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스케쥴 중, 밤 늦게 출발 해서 약 1~2시간 정도 비행한 후, 호텔에서 5~6시간 휴식한 뒤, 다시 새벽에 일찍 돌아 오는 스케쥴을 린오버 라고 해요.
낮 시간대에는 집에 머물 수 있고, 온 가족이 다 자는 시간 동안 비해응ㄹ 다녀오고, 아이들이 깨기 전에 돌아 오는 스케쥴이니 아무래도 아이가 있는 엄마 승무원들이 선호하는 비행 스케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비행을 하는 것이 아닌, 타 도시에서 비행을 하는 저 같은 커뮤터는 린오버 스케쥴을 좋아하지 않아요. 일단 비행을 끝내고 새벽이나 이른 아침 돌아오면, 그 다음 스케쥴까지는 크래쉬 패드에 머무르거나 (잠만 자는 숙소) 호텔에 머물러야 해서 숙박비 지출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비행시간이 짧아서 그냥 린오버 스케쥴만 하러 베이스 도시로 오기에는 돈과 시간의 낭비가 큽니다.
그런데 커뮤터인 저에게 린오버 스케쥴이 생기거죠. 그것도 두개씩 연달아서요.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오는 스케쥴과 일요일 밤에 출발해서 월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스케쥴이더라고요. 다행히 당시에 전 크래쉬 패드를 계약 해 둔 상태여서 잘 곳이 있었지만 짧은 비행보다는 3일짜리 비행을 다녀 오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어차피 일 할려고 애틀란타까지 내려 오는 건데 일 할 수 있는 시간을 꽉 채워 열심히 일하다 돌아가는 것이 낫지, 24시간 중 6시간만 일하고 쉬다가, 다음 날 밤 다시 6시간을 일하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 밖에요.
그러던 중 함께 일하던 크루가 제 스케쥴을 보더니 " 나라면 이 린오버 스케쥴에 두개의 린오버를 더 픽업해서 얹어 놓겠어, 그러면 시간 낭비 없이 일 할 수 있어서 좋잖아"
아~ 역시 시니어에게는 연륜과 지혜가 있구나...
4일 동안 두개의 린오버 스케쥴은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해낼 수 있지만 과연 2개를 더 얹어 4개의 린오버를 감당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이왕 내려온 거, 일할 수 있을 때 빡세게 뛰어 보자~ 하는 맘으로 일단 목요일 밤 출발, 금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린오버 스케쥴을 픽업해서 얹었습니다.
텍사스 오스틴 비행이였어요. 오스틴은 벌써 세번째!! 이제 공항도 더이상 낯설지가 않습니다.
비행을 끝내고 아침에 크래쉬 패드로 돌아와 낮잠을 자고, 다시 저녁에 출근 준비를 해서 원래 저의 스케쥴이였던 플로리다의 멜버른으로 비행을 갔습니다.
깜깜한 밤에 도착하니 플로리다인지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냥 빨리 자고 싶은 생각 뿐!!!
그런데 호텔이 너무 모텔같아서 놀래버렸…
1시간 짜리 밤비행인데도 크루밀이 제공되어서 새벽 1시에 또 챙겨 먹었네요.
호텔에서 쉬는 시간은 5시간 정도였지만 공항에서 오고 가는 시간을 빼면 실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이 안되어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짧은 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 이틀 연속 린오버 좀 피곤한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같이 비행 한 크루가 다음 날 똑같은 멜버른 린오버 비행이 있다며 드랍할거라더라고요?
"어? 그거 그럼 나한테 드랍해줘, 나 어차피 린오버 하나 더 할까 생각 하고 있었거든"
이성적 사고를 하는 뇌보다 주둥이가 한발 빠른 바람에 또 린오버 하나를 더 얹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계획대로 토요일 밤 출발, 일요일 아침 돌아 오는 린오버를 하나 더 얹게 되어 4일 연속 밤 비행을 나가게 되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린오버 비행이 실제 비행한 시간 보다 비행 시간을 더 쳐주기 때문에 린오버만을 골라서 비행하는 크루를 "린퀸, 또는 린킹" 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제가 4일 연속 린오버 뛰고 있다고 했더니 같이 일했던 크루가 저한테 " 네가 바로 린퀸이구나!!!" 하며, 자긴 오늘 하루 린 뛰는 것도 피곤해 죽겠다고 저보고 크레이지라고 하던데 ㅋㅋㅋㅋㅋ 뭐 린퀸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바짝 벌고 갈 생각이였을 뿐!!!
게다가 또 린오버 비행을 해 보니 실제 비행 한 시간보다 비행 크레딧을 더 쳐 주니까 마다할 이유도 없죠 뭐.
모든 비행이 다 그렇지 않지만 애틀란타 출발의 린오버 비행들이 실제 비행 시간은 왕복 3~4시간 밖에 안되는데 비행 크레딧은 6~7시간을 쳐주고, 어떤 비행은 심지어 휴식 시간도 7~8시간씩 주는 꿀비행이더라고요. (제 동기가 픽업했던 비행은 편도 45분짜리 비행에, 비행 크레딧은 7시간, 호텔 휴식 시간은 9시간이였던 그야말로 2시간 안되게 일하고, 5시간은 공짜로 돈 받는 그런 달디달디달디단 꿀비행이였음)
이후로, 전 결심 했습니다. 이런 꿀 비행 잽싸게 주워서 비행하는 린퀸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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