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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 세포라 취업 후 적응기

by 스마일 엘리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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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왔습니다. 

그간의 책 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마음의 여유를 얻었어요. 아직 책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파트 원고까지 다 넘겼고, 추가 작업 정도만 하면 되거든요. 엘리네 미국 유아식 책 쓸 때처럼 책에만 전념할 수 없었던 것이 이번에는 일까지 하고 있어서 더 바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또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족과의 시간들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가족과의 여행이라던지, 가족들의 생일이라던지... 사실 전업으로 살았어도 하루가 바빴는데 일까지 하며 책 작업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한번 집중하면 집중력 떨어질 때 까지 하는 스타일이라 밤새기가 일쑤였는데 자칭 밤샘의 여왕이였던 제가 이제 진짜 나이가 들었는지 한 이틀 밤새고 나면 삼일 째는 도저히 쪽잠으로는 안 버텨지더라고요. 그냥 하루를 잠으로 다 보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책 작업 기간이 오래 걸려서 계속 조금씩 작업을 해 왔던 탓에 미국 유아식 책 쓸 때처럼 세상과 단절된 채로 작업하지는 않았어요. ㅎㅎㅎ 그때는 진짜 친구도 안 만나고 속세와 연을 끊고 책 작업에 몰두 했거든요.  

아무튼 모든 원고를 넘기고 나니 속이 반쯤 후련해 져서 (완전히 끝난건 아니니 아직 마음의 짐이 남아 있음요) 최근의 근황이랄까? 세포라에 일을 시작하고 난 후의 세포라 적응기를 얘기해 볼려고요. 미국의 세포라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정말 정말 할 얘기가 많이 생겼는데 이걸 어떤 주제로 풀어내야 할까 모를 정도로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제 블로그의 제목답게 일상 시트콤 같은 일도 종종 일어나서 그 썰들도 풀어야 하는데 기억 못할까봐 걱정 ㅎㅎㅎ 

일단 취직썰만 풀고 세포라 입사 후의 과정이나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오늘은 가볍게 미국 세포라 적응기 정도로 풀어 볼게요. 

 

고용 계약서 상의 제 입사 날짜는 6월 1일 부터이더라고요. 아마 계약서를 그날 작성하고 오리엔테이션이 그날 시작되어서 그런가봐요.  세포라가 콜스 백화점에 입점하기로 결정되면서 미국 전국의 400여개 매장이 생길 예정인데 북서부의 세포라 @ 콜스는 저희가 최초의 매장이예요. 최근 두번째 매장이 워싱턴주 타코마에 있는 세포라 @ 콜스 오픈을 11월에 할 예정이라 아직 북서부에는 세포라 @ 콜스는 두개 밖에 없답니다. 점차적으로 콜스에 세포라 매장이 입점할테니 혹시 세포라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동네의 콜스 매장 하이어링 광고를 검색해 보세요. (아, 세포라 @ 콜스가 아니더라도  세포라  직영 매장은 군데군데 있으니 가까운 지점으로 검색하시면 돼요)  

고용 계약서 쓰고 오리엔테이션 하고 나면 이메일로 엄청난 비디오 교육 자료를 받게 돼요. 약 360여개의 비디오 교육 메일이 사흘에 걸쳐 도착하는데...

이렇게 화장품에 관한 교육 비디오예요. 알다시피 세포라는 단일 화장품 브랜드가 아닌 화장품 편집샵이라 여러가지 브랜드를 취급하다 보니 정말 배워야 할게 어마어마 하더라고요. 이 비디오 교육을 출근전에 끝내야 하는건가 출근 시작하고 봐야 하는건가 긴가민가 하던 중에 어느 한 메일에 *월 *일까지 이 비디오 교육을 끝내야 함 이라는 내용을 보고 아~ 이거 출근전에 다 끝내야 하는거구나 해서 세상에~ 이걸 밤 새워 가며 며칠동안 봤다는거 아니겠어요. 짧게는 3분, 길게는 15분짜리 영상들인데 이게 미국인들이 보면 3분 15분이지만 미국 사회로 첫발을 내 딛는 저에게는 이 비디오 속의 교육 내용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어 표현들, 기억해야 할 응대 스킬등, 새로운 제품 정보등을 공책에 메모하면서 보다 보니 두배 세배의 시간이 걸렸어요. 진짜 사흘 밤 샜고요. 그러면서도 메일 제일 끝에 있는 내용 이 메일은 근무 시간에 시청해야 함 이라고 씌여진 메세지에 이걸 일 시작도 전에 끝내는게 맞는건가 하면서 계속 했어요. 하다보니 중복 된 메일도 있고 해서 결국 시청해야 할 비디오는 160여개 정도 였지만 봤던 내용도 복습하는 마음으로 또 보긴 했지만요. 

