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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실적 뺏기는 정말 실수였을까?

by 스마일 엘리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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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세포라 매장이 디스트릭에서 계속 1위를 하거나, 1위를 못해도 늘 상위권에 있는데 그것은 매출 실적 뿐 아니라 세포라의 리워드 프로그램인 뷰티 인사이더 가입률과 고객 설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고객 설문 평가에서 항상 높은 점수를 받아 내는 것은 바로 나나양이고, 그런 그녀의 필살기로 인해 해고의 위기에도 살아 남을 수 있었죠. 
그런데 고객 설문 평가보다 더 더 중요한 항목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뷰티 인사이더 가입률입니다. 리워드 프로그램에 가입을 많이 시킬 수록 고정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라에서는 이 뷰티 인사이더 가입에 주력하고 있고, 직원들은 미가입 고객들의 가입을 위해 엄청난 마음의 부담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눈에 다른 직원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실적 평가인 셈이니 당연히 부담 될 수 밖에요. 그리고 그 실적은 매일 매일 출력되고, 주 단위, 월 단위, 년 단위로까지 종합 실적을 매일 매일 출력해서 업무 일지 바인더에 꽂아 두기 때문에 출근하자 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 날의 가입 실적을 확인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2023년에 주, 월, 년 단위 계속 1위를 하며 저희 매장을 살리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어쩌다 가끔 1위를 놓치는 날이 있더라도 거의 대부분은 제가 항상 1위이다 보니 당연히 주 단위, 월 단위, 년 단위까지 계속 1위를 하게 되는거죠.

제 위에 84.6%와 100%를 달성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 사람들은 세포라 직원이 아니라 콜스 직원들이고 세포라 상품을 매장 밖의 콜스 계산대에서 계산하면서 가입을 시킨 경우예요. 실적 점수에 당연히 포함되지만 세포라 직원의 실적 순위에는 카운트 되지 않아요.

 

그리고 이 실적은 당연히 저희 매장이 디스트릭에서 1 위를 하는데 큰 공을 하는 것이고요.(물론 모든 세포라 매장 직원들이 가입 시킨 가입률 모두가 합쳐져서 최고의 기록을 내는 것이니 저 혼자 이뤄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희 동료들 모두가 열심히 한 결과죠)  그러니 나나양의 필살기가 고객 서비스라면 저의 필살기는 바로 이 뷰티 인사이더 가입 실적입니다. 아... 청소인....가?

아무튼 이 뷰티 인사이더는 각자 개인에게 지급된 '지브라' 라고 하는 업무용 스마트 기기가 있고, 출근해서 일하는 동안 자신의 고유 아이디로 로그인을 한 후, 이 기기를 통해 고객을 뷰티 인사이더 멤버쉽에 가입을 시키면 저의 실적으로 뜨게 됩니다. 모두 각자의 지브라를 가지고 있지만 일을 하는 동안 지브라를 항상 휴대하고 있지는 않아요. 보통은 계산대 옆에 놓아 두고, 필요할 때 자신의 지브라로 가입 등록을 하는데 가끔 기기가 바뀌기도 해요. 그럴 땐 그 기기 로그인 한 동료에게 뷰티 인사이더 하나 가입 했다고 알려주면, 그 동료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죠. 아니면 그 기기에서 동료의 아이디를 로그아웃 시키고 내 아이디로 다시 로그인 해서 가입 시켜 내 실적에 올라가도록 한 후, 바로 다시 로그 아웃을 합니다. 그리고 동료에게 기기를 못 찾아서 잠시 빌려 썼으니 다시 재로그인 하라고 알려 줍니다. 그게 매너이고요. 그러나 보통은 그냥 동료 아이디로 가입 시키고 동료에게 '땡큐' 인사를 받는게 대부분이예요. 개인 실적 스트레스는 있지만 내가 가입 시키든, 동료가 가입 시키든 결국 우리 매장의 실적에 +1이 되는거니까 꼭 개인 실적에 너무 전전긍긍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나나양과 저 둘이서 클로징을 하게 된 날이였어요. 그날도 전 뷰티 인사이더 가입을 이미 세개 정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매장으로 돌아와서 손님 계산을 도와 드렸는데 뷰티 인사이더가 없다고 하시길래 가입 시킬려고 영업에 들어 갔습니다. 나나양은 바로 옆 계산대에 서 있었고, 제가 가입 유도 하는걸 쳐다 보고 있었어요. 그 분께서 결국 가입 하셨고, 그 분의 친구분도 함께 가입하면서 한꺼번에 두개를 가입해 그날 하루의 실적은 5개가 되어 뿌듯했답니다.  뷰티 인사이더 가입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가입률이 사실 더 중요하긴 해요. 멤버쉽 가입하지 않은 손님이 4명이 왔는데 4명 다 가입을 시킬 경우 100% 가 되는 것이고, 1명만 가입 시키면 25%가 되는 것이라 미가입 손님 10명을 응대하고 9명을 을 가입 시켜도 미가입 손님 1명 응대하고 1명 가입 시켜 100%를 받는 것이 실적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그 날은 5명의 손님 중 5명을 다 가입 시켰기 때문에 100% 여서 마음 속으로 '오늘도 열일 한 내 자신 칭찬해' 하며 밥값 한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죠. 

