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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기

임산부의 나홀로도 즐거운 도쿄 나들이

by 스마일 엘리 2013.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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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이와쿠니에서 도쿄까지는 신칸센으로 약 4시간 반
그런데 저는 출산을 도쿄 근교에서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중요한 진료는 신칸센을 타고 상경을 한답니다.
게다가 개인적인 건강문제로 인해 몇번 블로그에 언급했지만 고위험 산모(ㅠ.ㅠ) 라는 이유로 좀 더 자주 도쿄를 왔다 갔다 해야 했어요.
이번에 29주에 접어 들면서 제 건강 상태로 인해 혹시 아기한테 문제가 없는지 체크를 하기 위해 또 도쿄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신칸센 타는 시간만 4시간 반이지, 실제 목적지까지는 6시간,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까지 합한다면 거의 7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예요.

그래도 제가 3년간 거주했던 곳이고,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도 겸사겸사 만날 수 있으니 병원 핑계대고 갈 수 있어서 그닥 힘들지는 않답니다.
이번에도 도쿄에 올라가자 마자 함께 근무했었던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이른 새벽부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지요.
3일 일정이라 짐도 거의 없어서 출발하기 직전에 가방을 챙기고, 신칸센에서 거의 반나절을 보내는거나 다름 없으니 먹을 간식도 좀 챙기구요.  그렇게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한숨을 돌리고, 기차에서 먹을 간식을 꺼낼려고 가방을 살폈는데 뭔가 허전한!!!!!
간식을 안 들고 왔냐구요?
아니아니~
집에 돌아갈 신칸센 표를 집에 놓고 온거 있죠 ㅠ.ㅠ
그대신 기차안에서 먹을 군고구마 두개는 확실히 챙겨 왔더군요.


일본의 교통비는 살인적이라 신칸센 티켓을 집에 놓고 온 것은 비행기 티켓을 집에 놓고 온 것과 똑같은 것!!
도쿄에서 이와쿠니까지의 편도 기차티켓은 약 18000엔!!
하아~ 멘붕이 왔지만 그 와중에 먹는 군고구마는 달고 맛있기만 하더군요. (거칠것이 없는 이 식욕은...)


나쁜일일수록 소문을 내서 기분 전환을 해야 하기에 친구에게도 막 일러 줍니다.
그러면서 지루한 기차안에서의 시간을 떼우는거죠!!
결국 남편에게 기차 티켓을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으로 보내 달라고 해서 신칸센 티켓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첫째날은 친구들과 즐거운 점심을 먹으며 수다 한마당을 한편 찍고는 둘째날은 병원 검진, 그리고 일본인 친구와 밥을 먹고, 셋째날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답니다.

호텔에서 시간을 떼우다 곧장 집에 가도 좋겠지만, 이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저에게 얼마 없을듯 하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기에 무거운 배를 부여잡고 빨빨 거리며 좀 돌아다녀 보기로 했죠. ㅋㅋㅋㅋ
전 정말 놀 때 만큼은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임산부 같아요. ^^


우선 와플이를 든든하게 먹여야 하니(를 핑계로) 엄마 입맛대로 순두부 찌개를 먹습니다. ㅋ
항상 한식에 목말라 있는지라 일부러 한국 식당으로 갔는데, 한국인이 경영하는 곳이 아닌, 체인 식당으로 일본인 입맛에 맞게 약간은 달달한 그런 순두부 찌개였습니다.
그래도 뚝배기 바닥에 국물 한방울 용납되지 않을 정도로 싹싹 긁어 먹었....어...요  ^^;;;

그리고 이번엔 요코하마에 새로 생긴 MARK IS라는 쇼핑몰에 갔습니다.
왜냐!! 그곳에 한국 전통차 카페 1호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이웃 블로거이신 '장화신은 삐삐'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보았거든요.


"오가다" 라는 카페인데요, 일본에 생긴 한국 전통 차 카페라고 하니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고,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꼭 가보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 '홍시 쥬스'가 있다는 말에 전철을 갈아타는 수고스러움도 기꺼이 하며 찾아 갔답니다.
아시죠? 제가 홍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일본에서 홍시 먹겠다고 집에서 감으로 홍시 만든 여자 잖아요!!!

아마 감을 가슴에 품어야 홍시가 된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고 품었을 여자예요, 제가!!!!



역시 사진에서 보던 것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인테리어에 직원들도 무쟈게 친절했답니다.
심지어 남자 직원 한분은 제가 임산부인것을 아시고는 제 자리를 잡아 주겠다고 하시더니, 주문을 하고 있는 동안, 아예 예약석이라는 작은 피켓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는 기다리고 계시더라구요. 감동 감동~


전통차도 있고, 비빔밥도 있었지만, 순두부 찌개를 든든하게 먹고 온지라, 원래의 목적대로 홍시 쥬스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메뉴를 훑어보다가 발견한것은!!!


호떡 케잌!!!!
팬 케잌처럼 생겼는데 이름이 호떡 케잌이라 토속적인 입맛을 가진 제 입은 어느샌가 주문을 하고 있더군요.


잠시 후, 받아든 제가 주문한 홍시 쥬스와 호떡 케잌!!
홍시 쥬스는 정말로 찐~한 아이스 홍시를 갈아 놓은 것이였어요.
달콤하고, 샤베트처럼 시원하더라구요.
겨울도 아닌데, 한 여름에 그것도 일본에서 이렇게 홍시 쥬스를 맛볼 수 있다니!!! 정말 감동이였답니다.


그리고 너무 궁금했던 맛의 호떡 케잌
흔히 먹는 호떡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 정말 말그대로 떡이더라구요.
기름기가 전혀 없어서 담백하고 떡이니까 쫄깃쫄깃하구요.
기름에 구운 호떡처럼 호떡안에 소가 들어 있는게 아니라, 호떡을 잘라서 함께 나온 생크림 같은 것을 올려서 먹을 수 있어요.
올려 먹는 토핑은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구요.
치즈, 꿀, 콩가루, 단팥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전 애플 시나몬을 선택했답니다.


요렇게요~
예쁘게 잘라 먹을 수 있도록 포크와 나이프도 함께 나와요.


그리고 음료와 함께 제공되는 간단한 다과
귤 맛이 나는 떡과 말린 대추, 호두가 제공되었어요.
그런데 옆 테이블을 보니 다른 떡이 제공되더라구요.
아마 주문한 차에 따라서 그에 어울리는 다과 종류로 나오는 것 같아요.
접시에 자랑스럽게 인쇄되어 있는 한국어 "오가다"
이 카페덕에 혼자서 왔지만 완전 만족하고 기분 좋아진 나들이가 되었답니다.


우여곡절끝에 받아든 신칸센 티켓!!!
집에 가는 막차를 탄 탓인지 신칸센 안은.....


아무도 없습... 니다 ㅠ.ㅠ
물론 요코하마에서 히로시마 구간은 꽉꽉 차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히로시마에서 신칸센을 한번 갈아타야 하는데, 갈아 탄 신칸센은 막차라 그런지 정말 텅텅 비어 있더라구요.
혼자 앉아서 오는데, 아무도 없다는거 알지만, 창문으로 누가 앉아 있는게 혹시 보이지는 않을까... (귀신 영화를 너무 봤어;;)
일부러 앞만 보고 앉아 있다가 내렸어요.

기차역에 마중나온 남편과 재회를 하고, 그렇게 임산부의 나홀로 나들이는 끝이 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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