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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그녀의 호박씨 까기

by 스마일 엘리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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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수요일에 휴무 받아서 스탁 업무 좀 안 했음 좋겠는데 지금껏 단 한번도 수요일에 휴무를 받은 적이 없어 불공평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차에 나나양이 잔꾀를 부리는 것을 보니 더이상은 못 참겠더라고요. 
그리고 그녀의 행동 중 맘에 걸렸던 것은 매니저나 라라양이 있을 때는 일하는 '척' 이라도 하는데 저랑 같이 있을 때는 대놓고 너무 일을 안 한다는 것이였죠. 엄연히 포지션의 서열로 따지자면 제가 그녀의 상사인데도 상사 대접은 기대도 안 했지만 적어도 같은 동료로서 제가 일을 하고 있으면 눈치껏 같이 일을 해야죠. 근데 저 혼자 일을 하고 있는데도 마스카라 바르고, 트리트먼트 바르고...
여전히 저를 상사로 인정하기 싫은거였어요. 
그 썰을 먼저 풀어야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거야?!?!?! ) 
제가 한계에 다다른 일이 있기 몇주전의 수요일, 라라양과 제가 거의 대부분의 매장 스탁 업무는 끝을 내고 바구니가 몇개 남지 않았을 때 나나양은 오후 출근이였습니다. 
라라양이 퇴근을 하면서 저에게 매장 스탁 업무와 창고 스탁 업무를 다 끝내 달라고 했고, 매장 밖에서 그 말을 똑같이 라라양에게도 하는 것을 저는 분명히 들었어요. (매장 밖이라고 해도 같은 실내이고 오픈 된 공간이라 대화 내용이 다 들림요) 
라라양은 퇴근을 했고,  매장 스탁 업무가 우선이니까 나나양에게 
" 바구니 남은거 정리 해 줄래? " 
"라라가 나보고 창고 스탁 먼저 하라고 했어" 
" 매장 스탁이 우선이니까 매장부터 먼저 끝내고 창고 스탁 정리하면 돼" 
"아니야, 매장 밖에서 얘기해서 니가 못 들었나 본데 라라가 분명히 나한테 창고 스탁 하라고 했어. " 
슬슬 빡치기 시작하는게 왜 그렇게 나나양이 창고 스탁 업무를 하겠다고 하는건지 이유를 알고 있었거든요. 

매장 스탁은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구부리고, 열쇠 열고 닫고 해야 하니 귀찮고 힘들어서 하기 싫은거죠. 
하지만 창고 스탁은 조용히, 어떤 방해도 없이 편안하게, 때로는 그냥 바닥에 앉아서 스탁 작업을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설사 라라양이 나나양에게 창고 스탁 업무를 하라고 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퇴근을 했으니 그녀는 제 지시 사항에 따라야 하는게 맞는거고요.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고요. 그리고 저는 그녀에게 매장 스탁 업무가 우선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도 제 말은 무시하고 라라양의 말을 따르겠다는거잖아요? 
그래서 그녀에게 
"오케이, 라라가 너에게 창고 스탁 업무를 맡겼으면 창고 스탁 니가 해, 그런데 매장 스탁 먼저 끝내고 해, 매장 스탁이 우선이니까" 
그러자 자기가 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며
" 난 아무거나 해도 괜찮아, 라라가 나한테 창고 스탁  먼저 하라고 분명히 그렇게 말을 해서 그런거야. 매장 스탁 부터 할께"  

