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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매니저의 덫

by 스마일 엘리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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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더이상은 못 참겠다 심정으로 라라양에게 말을 하는거라 불평이 될 것임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물어 봤어요. 

"나 불평할게 있는데 좀 해도 돼?" 

"당연하지! 뭔데?" 

" 우리 스탁하는 날, 나나가 스탁업무 하기 싫어서 일부러 손님들이랑 쓸데없는 수다 떨면서 시간 끄는거 같이 느껴지는데 그거 나만 느끼는거야?" 

"오마이갓!!! 그치? 알지!!! 나도 알지!!! 걔랑 같이 일하면 일이 줄지를 않는다니까!! 걔는 출근해서도 바로 일 시작하지도 않잖아. 마스카라는 대체 왜 매장에 와서 바르는거야? 그리고 마스카라 바르는데만 30분이야!!!" 

전 한마디 했는데 줄줄이 쉬지도 않고 저 보다 더 많은 불만을 쏟아 내는 라라양

저보다 맺힌게 더 많아 보여서 전 뭐 말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둘이서 내린 결론은 '이대로는 안된다! 이건 매니저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로 둘이서 결론을 내리고, 잠시 후에 매니저에게 얘기 좀 하자고 요청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느껴왔던 나나양이 불성실함에 대해서 얘기를 했죠. 거기에 더해 라라양도 그동안 나름대로 느껴왔던 나나양의 업무 태만에 대해서 보고를 했고요. 사실 그동안 저희 매니저는 다른 신규 세포라 매장 오픈 준비와 그 매니저들 교육 시키느라 저희 매장은 저와 라라양에게 맡겨두다 시피 했기 때문에 나나양을 제대로 지켜 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아무튼 매니저가 알게됐으니 뭔가 달라 지겠거니 했으나 나나양은 여전히 해맑게 일을 안하고, 전 결국 발에 발병이 나고, 그래서 그 다음주 월요일에 병가를 낼려고 아침에 전화를 했어요. 참고로 전 병가를 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아파도 출근해서 저를 대신 할 사람이 구해지면 조퇴를 하는 식이였거든요. 

아침에 전화해서 콜스 수퍼바이저에게 

"저 발목이 너무 아파서 걷기가 힘들어 오늘 하루 일을 못할 거 같아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누구에게도 세상 쿨하게 그러라고 하던 그 수퍼바이저가 

"네가 안오면 누가 일하지? 그럼 너 대신 일할 사람 찾아봐" 

" 저 대신 일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 저 대신 일할 사람을 찾는건 슈퍼 바이저가 해야할 일이지 병가내는 사람한테 시킬 일은 아니죠!!! 여기서 조금 빡치기 시작했습니다. 

" 그럼, 이따가 보자, 알았지? 이따가 보는거야 오케이?" 

아니 아파서 일을 못가겠다고 연락하는 사람한테 막무가내로 이따가 보자라는 말은 그냥 나오라는거잖아요. 너무 열받...  남들은 콜아웃 그렇게 자주 하는데 난 아파서 일을 못하겠다는데도 나오라고 하질 않나, 저한테 직접 땜빵 할 사람을 찾아 보라고 하질 않나..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며 황당해 하더라고요. 제가 발목이 아파서 못 걸으니 남편도 그날 하루 휴무를 내고 같이 병원을 갈 예정이였거든요. 

결국 발목 지지 부츠인 워킹 부츠를 신은 사진을 찍어 보내고 나서야 병가를 허락 받았어요. 

저도 이쯤하니 열받아서 그냥 의사가 3일 정도 일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참에 3일  병가를 내버렸고요. 그 덕에 수요일 스탁 업무도 한번 피해볼 심산으로요. 

그렇게 월화수를 쉬고, 목요일에 출근했더니... 세상에 수요일에 끝났을 스탁 업무가 목요일에도 여전히 쌓여 있... 

나 일 시킬려고 미뤄뒀나? 아님 내가 없어서 이걸 다 못 끝냈나? 뭐 이런 괘씸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잘 걷지도 못하고 워킹 부츠를 신고 출근했는데 말이죠. 

걸어 다니면서 스탁 업무를 못하니 대신에 메이크업 제품들 같은 제품들끼리 고무줄로 묶어서 분류 해 놓으면 바로바로 제자리에 스탁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렇게만 해도 사실 스탁 업무가 훨씬 쉽고 빨리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하필 그날 같이 일하게 된 사람이 또 나나양!! 

전 계속 바구니에 담긴 제품들을 분류해서 브랜드별로 가져다 놓기 쉽게 만들어 놓는데 여전히 바구니는 줄지 않고, 그런데 그녀는 바구니를 들고 다니기는 하더라고요. 

그러다 매니저가 점심 식사를 하러 간다고 하고 나가자 마자 나나양은 바구니를 내려 놓더니 또 머리에 트리트먼트 바르고, 돌아 다니면서 수다 떨기 시작하는거죠. 

하아~~~~

 

아, 진짜 오늘은 다 때려 치고 싶다!!!!! 때려칠 때 때려치더라도 오늘 맡은 스탁 업무는 내가 끝내고 만다!!!  속으로 욕을 하면서 발 절뚝 거리며 결국 바구니 들고 여기저기 스탁하러 다녔습니다. 서랍에 스탁할 때는 워킹 부츠 때문에 쪼그려 앉을 수도 없어서 허리를 최대한 구부려 스탁하느라 허리 뽀사지는 고통을 견디면서요. 그렇게 절름발이도 스탁킹하며 바구니 세 네개 없애는데... 점심 시간 내내 바구니 하나를 못 없애는 나나양... 

전 매니저가 점심 식사 후 돌아오면 오늘은 삼자 대면을 하든가, 뭔가 사단을 내야 겠다 벼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매니저가 돌아 왔습니다. 

매니저에게 다가가 

" 식사 하러 가신 동안 나나양은 아예 스탁 업무를 하지 않.."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아, 실은 영상실에서 나나양을 지켜 보고 있었어" 

오잉?!?!?! 그렇다면 이것은 매니저의 덫!!!! 

나나양이 일 안하고 팽팽 노는 동안 절름발이 내가 불쌍하게 절뚝거리며 스탁하는 것도 보셨겠군요 ㅠ.ㅠ 

오늘 진짜 다 때려치고 싶은 심정이였는데.... 뭔가 매니저가 계획이 있는 듯 해 조금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그리고 매니저는 나나양을 데리고 사라지셨죠. 

잠시 후 나타난 나나양은 기가 푹 죽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말 많던 그녀가 말을 안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출근길에 그녀는 휴식 시간인지 매장 밖의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뭔가 슬퍼 보이고 우울해 보였어요. 

그걸 보니 또 마음이 안 좋아져 일할 때 말도 걸어 보고 했는데 평소의 나나양 답지 않게 말수도 적고, 그렇다고 저에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고요. 

그리고 수시로 저에게 

"내가 할 일이 있으면 알려줘, 뭐 할까? 도와 줄 일 없어?"  라고 묻더라고요. 

뭔가 변하긴 한 것 같은데 너무 나나양의 캐릭터가 아닌지라 이것 또한 적응이 안되기는 마찬가지... 

그렇게 나나양은 사회생활의 조금 쓴 맛을 본 듯 했고, 그로 인해 성장을 하나 싶었으나... 

본캐릭터가 어디 가나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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