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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코로나가 의심되어 미국 병원을 갔더니...

by 스마일 엘리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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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컴백! 했습니다. 

이제 좀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아직 마무리 할 일들이 남았지만... 

그동안 남편은 아내를 잃은것 같은 느낌이였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슬슬 일상으로 돌아와 제가 손 놓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 하나 다시 돌보기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도 사실 할일이 태산이긴 해요. 아직 이사짐 정리도 다 못 했고, 와플이 숙제도 겨우겨우 봐주느라 같이 책 읽기도 거의 못했고, 집안 구석 구석 대청소도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해서 이제부터 또 프로젝트 마냥 구역을 나눠서 할 예정인데... 저의 관심을 받지 못한 많은 것들이 탈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이제 좀 숨 쉴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했더니 제제가 40도가 넘는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날은 와플이가 40도가 넘는 열이 나더라고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예민한 이 시국에 열이 나니 아무래도 "혹시?" 하는 마음이 생길 수 밖에요. 게다가 제가 사는 주는 워싱턴주, 미국에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제일 많은 주라 더 불안했어요. 물론 제가 사는 곳과는 3시간 떨어진 거리이지만, 저희 동네에 확진자가 안 나왔다고 해서 감염자가 없다는 말은 아니거든요. 남편 직장만 하더라도 일본으로 출장을 오가는 직원들이 수십명이고, 타주로 출장을 가는 직원들도 수십명이니까요. 때마침 남편의 직장 상사가 일본으로의 출장을 마치고 막 돌아왔던 시점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주말을 아이들 열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지켜봤는데 열은 하루만에 금새 내렸어요. 다음날이 월요일이였지만 미국은 열 내리고 24시간이 지난 후에 학교를 보낼 수 있어서 월요일은 둘다 집에서 쉬도록 했고, 24시간 넘도록 다시 열이 오르지 않아 화요일에 학교를 보냈는데 와플이가 학교에서 토했다고 집으로 데려가라고 전화가 와서 급히 다시 데려 왔어요. 그리고 그날 저녁에 둘다 손 발에 수포가 생겨서 구글 병원을 내원해서 '수족구' 겠거니 셀프 진단을 하고 다음날 병원을 데려 갔답니다. 아직 이 동네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없어서 그런지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도 거의 없는 분위기였고요. 접수하는 곳에서도 코로나 관련 질문은 단 두가지! 

"최근 14일 이내에 외국을 다녀 온 적이 있나요?"

"아이들이 숨 쉬는데 불편을 겪나요?" 

이 두가지 질문만으로 우선 코로나 의심 환자를 분류하더라고요. 둘다 "NO" 였으니 당연 코로나 의심자는 아니여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다던지 그런것도 없었어요. 사실 저도 아이들이 코로나라고는 생각 안 했고요. 

아니나 다를까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수족구 였습니다. 


이번주 내내 아이들은 집에 있으라는 지시를 받고 이 애미는 갑자기 코로나 증상이 발현되는 느낌... 호흡이 곤란하고, 열이 오르더라고요. 애들이 학교를 가야 일을 하는데... 이건 뭐 일주일 내내 아이들 수발 들게 생겼으니... 그런데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였어요. 집에 코로나 증상 의심자가 한명 더 늘었거든요. 

사실 화요일 부터 기침과 두통을 호소하던 남편은 수요일 새벽 출근했다가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온 상태였어요. 

게다가 수요일 병원을 다녀와서 알게 된 것은 모제스 레이크 이곳에서도 코로나 의심자가 두명이 있어서 검사를 해서 보낸 상태고 그 중 한명이 와플이와 제제를 데리고 간 그 병원이였던거죠. 그게 화요일이였는데, 코로나 의심자가 다녀 가서 검사까지 보낸 상태인데 병원은 그 누구도 마스크를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 신문 기사를 읽어보니 의심자를 상대했던 병원 직원들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더라고요. 그리고 그 결과는 2~3일이나 걸린다는 것!!! 한국은 6시간만에 결과가 나온다던데 2~3일이나 걸린다니!!!  미국은 아직 코로나에 대한 실제적인 준비도, 마음의 준비도 전혀 안된 듯 느껴졌어요. 

목요일 아침, 남편은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야!!! 왜냐면 내가 죽게 생겼거든'

목요일이 되니 우와~ 저 그 전날 밤부터 시작해서 기침과 두통으로 머리가 깨질듯하고, 기력도 없고, 죽겠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한게 두통은 있는데 열은 없어서 코로나는 아닐테니 병원 가봐야 약도 안 줄테고 물 많이 마시고 푹 쉬라고 할게 뻔해서 그렇게 집에서 좀비처럼 흐느적 흐느적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하며 하루를 보냈어요. 

