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니 글쎄 우리 와플이의 여덟번째 생일 이야기를 안 했더라고요. 아이들 생일 만큼은 꼭 꼭 기록으로 남겨 두고,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한국어를 잘 할 수 있게 되면 제 블로그를 보고 옛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음 하는 바램이 있거든요. 특히 와플이는 제 블로그의 오래 된 포스팅 속의 아기때 사진을 보고 얘기 해 주면 너무 좋아해요. 폰 속의 사진은 그냥 사진들 뿐이지만 블로그속의 사진은 그날의 스토리가 들어 있어서 그런거겠죠? 특히 자기 생일 준비에 관한 포스팅들을 좋아하는데... 제가 작년을 너무 정신 없이 보내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우리 와플이 생일 포스팅을 안했길래 이제서야 올려 봅니다.
늘 해마다 자신의 생일 테마를 미리 알려 주고, 그 주제로 생일 파티를 해 달라는 녀석이 올해는 테마가 없는게 테마래요. 그냥 빨간 풍선과 흰색 풍선으로 장식하고, 케이크도 그냥 알아서 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새동네로 이사온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때인데다가 코로나 시국이라 2년전 처럼 가족들과 조촐하게 보낼 생각이였지만 이웃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생겼고, 먼저 제제의 생일 파티를 했었기 때문에 이웃 친구들만 초대해서 테마 없는 생일 파티를 하겠다는거예요.
이눔아!! 그게 제일 어려워!!! 차라리 콕 찝어서 뭘 해 달라고 하란 말이다!!!!
테마를 정해주면 관련 테마를 찾아서 하면 되는데 테마가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어떤 아이디어도 떠 오르지 않아서 난감하더라고요. 게다가 제제 생일 때는 마리오 테마여서 마리오 빙고 게임도 하고, 피냐타 터뜨리기도 하고 나름 액티비티도 준비했지만 똑같은 손님 초대해 놓고, 똑같은 이벤트 재탕은 아무리 꼬마 손님들이여도 너무 성의 없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어쩌나~ 고민하던 어느 날~ 아이가 넷인 이웃 엄마가 육아로 너무 지쳐 보여서 아이들 셋이라도 내가 데리고 와서 하룻밤 재우면서 좀 조용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어떨까 하다가 반짝 떠 오른 아이디어!!! 영화 보고, 하룻밤 우리집에서 아이들끼리 잠을 자는 무비 나잇& 슬립 오버 나잇을 테마로 하기로 했답니다.
와플이에게 이 테마의 생일 파티는 어떤지 물었더니 자기방의 티피 텐트에서 다 같이 자면 되겠다며 너무 좋아서 방방 뛰길래, 거기에 또 아이디어를 얻어 생일 케이크는 티피 텐트를 만들기로 했어요.
와플이의 요청대로 빨간 풍선과 흰색 풍선을 달고, 영화를 보는 날이니까 영화 보면서 먹을 수 있는 팝콘과 음료수 스낵들을 준비했어요. 물론 저녁 식사는 피자로 먼저 배를 채웠고요.
와플이와 제제 방에 있는 티피 텐트와 장식용 깃발을 떠올릴 수 있게 비슷한 느낌으로 티피 텐트 케이크도 만들었어요.
그나마 이번엔 시판 폰던트를 사용해서 손모가지 부상은 없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내 손모가지 함부로 걸면 안되겠드라고요.
우리집에서 하룻밤 자고 갈 아이들을 위해서 답례품 겸 잠옷으로 피카츄 잠옷도 준비했어요. 다같이 깔맞춤 해서 입혀 놓으니 올망졸망 어찌나 귀엽던지....
저녁 먹이고, 잠옷 갈아 입히고, 생일 축하송 부르고 선물 개봉식까지 잘~ 끝냈습니다.
제제 생일 때 지금까지 다녀 본 생일 파티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는 특급 칭찬을 들었는데 아이들 표정 보니 특급 칭찬은 아니더라도 일급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죠? 뭐, 집에 안가고 밤 늦게 까지 친구네 집에서 놀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즐겁겠어요?
드디어 영화 상영 시간!!!
집에서 늘~ 보는 영화지만 또 이렇게 친구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팝콘 먹으며 보면 더 꿀잼이잖아요?
영화 보고 양치 시키고 와플이 제제 방에 자라고 올려 보냈더니 여윽시나~ 밤 11시 반까지 안 자고 사부작 사부작 자기네들끼리 장난감 가지고 놀고 좁은 티피 텐트 안에 넷이 다~ 들어가서 자겠다고 몸을 구겨 넣고 뭐 그렇게 티격태격하다가 잠들었더라고요.