솔직히 제가 미국인이고 원어민이였으면  '에라이~ 모르겠다, 일 시작하고 하지 뭐' 했을 테지만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저 혼자서라도 공부를 미리 해 두면 나중에 덜 무섭겠지... 하며 예습하는 마음으로 그냥 했어요. 

네, 맞아요. 저 무서웠어요. ㅎㅎㅎ  세포라 매장에 가보면 알겠지만 어마어마한 제품들에 저것들을 내가 다~ 배워야 한다고? 라고 생각하면 무서워요. 손님이 와서 무엇인가 물었는데 대답도 못하고 어리버리 하는 상황이 그려져서 매장으로 출근하는게 무서웠어요. 

화장품 교육만 있는 줄 알았더니 세포라에서 향수와 헤어 제품까지 취급을 해서 세상에~ 향수까지 공부하고, 헤어 제품, 헤어 도구까지 공부했지 뭐예요? 

그리고 드디어 세포라에 출근을 시작했답니다. 

이렇게 보라보라한 머리를 하고 말이죠. ㅎㅎㅎ

사실 이 보라 머리는 세포라 일하기 전부터 계획했었어요. 이미 염색약도 사 두었었는데 세포라의 드레스 코드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혹시라도 이런 보라 머리를 하면 안될까봐 입사하고 나서 분위기를 보고 염색해야지 했는데... 근데 비디오 교육을 보던 중 다른 세포라 매장의 직원이 빨간 머리로 염색을 한 것을 보고 아~ 보라 머리 해도 되는구나 하고 셀프 염색을 했습니다. 아, 완전 셀프는 아니고 오른쪽은 제가 하고, 왼쪽은 와플이 아부지가 해서 분업 염색이였죠. 

나중에 콜스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됐는데 복장은 정해진 규칙이 있지만 그 외에 자신의 몸에 행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였어요. 그래서 머리색은 어떤색을 해도 상관없고, 피어싱도 코, 입술, 혀든 아~~~~무 상관 없더라고요.  제가 살아온 시대는 아직까지 보수적이던 시절이라 대학 때 머리 탈색만 좀 한 친구들을 보면 "쟤 좀 노는 애구나~" 하며 편견을 갖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아주 밝은 갈색도 용기를 내서 해야 했는데 미국에서는 머리 염색 따위로 편견을 갖지 않고,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 준다니 넘나 자유로운 것!!! 아, 물론 직종에 따라서는 복장 규칙이 있으니 저런 보라 머리는 안될 수도 있을거예요. 

그런데 이런 보라 머리를 본 한국의 친구가 깜놀하며 " 유치원 픽업 못 갈 머리색이네~" 하더라고요. 그 말이 너무 웃겨서 아니 유치원 픽업 못 갈 머리색은 또 머야?? 했더니 한국에서 애 엄마가 이런 머리색 하면 뒤에서 수군댄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동네에 그레이 애쉬 컬러로 염색한 애 엄마가 있는데 동네 아줌마들이 무슨 애 엄마가 저런 머리색을 하냐고 수군댈 정도인데 저 처럼 저런 과감한 보라색 머리라면 애 픽업도 못갈거라고... 

미국 안 살았으면 죽기 전에 보라색 머리 못해 볼뻔 했어요. ㅎㅎㅎ 

아무튼 그렇게 세포라에 출근해서 여자저차 시트콤 찍으며 하루하루 적응해 가던 중 한달이 넘도록 적응 못한 것이 있었으니...

이 사물함 열쇠!!!! 

지문 인식 시스템 시대를 살아가는 2022년에 이 유물급 다이얼식 잠금 장치가 왠말이냐며!!! 이 자물쇠는 청진기랑 셋트 아니던가요? 영화에서 보니까 도둑놈들이 청진기 들이대고 돌리던데... 

근데 진짜로 차라리 청진기 대고 소리 들어가며 돌리는게 더 빠르게 열리겠더라고요.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는 번호를 세개 주고 그 세개 숫자를 맞춰서 돌리는데 그냥 돌리는게 아님요. 리셋을 위해서 오른쪽으로 세번 돌리고, 번호 맞춰 오른쪽으로 또 돌리고 왼쪽으로 돌리고 또 오른쪽으로 돌리고 @.@ 

아놔~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는거임. 어느날은 꼭 열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평상시 보다 10분 더 일찍 출근해서 저 자물쇠 돌리다가 포기했어요. 차라리 금고를 털고 말겠음. 

결국엔 유투브의 도움을 받아 여는 방법을 배우긴 했는데 그 유투브 덧글이 너무 웃겼어요. 저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였어요. 이런 자물쇠가 대학교 사물함에 많나보죠? (미국에서 대학 못 가본 여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왔는데 저 자물쇠 못 열어서 대학 못 다니고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비디오 보고 나서도 못 여는 사람은 정녕 나 혼자 뿐이냐? 나한테는 세상 어려운 수학 문제보다 더 어려운게 이 자물쇠 여는 법이다 등등... 

