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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세포라 이야기- 영어! 영어! 영어!

by 스마일 엘리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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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Thank you 라고 하면 나는???

사실 세포라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저에겐 큰 도전이기도 했어요. 제가 미국에 와서 크로거 라는 마트에서 알바를 하기도 했었지만 마트에서 캐쉬어로 일하는 것과 세포라에서 뷰티 어드바이저로 일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거든요. 

마트 캐쉬어가 일하는 동안 사용하는 영어는 인사와 손님이 건네는 스몰토크에 유연하게 답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일을 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세포라에서는 화장품 판매이다 보니 손님의 피부 고민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에 알맞는 제품을 찾아 드려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의 특징, 기능등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건 그냥 영어만 한다고 되는것도 아닌게 화장품의 성분등이나 재료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해서 첫 출근날이 무서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죠. (그렇다고 영어도 막 쏼라 쏼라 잘하는것도 아님 ㅠ.ㅠ) 

그나마 다행이라면 요즘은 유투브를 찾아 보면 정말 수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으니 미국의 유명하다는 뷰티 유투버들 채널 찾아 보며 제품 리뷰나, 제품 성분등에 대해서 따로 공부를 했답니다.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도 안하던 화학 공부를 이제와서 이렇게 열심히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요즘은 소비자들이 너무 똑똑해져서 화장품을 하나 구입하더라도 화장품의 성분, 재료등을 다 확인하고, 어떤 성분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까지 다 파악하고 있어서  판매자가 그걸 모른다는건 말도 안되는거라 정말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렇게 나름의 준비를 하고 매장에 갔는데 첫날은 정말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그냥 인사나 열심히 하고 손님들한테 쇼핑할 바스켓이나 열심히 챙겨 드리고 그렇게 몇시간을 겨우 떼웠어요. 그런데  첫날 일하고 느낀 것은 모든 동료들이 너무너무 친절해서 제가 몰라도 눈치 볼 필요도 없었고 항상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동료들이 도와 줄 때마다 "도와줘서 고마워" 라고 하면 

" 당연한 일인걸! 그러라고 우리가 여기에 있는거잖아,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라고 해서 어찌나 가슴이 따땃해지던지... 

게다가 교육 받을 때 항상 들었던 말이 모르는게 있을 때는 손님에게 솔직하게 모른다고 얘기하고 동료에게 물어보라고 하며 그 대화 스킬을 알려 주더라고요. 이건 언젠가 면접 질문으로 받게 되었을 때 답해도 좋을 대화 스킬인데요 만약 손님이 무엇인가 물어 봤는데 내가 그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잘 모른다면... 

"전 새로 와서 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제 동료 **가 잘 알테니 같이 물어봐요, 그럼 우리 둘 다 같이 배울 수 있을거예요" 라고 답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로 시킨 대로 해 봤어요. 

그랬더니 손님들 반응이 다들 " 오~ 축하해!!!" 하며 먼저 일을 시작하게 된걸 축하부터 해 주더라고요. 그리고는 "괜찮아, 걱정하지마" 하며 되려 저를 안심 시켜주고 동료한테 같이 물으러 가 주셨어요. 정말 제가 신입이라 아직 부족하다는 것에 주눅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들 따뜻하게 반응해 주셔서 오히려 모르는게 자랑이 되어 버릴 정도로 자신감 상승함요. ㅎㅎㅎㅎ 

그렇게 며칠이 지나 어느정도 적응이 됐을 때쯤 이젠 제가 사용하는 영어 표현을 다양하게 사용해서 영어실력을 늘리고 싶어졌어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사회 생활을 하며 익힌 영어가 아니다 보니 늘 정해진 표현만 사용하고 있어서 이왕이면 같은 상황이라도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출근할 때 차안에서 운전하면서 오늘 집중적으로 사용할 표현 하나씩 선정해서 입에 붙도록 반복해서 연습해 보고 직접 매장에 가서 그날 하루는 그 표현만 죽어라 해 보는거죠. 그럼 입에 붙어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도와 드릴까요? 라는 표현도 May I help you, what can I do for you?  이런 표현 대신에 what can I help you to find with 나 Is there anything I can help you with?로 그날 하루 동안은 이것만 말하도록 해서 나중엔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목표였어요. 

그렇게 하루 하루 새로운 표현 도전을 하고 있던 중 하루는 땡큐에 대한 답으로 you're welcome 대신에 my pleasure! 이나 no problem! 같은 표현을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출근하는 동안 차에서 수십번을 되뇌이며  연습해서인지 매장에서는 자연스레 나오더라고요? 

어떤 손님한테는 my pleasure! 또 어떤 손님한테는 no problem!을 적절히 사용해 가며 그날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쳐갈 무렵.. 

