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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혹시나...가 역시나...인 미국 생활

by 스마일 엘리 201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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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속상해서 진짜 독한 소주 한잔 딸깍 하고 잔을 탁! 내려 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어야 할 각인데... 현실은 알콜과 친분이 전혀 없어 또 먹는걸로 풀어야 하겠죠. 


원래 오늘 포스팅은 이게 아닌데... 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속상함을 어디다가 풀데가 없어서 그냥 일기처럼 미친듯이 떠들어 볼려고요. 이건 그냥 여러분들이 저의 7년지기 절친들이다~ 생각하며 쓰는 글이니까 격한 감정과 속상함을 좀 감안하고 읽어 주세요. 

원래대로라면 지금 이시각 저는 이삿짐을 푸느라 바빠야 하거든요. 할일은 많고 시간에 쫓기더라도 피곤한 줄 모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정리를 하고 있었겠죠. 다음주가 땡스기빙이라 그 전까지 대충 정리를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땡스기빙때 씨애틀도 다녀오고, 크리스마스 장식도 할 계획으로 지난 주를 보내며, 새 집에 들여 놓을 각종 장식들, 가구들, 가전 제품들 다 주문 해 놓았죠. 


원래 클로징은 (집 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날) 화요일이였고, 돈이 이체가 되고 시청에 집 명의가 저희쪽으로 옮겨간게 확인되는 수요일에 집 키를 받을 예정이였어요. 그래서 와플이 아부지와 저는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며칠에 걸쳐 각자의 차로 짐을 옮기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U haul트럭을 빌려 큰 가구만 옮길 계획이였어요. 그래서 와플이 아부지는 이번주 내내 휴가를 미리 내 둔 상태였고요. 


클로징을 하루 앞 둔 월요일 은행에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메일을 했어요. 대출이 틀어질 일은 절대로 없었고, 은행도 마지막 모든 서류를 취합해서 사인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서류들이 다 모이길 기다리는 상황이였죠. 그런데 대출 담당자의 말이 시청의 입주 허가와 집 감정사의 마지막 인스펙션 서류가 취합되지 않아서 진행을 못하고 있다고 인스펙션 서류는 금요일에 받을 예정이였고, 시청의 입주 허가서는 빌더측의 직원에게 요청을 해 놓은 상태인데 답장이 없다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빌더측의 직원 전화번호를 아는지라 그녀에게 입주 허가서가 없어서 내일 클로징을 못할 수 있다는데 혹시 도와 줄 수 있는 일이있겠느냐고 했더니 시청 직원이 휴가여서 서류를 늦게 받았다며 당일중으로 보내겠다고 하면서 자기 사무실의 근무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라며 긴급 상황이면 타지역의 사무실로 연락을 해 보라는 말을 덧붙여서 답장이 왔더군요. (미국에서는 근무시간 이외에 업무 관련 연락을 하는것은 실례이기도 하고, 업무 연락을 잘 받지도 않아요. 그래서 정중하게 사과 메일을 다시 보냈음) 

그렇게 입주 허가서는 해결되었고, 집 감정사의 서류만 받으면 순조롭게 화요일에 클로징을 할 수 있는데 

화요일 아침..

두둥!!! 은행으로터 메일이 왔습니다. 

"어프레저(집 감정사)의 서류를 아직 못 받았어요. 받는대로 최대한 빨리 승인 받아서 목요일에는 클로징을 할 수 있도록 할게요. 늦어도 금요일에는 꼭 할 수 있도록이요" 


이 시츄에이션 무엇?!?! 우린 금요일에 짐을 다 뺄 예정인데? 금요일에 클로징을 하면 집 열쇠를 화요일에나 받는다는 얘긴데? 


저희에게 가능한 것은 무.조.건. 목요일에는 클로징을 해서 금요일에 열쇠를 받아 큰짐을 옮기고, 주말동안 나머지 짐을 옮기고, 다음주 월화수는 아이들이 학교 간 시간을 이용해서 아파트 대청소를 하는 것이였어요. 아직 화요일 오전이니 이틀이나 남은 상황이라 희망은 있는것이니까 불안하기는 해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애 썼습니다. 


화요일 오후

은행에 어프레이저로부터 서류 문제는 해결되었냐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습니다. 


수요일 오전

은행에서 답장이 오기를 서류는 못 받았으며 은행측에서 어프레이저에게 서류는 어떻게 되었는지 연락을 달라고 해 놓은 상태이고 답장이 도착하는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아무 연락이 없었음요. 


