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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모제스 레이크에서 보내는 겨울 이야기

by 스마일 엘리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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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밀린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하나~하며 휴대폰의 사진첩을 들여다 보다 가장 가까운 날들의 이야기 부터 시작하기로 했답니다.

이곳 모제스 레이크로 이사온지는 만으로 벌써 10개월에 접어 들었어요. 봄부터 겨울까지 4계절을 다 지내보았네요. 봄에는 이사로 정신 없었고, 아직도 추운 날씨에 적응하느라 다 보내고, 여름은 캠핑 다니느라 다 보내고, 가을은 아이들 둘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운전해주느라 다 보내고, 겨울은 이사와 짐정리,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명절 보내느라 정신없이 보냈네요. 

뒤돌아보면 정말 매일매일 쫓기듯 그렇게 하루를 보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무거운 무언가에 짓눌린 느낌이지만 모든게 끝났을 때의 그 홀가분함을 기대하며 그냥 묵묵히 할 일 하려고요. 

블러프턴에서는 겨울이라 할만한 겨울은 없고, 늦가을 정도의 추위가 잠시 있고 나면 바로 여름 같은 날씨가 찾아왔는데 이곳 모제스 레이크는 10월이 되니까 아침마다 "춥다~" 소리가 절로 나더라고요. 그렇게 추운 날들이 계속 되더니 점점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마트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계절이 눈 앞에 있더군요. 

이사갈 집에 장식할 인테리어 용품들 쇼핑하러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kennewick 이라는 도시로 갔습니다. 어쨌든 쇼핑을 할려면 모제스 레이크를 나와야 해요. ㅠ.ㅠ 포토 부쓰도 아닌데 눈사람, 산타를 보고 신난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들어가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래요. 정작 맘 먹고 사진 좀 찍자하면 이상한 표정으로 들이대면서...

11월인데 이미 한겨울 날씨! 아침마다 차 앞 뒷 유리에 낀 성애 제거하느라 식겁합니다. 12월초에 와플이 친구의 생일 파티가 있는데 오너먼트에 넣을 사진이 필요하다고 한장 찍어서 보내 달래서 아침 등교 전에 아파트 앞 잔디밭에서 "키즈 카페~" 시켰는데 A급 사진 나옴요.  울 애들은 치즈~ 하면 예쁜 표정이 안 나오는데 키즈 카페~를 시키면 한국에서 너무 재미있었던 키즈카페를 가고 싶은 마음에 예쁜 표정으로 키즈 카페~를 외치더라고요. 그놈의 키즈 카페 1년 반째 외치고 있는데 언제 또 데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살짝 꺽은 손목 스냅은 무엇? 

12월 초에는 우리 제제의 크리스마스 캐롤 콘서트가 있었어요. 저... 학부모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연습한 노래를 무대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부른다고 하니 얼마나 설레였게요. 게다가 제제는 지금 다니는 프리스쿨에서 제일 나이도 어리고 집에서와는 다른 이중적인 모습으로 학교에서는 그렇게나 내성적이고 말도 없다는데... 저것이 잘 할 수 있을까 이 애미는 무척이나 걱정을 했답니다. 무대에 올라서 울지는 않을까... 

울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노래를 부르지도 않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냥 열심히 징글벨만 흔들어 대다가 음악이 끝나자 분위기 파악 얼른 하고 징글벨을 딱! 멈추는 센스를 보여줬어요. 그것만으로도 이 애미는 감격스럽고 대견해 했지요.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율동도 하는데 우리 제제는 차렷 자세로 엄마 아빠만 응시하고 있었음요. 혹시라도 무안해 할까봐 열심히 눈 맞추면서 엄지 척! 해 주며 잘 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계속 싸인 보내 줬어요. 

열심히 징글벨 흔들었으니까 맛있는거 먹자고 하며 온게 피자헛! 모제스 레이크는 먹을데가 너무 없어요 ㅠ.ㅠ  

그래도 애들은 집밥만 아니면 신나는듯요. 

둘이서 치즈 길게 늘어뜨리기 시합 중

미국인들의 크리스마스 트래디션 중 하나인 산타와 사진 남기기 

작년엔 bass pro라는 곳에서 멋진 사진을 남겼는데 검색해 보니 저희 동네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bass pro는 4시간이나 운전해서 가야 하더라고요. 그래도 동네에서 몇군데 행사하는 곳이 있어서 다녀 왔어요. 

아이들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는 저도 매년마다 산타와 찍은 사진을 남겨 주고 싶은데 언제까지 협조를 해 줄런지... 

와플이가 7월에 다녔던 써머 스쿨에서 친해진 딜런이라는 친구의 생일 파티도 다녀 왔어요. 와플이 덕분에 딜런 엄마와도 친해져서 서로 베이비 시터가 필요할 때 아이들 봐 주면서 남편과 데이트 나잇을 가지기도 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나면 티타임도 갖고요.  서로 나이를 물어 본 적은 없는데 어느날 곧 생일이 다가온다길래 그럼 아이들 봐 줄테니 남편과 좋은 시간 보내라 하며 이야기 하던 도중 25번째 생일이라는 말에 헉! 했어요. 저보다 한 대 여섯살 정도 적겠거니 했는데.. 10살도 넘게 차이가 나서 현타왔어요. 세대차이 나는 언니랑 놀아줘서 고마워~ 라고 하기엔 문화차이가 커서 세대차이 따위는 묻히지만요.  

