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그녀의 스킬

by 스마일 엘리 2023. 8. 20.
반응형
 

그동안 나나양과 사소한 갈등이 있었지만 그저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철없는 꼬꼬마이니 이렇게 하나씩 배우는거지~ 하며 이모 같은 마음으로 마음에 담지 않고 넘겼습니다. 

그러나 임신한 B양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자기 구역이라고 말도 않고, 청소하게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자기가 청소했다며 매니저에게 전해 달라고 했던 그날 이후... 더이상 그녀의 말을 믿기가 힘들어 졌어요.  그래서 이제 그녀가 하는 말들은 좀 걸러서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거짓말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또 능한 스킬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 숟가락 얹기' 였어요. 

 

제가 오후 출근이였던 어느 날...

나나양이 자신은 곧 퇴근해야 한다며 자신이 하던 일을 알려주며 마무리 지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브랜드의 선반 디스플레이 교체 작업이였는데 제일 첫 선반만 끝내고 나머지 선반 세개가 남은 상황! 디스플레이 교체 작업도 사실 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요. 특히 메이크업 제품들은 작아서 재고 상품 진열하는게 꽤 시간도 걸리고, 무엇보다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고 작업을 해야 해서 몸이 피곤하고 아프거든요.

아무튼 그녀가 하던 일을 넘겨 받아 제가 다 마무리 하고 다음날 오후에 출근해서 해야 할 일과 전달 사항을 라라양으로 부터 듣는데 라라양이 " 이 선반 교체 작업이랑 디스플레이는 나나가 어제 다 끝냈어, 그러니까 넌 오늘 이쪽 작업을 맡아줘" 

'응? 사실 내가 다 끝낸거나 다름없는데??? '  원래 나나양이 처음 맡았던 일이였으니 그렇게 말하나보다 했죠.

그리고 몇 주 뒤, 오후 출근을 했더니 나나양이 자기가 하던 일을 저에게 넘겨 주며 이만큼 했으니까 나머지는 니가 마무리 해줘~ 하는데  '이만큼 했다' 고 하기에는 너무 일을 안했고, 제가 해야 할 일이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나나양이 해 놓은 일 보다 두배는 많아 보이는데... . 자기가 해야 할 일이면 반 이상은 해 놓고, 저에게 넘겨 줘야지, 이건 뭐 약간 끄적대다 말고 그 일 통째로 저에게 넘기는 느낌이였거든요. 그리고 당시 동료들 사이의 분위기가 나나양이 일을 너무 안하고, 책임감이 없다는 불평이 많아서 일부러 그녀에게 맡은 일 하나 정도는 끝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일을 맡기는 분위기였거든요. 어쨌든 그녀가 부탁하고 간 일이니 제가 교체 작업과 디스플레이 작업을 다 끝냈습니다. 

그런데 두 번 정도 그런 일이 있고 나니 나나양이 이후로 자꾸 자기한테 맡겨진 일을 살짝 손만 담구고 저에게 자꾸 마무리를 시키는거죠. 저도 출근하면 그날 그날 제 할일이 있거든요. 저에게 맡겨진 프로젝트도 있고 끝내야 할 일도 있는데 한두번 해 줬더니 이제는 그냥 당연히 자기가 못 끝내면 제가 넘겨 받아 끝내야 하는 것으로 여기길래 

" 나나야, 매니저가 너에게 시킨 일이니까 니가 끝낼래?" 

"나 5분 뒤에 퇴근해야해" 

" 못 끝내면 못 끝냈다고 보고하고, 내일 출근해서 니가 마무리 해도 돼.  나도 내가 오늘 끝내야 할 내 일이 있거든"

라고 했더니 알겠다며 그렇게 일 벌여놓고 그대로 퇴근해 버리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선반 교체가 덜 된채로, 제품 디스플레이도 안 된 텅 빈 매대 그대로이니 라라양이 저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사실대로 말했죠 뭐. 나나양이 자꾸 자기가 맡은 일을 저에게 떠넘기고 가서 그동안은 제가 마무리를 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마무리 하라고 얘기했다고. 

그랬더니 라라양이 턱이 바닥에 떨어짐요.

"나나가 자기가 다 끝냈다고 자기 어메이징 하지 않냐고 막 스스로 대견해 하길래 내가 얼마나 폭풍 칭찬 해 줬다고!!! 근데 니가 끝낸거야???" 

'그랬구나... 나나양이 하기 싫었던 일들은 하는 척만 하다가 매니저와 라라양이 퇴근하고 나면 그대로 두고 내가 출근하면 나한테 다 떠넘기고 자기가 했다고 보고 했구나.... '

'상 펴는건 자기가 하고, 밥하고, 국해서 상에 올려 놓으면 다음 날 자기가 상 차렸다고 보고했구나... ' 

이 꼬마 아가씨 사회 생활 경험이 부족한 줄 알았더니 오히려 사람 이용할 줄 아는 잔꾀돌이였지 뭐예요. 

이 일을 계기로 전  절.대.로!!! NEVER 나나양이 마무리 지어 달라고 하는 일은 넘겨 받지 않습니다. 못 끝내면 다음 날 와서 책임지고 끝내라고 말하죠. 그리고 혹시라도 제가 다 차려 논 밥상에 숟가락 얹을까봐 제가 하던 일은 절대로 그녀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동동 거리며 제가 끝내야 할 일을 못 끝내서 퇴근 시간 지나서까지 일을 하고 있으면 나나양은

"내가 마무리 할게, 어서  퇴근해" 하면서 제 등을 떠밀어요. 다른 동료가 그랬다면 너무 고마웠겠지만 나나양이 진심으로 말을 했어도 그녀의 속내를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되었으니까요.  실컷 제가 한 일을 마지막에 살짝 도와 준 것만으로 그녀가 하루 종일 해 버린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점점 그녀에 대한 불신이 커져 가던 어느 날... 드디어 제가 참을 수 없었던 사건이 터지게 되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