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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일본어를 모르는 미국인, 그들이 일본에서 사는 법

by 스마일 엘리 201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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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혹시 외국에 살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봐요!
그런데 그 나라의 언어를 전혀 모른다면요?
과연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두렵고 걱정되지 않을까요?
(물론, 이 가정은 그 나라에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직장이 보장되어 있을 때 얘기입니다 ^^ )

미국인 남편과 한국인인 저, 우리 두사람에게는 제 3국인 일본!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위에 예로 든 것처럼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르는 사람이 멀리 있지도 않고, 바로 제 옆에 있습니다.
네~저희 남편이죠 ^^
남편은 일본에 2년째 살고 있지만 남편이 이해할 수 있는 일본어라고는 "곤니찌와" " 아리가또" 정도의 인사 뿐일거예요.
일본어가 전혀 필요없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남편이 생활하는 커뮤니티 자체가 미국인들의 커뮤니티라 일본속의 미국에서 생활하는거나 다름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남편 뿐만 아니라, 남편의 동료들, 그리고 그 동료들의 가족들 모두다 일본어를 몰라도 불편함이 없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만의 세상에서 생활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이 일본땅에 살고 있는 한, 일본인들의 생활 반경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죠.
매일 미국 음식만 먹을 수 없을테니 일본 식당에서 외식도 해야 할것이고, 신선한 식재료 구입을 위해 일본 마트도 가야 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일본 쇼핑몰에서 쇼핑도 해야 하니까요.
일본인 배우자를 둔 미국인들이나,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몇몇 미국인들이야 별 어려움 없이 살겠지만 그 외의 미국인들은 일본어를 하나도 모른다면 이 일본어 간판이 난무한, 그들에게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이 가득한 이 마을에서 어떻게 지명을 알아보고, 상호명을 알아보는건지 가끔 궁금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들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었으니!!!!!! 그 얘기를 해 드릴까 해요.  
그냥 가볍게,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작년 겨울 쯤, 미국인 친구 아이비가 신발 사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더라구요.
부츠가 사고 싶다며, 어디가면 부츠를 살 수 있냐길래 제가 이 동네에서 그나마 크다는 쇼핑몰 두군데를 알려주고 거기로 가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두군데 다 돌아보았는데 그녀는 결국 맘에 드는걸 못 찾았는지 대뜸 저한테
 
텐텐에 가보자!!! 거기에서도 마음에 드는게 없으면 그냥 온라인으로 사야겠어.

이와쿠니에 제가 아이비 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는데 "텐텐" 이라는 신발 가게는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제게 뜬금없이 너무 당연하게 저도 알고 있을거라는 듯, 텐텐에 가보자고 하더라구요.

엉?? 텐텐? 텐텐이 어디야? 난 들어본 적 없는데...

뭐? 너 텐텐을 몰라? 신발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창고 같은 곳이야! 니네집 근처인데? 정말 큰데 왜 텐텐을 몰라?

텐텐? 우리집 근처에 그런게 있는 줄 몰랐네. 왜 몰랐지?

아냐, 너 모를리가 없어. 분명히 알거야! 네가 저번에 예쁘다고 했던 테레(아이비의 친구) 신발도 텐텐에서 샀다고 테레가 말했잖아!!!!

들으면 들을수록 텐텐이 어디인지 미궁으로 빠져들었지만 어찌됐건 거기가 어딘지 가 보기로 했습니다.
점점 저희집과 가까워 지고, 익숙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 오는데 아이비가 소리치며!!

저기!! 바로 저기!!! 텐텐!!!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보이십니까? 오른쪽의 10->10

과연!!! 텐텐은 텐텐이네!!!!!
그런데 이 텐텐이 이 신발 가게의 이름은 절대 아니란것이죠!!!
영업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라는 의미이고, 이 신발가게의 이름은 "슈즈 아이란도 " 즉 "슈즈 아일랜드" 인것이죠.
저는 이 간판을 보자마자 폭소하고 말았답니다.
'아~ 슈즈 아이란도가 미국인들에게는 텐텐으로 통하는구나!!!!! ' 
여기 이 한자들과 일본어들 속에 그들이 알아 볼 수 있는 것이 유일하게 10 10 이것밖에 없을테니 이 신발가게를 자기네들끼리 약속이나 한것처럼 텐텐으로 부르게 되었나봅니다. (물론 이곳에 사는 모든 미국인들중, 일본어를 아는 미국인들은 정확한 상호명을 알겠지만요, 하지만 대부분은 이곳을 텐텐이라고 부릅니다 ㅋㅋㅋ)

어쨌든 아이비에게는 이곳이 텐텐이 아니라 슈즈 아일랜드라고 알려 주었고, 그때 당시는 본인도 "아아~" 하며 웃기다고 웃더니 결국 이곳은 텐텐이 되고 말더라구요.


그리고 또 한가지 에피소드!
저희집이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하던 날, 남편 친구가 트럭을 운전해 주기로 했답니다.
남편과 저는 다른 짐들과 집으로 먼저 와서 정리를 하고 있었고, 그 친구가 후발로 오기로 했는데  친구에게 저희집의 위치를 설명하던 남편의 전화 통화를 저는 엿듣게 되었습니다.

*** 홈센터까지 와서 조금 더 직진 하면 세븐티 세븐 편의점이 있어, 그 앞에서 우회전 하면 바로 우리가 보일거야

여러분!!! 일본에 세븐 일레븐 편의점은 들어봤어도 세븐티 세븐 편의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남편이 분명 잘못된 정보를 친구에게 전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왜냐면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절대 세븐 일레븐이 아닐 뿐더러 세븐티 세븐도 아니였거든요!!!!
저희 집 앞에 있던 편의점은 바로!!!


포프라 라고 하는 편의점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는 남편에게 끼어들어

세븐티 세븐이 아니라 포프라야! 친구한테 잘못 말 했다고 빨리 전화해줘!!!

그러자 남편의 말이 더 가관입니다.

포프라라고 하면 더 못 찾아와, 세븐티 세븐이 알기 쉬울거야.

그런데 정말 남편의 친구는 전혀 헷갈림 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이 포프라 편의점을 세븐티 세븐 편의점으로 받아들이고 저희집에 금방 도착했더라구요.

너무 웃겨서 남편 친구에게
어떻게 저게 세븐티 세븐으로 보여? 동그라미도 붙어 있고, 스트라이프도 붙어 있는데?

그랬더니 남편 친구의 왈!

내 눈엔 77밖에 안 보여!


아~ 정말!!!ㅋㅋㅋㅋㅋㅋㅋ 
멀쩡하게 붙어있는 저 "포" 자의 존재는 과감히 무시한 채 77밖에 안 보인다니!!!!!

미지의 언어속에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법은 터득되는 모양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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