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 레이크 시티로의 베이스 이동을 하고 첫달이였던 5월은 출퇴근 왕복 시간이 10시간에서 5시간으로 짧아 졌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더랬죠. 인천 비행이 없어도 좋았어요. 그.때.까.지.만.해.도....
그러다 6월, 인천이 없는 국내선 비행 가득한 스케줄을 보고 난 후, 몹시 당황스러웠어요. 정말 휴무가 필요한 날에 휴무를 하나도 못 받았거든요. 와플이의 졸업식과 제제의 생일 파티는 무슨 일이 있어도 휴무를 만들어야 해서 연차 비딩을 했는데 성수기여서 그랬는지 제 연차에 연차를 받지 못했고, 그래서 스케줄 비딩을 할 때 날짜를 지정해서 휴무 비딩을 했지만 역시나 쭈니어라 그날 휴무를 못 받았습니다. 동기 중에 바꿔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했지만 동기는 저와 연차가 같으니 비행 스케줄도 주말로 받아서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였죠.
다른 날은 몰라도 우리 와플이 졸업식 만큼은 꼭 참석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스케줄을 바꿔 보려고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 봐야지 했지만 결국 6월을 맞이했고... 누군가가 극적으로 내 비행 스케줄을 가져가 주는 기적이라도 일어 나기만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그 기적은 엉뚱한 데서 일어나고야 말았지 뭐예요?
6월 2일...
저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우리 와플이가 한국 마트에서 산 요구르트를 마셔도 되냐길래 그러라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애들은 이 요구르트를 뜯을 때 마다 요구르트가 튀어나가 바닥에 터지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제제도 그 전날 저녁 그랬고, 와플이도 역시나 그날 아침, 그렇게 요구르트를 키친 바닥에 쏟고 말았습니다.
와플이에게 바닥을 닦으라 했더니 이녀석이 키친 타올로 대충 닦아 놓았길래
"깨끗이 안 닦으면 나중에 바닥이 끈적 거리니까 물을 묻혀서 닦아줄래?" 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도시락을 싸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슬쩍 보니 키친 타올에 물을 적시더라고요. 그것까지 보고 아이들이 곧 나가야 할 시간이 다 되어서
"얘들아, 얼른 올라가서 양치질 하고, 양말 신고 내려와"
했더니 갑자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와플이의 비명 소리가 아아악!!! 하고 들리더라고요.
놀라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더니 와플이가 부러진 팔을 들어 올리며 비명을 지르는데
오마이갓!!!! 전 태어나서 팔 부러져서 꺽인거 처음 봐서 너무 놀란 나머지 저도 와플이와 같이 아아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어요.
너무 놀라 어찌할바를 몰라 일단 911에 전화를 했습니다.
손도 바들바들 떨리고, 숨도 잘 못 쉬겠는거예요.
"우리 아들이... 우리 아들이... 팔이 부러졌어요!!!"
"어쩌다가 그렇게 됐죠?"
손도 떨리고, 숨을 잘 못 쉬겠어서 숨을 거칠게 내시며
"헉헉... 저도..헉헉... 잘... 모르겠어요. 헉헉, 그 상황을 직접 보지 못 했어요 헉헉"
했더니 전화 받으신 그 구급 요원분께서
"아이는 의식이 있나요?'
"네!"
"아이가 피를 흘리나요?"
"아니요"
"그럼, 엄마!! 진정 좀 하세요!!!"
다친 애 보다 엄마가 더 진정을 못하고 있으니 저 부터 진정시키더라고요. 전 사람 팔 부러진거 처음 봤다고요!!! 게다가 그게 내 아들인데 진정이 되겠냐고요!!!!

"어떤 상황에서 다친건지 설명 해 주세요"
"아이가 음료를 쏟아서 닦으라고 했는데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았나봐요. 그 구역을 뛰어가다 넘어 진 거 같아요"
"그래서 정확히 어디를 다쳤나요?"
"왼쪽 팔이 부러진거 같아요"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제제가 제 잠옷 치맛자락을 잡아 당기며
"마미, 손목!!! 손목이야!!! 팔이 아니라 손목!!! 손목!!!" 이 와중에 애미의 부정확한 정보 전달을 교정해 주는 둘째 아들램!!!
그렇게 약 10분 후에 구급차와 앰뷸런스가 집에 도착했고, 두 분이 와플이 팔의 응급 처차를 하는 동안 다른 분은 집을 꼼꼼히 둘러 보시더라고요. 한분은 제제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듯 했지만 그 대화 속에는 자연스레 와플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 보는 듯 했고, 저에게도 어떤 상황이였는지 물어 보셨고요.
