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왔습니다.
이번엔 아무도 찾는 이 없었지만 돌아와야 할 때가 되었기에 제 발로 돌아 왔어요.
그간 어디 갔었느냐고,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으신다면...
하!!!!!
힘들었습니다.

여름 성수기 시즌이 끝나고 한 숨 돌리며 써 보는 근황 토크!
저 씨애틀에서 애틀란타까지 뱅기타고 왕복 10시간 거리를 1년 넘게 출퇴근 했었잖아요. 그 고생을 반으로 줄이려고 솔트 레이크 시티 베이스로 2025년 5월에 이동을 했습니다. 저희 항공사가 6월부터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인천으로 취항을 시작했거든요.

5월에는 인천으로 가는 비행이 없어서 국내선 비행만 했지만 왕복 네시간으로 줄어 든 출퇴근 길에 마냥 행복했답니다.

반으로 줄어 든 커뮷은 가뿐하더라고요. 게다가 한달만 참으면 6월 부터는 인천 비행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6월 중순 부터 취항 시작이라 제 연차까지 인천 비행을 받을 수 없어서 6월도 국내선 비행만 해야 했습니다. 두달 연속으로 국내선 비행만 하다 보니
'나 정말 운이 좋았던거구나!!! 입사 하자마자 주니어로 비행 시간이 30시간 가까운 인천 비행을 받을 수 있던 덕분에 남들보다 휴무도 많았고, 내 사정에 맞춰 스케줄을 받거나 바꾸기도 수월했던거구나... ' 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말은 뭐다? 국내선 빡빡한 6월 스케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단 말씀!!!

우리 와플이 과제 전시회, 와플이 초등학교 졸업식, 둘째 제제의 생일 파티, 방학 시작하는 아이들 시댁에 데려다 주는 일정을 위해 휴무 비딩을 했지만 어느 것도 받지 못하고 필요했던 그 날짜에 모두 비행 스케줄을 받아 버렸거든요. 다른 승무원들과 스케줄을 바꿔서 내가 원하는 날의 휴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문제는 연차 순으로 좋은 비행을 받는 시스템이기에 저 같은 쭈구리 신입 승무원은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날짜에 선호하지 않는 비행이라 스케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내가 가진 패가 고도리여야 하는데 남들 다 가진 똥 들고 있다가 내놔봐야 아무도 안 가져 간다는거죠.
그렇다고 또 죽으라는 법은 없는게 다른 승무원 안들고 가는 패라도 회사와 교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요. 병가를 내거나 비행이 취소되어 다시 생긴 비행 스케줄은 회사가 가지게 되는데 그 비행과 제가 가진 비행을 바꿔서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또 문제는 이것도 먼저 바꿔 가는 사람이 임자라 내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비행과 바꿀려면 그냥 하루 종일 이 게시판만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눈 뜨자마자 이 게시판 열어서 확인, 화장실 가서도 확인, 밥 먹으면서도 확인, 잠자기 전까지 이 게시판만 주구장창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한다는거죠. 뭐, 한참을 이 짓거리를 하다가 깨달은 것은 결국 주말이 낀 비행은 주말 비행으로 밖에 못 바꾸는데 저의 모든 주말 스케줄은 이미 비행이 있어서 바꿀 방법도 없었던 것!!!!
나 왜 헛고생했니???

좌절의 6월은 이렇게 우리 아들 초등학교 졸업식도 못 보는건가 했는데... 결국 졸업식도 참석하고 아이들도 시댁에 데려다주고 잘된 일인 듯 잘 되지 않은 대반전의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어찌저찌 잘 넘겼습니다.
그리고 7월!!! 드디어 제 연차에도 인천 비행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인천 비행 2개, 스탠바이 6일의 아름다운 스케줄을 받게 되었답니다.

역시!!! 인천 비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였어!!!

그러나 복병의 8월!!!
제 연차로로도 충분히 인천 2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스케줄을 받아 보고는 기절하는 줄!!!!

인천은 커녕 7월 31일부터 8월 11일까지 국내선 12일 연속 비행!!! 징검다리 휴무 하루를 넣은 9일 연속 비행! 베이스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이라면 비행이 끝나고 난 후, 집에 돌아가 잠 자고 다시 다음 날 출근해서 비행하면 되지만 저는 씨애틀에서 솔트 레이크 시티로 출퇴근하는 커뮤터라 이렇게 연속 비행이 있으면 12일간 집에 들어갈 수 없거든요.
저 보다 연차가 늦은 후배이신 분들도 다 받은 인천을 왜 못 받았나 했더니!!! 출퇴근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 2번 출근하는 스케줄로 비딩을 해버렸더니 글쎄 인천은 못 받고 국내선 줄줄이 소세지를 뙇~ 하니 받아 버린거죠.
어우, 이 멍충이!!!
그 바람에 이런 대환장 스케줄을 받고 12 일 동안 집에 못 갔죠 뭐...
그나마 아이들이 방학 동안 시댁에 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몰라요.
7월 8월은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이 많이 있었고, 또 경험해 보지 못했던 8월의 연속 비행의 스케줄을 소화 하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던 저는 블로그를 들여다 볼 의욕조차 안 생기더라고요.
한국어 스피커로서 비행 시간이 긴 인천 비행을 받는 것이 얼마나 럭키한 것이였나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고, 멀리 커뮷을 하더라도 제 연차로 인천 비행이 보장되는 애틀란타로 다시 베이스 이동을 하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또 애틀란타가 제 연차에 인천 비행이 보장 되는 상황도 아니였어요. 다른 베이스에서 저보다 시니어이신 분들이 이동을 해 오면 저는 연차에 밀려 못 받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솔트 레이크 보다는 애틀란타라는 생각이였죠.
마침 10월에 아주 큰 베이스 대이동이 있을 것이라 해서 이참에 제가 살고 있는 시애틀 베이스로 이동해서 집에서 출퇴근하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며 1순위로 씨애틀 베이스를 넣고 2 순위로는 애틀란타로 비딩을 했어요. 씨애틀은 운 좋게 이동이 된다고 해도 제 연차로는 인천 비행을 받을 수 없지만 대신 집에서 출퇴근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으니까요.
역시나 씨애틀로 이동은
꿈 깨!!!

그러나 애틀란타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애틀란타에서 인천 비행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모르지만...
아직 애 키우는 엄마인 저는 애들에게 맞출 수 있는 스케줄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베이스 이동이 별 일 아닌 것 같았지만 이 작은 변화에 저를 비롯해서 온 가족이 적응하고 맞춰 가는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다시 한번 베이스 이동을 하게 되어 또 적응기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여유가 생기면 블로그에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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