가격도 49.99불이였어요. 제가 시간만 있다면 이거 고쳐서 팔수도 있을 것 같은데... 스아실 지금 너무너무 바빠서 시간을 쪼개 쓰는 상황이라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워요. DIY를 하는게 누군가에는 힘든 노동일 수도 있지만 저는 사실 이렇게 뭔가를 고치고 만드는 시간이 저에겐 힐링이 되기 때문에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진짜 저 책상 말그대로 업어 오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이런것도 중고지만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저렴하게 구입해서 몇년 가지고 놀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상태도 좋았고 가격도 좋더라고요. 아이들 어릴 때 저도 이런 제품 중고로 찾았지만 꼭 찾을 땐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 새제품을 샀었는데 아마 아직 안샀더라면 당장 카트에 담았을거예요. 

또 눈에 띄인 화병. 이 화병 모양도 너무너무 예쁘고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은 뭐 중고 가격으로 좀 욕심 낸 가격이네요. 8.99불이면 저렴하기야 저렴하죠. 근데 아니 제가 보는 유투버들은 죄다 어느 중고샵을 가길래 저런거 막 1.99불에 샀다. 2.99불에 샀다 자랑하는데 제가 동네 중고샵 다 뒤져봐도 1.99불, 2.99불짜리 화병은 바비 인형 요강 싸이즈던데 대체 어디서 그런 가격에 구입하는걸까요? 그래서인지 중고 화병 8.99불이면 에르메스 짝퉁 로고라도 달고 있어야.... ㅎㅎㅎ 

그래서 카트에 안 담았는데... 지금 포스팅 하면서 다시 보니... 저거 그냥 사러 나갔다 와야 할듯요. 페인트칠해서 쓰면 너무 예쁠듯한데요? 

이 중고샵 진짜 보물 찾기 하듯 쓸만한 물건들 찾아내는 재미가 있네요. 

그러다 발에 껌딱지 붙은듯... 나를 멈춰 세운 이것...

저 라탄벤치요. 

저 모양 그대로로 너무너무 예쁜데.... 

가까이서 보니 상태도 너무 좋고요, 모양도 너무 예쁘고... 가격은 49.99불로 충분히 수긍가는 중고가!!!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밖에 비도 너무 오고, 밥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저걸 실고 돌아다닐수도 없고 또 순간적으로 혹해서 쓸데없는 소비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좀 더 생각을 해 보기로 하고 그냥 두었습니다.... 

그러고도 이틀동안 눈에 아른거려 결국 혼자 가서 모.셔.왔.어.요.  이틀동안 생각 난다는건.. 샀어야 했다는 말!!! 제발 팔리지 않았길 바라면서 갔더니 다행히 있더라고요. 

이 보관함도 너무너무 맘에 들었는데 이건 DIY할 아이디어 떠 오르질 않고, 이대로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이대로는 저희집 어디에도 어울릴만한 공간이 없어서 그냥 내려 놓았어요. 가격도 좋았는데...

그리고 완전 득템한 화병

일단 형태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고요, 가격도 3.99불로 매너있는 중고가. 안에 구멍이 있어서 들여다 보니 거미줄에 엉망이였지만 깨끗하게 씻으면 되니까요. 이걸 품에 안고 너무 좋아라 하며 차에 탔더니 남편이 한마디 하더라고요. 

" 누구 유골 담았던 유골함이 아닌거 확실한거지?" 

으아니!!!!!!!!!! 이 사람이!!!!!!!!!!!! 

기분 좋았다가 갑자기 기분 화악~ 잡쳐짐요. 

왜 그런 생각을 했나 하고 살펴보니 화병 디자인이 너무 고대 유물처럼 보였나봐요. 최소 이집트 피라미드 옆 바닥 공사 현장에 묻혀 있었을 법한 색상과 문양!

그말 듣고 나니 저도 괜시리 찝찝해져 구글로 유골함 검색해 봤잖아요. 아놔~ 근데 유골함 디자인도 아닐뿐더러 유골함을 넣기에는 화병 입구가 너무 좁고 (화병 입구가 막혀 있고, 빨대 두개 정도 들어갈 정도의 구멍만 뚫려 있어요) 그리고 화병 아래로 구멍도 있고, 양 옆으로도 구멍이 있어요. 으응? 그런데 쓰다 보니 무슨 용도이길래 화병 아래에 구멍이 있는거죠? 화병이면 물을 담아야 하니 구멍이 없어야 하는게 맞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전 이 화병 깨끗히 씻어서 예쁘게 DIY해서 잘 쓸거예요. 그전에 누가 무슨 용도로 썼건... 그 전 주인에게 '감사히 잘 쓸게요'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죠. 그럼 이 화병도 저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 주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질것 없는 굿윌에 도네이션 하러 갈 때마다 일단 매장에 들어가서 꼭 둘러는 보는데... 결국 하나 건져 왔어요. 

굉장히 큰 화분인데요, 중고가로 16.99불이라 득템가는 아니지만 그 모양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이건 러스틱한 맛이 있어 그대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중고 마켓에 발을 처음 들인 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정말 쓰레기를 돈주고 산 경험도 있지만 이제는 좀 경험치가 쌓여서 중고품들의 가능성을 보는 눈이 생긴것 같아요. 

여러분들 눈에는 제가 구입한 것들 어때 보여요? 

1. 애미야! 쓸데없는데 돈 썼구나!!!

2. 애미야! 이제 그 가능성을  좀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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