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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행 이야기

평생에 있을까 말까한 경험을 이태리에서...

by 스마일 엘리 201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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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시작한 김에 이태리 얘기 쫙~ 다 풀어버리겠습니다. ㅎㅎㅎ
아무 계획없이 7일 일정으로 떠난 이태리 여행.
계획이 없이 떠났다는 말은 "떠나고 싶다" 라고 생각해서 갑자기 떠났다는 말이 아닙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 준비도 안 한채 떠났다는 말이였죠.
그때가 한창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때였던데다가 대학생들의 방학과 겹쳐서 독일 뿐 아니라, 이태리도 숙소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답니다.
왠만한 호텔은 다 예약이 끝났고, 인기 있다는 민박집도 예약이 끝났더군요.
그래서 그냥 '일단 현지에 가서 숙소를 잡자' 라는 생각으로 무대뽀 정신으로 출발 했습니다.
심지어는 가이드북 하나 준비 안한 채 말이죠.
나름 준비했다고 한 것이 유럽 여행 카페에서 남들이 써 놓은 후기글이나 열심히 읽어 두었던게 다 였답니다. ㅎㅎㅎ

그리고 이태리에 도착!!
오후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는데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전 철학적 고민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인가...

이때서야 비로소 '무식하면 절대로 용감해져서는 안되는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지요.
그래도 유럽 여행 카페에서 읽은 것은 있어서 이태리의 중앙 기차역인 테르미니역에 한인 민박이 밀집해 있다는 것이 기억이 나 기차표를 끊고 테르미니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일단 다음 걱정은 테르미니에 도착해서 하자~ 라며 한숨 돌리고 있는데 승무원이 오더니 기차표를 보여 달라는 겁니다.
당당히 기차표를 내밀었는데 갑자기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이태리어로

^%$%#()$)^%#&(%$^&~~~

유구무언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
입이 있어도 뭐라 대답을 해 줄수가 없더군요.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 듣던 와중에 뭔가 돈을 내라는 것 같더라구요 ㅠ.ㅠ
설마하니 기차 승무원이 승객을 상대로 삥 뜯는것은 아니리라 짐작하며 기차표의 몇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냈습니다.
거스름돈도 주는걸로 보아 분명 삥 뜯는것이 아님은 분명했답니다. ㅡ.ㅡ;;;
나중에 알고 봤더니 기차표를 끊어서 펀칭하는 기계에 넣어 "무효화"를 시켜야 하는데 저는 펀칭을 안했던거였어요.
그래서 부정 승차 ㅠ.ㅠ 로 간주되어서 벌금을 물었던 거였어요 ㅠ.ㅠ
그러니 여러분!! 여행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답니다. 이런 돈 나가는 아픔을 겪은 후로 저는 여행 준비를 아주 철두철미하게 하는 습관이 생긴것이죠.

아무튼 이런 삽질을 한 끝에 드디어 테르미니역에, 그것도 밤 10시반에 도착했답니다.
관광객으로 넘쳐날 줄 알았던 테르미니역은 밤이 되니 사람도 없고, 무섭더라구요.
이제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가이드북도 없으니 어디로 전화를 해야 할 것인가!!

마침 한국 남자 두분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기요~ 제가 숙소를 못 구해서 그런데 혹시 가이드북 있으면 좀 빌려 주실래요?

그 남자분들은 흔쾌히 가이드북을 빌려 주시며 무슨 배짱으로 가이드북도 없이, 숙소 예약도 없이 이곳에 혼자 왔냐며 자꾸 "대에박~" 이러시더라구요.
'니들은 이 상황이 대박으로 보이냐? 쪽박이지' 
이라고 맞받아쳐주고 싶지만 가이드북의 은혜를 잊으면 안되니까 그냥 눈웃음만 ^^;;;
고마우신 한국 남자분들은 (어린 대학생들) 위험하니 숙소 구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공중전화로 가이드북에 있던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답니다.
6군데 정도 전화를 했는데 다 방이 찼다는겁니다 ㅠ.ㅠ