금요일, 모제스 레이크에 코로나 의심자 두명 중 한명은 확진자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코로나 청정 구역이였는데 이렇게 한명이 확진자가 됨으로써 뚫려 버린거죠. 하지만 사실 청정 구역은 없다고 믿어요. 미국인들은 감기, 독감으로 병원 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코로나가 있어도 그냥 감기나 독감으로 알고 넘긴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 사람들이 감염체가 되어 이미 감염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거거든요. 확진자가 나왔다고 뉴스에서 발표는 했지만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감염 경로도, 그 사람의 동선도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아서 그냥 확진자가 있다는 것만 알 뿐, 동네 주민들은 특별히 대비해야 할 것도 주의해야 할 것도 없었어요. 다만 온동네의 손세정제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것 말고는... 

나흘동안 앓았던 남편은 가슴에 통증이 너무 심하고 기침이 가라 앉을 기미가 안 보이고 두통이 너무 심하니 제입으로 병원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병원 간다는 말은 천지가 개벽할 일. 손가락이 부러졌는데도 병원 안 가는 사람이거든요. 저도 잦은 기침과 가래로 이미 목소리를 잃고 두통은 타이레놀로 참아가고 있었는데 남편이 병원을 간다니 그 김에 저도 같이 갔어요. 둘다 열은 없지만 혹시라도 코로나 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코로나가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코로나라면 제가 감염체가 되어 돌아다니면서 주변에 바이러스를 퍼뜨려서는 안되니까요. 자가 격리를 해야 할지 아닐지를 판단하는게 우선일 듯 해서 확실히 코로나는 아니다! 라는 걸 알고 싶었거든요. 


이미 확진자가 한명 나온 상황이라 병원도 수요일과는 다르게 대처를 하겠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감염 경로가 있을 만한 문진을 꼼꼼하게 한다던가??? 그런데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있.지.않.다!!!  변한것은 접수할 때 코로나 관련 질문지를 따로 한장 받은것!  질문지의 내용은 

"최근 14일 이내에 외국을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를 접촉한 적이 있습니까?"

"열이 있습니까?"

"호흡 곤란이 있습니까"


저와 남편은 저 4가지 항목 중 해당되는게 하나도 없어서 코로나 의심자 배제. 

코로나 의심자로 의심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나, 저 질문지만으로 코로나 의심자를 가려내기에는 너무 허술하달까요? 

사실 남편을 보자면 최근 14일내에 외국을 다녀온 경험은 없지만 직장 상사, 동료들이 최근 14일내에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 허다하고, 바이러스 확진자가 한명 나온 상황인데, 그 한명이 누군지도, 그 사람이 어디를 돌아다녔지도 알지 못하는데 접촉을 했는지 안했는지 알수도 없고, 호흡 곤란은 없으나 가슴 통증은 있는데 말이죠. 

저희는 코로나 의심자가 아니기에 저희를 담당한 간호사 한명이 마스크를 쓴 것 빼고는 의사 선생님도, 접수처의 직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요, 간호사는 "플루"로 의심된다며 플루 검사를 의뢰했어요. 그러다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수족구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수족구의 바이러스에 옮아 그게 부비동염 형태로 나타난거라고 진단하시며, 플루 검사도 취소하셨어요. 


다행이라면 이번에는 진단을 받고 빈손으로 나오지 않고 항생제를 받아왔다는 것!!! 

저희는 오늘로서 3일째 항생제를 먹고 있으나 기침은 잦아 들지 않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불신 하지는 않지만 코로나 감염의 가능성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희야 그렇다 치더라도 저 문진표의 4가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진짜 감염자가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주변인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도 동시에 들고요. 최소한 문진표에 14일이내 외국 여행 경험이나 주변에 외국 여행 다녀온 사람이 있는지와, 확진자의 동선 정도는 공개를 해줘야 더 정확한 감염자 분류가 될텐데 말이죠. 

그런면에서 지금 한국의 코로나 대처 자세를 보면 국민들의 의식과 의료기관의 신속하고 꼼꼼한 대처가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러워요. 

업데이트: 확진자이셨던 분은 오늘 사망하셨고, 동선은 공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동선은 지난 한달동안 집과 노인센터 외에는 다른 곳은 다니지 않으셨던걸로 밝혀져서 다른 감염자로부터 옮은 지역 감염자로 밝혀졌어요. 누구로부터 감염되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역시나 확진 되지 않은 감염자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증명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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