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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승무원 일기

아르헨티나!!!!

by 스마일 엘리 202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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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을 쉬고, 4일째 휴무일에는 다음 날 있을 스탠바이를 위해 애틀란타로 왔습니다. 같이 졸업한 동기가 저에게 직업이 4개라고 했는데 주부, 엄마, 본업인 승무원, 그리고 커뮤터! 비행기 타고 5시간을 출근하는 것도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 역시도 커뮤터는 또 하나의 일이라고 인정합니다. 말이 5시간이지, 5시간 출근 비행을 위해서 집에서 3시간 전에 나서야 하니까 8시간을 출근길에 보내는거잖아요. 
아무튼 인천 비행과 이후의 짧은 휴무, 3일 비행, 그리고 다시 3일 휴무 후 내려 오는거라 뭔가 피로가 풀리지 않아, 다음 날 스탠바이 때 불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불리더라도 스탠바이 둘째날 불려가고, 첫째날은 그냥 4시간 뒤에 스탠바이 끝나면 호텔로 돌아가 푹~ 자고 싶단 생각 뿐이였거든요. 
새벽 5시 30분 부터 스탠바이였는데 오늘따라 화장도 잘 먹고, 인조 속눈썹도 단단히 잘 붙었고, 전날 식사도 부실하게 먹는 듯 마는 듯 했더니 자기 주장 강한 뱃살도 그 존재감을 감추어서 타이트하던 유니폼도 아주 살짝 여유 있고, 아~ 이런 날은 셀카 좀 찍어 줘야지!!! 해서 혼자서 몰래 셀카도 좀 찍었죠. 안 불리고 싶은 마음이였는데, 또 이렇게 화장 잘 먹은거 보니 비행 가고 싶은 맘도 들고 뭐얔ㅋㅋㅋ 이 아이러니

오픈 타임 (그날 그날 갑자기 크루가 필요한 비행 리스트) 체크를 5분 단위로 체크해 봐도 오후에 있는 '로마' 비행만 보일 뿐! 
6시 30분이 지나고, 7시가 되고, 동기가 잠시 저를 보러 라운지에 들렀다 8시에 나갈 때까지도 불리지 않아서
'오옷? 오늘 진짜 안 불리는거 아냐?' 하며, 오픈 타임에 뜬 스케쥴들을 봤더니 갑자기 EZE 공항 코드의 비행이 뜬거죠. 게다가 출발 시간도 제가 스탠바이 하는 시간대에 있어서 여기 불리는거 아냐? 하고 공항 코드 검색을 해 봤더니 어엌? 부에노스 아이레스!!! 
'오오? 나 오늘 아르헨티나 가는건가??? 어쩐지, 오늘 화장이 잘 먹더라니!!!  하며 불릴지 안불릴지도 모르면서 어느새 손꾸락은 네이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검색하고 있더라는요. 
가서 뭘 먹어야 하며, 어디를 구경 가야 할지 블로그 겨우 두개 읽었는데 띵띠리리링 띵띠리리~ 하며 크루 스케쥴링에서 걸려온 전화 
보통은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 게이트로 가세요!" 라고 하는데 너무나 여유 있게
" 엘리, 오늘 스케쥴 업데잇 됐으니까 앱 확인하세요"
해서 앱을 봤더니 아아아앜ㅋㅋㅋㅋㅋ 떴다!!! EZE

나 오늘 아르헨티나 가는거였쒀!!!!!!  (안 불리고 싶다던 사람 누규? 호텔가서 푹 자고 싶다던 사람 누규?) 

