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 두게 될 거라는 것을 라라양과 D군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매니저에게 일을 그만 둔다고 알린게 아니라서 다른 동료들에게도 함구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일을 그만 둘 때 2주 노티스를 주는게 일반적이라 저도 2주 전에 알릴 생각이였는데 연초가 되면서 그만 두는 직원도 있고, 임시 직원들도 점점 근무 시간을 줄여서 내보낼 예정이라 제가 빨리 노티스를 줘야 맘에 드는 임시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3주를 남겨두고 세포라 매니저에게 잠시 시간 좀 내 줄 수 있냐고 하며 말을 꺼냈습니다.
"저...일을 그만 두게 됐어요"
"음... 다른데로 가는거야?"
"네, 델타 항공 에서 일하게 됐어요"
"델타 항공이라니 그럼 내가 어떤 조건으로도 붙잡을 수가 없겠네"
세포라 매니저는 뭔가 씁쓸한 표정이였고, 자기가 직접 콜스 매니저에게 저의 퇴사를 보고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매니저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저의 퇴사는 확정 되었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동료들에게도 맘편히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날 클로징은 엘양과 함께 하게 됐는데 최근 엘양과 무척 친해져서, 이 소식을 왜 먼저 귀뜸해 주지 않았냐고 섭섭해 할까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엘양이 계속 자꾸 졸린다고 하길래, 제가 단 한마디로 잠을 깨워 주겠다며
" 나 일 그만둬" 했더니
배시시 웃으며 " 거짓말!!! "
"진짜야, 나 그만둔다니까"
"거짓말!!! 진짜야? 에이, 말도 안돼!!! 너 지금 장난하는거지?"
"진지 열매먹고 3주 뒤에 그만 둔다니까?!?!"
"노우!!! 엘리!!!! 노우!!!"
갑자기 그 큰눈에 눈물이 가득차오르더니
"거짓말!!! 나 지금 너무 슬퍼"
하면서 눈물을 줄줄줄 흘리더라고요.
우리 영원히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울고 그래 ㅠ.ㅠ 엘양이 우는걸 보니 저도 같이 눈물이 줄줄줄~
같이 끌어 안고 서로 토닥토닥 하면서 엘양을 달랬습니다.
"우리 이제 만나서 놀기 더 쉬워졌잖아. 서로 스케쥴 안 맞춰도 되고...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더 자주 만날 수 있을거야"
좀 진정이 된 엘양은 왜 그만두는거냐고 하길래 새해 소망을 이뤘다고 했죠. 1월 1일에 같이 근무하면서 올해의 소망이 뭐냐고 서로 물어 봤거든요. 그때 제가 승무원이 되고 싶어 라고 했고, 엘양은 꼭 이룰 수 있을거라고 응원한다고 했었거든요. 사실 이미 합격을 한 상태여서 이룬거나 다름 없었지만 퇴사를 알리지 않은 상황이라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냥 그렇게 말했던 거였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엘양은 다시 한번 저를 꼭 안아주며
"니가 꿈을 이뤄서 너무 기뻐!!! 그치만 너랑 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건 너무 슬퍼 ㅠ.ㅠ "
하면서 또 울기 시작하더니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D군을 보자마자
"엘리 그만둔대!!! 장난 아니고 진짜로!!!"
하면서 또 울기 시작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보다 우리 엘양에게 좋은 사람이였나봐요. ㅠ.ㅠ
근데 웃긴건... 그동안 비밀을 너무나 잘 지켜준 D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말도 못하고 당황해서 몰랐던 척 연기를 하는데..
"오마이가쉬!! 진짜야?" 하는데 너무 감정 없는 건조함이 느껴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것도 모르는 엘양은 아마도 '아, D군은 엘리가 그만두는게 별로 섭섭하지 않은가보다' 했을거예요. 그러나 누구보다 D군도 저의 꿈을 응원하고 있었고, 제가 합격했을 때 정말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그만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섭섭해 했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 감정 1도 없는 연기가 제 눈엔 어색하게 느껴져서 웃겼어요.
엘양은 괜찮은 듯 했다가도 저랑 눈 마주치면 또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고, 그래서 일부러 엘양이 더이상 슬퍼지지 않도록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농담도 하고, 맛있는거 먹으러 갈 계획도 세우고 했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풀타임 직장에서 일을 했고, 미국인 동료들 사이에서 잘 적응하며 해 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시작했었는데, 그만 둔다는 말에 동료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제 진심이 통했고, 나름 직장 생활 잘했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갑자기 부매니저가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엘리!!!! 이게 무슨 일이야?!?!?! 델타 항공에 간다며?!?! 너무 축하해, 그치만 너 보내고 싶지 않아!!! 안돼!!!!!!!!!!"
라고 하며 저를 꼭 끌어 안아 주더라고요.
전 알고 있었죠. 저희 콜스 부매니저가 저를 늘 흐뭇하게 바라 보는 것을...
그리고 콜스의 슈퍼바이저였던 J양은 저에게 와서 "델타에서 일해 보다가 힘들면 꼭 돌아와 알았지? 너의 자리는 항상 준비 되어 있을거야!!!" 라며 미래의 포지션을 저에게 약속해 주었답니다. 다음 직장에서 20년 채우기가 목표인데, 20년 채우고 와도 받아 준다면 저 다시 세포라로 돌아 올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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