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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미국인 남편에게 나만의 한국어 가르치기 3단계 작전

by 스마일 엘리 201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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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의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한 글이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께서 도움이 되었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2012/08/30 - [일상 생활기] - 미국인 남편도 칭찬해 준 나의 영어 공부 방법

그리고 저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 하신분들도 많으시더라구요.
일본어와 영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어학에는 왕도가 없는것 같아요.
그저 미련스럽더라도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구요, 어느 정도 자신이 목표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멈추면 안된다는거!!!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저역시도 부끄럽지만 결혼 후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어 재미있게 미드로 공부하던 시절이 옛일 같기만 합니다. ㅎㅎㅎㅎㅎ

저는 이렇게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고, 남편은 저의 영어 노트를 보고  쓰담쓰담까지 해줬는데 그러면 반대로 남편은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을까요???

남편의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정은 마치 불꽃같았었지요...
딱 1주일간 불꽃처럼 타오르고는 장렬히 꺼져버렸습...... ㅠ.ㅠ 

제 마음을 얻기 위해 남편은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저를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남편의 말에 제 입은 눈치도 없이 감동 백배라고 말해버렸더니만
(그때 내 입을 이중 오바로크 쳤어야 했어;;;;  ㅠ.ㅠ )

또 눈치가 백배인 남편은 '이쯤하면 됐다' 며 소리소문 없이 한국어 공부를 멈춰버렸습니다.
그때 1주일 공부한 덕에 한국어 문맹은 탈출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속도를 내어 읽지는 못하지만 한자한자 손으로 짚어가며 읽기도 가능하고, 쓰기도 가능하지만 받침있는 글자들은 아직 좀 어려워 하는 수준이죠)
 
 
 
하지만 의사소통을 둘 다 영어로 하니, 남편은 불편함을 못 느끼고, 또 저희가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니니 더더욱 한국어의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문제는 저희 가족들이죠. 
가끔씩 한국에 가서 가족들과 만나면 저희 부모님과 의사 소통을 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으니, 무엇보다 답답한 건 저희 부모님들이시라, 남편에게 간단한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한국에서 남편과 저희 가족들과의 분위기는 이 글을 보면 그림이 그려질거예요 2012/07/24 - [한국 방문기] - 한국인 가족과 미국인 사위를 하나로 만든 한국의 국민 게임 )
그래서 일명 '옷 젖는줄 모르게 가랑비 뿌리기 작전' 으로 자연스럽게, 공부라는 압박감 없이 간단한 한국말을 배울 수 있게끔 하기로 했답니다. 

 
우선 추천 버튼 꾸욱~ 누르고 읽어 주실거죠??? 추천에 힘내서 글쓰는 엘리랍니다


제 1단계: 인사 가르치기
 

외국어의 기본은 인사부터 배우는게 정석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 부모님을 만났을 때 해야 할 인사들을 제가 먼저 남편에게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아침에 남편이 눈 뜨면 저에게 morning 이라고 인사를 하는데, 그때 대답으로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고 말하기 시작했죠. 
남편이 출근할때는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하구요. 
제가 외출할 때는 "안녕히 계세요~" 라고 인사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웃기다는거, 저도 알아요!!!!  ㅠ.ㅠ
하지만 남편이 한국 갔을 때  필요한 인사는 "다녀 오겠습니다" 와 "다녀 왔습니다" 가 아닌 "안녕히 가세요" 와 " 안녕히 계세요" 니까요. 
제가 남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목적은 저희 가족들과의 의사소통이므로, 한국에서 바로 실전에 사용할 문장을 가르치는게 시급했어요. 
"thank you" 대신에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고 "you're welcome"대신에 "아뇨, 뭘요~ " 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남편도 자연스레 한국어로 대답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나오는 한국어 감탄사는 가르치지 않아도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스스로 습득하구요.
예를 들자면 삶은 계란을 까던 남편이 갑자기 계란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 앗! 뜨거!!! " 하더라구요. ㅎㅎㅎㅎ