 동기들한테 아르헨티나 간다고 쒼나게 자랑을 하고, 크루 브리핑을 하러 갔습니다. 원래 그 비행기는 어제 출발 했어야 하는 비행이였는데 비행기의 기술적 문제로 출발하지 못하고 하루 뒤에 출발 하는 바람에 기존의 크루가 법적 근무 시간 초과로 빠졌고, 또 비행기가 예정 된 출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게 되면, 또 한명의 크루가 도중에 빠져야 하기 때문에 크루 보충을 위해서 불려 왔던거더라고요.  문제는 스케쥴링 팀에서 쓸데없이 너무 많은 스탠바이 인원을 불러와서 2명이 필요한데 4명을 불러 온 것! 그러니 두명은 어차피 못 가고 남게 될거라고.. 
근데 불려 온 4명 중 제가 스탠바이 시간이 제일 이르기 때문에 저는 무조건 가게 될거고, 스탠바이 시작 시간이 늦은 두명이 남게 된다고 얘기를 듣고 브리핑에 참가 했습니다. 
브리핑 하는 동안 아르헨티나에서는 크레딧 카드 사용은 되도록 하지 말고 (원래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이 청구하거나 사기 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50불 정도만 환전하면 먹고 쓰는데는 문제 없을거고, 쇼핑을 많이 할거면 여유있게 100불 정도면 쓰고도 남는다길래 다른 크루들과 함께 ATM에서 돈도 뽑았어요.  아우 씐나~~~

비행기에 타서 제가 담당할 구역이 델타 프리미엄 셀렉트라 부담 백만배 였으나 사무장님께서 1대 1 과외 시키듯 하나 하나 알려 주셔서 배운대로 잘 해보자!! 하며 굳은 결의를 다지며 얼음을 깨 부수던 그때 같이 불려왔던 스탠바이 크루들이 갑자기 메세지 받았어? 하길래 폰을 보니 저에게 주어졌던 아르헨티나 트립이 취소 되었다는 메세지가 떴습니다. 어차피 두명은 못 가는거라 알고 있었지만 4명이 모두 같은 메세지를 받았기에 그럼 도대체 가야 하는 두명은 누구인거야? 사무장에게 보고 했더니 스케쥴링에 전화해서 확인 해 보라고 해서 각자 4명 모두가 스케쥴링 부서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 와중에 비행이 출발 시간이 늦어 지면서 기존 크루 중 한명이 법적 근무 시간 초과로 내려야 했고, 그래서 필요한 크루는 다시 3명, 
크루 스케쥴링 부서에서는 누가 돌아가고 누가 비행을 갈지 빨리 연락을 주지 않아 결국 크루 라운지에 있던 매니저까지 출동해서 스케쥴링 팀과 얘기를 하고, 제가 제일 일찍 스탠바이 했던 멤버였지만 이미 스탠바이 시간이 끝나 버렸고, 그 와중에 비행 시간은 10시간이라 14시간 초과 근무를 하면 안된다는 룰 때문에 제가 빠지게 되며 나머지 세명이 비행을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설레는 맘에 상처 주기 있기 없기?!?!?! 
아르헨티나 간다고 비행기에 가방도 실고, 일도 했는데, 손님 가득 찬 비행기에서 내 짐 끌고 내리는 기분

저의 첫 남미 아르헨티나 비행은 이렇게 줬다가 뺏긴 트립으로 끝나버렸습니다. 
터덜터덜 가방 끌고 다시 크루 라운지로 돌아와 앱을 확인하니 다음날 이틀짜리 비행이 업데잇 되었더라고요. 그런데 레이오버 시티가 사바나!!!! 
앗, 그럼 보고 싶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친구들 만나고 오면 되겠다!!! 
아르헨티나는 못 갔지만 사바나라도 갈 수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달까요? 
그리고 다음 날 도착한 사바나!!! 2019년 3월, 사바나를 떠나 온 이후 5년만에 다시 돌아 온 사바나 공항! 

아직 제가 미국의 모든 공항을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바나 공항 만큼 아기자기 예쁜 공항은 보지 못했어요. 
마치 고향에 돌아 온 느낌
사우스 캐롤라이나 살 때 엄청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엄친딸이 호텔까지 저를 데릴러 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 던 당시에는 없었던 한국 식당도 몇 군데나 생겼더라고요? .

아르헨티나 못 간 한은 오징어 볶음과 제육 볶음으로 풀었습니다. 
엄친딸과 그동안 밀린 수다 떠느라 너무 잼났어요.

일 하러 왔지만 이렇게 짧은 레이오버를 이용해 타지에 사는 지인들을 만나 볼 수 있어 다시 한번 이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감사하고, 절 뽑아 준 델타에 감사해요. 

델타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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