그렇게 두 분의 손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나나양이 갑자기 생각난 듯 
"오, 맞아. 너 저녁 식사 하러 갔을 때 내 지브라를 못 찾아서 니 지브라 쓸 때 내 아이디로 로그인 했었어. 그리고 나서 로그아웃을 하는걸 깜빡 했어! 미안!! " 

뭐?!?!?!?!

그 말은 제가 방금 전에 가입 시켰던 두 분의 뷰티 인사이더 실적이 제 것이 아니라 나나양의 실적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말이거든요. 한개 정도야 기분 좋게 그럴 수도 있지... 하겠지만 두개나 날아 갔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좀... 많이 아까웠어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자기 기기가 없어서 제 기기를 썼고, 단 한개의 가입 실적도 너무 중요하니 그녀 입장에서는 로그아웃 하고 자신의 아이디로 가입 시키는게 당연한거죠 뭐....... 라고 생각할려는데... 
아니, 그렇다고 해도, 제 고객 가입 시킬 때 뻔히 바로 옆에서 보고 있었으면서  그때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왜 가입 다 끝나고 나니까 그 말을 하는거지??? 게다가 처음에는 생각이 안나서 그랬다고 치더라도 두번째 고객 가입 시킬 때라도 나한테 말을 해 줄 수 있었을텐데... 정말 그때까지 아무 생각이 없다가 가입 다 하고 나니까 '아차' 하며 생각이 난걸까? 
조금은 그녀의 의도가 의심스럽...

에잇!!! 설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의심을 하는 제가 되려 너무 쪼잔한거 같아 그냥 잊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마지막 휴식 시간이 되어 15분 휴식을 하고 돌아와 혹...시...? 하며 다시 제 지브라의 로그인 아이디를 확인 했는데... 
 
세상에!! 마상에!!!! 
 
또  제 아이디가 로그아웃 되어 있고, 나나양의 아이디로 로그인이 되어 있더라고요.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지브라를 가지고 있었는데도요. 만약 제가 로그인 아이디를 확인 하지 않고, 이후로도 뷰티 인사이더 가입을 계속 시켰다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 나나양의 실적으로 들어가 버리는거거든요.

와~~~~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는 스킬만 있는 줄 알았더니 밥상 도둑질까지 할 줄은 몰랐네!!!! 


황당하고, 어이 없고, 괘씸하다가도 한편으로는 계속 설마~ 아니겠지... 의 무한 반복으로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나양의 베프라는 D군에게 이 일을 얘기 했어요. 그리고 그에게 물었죠. 
"나나가 정말 실수로 로그 아웃 안 할걸까? " 
항상 조용하고 말이 없는 D군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저에게 답을 말해 주더라고요. 

도리 도리


단 두번의 도리질로요...

이 날 이후로 전 항상 제 지브라의 로그인 아이디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아, 그리고 전 2023년 1월부터 약 10개월간 뷰티 인사이더 가입률 1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아주 막강한 녀석의 등장 

바로 D 군의 등장으로 1등에서 밀려나 버렸습니다. 열심히 쫓고 있는데 그만큼 D군도 열심히 질주하고 있어서... 이제 제 자리는 영원한 2등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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