제 2단계: 무조건 높임말로 가르치기 

가끔 한국어를 애인이나 친구한테 반말로 배워서 어른들한테 반말로 얘기한다거나, 말끝에 "요"를 붙이면 높임말이 된다고 가르쳐서 우스꽝스런 한국어를 말하게 된 외국인들의 에피소드를 듣게 되는데요, 그래서 전 반대로 높임말을 먼저 가르치고, 저 역시도 남편에게 한국어로 말할 때는 무조건 높임말을 써서 한국어를 말하는 기본은 높임말로 인식시켜 줬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말할 때는 "요"를 빼면 된다고 반대로 가르쳤어요. 
물론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문법부터 공부한다면 기본형인 "~하다" 로 가르친 후, 동사의 활용을 가르치는게 순서이겠지만 저의 목적은 "국어"를 가르치는게 아니라, '서바이벌 한국말'을 가르치는게 목적이였으니까요. 
어쨌든 결과는 남편 역시 반말보다는 높임말이 익숙해서 저한테 말할 때도 항상 높임말로 얘기합니다. 
이렇게 말하니 아주 한국말 잘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할 수 있는 문장 한 20개 정도 될까요?? ㅎㅎㅎㅎ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사랑해, 보고싶어요, 빨리 가자, 배 고파요, 배 불러요, 맛있어요. 앗 뜨거, 앗 차거, 추워요, 주세요,네, 아니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니 뭘요, 때밀이 해주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임신하셨어요? (요건 제가 남편이 점점 배가 나올려고 해서 배를 꾹 꾹 누르며 "임신하셨어요?" 이다도시의 톤으로 하도 많이 물어보다 보니 자연스레 익힌 말이예요 ^^;;;; 



제 3단계: 알고 있는 문장이나 단어들로 응용시키기 

작전명 '옷 젖는줄 모르게 가랑비 뿌리기' 이므로, 새 단어나 새 문장의 주입식 교육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단어나 문장속에 들어있는 말들을 응용시켜서 새 문장을 만들어 그것을 사용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 스스로 알고 있는 단어를 응용해서 새로운 말을 할때마다 칭찬 듬뿍~ 궁디 팡팡~ 해줬구요. 
그러다보니 가끔 남편의 엉뚱한 응용력이 저를 빵터지게 할때도 있답니다. 
제가 남편의 배를 누르며 "임신하셨어요?" 라고 묻자, 남편이 질 수 없다는 듯 제 배를 꾹 꾹 누르며 

임신하셨어요??  아니요, 아니요(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건 똥배!!!!!

라며 또박또박 한국어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참~내 어이가 없어서;;;; 
그래도 한국어로 응용했다는 사실이 기특해서 이런 말을 듣고도 잘했다며 머리 쓰다듬어 줘야 했다지요 ㅠ.ㅠ

그리고 며칠전에 점심 먹으러 한 식당에 다녀와서는 차에 탔는데, 태양빛에 달궈질대로 달궈져서는 오븐이 따로 없더라구요. 
남편이 에어컨을 틀면서 저한테 묻기를... 

자기야, 차가 한국어로 뭐야??

"차" 또는 "자동차" 그냥 "차"라고 해도 돼.

  그러자 남편이 
자기야, 차 앗뜨거!!!  나, 잘했지???

하며 자신의 한국어 응용력을 자화자찬하는 지경까지;;;;;; 


이렇게 저희 남편은 조금씩 조금씩 말 배우는 아기처럼 한국어를 익혀가고 있습니다. 
단계로 보자면 옹알이를 끝내고, 짧은 단어와 짧은 문장을 말하는 수준이지만 이것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족들과 간단하게 의사 표현은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았지만요. 
저는 그런 날이 올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엄마의 마음으로 '옷 젖는줄 모르게 가랑비 뿌리기'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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