목요일 오전

이날 클로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전에 은행측에서 답장이 왔는데 내용인즉슨 어프레이저에게 연락을 했더니 수요일은 어프레이저가 잠수를 탔었다고. 하아!!!!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하루종일 연락이 안되다가 저녁이 되어서 은행에서 전화를 했더니 거의 끝나 간다며 다 되면 바로 보내주겠다고 했고, 목요일인 오전 10시쯤 전화했더니 여전히 작업중이라며 되는대로 보내겠다고 했대요. 게다가 원래 인스펙션 하기로 한 게 저번주 목요일이였고, 은행에도 목요일에 한다고 보고 해 놓고선 빌더에게 물어보니 금요일에 왔었다더군요. 이것만 봐도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사람임이 확실했습니다. 이로써 목요일에 클로징 하는건 물 건너 간 상황! 

제가 예전에 집 팔 때 어프레이절 (집 감정 가격) 때문에 엿 먹었는데... 이렇게 집 사면서 어프레이저 (집 감정사) 때문에 결국 쌍엿을 먹네요. 

2019/06/24 - [미국 생활기] - 미국에서 집팔기 4 - 오퍼, 조건부 계약, 인스펙션, 어프레이절, 클로징


사실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릴 문제가 아닌것이 저희는 이미 어프레이절을 7월에 받았고 집 감정 가격도 이미 그때 다 나왔고 모든 서류도 다 정리가 되어 있는 상황이예요. 어프레이저가 할 일은 7월에 감정했던 그 스펙 그대로 집이 지어졌는지 서류를 다시 리뷰하고, 스펙대로 지어진 집 구석구석을 사진 찍어서 그것만 첨부하면 되는것인데 하루도 안 걸릴 일을 일주일 넘게 잡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자인 은행측, 바이어측(저) 셀러측(빌더)이 다 열 받는 상황이 된거죠. 

사실 저는 또 예감 했습니다. 예전에 집 팔 때 어프레이절 가격이 앞집 가격에 맞춰서 나올 것을 예상했듯... 이 어프레이저가 문제를 일으킬 것을 실은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7월에 이 어프레이저가 집 감정을 할 때 보통 1주일이면 끝나는 일을 3주를 질질 끌었거든요. 이 분이 3주를 끄는 바람에 집 짓기 공사가 3주나 미뤄진거죠. 그때도 사실 애가 탔지만 공사 3주가 미뤄져도 저희 이사 날짜가 그만큼 미뤄 지는 것일 뿐, 금전적 손해나, 시간적, 정신적 피해를 입지는 않았기 때문에 너그러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요. 

이사 날짜가 달을 넘기게 될지도 모르고, 그로인해 저희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렌트를 한달 더 연장해야 하고, 남편은 이미 이사를 위해 빼 둔 휴가를 다 썼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고, 계약 된 클로징 날짜는 지난 상황이라 매일 $50 벌금이 쌓이는 상황이니까요. 

어쨌든 이것은 목요일의 일이고, 금요일이라도 클로징을 할 수 있다면 월요일에 키를 받을 수 있으니 월화수 3일 동안 어떻게든 이사를 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니까 마지막 기대는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화요일에 클로징을 할 줄 알고, 가전과 가구 배달을 예약 해 놓은 상황였는데 가전은 배달 변경을 했지만 가구는 월요일 도착 예정이라 아직 여유가 있어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금요일은 클로징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금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은행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굿 뉴스는 인스펙션 서류를 드디어 받았다는것이고, 배드 뉴스는 그 인스펙션 서류가 거절되었다는 것!!!! 

인스펙션 서류를 받은것 자체가 배드 뉴스였구만 그게 뭔 굿 뉴스라고!!! 

인스펙션 서류의 거절 이유는... 집 감정에 첨부 되어야 할 사진들이 누락 되었다는 것!!!! 

하아!!!!!! 이쯤되면 진짜 성인군자도 조카 십팔색 크레파스 들고 뛰쳐 나오지 않겠어요???? 어프레이절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매일 매일 보고, 쓰는게 어프레이절 서류일텐데 어찌 가장 기본이 되는 사진 누락으로 서류가 거절 되게 만든단 말입니까?!?!?!?! 게다가 일주일이나 서류를 리뷰할 시간이 있었는데...당장 짐 들고 거리로 나앉아야 할지도 모르는 바이어가 애타게 자신의 서류를 기다리고 있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하다니 너무 어이가 없는 상황이 된거죠. 은행측과 빌더측에서도 많이 화가 난 상태였어요. 빌더측은 이 계약의 연기가 바이어의 잘못도, 은행의 잘못도 아니기 때문에 계약 변경으로 인해 매일 발생하는 $50을 받지 않겠다고 한 상황이였기에 더 화가 난 상태. 전 갑자기 이 서류 하나 때문에 금요일에도 클로징을 할 수 없게 되어서 모든게 엉망진창이 된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 생각하니 너무 복잡하고, 속상하고, 미국에서는 왜 이렇게 큰일을 치룰 때 순조롭게 흘러가는게 힘든건가 싶더군요. 이런 저에게 와플이 아부지가 위로랍시고 하는 말이 

"나는 하도 많이 당해서 당연히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순조롭게 무사히 되는게 오히려 미국에서는 이상한 일이야" 

하긴... 저도 집 짓는 과정을 겪으면서 남들의 후기를 읽으면 꼭 뭔가가 문제가 생겨서 고생하고 고민하는 글들을 워낙 많이 봤었기에 이렇게 아무일 없이 진행되는게 불안하고 이상하고, 괜찮은건가 싶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어요. 

