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포라 일기-직장에서 상사 보다 더 무서운 건 동료!

그동안 저희 매장에는 큰 물갈이가 있었습니다. 
2022년 6월에 오픈한 저희 세포라 매장에 오프닝 멤버는 현재 매니저와 라라양, 저, 나나양 네명만 남았습니다. 대부분의 오프닝 멤버는 그만 두었고, 이후 새로 입사했던 다섯명이 오래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고, 지금은 다시 새로운 멤버 5명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중 예상치 못했던 동료의 퇴사는 라라양과 함께 리드 포지션이였던 가가양의 퇴사였는데, 가가양은 세포라에 입사하면서 나나양을 알게 되었고, 서로 집이 가깝고, 죽이 잘 맞아서  베프라 부르며 아주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어요. 거의 매일 붙어 있다 시피하고, 밤샘하며 놀고, 같이 결근하는 날도 있고 그랬거든요. 가가양의 갑작스런 퇴사는 뜻밖이였지만 당시에 저한테는 대학에 진학하기로 해서 그만둔다고 했는데 이후에 들어보니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새로 들어온 동료 중에 D군이 있는데 그는 콜스의 오프닝 멤버로 아주 성실히 일을 하는 것으로 인정받아 세포라로 옮겨 오게 되었습니다. 세포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틈날 때 마다 콜스 매장에 마실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다 떨던 나나양과 친분을 쌓아 어느날 서로 베프가 되고, D군이 나나양의 방도 꾸며주는 그런 찐 절친이라 그러더라고요. 
여기서 잠깐! 
D군이 입사하기 전에 K 군도 콜스에서 일하다 세포라로 옮겨 와서 일을 했는데 이K군도 나나양과 아주 절친이였고, 서로 일 끝나면 함께 놀러 다니고, 콘서트도 보러 다니고, 밥도 먹으러 다니는 그런 사이였죠. 아, 사귀는 사이 아니고요, 그럴 일도 없는 사이입니다. D군과 K군은 남성 보다는 여성에 가까운 친구들이거든요. 
아무튼 D군은 정말 정말 일을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일을 너무 잘하는 친구예요.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 나나양의 밝고 수다스런 성격을 잘 받아 주는 그런 친구였죠.  그런데 그 D군이 어느날 저에게 
"나나랑 함께 클로징 하는 날, 일을 너무 안해서 스트레스 받아, 자기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자꾸 나한테 이거하라 저거하라 시켜, 그래서 내가 너도 일 좀 해!! 라고 했더니 자기는 리드 포지션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내가 너한테 일 시키는거고, 넌 내 말에 따라야해" 
라고 했다는거죠. 

 응??? 같은 파트 타임 동료인데 왜 자기가 리드 포지션이나 마찬가지라는거지? 게다가 정작 자기는 일을 안하면서 누가 누구한테 일을 시키고 난리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D군은 그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친구라 나나양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더라고요. 게다가 D군의 성격상 나나양에게 다 맞춰주고, 들어주니 나나양은 그런 그의 성격을 알고 오히려 더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D군에게 우선 매니저에게 보고 하고 라라양이랑 얘기해 보도록 할테니 그녀가 바뀌지 않고 계속 일을 안하면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D군이 덧붙인 말은 
" 내가 콜스에서 일할 때 자기가 리드 포지션 될 거였는데 네가 리드 포지션 됐다고 불공평하다고 그때 얼마나 불평했었다고! 그때는 내가 세포라에서 나나가 어떻게 일 하는지 몰라서 그녀 입장에서 얘기 듣고, 위로해 주고 그랬는데 막상 내가 여기와서 일해 보니까 왜인지 이유를 알겠어. 사실 가가도 왜 그만뒀는지 알지? 가가가 리드 포지션인데도 나나가 가가 무시하고, 부탁하는 일도 안하고, 되려 자기가 가가 컨트롤 할려고 그래서 가가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만둔거잖아" 
헐~ 그런 숨겨진 내막이 있었다니...  