그리고 전 바로 휴식 시간이여서 휴게실로 와서 라라양에게 메세지를 했죠. 나나양에게 창고 스탁 하라고 했냐니까 

" 난 그냥 매장 스탁이랑 창고 스탁 끝내달라고 했어. 너한테 얘기한거랑 똑같이... 그리고 매장 스탁을 우선 끝내야지, 그리고 창고 스탁을 해야지" 
" 내 말이 그말이야, 그런데 니가 직접 자기한테 창고 스탁 하라고 했다면서 꼭 창고 스탁을 하겠다고 해서 물어 본거야" 
"니가 걔 상사잖아, 내가 뭐라고 했든 나나는 니가 지시하면 니 말에 따라야지" 
나나양이 그렇게 우겨대며 라라양이 자신에게 창고 스탁을 하라고 했다는건... 힘든 일 피하고 싶은 그녀의 편.의.에. 따.른. 해.석.이였고, 라라양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면 제가 순순히 '그래' 라고 할 줄 알았던거죠. 
그리고 제가 라라양에게 유치하지만 다시 한번 확인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나양이 이 일을 자기 입장에 유리하도록 라라양에게 말을 해서 저를 곤란에 빠뜨리게 할 지 모르기 때문이였어요.
사실 그녀는 뒤에서 열심히 호박씨를 까고 있었거든요. 
매니저에게 미운털이 박혀 버린 나나양은 더이상 '샤바샤바'로 매니저의 눈에 들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했는지 라라양의 노선으로 갈아 탔거든요. 라라양이 차기 매니저가 될거니까 라라양에게 '샤바샤바' 해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 나가겠다는 심산이겠죠. 
그 전까지 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그 즈음에 나나양이 라라양에게 개인적으로 문제 메세지, 페이스톡을 시시때때로 하며 매장에서 일어 났던 일, 자기가 매장에서 한 일등을 매일 매일 보고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거기에는 물론 남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마지막에 숟가락 얹어서 자기가 했다고 하거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신입 직원에게 시키고는 자기가 했다며 '가로채기' 까지 시전하면서요. 
라라양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던 저는 둘 사이가 그렇게 가까운 줄도 몰랐다가 나중에 그렇게 나나양이 라라양에게 "샤바샤바"하며 매장의 모든 일을 보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소름 끼쳤습니다.  매장의 업무나 상황 보고를 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당연히 매니저여야겠죠. 그러나 매니저도 모르게 라라양에게 이런 보고를 한다는걸 매니저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괘씸하겠어요? 
둘이 친하건 말건 전 상관이 없지만 제가 신경이 쓰이는건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자기에게 유리하게 각색해서 말을 할지와 일 가로채기 였어요. 
그래서 나나양과 부딪치는 일이 있을 때는 객관적 증거가 남도록 라라양에게 메세지를 해서 일을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했어요. 그래야 나나양의 시점과 제 시점에서 전후 상황을 다 파악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그날 끝낸 일들도 사진으로 남겨서 보냈어요. 왜냐면 보통 제가 하는 일들은 매니저나 라라양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게 아니라, 제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동료들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거나, 라라양의 업무를 덜어서 그녀가 일을 좀 덜 할 수 있도록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걸 했어' 라고 말하지 않으면 누가 했는지 모르고, 그걸 나나양이 자기가 했다고 보고 해 버리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일은 나나양이 한 일이 되어 버리는거였거든요.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라라양과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됐고요. 
아무튼 이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저를 자신의 상사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물론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예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도 아닌, 그냥 외국인 이민자라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먼저 승진을 해 버렸으니 받아 들이기 싫겠죠. 
상사로 인정은 안해도 괜찮으나, 동등한 직장 동료로서 다른 동료가 일을 하고 있으면 적어도 일 하는 '척' 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건 뭐 너무 대놓고 놀고 있으니... 저도 '이번은 그냥 못 넘어가겠다'가 된거죠. 
다음 날 출근을 해서 이 일을 어떻게 꺼낼 것인가 고민하다가 우선 라라양에게 먼저 말을 해 보기로 했어요. 왜냐면 나나양이 가장 많이 샤바샤바 하고 있는 라라양이니 이런 나나양의 태도에 대해 그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둘 사이가 아주 친할지도 모르는데 괜히 말 꺼냈다가 제 무덤 파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안 든것도 아니였지만... 
전 그냥 라라양이 저를 더 신뢰할거라는 자신이 있었어요. 왜냐면 제가 한 일들이 라라양의 업무를 굉장히 많이 덜어 주었고 그래서 라라양이 항상 고마워 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출근하면 제일 반갑게 큰 소리로 인사해 주는 사람이 라라양이예요. 
그 목소리에서 저를 반가워 한다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가끔 라라양이 저에게 인사하는 목소리만 일주일 녹음해서 영상을 만들어서 보내줄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라라양을 믿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나 불평할게 있는데 좀 해도 돼?" 
...... 
넷플릭스 보다 재미있다는 엘리의 세포라 직장썰!!! 다음편에 계속...  

-제가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 다음편을 못 올리고 있어요. 이번주 주말이면 해결 될 듯 하니 그 이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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