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나나양의 스토리에 사이다 결말을 원하시는데 인생사가 늘 사이다 같을 순 없잖아요. 그리고 꼭 나나양에게 불이익이 있어야 사이다 결말은 아닌거고요. 하지만 분명 여러분들이 좋아하실만한 결말이 있을테니 인내를 가지고 그동안의 긴긴 이야기들을 차근 차근 읽어 주시길 바랄게요. 이것이 거의 1년 반에 걸친 에피소드들이라 짧은 글들로 한번에 정리할 수도 없고, 또 얘기가 끝나나 싶을 때쯤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계속 생기다 보니 계속 결말 없이 얘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답답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좋은 결말이 있을 거라는 것은 약속 드릴게요.
간만에 나나양의 에피소드를 벗어나... 오늘은 저와 매니저의 얘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매니저가 저를 유령 취급 했었잖아요. 인사도 안 받아주고, 저와 말도 하지 않고, 그런 날들이 있었지만 묵묵히 제 할일에 집중하다 보니 매니저가 리드 포지션으로 저를 추천해 주셔서 승진도 곧 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아침 출근을 했는데...
직원 휴게실에 뭔가가 붙어 있더라고요.
이게 뭐지?
응? 제 이름이 있는데 저 꽃들은 다 뭐댜?!?!?
이달의 사원??
바로 제가 세포라의 이달의 사원으로 선정되었던 것이였습니다. 이것은 미 전역의 세포라@ 콜스 매장의 세포라 직원을 대상으로 한달에 한명씩 우수 사원을 선정하는 것이예요. 세포라 오픈 이래 저희 매장에서 선정 된 사람은 가가양 한명 뿐이였는데, 저희 매장에서 또 한명의 우수 사원이 선정 되었고, 그것이 바로 "저" 였습니다.
뭔가 어리둥절해서 출근 시간을 찍고 오피스로 들어가니 부매니저가 격하게 저를 반겨주며
"엘리, 그거 봤어? 너 이달의 사원에 선정된거???? 너무 축하해!!!! 너무 기뻐!!!! " 하며 안아 주더라고요.
그동안 공기 취급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텨 냈더니 곧 승진도 하게 되고, 이런거에도 뽑히고 뭔가 그동안 나름 맘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받은 느낌이였어요.
선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거냐고 매니저에게 물어 봤더니 근무 태도, 매니저들의 평가, 그리고 손님의 피드백등등 여러가지로 평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 전에 손님들이 저에 대한 피드백을 매니저에게 직접 남겨 주신 분도 계시고 저희 설문조사에 좋게 써 주신 분들이 계셔서 이게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급여 협상에도 제가 좀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달의 사원 선정에도 반영이 되어서 제 이름을 이렇게 게시판에 걸게 되다니!!! 심지어 콜스 매니저가 저희 세포라 매장에도 이것을 붙여 주더라고요. ㅎㅎ한국 아줌마가 미국 세포라 매장에 이름이 걸리다니!!!! 이것은 가문의 영광이였습니다.
그리고 전 드디어 리드 포지션으로 승진을 했고, 밥값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어요. 어떻게 하면 저와 동료들이 더 편하게 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모든 선반의 서랍에 정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스탁룸을 정리하고, 스탁룸에도 시스템을 만들고 그렇게 제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어요.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오전 출근이였는데 스탁룸에 정리 되지 않은 일들이 있어서 제가 정리를 다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매장 선반의 청소를 하고 있는데 출근 한 매니저가 저에게 스탁룸 정리를 했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함박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저에게
"너 위로 올라 갈 생각 있어? "
라고 하길래
"위요? 어디요? ***지점이요?"
하며 저희 지역보다 윗쪽 도시에 있는 세포라 매장을 말했죠. 왜냐면 그 매장이 곧 오픈 예정이였고, 직원을 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매니저가 피식 웃으며
" 매니저 될 생각 있냐고!"
으응??? 위로 올라가는게 윗쪽 도시로 올라가는게 아니라, 직급을 말하는 거였쒀????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면 전 매니저 하고 싶은 생각 1도 없었습니다. 매니저가 되기에는 경력도, 자질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매니저로서 해야 할 일들, 각종 회의에서 발표하고, 디스트릭 매니저나, 윗 사람들이 방문할 때 마다 응대해야 하고, 그런 응대 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에 즈언혀 관심 없었어요.
그런데 매니저가 직접 매니저가 될 생각 있냐고 저에게 물어보니 '어? 우리 매니저 눈에 내가 매니저가 될 자질이 보이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매니저가 된다고 하면 나도 자격 되는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올라 갈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또 다른 한편으로 나나양이 번뜩 떠 오르면서 나를 자기 발 밑으로 두고 볼려고 했던 나나양에게 다시 한번 저의 위치를 재확인 시켜 줄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 해 보고 싶어요" 라고 해버렸습니다. ㅎㅎㅎㅎ
그랬더니 매니저가
"콜스 매니저가 스탁룸 정리 하라고 할려고 했는데 들어갔다가 정리 된거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니가 정리했나 보다 했는데 나와서 보니까 어느새 또 청소를 하고 있더라고, 너는 정말 바쁜 꿀벌 같대. 너야말로 매니저가 될 자격이 있어, 신입 매니저들 교육 끝나는대로 너 매니저 트레이닝 시켜 줄게"
이것은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제안이였어요.
그런데 이제 또 걱정은... 나나양
이 아니라... 라라양이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매니저는 은퇴를 앞두고 있고, 은퇴 후에 저희 매장의 차기 매니저가 될 사람은 라라양이잖아요. 그런데 저에게 매니저 트레이닝을 시키겠다는 것은 라라양이 아닌 저를 매니저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인지, 아님, 라라양은 그대로 저희 매장의 매니저가 되고, 전 오픈 예정에 있는 다른 매장의 매니저로 두기 위해 트레이닝을 시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라라양의 입장에선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가 매니저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러면 기분 나쁘진 않을까 걱정도 되고, 라라양이 저를 신뢰하고, 좋은 직장 동료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라라양과의 관계가 어색해 지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라라양은 분명히 매니저가 되기에 충분한 경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 전 라라양의 자리를 탐내고 싶지도 않았고요.
매니저가 어떤 식으로 라라양과 이야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해 버렸으니 나중에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어떻게든 해보면 되겠지 뭐 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중요한건... 존재감 없는 산소같은 여자에서 이제 매니저도 넘 볼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일한 노력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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