잠옷 입은 채로 삼각 김밥 싸던 중 일어난 일이라, 구급 대원분들이 오셨을 때도 잠옷 차림 그대로였지만 당시에는 부끄러운 줄도 몰랐...
응급 처치가 끝나고 1시간이나 떨어진 곳의 어린이 병원으로 데려가겠다길래 그러라 하고는 같이 가겠냐고 묻길래 전 제제 학교 보낸 뒤에 그 병원으로 바로 가겠다 했어요. 대신 와플이 아부지에게 병원으로 먼저 가 있으라고 부탁해 두었고요.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같이 앰뷸런스를 타고 가야 하는건지, 아이만 가게 해도 되는건지, 아님 앰뷸런스를 거절하고 제가 아이를 태워 병원으로 가도 되는건지 아무 것도 몰라서 그냥 그분들이 제안하는대로 "예스" 만 했어요.
나중에 저도 병원에 도착해 의사의 말을 들어 보니 팔 앞쪽 뼈가 두개가 골절 되었고, 골절 되면서 두 뼈가 어긋난 채로 이동이 되어 버려서 뼈를 양쪽으로 잡아 당겨 다시 제자리로 맞춘 다음에 깁스를 해야 한다더군요. 그런데 통증이 심해서 아이에게 프로포폴로 수면 마취를 한 후 뼈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마취 전문의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수면 마취에서 깬 와플이는 다행인지 팔이 부러진 사실을 기억 못하더라고요? 여기가 어디냐? 왜 병원에 온거냐? 팔 부러졌다 하니 화들짝 놀라며 왜 자기 팔아 부러진거냐며!!! 근데 나중에는 정신이 들면서 다시 기억하긴 했어요.
하루 아침에 뼈 두개 부러진 아들램 팔 때문에 신발도 신겨 줘야 하고, 옷도 갈아 입혀줘야 하고, 샤워도 시켜 줘야 하고... 6월엔 국내선 뛰느라 집 비우는 날도 많은데 얘는 누가 돌보지?? 큰일 났네!! 큰일 났어!!! 하며 동기에게 하소연을 하니...
"언니!!! 병가 내야지!!!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게 FMLA(Family and Medical Leave Act)인데.. "
"(솔깃) 어어어엉????!?!??!? 그러네?!?!?! 나 FMLA 쓸 수 있네???? 우리 와플이 졸업식에도 갈 수 있겠네??? "
이거 뭐, 잘 된 일은 아닌데, 잘 된 일인 것 같은.... 잘 된 일이잖아?!?!?!?!
누군가가 내 비행을 가져 가는 기적을 바랬는데... 아들 팔이 부러져서 비행이 병가 처리 되는 의외의 기적이 일어났눼????

그리하여 회사에 FMLA 신청을 하고, 필요한 서류를 받아 의사 소견서를 첨부하여 2주간의 병가를 냈습니다. 그 덕에 와플이 졸업식에도 참석했고, 방학할 때 까지 제가 직접 돌볼 수 있었고, 무사히 시댁까지 아이들을 보낼 수도 있었어요. 그리고 시댁에서 제제 생일 파티까지, 제가 원했던 휴무를 결국 다 받게 된 셈이였죠.
한달이면 뼈가 붙을 거라던 의사 선생님의 첫 예상과 달리, 와플이는 두달 동안 깁스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 나았어요.
그리고 한번 경험 해 봤으니 알게 된 것은...
남자 아이들 뼈 부러지는거 아주 흔한 일이라, 뼈 부러진 걸로 911 안 불러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엄마가 운전해서 병원에 데려가면 된대요. 앰뷸런스는 이용 거리로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의식이 없거나 이동하면서 처치가 계속 필요 한 경우가 아니라면 앰뷸런스는 돌려 보내고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답니다. 그리고 앰뷸런스 비용은 비행기 티켓 값 보다 비싸다는 것도 배웠죠. ㅎㅎ
30마일, 즉 1시간 거리의 병원까지 앰뷸런스 이용 가격은 1906.40불이 청구 되었고요, 보험 커버 되고 제가 부담한 비용은 381.28불이였어요. 앰뷸런스 1시간 타고 53만원이라니!!! 앰뷸런스 비용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을 들었어서 몇만불 청구 되는거 아닐까 바들바들 떨었는데 그나마 381불이라니 가슴을 쓸어 내렸답니다.
이렇게 또 절망적일 뻔 했던 6월은 예상치 못한 병가로 잘~ 살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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