딜런 엄마가 준비한 생일 파티 음식.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 그런지 레인디어와 산타 모자등 크리스마스 테마로 준비했어요. 

케잌도 분위기에 맞춰서 눈사람 케잌이고요. 

딜런 엄마가 생일 파티를 위해 준비한 크래프트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만들기예요. 우리 제제도 초집중해서 참석했고요. 

와플이는 제가 도와 주지 않아도 혼자서 다~ 알아서 하더라고요. 역시 학교의 힘.

와플이가 완성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크리스마스 트럭 오너먼트

우리 제제가 엄마와 (니가 하네, 내가 하네) 싸워가며 완성한 크리스마스 트럭. 글루건을 사용해야 해서 위험한데 자꾸 지가 한다고 우기다가 핫글루가 제 손등에 달라 붙어서 거업나 뜨거운데 체면 때문에 뜨겁다 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이노무시키, 위험하댔자나!!!" 하면서 눈물 찔끔 

막판에 사연이 생겨서 입주가 늦어졌던 새집의 열쇠를 받아들고 제일 먼저 한 일이 크리스마스 트리 세우기! 심지어 이사도 하기 전에요.

 와플이와 제제용 트리

전,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트리가 있는데 아이들도 트리를 함께 장식하고 싶어 하니까 2층 복도에 놓을 아이들용 트리를 따로 마련했어요. 그리고 애들이 맘껏 장식할 수 있도록 뒀답니다. 오너먼트도 직접 고르게 하고, 크래프트로 만든 오너먼트들과 학교에서 만들어 온 오너먼트들도 다 걸 수 있도록 했어요. 

자기들만의 트리라며 세상 진지하게 장식하고는 있지만... 오너먼트 밀집 지역과 소외 지역이 다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국 아이들 학교 갔을 때 제가 약간 재배치를 했어요. 사실 라이트도 부족한거 같아서 라이트도 더 추가로 구입해서 둘러줬고요. 

새집 클로징이 늦어진 관계로 아파트 계약 한달 더 연장해서 2중 살림 하던 중. 급한짐은 일단 새집으로 옮겼는데 침대를 안 옮겨서 밥은 새집에서 해 먹고 잠은 아파트에서 자고 학교가는 이상한 2중 생활이였죠. 아침에 학교 갈려고 나왔더니 눈이 소복히 쌓여서 학교 갈 생각은 안하고 눈 싸움 하겠다고 덤벼드는 제제

제제의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매일 매일 다른 테마의 코스튬 입는 행사를 했었어요. 그 중 하루는 크리스마스 캐릭터 코스튬 입는 날이였는데 엘프 온더 쉘프의 엘프 코스튬을 할까 했지만 코스튬 찾기가 힘들어서 자체 제작 해야 겠더라고요. 2중 살림 하는 중이라 차마 미싱으로 작업할 엄두가 안나서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 개봉할 때 입힐려고 구입해 둔 파자마를 입혀서 보냈어요. 그랬더니 여자 엘프 코스튬을 하고 온 아이가 있어서 둘이 커플샷~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라이트를 좀 더 더하고, 오너먼트 밀집 지역을 재배치 해서 좀 정리가 된 와플이 제제 트리. 제가 애들 앞에서 오너먼트 하나 다른곳으로 옮기면 난리 나거든요. 근데 이렇게 제가 바꿨는데도 눈치 못 채더라고요? 

아이들 크리스마스 트리를 완성하고 제 트리도 완성했어요. 올해는 골드컬러를 테마로 정해서 블링블링한 트리를 만들었어요. 블링 블링 효과 줄려고 어플 사용해서 사진을 찍었더니 화장한 제제가 나타남요. 

집 앞마당에 사슴과 눈사람, 선물 상자도 세웠어요. 11월 중순이면 새집에 입주할 줄 알고 11월초에 기쁜 마음으로 사뒀는데 12월이 되도 입주를 못해서 이것들 상자에서 꺼내 보지도 못하고 크리스마스 보내는건 아닌가 조바심을 냈더랬는데 며칠이라도 이렇게 분위기 낼 수 있어서 다행이였어요. 

와플이가 엘프에게 집 주소를 알려 주는 바람에 이삿짐 풀기도 전에 한밤중에 상자 다 뒤져서 결국 찾아낸 우리집 엘프 라이언. 

크리스마스 트리 빼고는 집이 정리가 안된 상태라 많은 아이디어를 사용할 수 없어서 대충 적당한 곳에 올려 두는 정도로만 떼워야 했어요. 그래도 와플이는 매일 매일 재미있어 했지만요. 

너무 웃긴건 아침에 눈뜨면 엘프를 찾으러 가는데 와플이가 엘프를 너무 믿은 나머지 파자마 입은 모습은 부끄러워서 보여 줄 수 없다며 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고 꼭 나가더라고요. 엘프가 처음 돌아온 날도 엘프에게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하던지... 자기 학교에 다니게 됐다며 킨더가든 다닌다고 자랑도 하고요. 

