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 승무원이 되기 전엔 알지 못했는데, 델타 항공 승무원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인 인천 비행이 아주아주 인기 있는 비행이여서 저 같이 신입 초초초초 주니어 승무원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비행이라는 것이였어요. 비록 제가 한국어 스피커 승무원이라 일반 승무원들 보다는 한국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지만 그 또한 한국어 스피커 승무원들의 시니어리티 때문에 인천 비행을 입사 후 몇년간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델타 항공 승무원에 합격을 하고, 당연히 씨애틀 베이스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게도 한국어 스피커 승무원들은 모두다 애틀란타 베이스로 배정을 받게 되었어요. 트레이닝을 받으면서도 우리 한국인 승무원들의 관심사는 과연 우리는 이 머나먼 애틀란타까지 출퇴근 하면서, 한국 비행도 못하는 한국어 스피커 승무원이 되고야 마는 것인가!! 였는데…
회사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4월부터 애틀란타 인천 구간의 비행을 1일 2회로 늘리면서 한국어 가능한 승무원이 필요했기에 저희를 모두 애틀란타로 배정한 것이였습니다. 그 덕분에 일반 승무원이라면 20년을 비행해도 받기 힘든 인천 비행을 트레이닝 센터를 갓 졸업한 젖내 풀풀 나는 초신입인 저희들이 받을 수가 있게 된거죠. 실제로 인천 비행을 해 보면 미국인 승무원들은 40년, 30년 비행하신 분들이고, 20년 비행하신 분들이 오히려 그들 사이에선 주니어랄까요? (물론 이.거.슨. 베이스 사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7000여명의 크루가 있는 애틀란타 베이스는 그러합니다)
델타 이용하셔서 미국 한국으로 오시는 분들, 델타 승무원들은 한국 승무원들과 다르게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이라고 불평 하시던데… 그 분들은 최소 20년 이상 비행하신 찐 베테랑 승무원들이시라구요. 그말은 뭐다??? 비행기에서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누구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대처를 하실 수 있는 분들이니 안심하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비행을 즐기시면 된다는 말씀! 30년 40년 동안 18개월 마다 이뤄지는 비상 상황 훈련, 안전 훈련, 대피 훈련 시험을 지속적으로 통과 하셨다는거니까요. 그 분들은 몸이 기억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자동적으로 반응하실 분들이거든요.
아무튼 애틀란타 인천 노선 1일 2회 취항 덕분에 감사하게도 트레이닝 졸업한지 두달만에 한국 비행을 받게 되었습니다. 스케쥴 표에서 인천 공항 코드인 ICN을 보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어요. 2018년 21개월이였던 이였던 제제와 5살이였던 와플이를 데리고 사바나-애틀란타-인천-부산 구간을 다녀 오고는 너무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아이들이 클 때 까지는 한국을 가지 않으리 다짐을 했더랬죠. 그때 정말 비행기에서 울었던 거 생각하면… 어흑!!
2018.05.15 - [미국 생활기] - 극기 훈련 같았던 미국<--> 한국 왕복 비행 이야기
그 이후 부모님도 뵙지 못하고, 나이 들어 가시는 부모님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며 늘 마음이 쓰였는데… 이렇게 일을 하며 한국을 갈 수 있다니!!! 정말 승무원이 되기 잘 했다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주어진 레이오버 36시간… 6년만에 만날 엄마 아빠 생각하니 너무 설레더라고요. 국내선도 긴장하며 비행하는 병아리 신입 승무원인 제가 국제선 것도 최장거리 노선을 타고 가는 거라 선배님들께 민폐가 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걱정으로 출발 전까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요. 다행스럽게도 다들 제가 신입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 주셨고, 너무 좋은 분들과 비행해서 다행이였습니다. 물론 실수도 했었어요.
그렇게 긴긴 15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이른 새벽 4시반에 인천 도착!!!
제가 승무원이 되서 한국에 돌아 왔다는게 믿기지 않아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고… 게다가 6년만에 돌아 온 한국이 오히려 외국 같이 느껴지고… 그냥 신기해서 두리번 두리번 하다가 일단 편의점으로 갔습니다.
막 다~ 사고 싶고, 다~먹고 싶고… 그치만 저에게 허락 된 36시간 안에 먹어야 할게 많으니 배 불리면 안된다!!! 는 생각으로 일단 집어든게 삼각 김밥..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드디어 6년만에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 가면 무조건 샤브샤브와 돼지 갈비를 먹어야 겠다고 미리 말해 두었기에 점심은 샤브샤브~ 미국에도 샤브샤브가 있지만 달라~ 역시 한국과는 달라요. 한국의 푸짐한 무한정 샤브샤브를 따라갈 수가 없죠. 내일이 오지 않을 마지막 식사처럼 그렇게 배터지게 샤브샤브를 먹고 한국가면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그 것!!!