이웃은 애가 넷인데, 제가 셋째까지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 셋째까지 함께 보내라고 했는데 셋째는 아직 어려서 (이제 막 두돌이 지남) 엄마 없이 못 잘 것 같다며 둘만 데려가줘도 너무 고맙다고 셋째는 안 보냈더라고요. 사실 셋째는 제가 너무 귀여워 해서 하루 데리고 놀고 싶었던 거였는뎁;;;;
저도 우리집 아이들이 아닌 다른집 아이들을 보호자 없이 우리집에서 재운건 처음이라 좀 긴장했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즐겁게 잘 보내줘서 다행이였어요.
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로 와플 굽고, 과일 곁들여서 어메뤼칸 브랙퍼스트로 대령해 드렸고요.
깨끗하게 그릇 비우고, 와플 더 먹고 싶다 그래서 급하게 또 몇장 더 굽느라 아침부터 혼이 나가는 줄~ 우리 애들이면 대충 다른거 찾아서 먹이면 되지만. .. 집에 온 손님들이 생일 파티 다녀 왔는데 집에 돌아 가서 배 곯아 왔다고 하면 안되잖아요. ^^;;;
아침 식사 하고 또 영화 한편 때린다고 하시길래 2차 상영 해 드리고 그렇게 18시간의 무비 나잇& 슬립 오버 테마의 와플이 여덟번째 생일을 무사히 치뤘답니다.... 라고 다~ 쓰고 보니...
으아니?!?! 세상에!! 마상에!!! 우리 와플이 일곱번째 생일도 포스팅을 안했었네요?!?!?!?!
그래서 추가로 속성 껴넣기 포스팅!!!
와플이 일곱번째 생일은 아시다시피 2020년 무시무시한 코로나가 막~ 막~ 퍼지면서 코로나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와플이 아부지는 코로나 영향으로 지사가 폐쇄되는 바람에 실직을 하고, 실직으로 인해 새집 지어서 입주한지 8개월만에 집을 팔아야 했던 대환장의 정점을 지나던 그 시기였죠. 그래도 다행히 집을 내놓자 마자 팔게 되어 한시름 덜었지만 이삿짐을 싸던 중이였기에 와플이 생일은 이런 저런 사정을 설명하고 그냥 넘어갈까 했으나... 자기 생일에 꼬옥 벤10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던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뭐 이 시계의 다이얼을 돌리면 괴물처럼 생긴 것들이 나와서 악당을 물리치는 그런건데... 아무튼 생일 선물로는 이 벤 10의 시계와 벤 10의 케이크를 받고 싶다하니...
그래서 아무것도 준비 못해도 케이크만은 꼭 만들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자 해서 쌌던 이삿짐 주섬 주섬 풀어 헤쳐 베이킹 도구 찾아서 밤새워 벤10 케이크를 만들었답니다.
그냥 케이크만 올려 놓고 촛불 끄기 해도 되지만 또 우리 와플이 눈에는 그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뭔가 깔맞춤한 성의라도 보여야 할거 같아서 제제 생일 때 사용했던 연두색 테이블보 깔고 연두색 풍선 남은거 몇개 겨우 찾아서 불어서 테이블에 올려 놨어요.
차려 놓고도 너무 초라한 생일상이라 미안하더라고요. 그러나 그때는 이게 이 애미에게 정말 최선이였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와플이는 약속대로 자기 생일에 벤10 케이크로 축하 받을 수 있었기에 대만족이였지요.
와플이의 2년치 생일 포스팅을 뒤늦게서야 했지만 밀린 숙제 끝낸 것 같아서 개운한 기분이 듭...들려는 찰나... 3개월 뒤에 제제 생일이 다...가... 오...는걸 깨달아 버렸네요.
제제 고객님의 여섯번째 생일 테마는 무엇인지 생각난김에 물어 봐야겠어요.
2019.09.24 - [미국 생활기] - 포켓몬 테마의 엄마표 와플이 생일 파티
2018.10.01 - [미국 생활기] - 와플이의 다섯번째 생일과 아빠도 동참한 요괴 워치 케이크 만들기
2017.10.09 - [특별한 케이크] - 아들 생일을 위해 만든 슈퍼 와이 캐릭터 케이크
2016.10.10 - [특별한 케이크] - 아들 생일을 위해 엄마가 만드는 미니언 케이크
2015.09.25 - [특별한 케이크] - 아들 생일을 위해 엄마가 직접 만드는 타요 슈가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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