엘프 놀이 할려고 산 엠엔엠 초콜렛을 먼저 와플이가 발견해서 다음날 학교 갔다와서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날밤 열심히 초콜렛 봉투 오려서 엘프 담고, 초콜렛도 한 조각 먹은 설정으로 놔두었는데...

다음날 이 봉투에 들은 엘프를 보고는 와플이는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어요. 

"엘프가 내 초콜렛 다 먹었어!!!!" 

엘프가 다 먹어서 화났냐고 물어보니 화 난건 아니고 너무 슬프다며 ㅠ.ㅠ  엘프에게 집중한 나머지 옆에 놓여진 초콜렛은 못 봤나봐요. 엘프가 나눠 먹을려고 니꺼 남겨 놨다며 보여 주니까 급 화색~ 

이 아이디어는 올해의 엘프온더쉘프 중 가장 신박한 아이디어였어요. 물론 제 머릿속에서 나온건 아니고요. 

계란 두개를 올려 놓고 캔디 스프링클을 뿌려두고 하룻밤 자면 엘프의 매직으로 이 계란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는 설정. 그래서 와플이와 제제가 스프링클을 뿌려두고 하룻밤을 기다렸죠~ 

짜잔~ 그리고 다음날 그 계란은 엘프의 매직으로 서프라이즈 에그로 변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대박 친 아이디어였어요. 진짜 이런거 생각해 낸 엄마들 리스펙!  

다음날은 엠엔엠을 요리하고 있는 엘프. 그런데 이게 엘프와의 마지막이였어요. 이날부터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스노우보드 여행과 씨애틀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거든요. 올해는 엘프 온더 쉘프 놀이가 짧아서 그런지, 아님 찰떡같이 엘프를 믿고 있는 와플이의 반응이 너무 격해서 그랬는지 저도 엘프와 너무 빨리 작별하는것 같아 눈물이 찔끔... (벌써 갱년기인가요? 저 요즘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ㅠ.ㅠ 인터넷에 뭔 사연을 못 봐요) 

맘 맞고 남편들끼리 취미가 맞는 친구네와 스노우보드 여행을 갔습니다. 말이 스노우보드 여행이지 남편들만 신나게 스노우보드 탔고요, 엄마들은 그냥 애들 본거죠. 위로라면 가족끼리 갔으면 그냥 애들만 보다가 하루 다 갔을텐데 그나마 친구들이랑 갔으니 남편들이라도 신나게 보드 타고, 엄마들은 수다라도 떨 수 있었던거죠. 우리 와플이 어딨냐고요? 와플이는 1일 스노우보드 레슨 중~  나중에 아빠와 함께 보드 타는 재미를 알려 줄려고요. 운전이든 스노우보드든 뭐든 전문가에게 배워야지 가족에게 배우는거 아니라고 믿는 1인. 

스노우 보드 여행 끝나고는 씨애틀에 가서 신나게 한국 음식 먹었고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리고 애들 재워 놓고 부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할 일이 있잖아요? 

에헤이!!! 19금 아니라니깐!!! 산타 할아버지 선물 준비했다니까요. 

올해 대륙을 건너는 이사를 하면서 와플이 자전거를 중고로 팔아버렸더니 와플이가 계속 자전거 갖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산타 할아버지 선물은 와플이 제제 모두 자전거를 준비했는데 이게 조립이 안 된 상태로 배송이 되서 애들 재워 놓고 남편은 자전거 조립하고, 저는 숨겨놨던 또 다른 선물들 포장하고요. 양가 가족으로 부터 도착한 선물들도 트리밑에 놓아두고 그렇게 피곤한 밤을 보냈죠. 

작년에 라이언 서프라이즈 에그 갖고 싶다던 와플이. 올해는 서프라이즈 체스트를 갖고 싶다고 타겟 지나갈 때 마다 하도 저를 세뇌 시켜서 고민할 것도 없이 라이언 서프라이즈 체스트 ㅠ.ㅠ 라이언, 이제 새 장난감 그만 좀 만들면 안되겠니? 

여전한 포켓몬 사랑 

우리 제제의 위시 리스트는 PJ MASK(파자마 삼총사), 토이 스토리의 버즈, 마리오, 포켓몬이였어요. 

갖고 싶은 장난감 다 받아서 행복한 두 어린이!!! 포장지 쓰레기는 산더미

산타 할아버지 선물 시승식 중. 캡틴 아메리카 헬맷까지 깔맞춤 하느라 이 애미가 인터넷을 얼마나 싸돌아댕겼는지 알랑가 모르겠네. 

피제이 마스크 캣보이에 요즘 빠져 있어서 이것도 또 깔맞춤으로 진행해 드렸지요. 

 

라이언 서프라이즈 체스트에서 나온 해적 모자 해적 칼 들고 해적 빙의 된 와플이

형아가 하는건 다 멋져 보여서 일단 따라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제제

이만하면 모제스 레이크 이 시골에서 우리 가족 2019년 잘 보낸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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