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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포라 일기

미국 세포라 일기- 기싸움

by 스마일 엘리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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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매장에서의 업무는 당연히 판매가 주요 업무입니다. 그런데 그 판매를 위한 매장 관리 업무도 주요한 업무예요. 

판매는 입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 외에 업무들은 다~ 몸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죠. 판매된 물건들 재고 채워 넣기, 물건 들어 오는 날은 박스 까고 제품들 창고에 스탁하기, 비품 채워 넣기, 선반 먼지 청소, 테스터 소독, 테스터 청소등등... 

그 중에서도 다~들 하기 싫어하는 업무는 선반 먼지 청소와 테스터 소독, 테스터 청소에요. 일단 메이크업류는 화장품들이 너무 자잘하고, 진열대에 구멍들도 오밀조밀해서 청소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힘도 들고 번거롭거든요. 화장품들을 다 들어내고, 선반도 다 들어내서 해야 하는 딥클리닝은 더더욱 하기 싫죠. 그런데 저희 매니저는 판매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결' 이예요. 테스터 소독, 선반 청소를 너무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항상 청소와 소독을 강조하고,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는 청소와 소독을 해 달라고 수십차례 얘기를 했건만... 

그 청소를 하는 사람은 저와 매니저 그리고 신입인 S양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청소를 하는 '척' 이라도 하는데... 우리 재잘둥이 나나양은 청소를 피하기 위해 손님이 오면 고객 응대를 하는 '척' 하면서 시간 떼우기 잡담을 하는거죠. 미국인들 스몰 토크 좋아하잖아요. 그러니 손님한테 계속 쓸데없는 스몰 토크로 대화를 이어가며 주거니 받거니 근무 시간을 떼우고 결국 청소는 전혀 하지 않는게 제 눈에도 보일 정도니 매니저나 리드(선임) 뷰티 어드바이저들 눈에는 얼마나 얄밉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같은 동료의 입장에서 청소 하라고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를 자기 아랫것으로 아는 나나양에게 제가 일 시키면 경을 치겠죠 ㅎㅎㅎ) '그래 나는 내가 잘하는 육체 노동에 매진하고 너는 니가 잘하는 주둥이 노동에 매진하는 것이니 억울할 것도 없다' 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죠. 

그러던 어느 일요일... 매니저도 땀 흘리며 선반 청소하고, 저도 사다리까지 밟고 올라가 선반 청소를 하는데 우리 나나양은 주둥이 노동에 목숨을 걸었는지 한 손님과 무려 40분을 노가리를 깐거죠. 이 정도면 스몰 토크가 아니라 대물 토크!!!! 

와~ 진짜 징하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다 보다 참지 못한 매니저가 저에게 오더니 대뜸

"너의 동료가 손님과 노가리 까고 노는 것 (말 그대로 playing around라고 표현했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아아악~~~ 매니저님!!! 그런 질문 하지 마세요!!! 이미 답을 알면서 왜 묻는거예욧!!!! 그치만 전 제 동료를 팔 수는 없었죠.  세상의 모든 것은 양면이 있으니 나쁜 것도 좋게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법!!! 

" 손님과 스몰 토크(라 쓰고 대물 토크라 읽어야하지만) 를 하는건 손님과 커넥션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그런 손님은 다시 찾아오니까 고객 서비스를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답했더니 매니저의 2차 공격

"다른 동료들은 힘들게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저렇게 40분이 넘도록 한 손님과 함께 노가리를 까고 논다면?" 

아.... 너무 촘촘하게 밀고 들어 오시는데?? 그렇지만 나는 말을 안할테다!!! 

그래서 그냥 입을 꾹 닫고 눈으로 말을 했습니다. 아주 대답하기 곤란한 표정으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눈알을 굴려 세상에서 제일 큰 포물선을 그려 드렸더니 속이 터진 매니저는 저한테 다그치며 

"just spit it out!!!" (그냥 속시원히 말해버려) 

하아~ 아니 왜 저한테 이러세요 ㅠ.ㅠ 

"너무 긴 (대물토크는.. 아니) 스몰 토크는 손님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스스로 컨트롤 해야 되지 않을까요? 한 손님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 보다 다른 손님들도 찾는게 없는지 돌아다니며 확인도 해야 하고요"  라고 답했더니 

"바로 그거지!!!" 하면서 원하는 답을 들었다는 듯 공격을 멈추고 포로 해방을 시켜 주셨죠. 

그리고 그날 나나양은 퇴근 전에 매니저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청소를 너무 안해서 매니저에게 주의를 들었다며... 그러면서 덧붙이길... 

" 모두다 청소를 하면 손님 응대는 누가해? 내가 손님 응대를 하고 있으니까 매니저도 너도 청소를 할 수 있는거잖아!!!" 

나... 나나야... 그 상황을 그렇게 역으로 생각하는 것도 참 재주이긴 하다. 

그렇게 면담 후 나나양의 대물 토크는 쏙 들어간 함몰 토크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청소는 안해서 보다 못한 매니저가 극단의 조취를 취했으니.. 그것은 바로 청소 구역 지정이였습니다. 

각자 구역을 지정해 주고, 그 구역의 선반과 테스터 청소는 담당자가 책임지고 관리하기로 한 것이였죠. 

효과가 있었을까요? 

한달 뒤에 나나양의 구역은 제 구역 청소를 끝낸 엘리가 열심히 하고 있더란.... 

언제까지 안하나 보고 있던 매니저가 도저히 드러워서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그냥 손발 들어 버리고 청소 전문인 저를 급파하셨지요. 

이거슨... 결국 매니저와 나나양의 기싸움에서 매니저가 완벽하게 진 게임이였습니다. 

거기에 개피 본건 나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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