저의 첫 책이였던 “엘리네 미국 유아식” 책 서점에서 찾아 보기!!! 이미 출판한지 4년이나 지나서 서점에서 사라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아앜ㅋㅋㅋㅋㅋ 아직 있더라고요!!!! 너무 신기 했고 뿌듯했답니다. 그런데 출판한지 1년 남짓 지난 ‘엘리네 미국집’은 없었어요 ㅠ.ㅠ
그리고 다음 코스 올리브 영!!! 세포라 일하면서 화장품은 솔직히 차고 넘치도록 있는데… 바보 같이 화장품 브러쉬 가방을 안가져 오는 바람에 브러쉬와 아이라이너가 없어서 사러 가야 했어요. 간김에 승무원들의 필수품이라는 달바 미스트도 구입하고요. 달바 미스트가 왜 승무원 미스트인지 알겠음요. 건조한 기내에서 수분 미스트 뿌리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더 더 건조해 지는데 달바 미스트는 오일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그런지 저같은 악건성 피부에 촥 촥 뿌려주니까 촉촉함이 지속 되어서 너무 너무 좋았어요.
저녁은 제가 너무너무너무 먹고 싶었던 숯불 돼지 갈비를 먹으러 왔습니다.
미국에서는 제대로 된 숯불 돼지 갈비를 찾을 수가 없어서 한국 가면 꼭 먹고 와야지 했는데 소원 풀었어요. 진짜 숯불 왕갈비 너무너무 맛있었다는… 담번에 부모님 뵈러 가면 또 먹으러 갈려고요. 먹었는데도 부족해.
가면 이것저것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와야지 했는데… 제 배는 36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더라고요. 배 튀어나온거 보면 엄청난 저장 공간이 있는게 틀림 없는데… 이미 내장지방의 지분이 생각보다 아주 큰가 봅니다. 그렇게 결국 두끼만 먹고, 엄마가 아침으로 해 주신 등갈비 김치찜을 먹고 서울로 다시 올라 왔어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요…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던 엄마 아빠가 이번에는 제가 또 비행으로 조만간 다시 올 것이고, 앞으로도 매달 올 수 있다는 것을 아셔서인지 서울 사는 딸 보내는 것처럼 가볍게 손 흔들며 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였어요.
사실 제가 승무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 했던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저희 아빠 였어요. 한국에서 30여년 살면서 아빠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2018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 올 때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안아 주시면서 눈물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러다 몇년 전 아빠의 칠순 가족 모임 때 전화를 드렸더니 아빠가 “ 여기 가족들 다~ 와 있는데 너만 없네” 하시면서 울컥 해지시더니 전화기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고 밖으로 나가셨는데 , 그때 전화기 영상으로 등돌리고 우시는 아빠 모습을 봤거든요.
일년에 한번씩 한국을 나간다 해도 이제 아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하니 일년에 한번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거죠. 한국에 자주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항공사 직원이 되어서 비행기표 혜택을 받는 것 밖에 없다!!! 라는 생각으로 항공사 지상직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전 결국 승무원이 되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돌아 올 때 아빠가 저에게 웃으며 조심히 잘 돌아가라고 인사해 주시고, 엄마도 저를 기차역까지 들어와 기차 태워 주시면서 눈물 대신 쿨한 당부를 하신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 담번 비행 때는 집에 오지 말고, 눈썹 문신 잘하는데 가서 눈썹 문신이나 꼭 받고 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 돌아가는 딸한테 하는 너무 유쾌한 작별 인사 아닌가요? 뭐, 또 올 것을 알아서 그런거지만요. 그렇게 전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와 인천 공항 돌아가기 전까지 남은 몇시간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혼자서 샤브샤브 칼국수도 먹고요,
영풍 문고에 들어서 혹시나 저의 두번째 책인 '엘리네 미국집' 이 있을까 싶어 인테리어 섹션을 살짝 봤더니!!
있다!!!
그래서 인증샷도 찍었어요. 이거 너무 해 보고 싶었다구요!!!!!
한국 서점에서 펼쳐 보는 우리집 사진,
그리고 책에 담긴 우리 아이들 사진…
미국 델타 항공 승무원이지만 여전히 파란 비행기 대한 항공을 보면 설레입니다. 그냥 내 고향 가는 비행기라 그런가봐요. 그치만 전 델타 항공을 더 사랑하긴 합니다.
정말 꿈 같았던 첫 인천 비행이였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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