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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세포라에 일하면서 얻은 것!

by 스마일 엘리 2024.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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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에 와서 잘 한 일이 뭘까 생각 해 보니 '세포라에서 일한 것' 이였습니다. 물론 제.일. 잘.한.일은 따로 있겠죠? 그리고 그 제일 잘한 일의 밑거름이 되어 준 것이 세포라에서의 경험이였고요. 혹시 지금 이 순간,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내 일을 시작해봐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 경험을 바탕으로 무조건 어디가 됐든 시작 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식당 알바든, 리테일이든 시작이 중요하고, 그 곳에서의 경험은 분명 더 크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어 줄거니까요. 
저에겐 세포라의 경험이 델타 승무원으로 취업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일 하는 당시에는 몰랐지만, 승무원 면접 준비를 하면서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 하다 보니 모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소중한 저의 면접 답변 자산이 되더라고요. 그 에피소드들은 물론 제 블로그에 포스팅 했던 내용들이고,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읽으셨던 것 처럼 면접관도 굉장히 흥미롭게 얘기를 들어 주셨고, 감탄 하시며 들어 주셔서 왠지 좋은 예감이 들었거든요. 


제가 세포라에 일하면서 얻은 것 중 그 첫번째는... 

고객 서비스 스킬 

제가 여러번 언급 했지만 나나양의 넘사벽 고객 서비스 스킬... 물론 그녀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지만 그래도 그녀와 같이 일한 세월이 1년 8개월이니 옆에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귀에 익어서 그녀의 멘트들이 어느새 제 것이 되어 있더라고요.  오글거리는 멘트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던 저였는데... 어느 순간 그것들이 멘트가 아닌, 진심으로 각각의 손님들의 장점이 되는 부분을 칭찬해 주는거라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게 되고, 그럼 대화가 아주 스무스하게 흘러가거든요.  그리고 꼭 나나양이 아니더라도 함께 일했던 동료들  모두가 한결 같이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했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이였어요. 저는 어느 상점에 가서도 이렇게 모든 직원들이 친절한 경험은 많이 없었기에 우리 매장에 오는 손님들은 정말 운이 좋은 거라고 느낄 정도 였으니까요. 제가 이 매장에 손님으로 갔어도 너무 기분 좋은 방문이 될 정도로 직원들의 고객 서비스 스킬은 나무랄데가 없었어요. 그런 곳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쭈뼛쭈뼛 했던 저도 어느새 그런 직원들 사이에 녹아 들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근무한 환경이 미국인 동료들과 미국인 손님들이다 보니 미국의 생활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 되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손님들이 무심결에 하는 말들을 놓치지 않고 꼭 그에 대한 반응 해 주는 것들요.
예를 들면
"제가 임신하고 나서 피부 트러블이 생겼어요"  라고 손님이 말을 하면
예전의 저는 피부 트러블에 포인트를 두고 아~ 그러시구나, 피부 트러블 개선 제품을 찾아 드려야겠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제 동료들의 포인트는 우선 "어머!! 임신하셨군요!!! 축하해요!!! 몇주예요? 역시 임신 하면 호르몬 때문에 피부도 영향을 받죠.. "

"제가 곧 결혼을 하는데 파운데이션 색상이 저한테 안 맞는 것 같아요, 피부색에 맞는 걸로 찾아 주실 수 있나요?"
그럼 저는 " 아, 파운데이션 색상이 피부에 잘 맞아야 결혼식 날 예뻐 보일텐데, 꼭 잘 맞는 제품으로 찾아 드려야겠다"  라고 했다면, 동료들은 " 어머!!! 결혼 하시는군요!!! 축하해요!!! 결혼식은 언제예요? 어디서 해요? 오마이갓!!! 너무 멋지겠다!!! 웨딩드레스는 골랐어요? ... " 이렇게 살짝 흘러가듯 말한 것에도 축하 하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고, 자연스러운 대화로 유도해서 질문을 이끌고, 결국 그 질문들이 손님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상품을 찾는데 도움이 되게끔 하더라고요.  손님의 사생활이지만 결혼, 임신, 졸업, 여행, 파티등등 어떤 특별한 날들에 대한 언급이 있으면 진심으로 축하 해 주고, 내 일 처럼 즐거워 해 주면서 자연스레 손님과의 커넥션을 만드는 문화에 익숙해 진 것이 큰 도움이 되었죠. 

스몰톡 스킬

이건 위의 고객 서비스 스킬과 자연스럽게 연결 되는 내용인데, 손님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찾아 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질문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손님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을 알게 되고, 이런 대화는 자연스럽게 스몰톡으로 흘러가요. 그리고 이 스몰톡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고, 손님과 저의 연결 고리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사실 이것을 제일 잘 하는게 나나양인데... ㅋㅋㅋ 그래서 나나양을 찾아 오는 단골들이 그렇게나 많았.... 거기에 비하면 전 세포라에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 그냥 머.쓱.타.드. 그 자체였거든요. 그런데 어느순간 저도 손님들과의 대화가 편해지고, 스몰톡도 자연스러워지게 되었어요. 나나양처럼  손님들이랑 전화 번호 교환하고 막 베프라며 서로 칭하고 이 정도는 아니였지만 (아니, 퇴사하고 생각하도 너무 신기하네 나나양의 그 스킬은!?!?!?! ) 그냥 자연스레 대화를 주도하고, 흐름이 끊기지 않게 분위기 타며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되었어요. 그리고 이 스킬이 나중에 델타 면접에서도 밍글링 할 때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면접 뿐 아니라, 합격 후에 트레이닝을 하면서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나만의 스토리 

