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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 변화의 시작

by 스마일 엘리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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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타 매장으로부터 상품 이동 요청이 왔습니다. 

상품 이동은 새로운 매장이 오픈할 때 재고가 부족한 상품을 재고가 넉넉한 매장으로부터 받아 오거나, 판매가 잘 되지 않는 상품을 판매가 잘 되는 매장으로 옮기기 위해서 하는 업무예요. 저희는 콜스 백화점 안에 입점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매장간의 이동은 콜스의 담당 부서 직원들이 담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매장간의 이동 상품이 6800여개로 어마어마한 종류와 갯수 였기에 콜스 직원들이 저희 매니저에게 상품 이동이 있다고 알리고 준비하라고 했나 봅니다. 2주 정도 여유를 두고 매니저에게 알렸지만 저희 매니저는 이 업무는 저희 세포라 직원의 업무가 아니니까 하지 않기로 결정 합니다. 그리고 라라양과 저에게도 이런 내용을 전혀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다가 2주일간의 휴가를 가 버렸죠. 

상품 이동 마감 기한 3일을 앞두고 콜스의 제너럴 매니저가 상품 이동 준비는 잘 되어 가냐고 라라양에게 묻자 금시초문이였던 라라양은 무슨 말이냐며 되물었고, 이에 아무 준비도 되지 않았음을 상황 파악한 제너럴 매니저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는 당장 상품 이동 준비를 시작하라고 한거죠. 

매니저도 없는 상황에 갑자기 상품 이동을 어찌 하는지도 모르는 라라양과 저는 일을 배워가면서 해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던 겁니다. 

이동할 상품 리스트를 보고, 그 리스트에 있는 품목들을 시스템에 스캔해서 온라인 리스트를 만드는 작업, 몇개를 보낼 수 있는지 우리 재고와 비교해서 갯수를 넣는 작업, 보내야 하는 상품과 갯수를 스탁룸과 매장에서 찾는 작업, 찾은 제품들 일일이 다 스캔하고, 포장하는 작업, 서류 작업등등...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2주라는 시간을 준데에는 이유가 있었던거죠. 그런데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단 3일!! 

손님도 봐야 하고, 상품 이동 업무도 봐야 하고 정말 발바닥에 땀 나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필 그 즈음에 그만 둔 직원들도 있어서 매장에 직원도 라라양과 저 포함 3~4명 밖에 없는 상황이라 극한의 상황이라면 극한의 상황이였습니다.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업무 분담을 하자!!! 

D군에게  손님 응대와 매장 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저와 라라양은 리스트 스캔 작업을 나눠서 하고 그렇게 하루를 꼬박 보낸 후, 다음 날은 매장 직원들까지 총동원해서 상품을 찾고, 마지막 날은 상품 스캔과 포장 작업까지 겨우겨우 맞출 수가 있었어요.

마지막 날이던 3일째 되던 날, 2주 휴가를 마치고 매니저가 돌아 왔지만 매니저는 콧방귀를 끼며

"이건 원래 세포라 직원들의 업무가 아니야, 콜스 직원들이 할 일이니 자기들이 해야지"  

하며 끝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고요. 

저... 매니저님?!?! 세포라 직원들의 업무가 아닌게 확실하면 당신의 새끼들이  발바닥 땀나도록 오버타임 까지 하며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직접 나서서 콜스 매니저에게 말을 해 주시던가... 그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없다면 매니저로서 같이 이 일에 동참해서 빨리 끝내고 집에 갈 수 있게 해 주든가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다 못한 라라양이 나서서 제너럴 매니저에게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고 했죠. 우리 매니저는 담 넘어 불난 집 구경 하듯 보고만 있고,  이건 우리 업무가 아니라는데 왜 우리가 해야 하는거냐고 제너럴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세포라 직원의 업무가 아닌 것은 맞지만 콜스 직원은 세포라 상품과 위치를 잘 알지 못하니 같이 협력해서 하라고 세포라 매니저에게 말을 했었다더군요. 이에 콜스 직원은 세포라 직원들이 일을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세포라 매니저는 우리 일이 아니니 콜스 직원들이 일을 시작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 줄 생각이였는데 콜스 직원들이 아예 시작하지를 않으니 '니들이 안하는데 내가 왜 해?' 이렇게 된거였습니다. 그리고 그에 관한 내용은 우리에게 공유하지 않고, 혼자서 2주간 휴가를 가버리는 바람에 나나양과 저 둘이서 3일동안 아주 욕나오는 대환장 파티를 해야 했던거죠. 매니저는 이 업무에 끝까지 손끝하나 대지 안았고, 저와 라라양 둘이서 오버타임을 하며, 막판에 콜스 직원들까지 동원해서 겨우겨우 마감일에 맞춰 쉬핑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라라양과 저는 매니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에 불만을 품게 되었고 (사실 이 일 한가지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부재에 관한 문제가 있었음) 매니저의 자질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결과로는 라라양과 저는 이런 상황 속에서 손발이 굉장히 잘 맞고, 서로가 서로를 잘 보조하며 일을 잘 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이 일이 저희 세포라에 큰 변화를 몰고 오는 작은 씨앗이 되었습니다. 또한 제 개인적으로 이 일은 제 인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는 에피소드가 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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