한 손님을 성심 성의껏 도와 드렸고, 그 분이 정말 고맙다며 "땡큐 쏘 머치" 하시는데 머릿속에서 어떤 표현으로 답을 하지? my pleasure을 할까? no problem을 할까? 하며 고민하는 사이

뇌.보.다. 빠.른. 주.둥.이.는 그만 너무나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 my problem!!!"

을 내뱉고 말았지 뭐예요 ㅠ.ㅠ

순간 너무 놀라 손님과 저 동시에 눈이 마주쳤고 갑자기 둘이서 빵 터져서 막 웃었어요. 구차하게 변명하면서 my pleasure 할까 no problem 할까 머릿속에서 고민하다가 두개가 섞여버렸다고 했지만 변명 안해도 이미 손님은 알았던 것 같아요.  ㅎㅎㅎ 이 얘기를 제 동료들과 제 남편에게 해 줬더니 너무 재미있어 해서 저희 시아버지께도 해 드렸더니 저희 시아버지는 한술 더 떠서는 

"그 손님은 보나마나 no pleasure 였겠구나!" 하시더라고요. ㅋㅋㅋ 

이렇게 큰 실수 하고 나서 배운 것은... 동료들은 손님들이 땡큐 라고 할 때 " of course" 를 더 많이 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제는 그냥 쉽게  of course 합니다.

 

사랑과 전쟁이 아닌 일과 전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젊은 커플이 와서 향수를 구입했어요. 그런데 두분이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하시길래 어디서 왔는지 물어도 실례가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우크라이나에서 왔대요. 

그래서 what brought you here?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거예요?) 라고 물었더니 "work"  라고 단답으로 남자분이 대답하셔서 오바 육바 하며 "Oh, that's cool!!!" (오~ 멋지네요!!) 했더니 이여자 뭐지? 하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That's not cool" 

순간 급당황해서 이직으로 미국까지 왔는데 일이 생각보다 별루인가? 하며 "뭐라고?" 라고 되물었더니 

"war is not cool! " (전쟁이 멋진 일은 아니지!) 라고 하는데 아뿔싸!!!!! 

war을 work로 알아 들어버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아이고야!!!!!! 이럴때는 내 비루한 영어 실력을 앞세우는 수 밖에!!!! 

"미안해요, 제가 아직 영어가 부족해서 전쟁을 "일" 로 잘못 이해했어요"  라고 했더니 

그분이 되려 " 이해해요, 나도 미국 온지 얼마 안되서 영어 발음이 좋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종종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 

이렇게 해서 급 동병상련을 느끼며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영어로 갈길이 아직도 이렇게나 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기만 하고 영어 공부는 내일부터!!!!! 분명 그 내일이 오긴 오는 것 같은데 왜 영어 공부를 할 내일은 안 오는건지 말입니다. 

사실은 블루베리가 맞았을지도 몰라!

하루는 어떤 손님이 오셔서 " Do you have 블루베리?" 하며 블루베리를 찾으시더라고요. 화장품 가게에 와서 왠 과일을??? 

그러나 퍼뜩 생각난 것이 있었죠. 과일 추출물로 화장품을 만드는 Glow recipe라는 브랜드에  블루베리로 만든 클렌저가 있어서 혹시 그것을 찾고 있나 싶어서 "스킨케어 종류인가요?" 라고 물었더니 

"아뇨, 향수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블루베리향이나 블루베리가 들어간 향수는 없어서 "안타깝게도 블루베리 향수는 없어요" 라고 했더니 제 뒤를 목을 쭉 빼고 살펴 보던 그 손님이 

"오! 저기 있네요!!!"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르치는데 그것은 바로... 

버버리 향수!!! 

아놔~ 버버리를 블루베리로 알아 듣다니 내 귀는 썩었어!!!!! 하면서 엄청나게 자책하고 부끄러워했죠. 

그 얘기를 가가양에게 했더니 가가양이 배꼽을 잡고 웃으며 


"아냐, 아냐, 아냐, 그 손님이 진짜로 블루베리라고 말했을지도 몰라, 나도 얼마전에 어떤 손님이 '스트로베리 틸베리'를 찾길래 으응??? 하다가 혹시나 해서 "샬롯 틸버리 찾는건가요?" 하면서 안내해 줬더니 샬롯 틸버리를 보고는 " 오, 여기 있네!" 하면서 스트로베리 틸베리가 아니였네??? 했다니까!!! 스트로베리 틸베리 찾는 손님도 있었으니까 사실은 블루베리를 찾았던게 맞을지도 몰라" 

그렇게 가가양은 저를 위로했지만 즈은~혀 위로가 안되었던 이유는... 

그 이후로도 블루베리 찾는 손님이 무쟈게 많았다는 사실... 그리고 버버리로 안내하면 틀림이 없었다는 사실...  ㅠ.ㅠ 

그러니까 내 귀가 썩은게 확실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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