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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매니저의 망언

by 스마일 엘리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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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사건이 있은 다음 날, 오프닝 멤버 였던 라라양이 저에게 대뜸 묻는 말은
 
" 어제 그 도둑놈들이 훔쳐 가는 동안 너 어디에 있었어?" 
"나는 매장 밖에 나가서 콜스 계산대 옆에 서 있었지. 너무 무서워서 전부다 거기에 모여 있었어. 콜스 수퍼 바이저도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거기에 있으라고 했어" 
그러자 라라양이 
"당연하지! 내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근데 콜스 매니저가 오늘 아침 뭐라고 했는줄 알아? 도둑이 들어와서 훔치기 시작하면 고객 서비스를 시작하래!!!" 

"왓!!!?!?!?!?!" 

여기서 말하는 고객 서비스란 인사를 건네고, 도와 줄 것은 없는지 물어보는 콜스의 고객 서비스 응대 매뉴얼이예요. 입사할 때도 배웠고, 근무 하면서도 틈틈히 교육 받고 있는 내용인데 도난을 방지 하기 위해서 고객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도와 줄 것은 없는지 물으면 고객이 훔칠 마음이 사라지고, 동시에 직원이 지켜 보고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에 도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훔치겠다고 작정하고 사람 하나 들어갈 크기의 쌕을 들고 온 놈들에게 고객 서비스라니!!!!

이거슨 말도, 방구도 아닌 개.소.리.가 아녀? 

아니, 그 놈들에게 "어서 오세요~ 도와 드릴까요?" 하면 "아, 네!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돌아간대요?!?!?" 
기가 막혀서... 
두번의 도난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그 매니저는 매장에 없었거든요. 모든 직원들이 바들 바들 떨었는데, 매니저 자신은 안 떨고 그 와중에 그 놈들에게 " How are you? Is there anything I can help you with?" 라고 할 수 있나보죠? 
 
라라양도 그 말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 전 그렇게 못하겠어요. 전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어요. 그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있는지 칼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뭐예요? 고객 서비스 할려고 제 목숨 거는 일은 안할거예요. 진짜 그러길 원하는거면, 도둑놈들이 오면 " 하와유! 오, 너 필요한거 찾았네, 그럼 네 볼일  편하게 봐, 난 나가 있을게" 하고 나갈거예요. " 
라고 답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래서 라라양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안전이 제일이라더니 자꾸 돈을 잃으니 이제 이성도 잃었나봐! " 
 
라라양 말대로 도난으로 인해 손실이 나니 매니저도 망언인 줄 알면서 그냥 막 내뱉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아, 참고로 이 매니저는 저희 매장에 새로 온 매니저입니다. 저를 높이 평가 해 주던 그 콜스 매니저는 다른 콜스 매장으로 발령이 나서 가고 없답니다 ㅠ.ㅠ ) 
 
아, 그리고 그 도둑놈들은 지역 뉴스에도 나왔는데 아마 잡혔을거예요. 그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이 누구게요? 
바로 라라양입니다. 
라라양이 화요일에 출근해서 쉬는 시간에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에 중고로 올라 온 향수들을 죄다 뒤지다가 
뙇~ 하고 저희 제품을 발견했지 뭡니까? 
저희 제품인지 어떻게 알았냐고요? 
 
우선 저희 테스트는 뚜껑을 죄다 제거 해 두었고, 테스터만 진열대에 올려 두는 대신에 재고 확인을 하기 위한 바코드를 저희가 직접 만들어서 테스터 바닥에 붙여 두었거든요. 근데 그 바코드를 저희 편의에 맞게 아주 아주 작은 사이즈로 잘라서 붙여 두었어요. 이건 저희 매장, 저희 직원들이 직접 한것이고, 다른 매장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딱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그걸 알 리가 없는 도둑놈들이 그 바코드를 떼지도 않고, 뚜껑도 없는 향수를 중고 향수라며 떡~ 하니 페이스북 중고 마켓에 팔고 있더라고요. 그걸 라라양이 발견해서 바로 콜스 매니저에게 보고 했고, 콜스 매니저는 경찰에 연락했죠.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그 놈들은 그 아침 시간에 씨애틀 터퀼라에 있는 콜스 세포라 매장을 신나게 털어 갔다더군요. 

아, 이 사진은 저희 매장 털 때의 모습입니다. 
이 놈들은 금요일 저녁에 저희 매장을 털어 먹고, 화요일 저녁에 다시 털기 전에 매장에 들어와서 손님들이 있는지, 그리고 저희가 새로운 테스터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나가서 쌕을 들고 다시 들어와 털어간거였더라고요. 
 

나쁘지만 총 안가지고 와서 고마운 시키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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