이렇게 열 받는데 뭘 할 수 없는 상황이 더 열받는... 

그런데 눈 앞에 앉아 있는 남편으로 부터 도착한 이메일 한통...

열어보니 은행측에 보낸 메일에 저를 전달자로 추가해서 보낸 메일이였어요. 


해당 VA 어프레이저가 핵심 사항을 잊어리고 일을 해서 계약된 클로징 날짜가 연기된 점은 VA 어프레이저로서 자격미달이고 국가를 위해 일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처우는 기대 이하이므로 VA (재향,전역 군인회)에 정식으로 클레임하겠다는 내용이더라고요. VA는 미국 현, 전역 군인들의 의료, 주택, 학업등 거의 모든 복지 서비스를 당당하는 기관이라 VA 어프레이저로 일을 할려면 기본 어프레이저 자격 외에 VA에서 인정하는 자격이 되어야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일에 그 어프레이저의 보스나 사무실에 클레임을 거는것보다 VA에 항의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와플이 아부지가 칼을 빼 든것이죠. 그리고 VA 자격을 잃게 되면 더이상 VA로 부터 일을 받을 수 없어서 업체측에서는 큰 손실이거든요. 그래서 직원이라면 짤리거나, 오너라면 돈줄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일 확실한 항의방법이기도 했고요. 

보통 클레임하고, 잡무 처리하는 것은 늘 저의 일이였는데... 이 상황에 와플이 아부지가 흑기사처럼 등장해서 저..... 반했자나요. ㅋㅋㅋㅋ 

은행측에서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대출 담당자도 26년간 업계의 경험으로 이런일은 처음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자기네측에서도 VA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클레임으로 이 어프레이저가 자격을 박탈 당하게 되면 우린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어프레이저를 고용하고 집 감정을 받고, 모든 과정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이건 너도 나도 원치 않는 일이니 일단 이 어프레이저가 잘못된 걸 바로 잡도록 한 후, 클로징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였어요. 실제로 VA에 항의해서 에스크로 중에 (집 파는 과정중) 어프레이저가 VA 자격을 박탈 당하는 바람에 새로 어프레이저를 고용해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했던 일이 있었고, 이번 사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니 우리 클로징 부터 무사히 끝냈으면 좋겠다는게 은행측의 의견이였죠 

그리고 어프레이저는 금요일에 다시 집에 들러서 사진을 찍고 서류 보충을 해서 보내겠다는 연락이 왔대요. 

일이 이렇게 된거 저희는 빨리 다음 상황들을 해결해야 하니까 아파트 한달 더 계약 연장했고요, U haul 이사 트럭도 취소하고, 12월 말까지 시간이 있으니 이사도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하기로 했어요. 

사실 이 글을 시작할 때가 금요일이여서 감정이 많이 격해져 있었는데... 포스팅 도중에 아파트 계약 변경하고, 또 다시 글을 쓰는 지금은 이틀이나 지나서 많이 가라앉았어요. 

이렇게까지 했으면 어프레이저도 정신차리고 일을 제대로 해야겠죠? 

그런데 금요일 오후 빌더측으로부터 받은 연락은 어프레이저가 금요일 3시에 사진을 찍으러 갈테니 집 문을 열어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4시가 다 되어가는 그 시각까지도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였습니다. 금요일에 못 왔다면 월요일은 빌더 오피스가 문을 닫아서 화요일이나 되야 사진을 찍으러 올 수 있을텐데... 이 어프레이저분은 "언프로페셔널의 끝판왕"을 보여주실 생각인가 봅니다. 


혹시나 이 업계의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라 일을 잘 몰라서 실수한건가 싶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세상에~ 세상에~ 

자기의 라스트 네임을 걸고 사무실을 내서 일하는 50대 여자분이셨어요. 고로 오너라는 말!!! 자기 이름 걸고 사업하시는 분 정도 되면 경력도 꽤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일처리를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그것도 허술하게 했는지... 아마도 쪼아대고, 눈치 봐야할 상사가 없으니 '나는야 마이웨이' 정신으로 일을 한것일까요?  


내집인듯 내집아닌 내집 같은 너.JPG


과연~ 다음주에는 이 집이 저희집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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