제가 그동안 써 온 세포라 직장썰을 읽어오신 분들은 제가 세포라에 일하면서 어떤 동료들과 일을 했고, 제가 어떤 식으로 대처 했는지 다 아실거예요.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제가 델타 항공 면접에 쓸 수 있는 저만의 스토리가 되더라고요. 직장 동료와의 갈등, 일 안하는 동료와의 갈등... 누군가의 이야기를 참고로 할 필요도 없었고, 내용을 더하고 뺄 것도 없이 딱! 제 얘기 그대로만 하면 되는거였어요. 일을 안 해 준 나나양이 고마울 정도였고, 매니저가 저를 유령 취급 했던 나날들과 그 극복기가 저를 빛나게 할 에피소드가 되어 주었거든요.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매니저와 일을 한 탓에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터졌지만 라라양과 다른 팀원들이 팀웍으로 무사히 시간 안에 일을 다 끝낸 스토리, 세포라 직영점에서 물건 사고 반품 하러 왔다가 직영점 물건은 반품 안된단 소리에 물건 다 집어 던지고 그냥 나가겠다던 손님 붙잡아서 기분 풀어 주고, 다시 물건 더 팔았던 스토리... 정말 매일 매일 사소하게 있었던 그런 작은 에피소드들을 모으니 엄청난 면접 답변용 자산이 되어서 면접 답변 작성 할 때 정말 신나하면서 작성했어요. 
동료에서 친구로...


사실 전 세포라에 일하면서 제일 먼저 친해 진 사람이 나나양이였어요. 거의 엄마뻘이나 다름 없는 저에게 친근하게 다가 와 줬고, 같이 휴무일 때 밥도 먹으러 가고 쇼핑도 가고 하면서 친해져서 나나양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나양과 전 직장 생활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이 달라서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거리를 유지한 채 동료로 지냈어요. 하지만 오래 일할 수록 나나양이 아닌, 다른 동료들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까워졌고, 서로 취향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료보다 더 가까운 친구 사이로 발전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친구가 된 사람이 라라양과 엘양, 그리고 M양이예요.

퇴사하고 만난 라라양과 M양

 

퇴사할 때 동료들에게 머리핀을 하나씩 선물 했는데 올림머리 하는 방법을 알려 달래서 제가 머리 올려주고 머리핀 꼽아 줬더니 너무나 좋아하던 귀염둥이 엘양!!!

 

라라양도 머리 올려 달라고 머리핀 들고 찾아 옴 ㅋㅋㅋㅋ

사실 한국을 떠나오면서 친구 관계가 많이 정리가 되었고, 잦은 이사로 인간 관계가 점점 얕아지게 되더라고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살 때 까지만 해도 주변에 한국인을 찾아 헤매며, 어떻게든 친구를 만들려고 애썼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저도 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고 타국에서 사는 것이 더이상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되니 꼭 가까운 곳에 한국인 친구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리 가까이 살지 않아도 때때로 소식 전하면서 가끔 만나서 맛있는 한국 음식 먹고, 한국어로 수다 떨 수 있는 한국인 지인 두 분이 저의 인간 관계를 충분히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계시거든요. ㅎㅎ(이 자리를 빌어 고마워요, 친절한 그녀님! 두딸맘님! ) 그래서 직장 동료는 그저 직장 동료로서 지내도 충분하다 생각했고, 꼭 친구가 되려 애쓰지 않았지만 어느순간 서로 챙겨주고, 수다 떨고, 심심할 때 문자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더라고요. 제가 트레이닝으로 속세의 삶과 단절된 채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뜬금없이 보고 싶다고 메세지 해 준 M양 ... 

그래서 전 세포라에 일하면서 얻은 것이 참 많답니다. 그리고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몰랐지만 세포라에 내 딛은 그 첫걸음이 지금의 델타 항공 승무원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혹시 미국 항공사 승무원을 목표로 준비하고 계시다면 파트 타임 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기록해 두세요. 식당, 스타벅스, 리테일샵, 그로서리, 네일샵.... 어디가 됐든 내가 상대해야 하는 손님이 있고, 동료가 있다면 그날 그날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소중한 면접 답변의 자산이 되어 줄거예요. 면접관들은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거든요. 인터넷에 널려 있는 모범 답변이 아닌,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해 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요. 
마지막으로 M양으로부터 들은 제가 떠난 후의 세포라 근황톡을 마지막으로 미국 세포라 일기는 여기서 끝을 맺고, 승무원으로서의 이야기로 돌아 오겠습니다. 
안녕~~ 세포라!!!!! 
 
M: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왔어. 그치만 대부분 다 좋은 사람들이야. 
엘리: 나나양은 아직도 일해? 
M: 얘!!!!!
엘리: 왜? 너무 궁금해서 죽겠어!!! 
M: 얘, 육성으로 터졌네!!!
엘리: 난 해피엔딩을 원한다구!!!
M: 안타깝지만 나나랑 일할 때마다 울고 싶어.
엘리: 그런 개똥같은 상황이라니 유감이네...적어도 네가 리드 포지션이 됐다고 널 때리지는 않았잖아! 
M: 그건 진짜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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