'아~ 박스 찾으러 다녀야 되는 것인가 ㅠ.ㅠ '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좌절하고 있던 저에게 가이드북을 빌려 주신 남자분이 자기네가 묵고 있는 민박집 전화번호를 주며 연락해 보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그곳도 만실!!! 그런데 그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아직 방이 비어있는 민박집이 있으니 그곳에 전화를 해 보라고 하셔서 전화를 했더니 다행스럽게 방이 있었답니다.
민박집 아저씨가 곧 역 앞으로 마중을 나가겠다며 5분만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그 남학생들에게 방을 구했다며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고 민박집 아저씨가 올테니 가보시라고 하자

테르미니역에 여자 혼자 있으면 너무 위험해요, 민박집 아저씨 오실때까지 같이 기다려 드릴게요. 아저씨랑 같이 가는것 보고 저희들도 돌아갈게요~

아~ 역시!! 한국인에게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있었... 아니 아니 '정' 이 있더라구요!!!
잠시 후 민박집 아저씨가 오셨고, 저는 한손에는 캐리어를 또 다른 한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그렇게 민박집 아저씨를 따라 쫄랑쫄랑 걸어가고 있었답니다.

민박집으로 가는 큰길을 걷고 있는데 길 건너편에는 싸움이 났는지 사람들이 모여있고, 두 사람은 싸우느라 정신이 없더라구요.
그런데 한 사람이 깨진 병을 들고 막 때릴려고 하고 있더군요.
그 장면을 본 순간 온몸이 오싹해져서 걸음을 재촉하며 그쪽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그 싸움 속에서 맞고 있던 남자랑 저랑 눈이 마주친겁니다! 
........

그런데 이 남자, 갑자기 저에게 전속력으로 돌격해 오는것이 아니겠습니까??  ㅠ.ㅠ

'퍽~'

저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맙니다 ㅠ.ㅠ
왜냐면 그 남자가 저를 덮쳤거든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죠.
저를 덮친 남자 밑에 저는 깔린채로 있었고, 깨진 병을 들고 있던 남자도 뛰어와 마구잡이로 그 남자를 때리기 시작하는데 밑에 깔려 있던 저도 함께 맞았습니다 ㅠ.ㅠ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뭔가 별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었습니다.
길 건너편에서 싸움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저희쪽으로 몰려와 있더라구요.
바로 그때 혼자 앞서 걷고 있던 민박집 아저씨가 뛰어와서 이태리어로 불같이 화를 내시며 그 두 남자를 저에게 떼어 내시고는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런데....
괜찮다고 대답하기도 전에 제 짐들이
.....................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저 멀리 무거운 캐리어를 덜덜덜 거리며 뛰는 놈,
그 위에 제 쇼핑백 들고 나는 놈,
어떻게 해야 할지 뭘 좀 아는 놈... 아니 민박 아저씨 ^^;;
갑자기 민박 아저씨가 전 속력을 다해 그 두 놈을 잡으러 가시더라구요.
그러자 싸움 구경을 하고 있던 흑인 여자분이 저에게 오셔서 괜찮냐며 미안하다며 막 안아 주시는 사이 민박집 아저씨는 테르미니 대첩을 승리로 이끌고 양손에 제 캐리어와 쇼핑백을 들고 당당하게 돌아오셨답니다

저는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였죠. 
아저씨를 따라 드디어 민박집에 도착해서 안도의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민박집에 일하는 분으로 보이던 중국인 아주머니가 저를 보고는
"흐어억~ "
경악하는 표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왜?' 하며 그때서야 제 꼴을 살펴보니, 옷은 찢어져 있고, 피도 묻어 있더라구요. ㅠ.ㅠ 
거울을 보니 머리는 미친* 꽃다발 쑤셔 넣은 듯 산발이 되어 있고, 이마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고, 팔꿈치는 까져서 피가 흐르고 있더군요.

민박집의 한쪽에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던 한국인들도 저를 보고는
"흐어억~"

미안하다... 술맛 떨어지게 해서 ㅠ.ㅠ

어쨌든 민박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비상약을 가지고 나와 소독도 해 주시고 많이 아프냐고 물어봐 주시고, 저보다 더 걱정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많이 힘들었을테니 빨리 씻고 자라고 하시더라구요.
혼자서 샤워 하는데 그때서야 울음이 터져나오더군요. 
그렇게 샤워하고, 6인실의 불꺼진 도미토리룸에서 혼자 숨죽여 울면서 이태리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답니다.

                                                                 ( 이태리의 콜로세움 )


내일의 이야기는 " 이태리의 노숙자 이야기"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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