아무튼 전, D군의 일을 라라양과 세포라 매니저에게 보고를 했고, 매니저는 나나양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나양은 베프인 D군의 불만으로 자신이 주의를 받았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저나 라라양이 매니저에게 얘기한 것으로 알고, 저희 앞에서는 열심히 뭐라도 하더라고요. 그러나 동료인 D군과 일을 할 때는 여전히 바뀐게 없이 시간 떼우기를 하거나 D군에게 자꾸 일을 시키기만 한 것이죠. 이에 빡친 D군은 매니저에게 직접 보고를 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몇달이 지나 이번에 홀리데이 시즌이 다가 오면서 임시직원들을 뽑았는데 매니저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줌마 직원들이 책임감 있게 일을 잘한다' 고 느꼈다며 죄다 리테일 경험이 풍부한 애엄마들을 뽑았더라고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매니저의 이론이 잘 맞아 떨어졌는지 임시직원들임에도 너무 너무 열심히 일을 하는거죠. 특히나 저희 매니저가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청소'를 그렇게나 열심히들 하심요. (애 키우던 아줌마들의 짬바는 무시할 수 없음!) 
그러던 중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임시직 중 한분이 일을 몇주 해 보시더니 매장이 눈에 익고, 직원들의 동태도 눈에 익고, 그러면서 점점 누구는 일을 하고, 누구는 일을 안하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거죠. 당연히 우리의 그 분!!!! 나나양은 전혀 청소를 하지 않고, 물건 보충 하는 업무도 하지 않고, 영업을 가장한 손님들과 수다 떨기만 한다는걸 깨닫고 아주 아주 심하게 빡치신겁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봐 온 나나양의 입장에서는 매니저와 저 라라양의 눈치 보며 그동안 하기 싫은 청소 하느라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신입들이 들어와서 청소를 이렇게나 열심히 해 주니 청소 할 필요 없어서 넘나리 좋은 것~ 하며 오히려 더 더 청소를 안했을게 뻔하고요. 게다가 신입들이니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했겠죠. 그러나 나나양이 간과한 사실은... 매니저 보다 더 무서운게 동료들이라는거죠. 같은 돈 받고 일하는데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일 안하면 열 받는건 같은 동료잖아요. 
나나양은 같은 동료라서 오히려 더 안심했겠지만, 실은 같은 동료이기 때문에 나나양의 노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어 매니저에게 보고할 거라는 생각은 못한거죠. 결국 그 신입 직원분은 아주아주 흥분해서 매니저에게 보고를 해버린겁니다. 그런 사실을 알리가 없는 나나양은 D군과 일하면서 또 이래라 저래라 일을 시키기만 하고 자기는 일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D 군도 매니저에게 보고를 해 버렸어요. 
아니... 근데 거기서 또 그치지 않고 동료인 엘양이 그녀의 스케쥴을 보고 나나양과 둘이 클로징을 함께 하게 된다는걸 알게 되자마자 파르르르 떨면서 
"나 얘랑 클로징 하기 싫어, 못해!!! 같이 클로징 하면 일도 안하고, 나 혼자서 일 다해야 하고, 너무 짜증나, 나 콜스 매니저한테 일 같이 못한다고 스케쥴을 바꿔 주든지 아님 나 일찍 퇴근한다고 말할래" 하면서 콜스 매니저에게 가더라고요. 
아이고 골이야!!!!  나나야, 너를 어쩌면 좋니?!?!?! 지금 돌아가는 판이 완전 이판사판이잖아!!!! 
콜스 매니저와 세포라 매니저에게 보고를 하고 온 엘양은 
" 일단 나나양을 지켜 보기로 했고, 그녀가 맡은 일을 하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 그때마다 이메일로 보고를 해 달라고 했어. 그리고 이 일은 당분간 나나양에게는 말하지 않고 지켜 본다고 하더라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나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했고, 또 보고가 된 것이 익명으로 유지되야 서로 일하는데 껄끄럽지 않으니까" 
이 일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저도 모르지만 아마 나나양은 곧 깨닫게 되겠죠.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할 때는 매니저가 있을 때가 아니라 내 동료가 있을 때 라는 것을... 그리고 아무리 베프라 하더라도 함께 일을 하는 이상 동료로서 존중하지 않으면 동료도 잃고 베프도 잃는다는 것을... 
왜냐면 D군은 더이상 나나양과 말을 섞지 않거든요. 아!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사실 두가지!!! 그녀가 베프라 말하던 가가양은 일방적으로 나나양과 연락을 끊고 더이상 나나양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더라고요. 그리고 또다른 베프 K 군 역시 나나양과 더이상 친구가 아니라고... 
나나양에게 왜 더이상 가가양과 K군과 친구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몰라, 가가양이 이유도 안 말해주고, 내 연락은 받지 않아. 아마도 K군이 이상한 소문을 퍼뜨려서 그럴거야" 
과연 그게 진짜 이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