암튼 이렇게 클래식 자물쇠 여는 법도 덕분에 배웠습니다. 

비디오 교육 예습 했는데  줌미팅으로 비디오 교육을 하는 시간이 있더라고요. 사흘에 걸쳐 4시간씩 줌미팅을 통해서 전국 세포라 직원 교육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교육이라 만만하게 봤는데 어찌나 질문을 해대는지 사흘동안 초긴장 했었어요. 질문 하고 발표도 시키고 진짜 안 걸릴라고 안간힘을 다 썼는데 나중에는 목소리 안 들어본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목소리 안들어본 엘리 ** ** ** ** 하며 그동안 발표 안한 사람들 이름을 불러대며 다음 발표는 이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자고 함요. 아놔~ 

제가 교육 받을 때 65명이 함께 받았는데 내가 발표 안한건 어찌 기억하는거냐며!!! 라고 하기엔 보라 머리 동양인인 내가 튈 수 밖에 없었을지도요. 그 65명 중 동양인은 딱 2명이였고, 하필 강사 2명중 한명이 동양인이여서 그 분 눈에는 제가 더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 우리도 왜 수많은 외국인 무리속에 동양인이 보이면 이상하게 피가 땡기는지 같은 동양인에게 먼저 눈길이 가는 것처럼요. 

어쨌든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전날 예습 더 철저히 하고 발표할 준비도 하고 수업에 임했지만 절 지목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대신에 열심히 채팅으로 답변 열심히 날렸어요. ㅋㅋㅋㅋ 그랬더니 따로 발표 시키지는 않고 채팅창에 답변한 것들 읽으면서 넘어가더라고요. 

혹시라도 세포라 입사해서 줌 클래서 교육 받으시는 분들.. 발표가 싫으시면 채팅창에 열심히 답변 하시면 됩니다. ㅎㅎㅎ 

줌미팅 교육은 끝났지만 결국 메일로 받은 비디오 교육은 혼자서 스스로 보면서 공부해야 하는거라 제가 미리 해둬서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몰라요. 

그렇게 모든 교육이 끝나고 트레이닝 프로덕트를 받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이렇게 세포라에서 판매중인 제품들 중 일부를 교육용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받게 되는데 세포라에서 잘 나가는 제품 위주로 샘플 사이즈도 아닌 정품 사이즈로 줘서 선물 받은 느낌이더라고요. 약 1200불 상당으로 제가 사려고 했던 제품들도 들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사실 스킨케어 제품은 아무리 외워서 판매한다고 해도 제가 직접 써보고 그 촉감이나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 판매하는데 자신이 없는데 이렇게 탑 셀러 제품을 직접 써볼 수 있게 되니 제품 판매에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지금껏 써 본 제품 중에 너무 좋았던 것은 클리니크의 클렌징 밤과 Dr. Dennis Gross의 Alpha beta daily peel이예요. 전 맘에 드는 제품 찾으면 변심않고 충성하는 스타일이라 클렌징 오일 15년, 마스카라 13년 변치 않고 한 제품만 써왔어요. 저에게 완벽한 제품을 찾았는데 구태여 더 좋은 제품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렇지만 이렇게 세포라에 일하게 되면서 새로운 제품을 써 볼 기회가 생기고 그러면서 변심의 기회도 생긴거죠. 

요즘 미국 연예인들은 화장품 사업 하는게 유행인가봐요? fenty beauty는 리아나가 소유하고 있고, rare beauty는 셀레나 고메즈가 소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레이디 가가도 haus labs 라는 화장품을 소유하고 있거든요. 아무튼 펜티 뷰티와 레어 뷰티는 제품 퀄리티는 물론이고 평도 좋아서 세포라에서 잘 나가는 제품들이예요. 아무튼 메이크업 제품은 꼭 제가 써 보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는거니까 이 립글로스들은 워싱턴주로 이사온 후, 제 블로그를 통해서 친하게 된 친구들에게 나눔했어요. 

세포라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갈 무렵, 제 보라보라 하던 머리는 점점 색이 빠지고 있어요. 제 보라 머리는 사실 포스팅에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혹시 보라 머리 염색을 해 보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머리색이 빠지는 과정 보시라고 올리기로 했어요. 왜냐면 머리색이 점점 빠지는데 이게 색이 빠지면 빠질수록 너무너무 매력적인 색깔이 되어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정말 쨍!한 보라색이였는데 염색한 다음날 부터 머리 감을 때마다 보라물이 쭉쭉 빠집니다. 흰색 수건에도 묻어요. 그래서 어두운 색의 수건을 사용해야 해요. 물론 과탄산 넣고 뜨거운 물에 빨면 색은 다 빠지긴 해요.  

머리색도 점점 빠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보라색이 점점 빠지면서 옅어지는 컬러에 색이 너무 빨리 빠져서 아쉽다~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왜냐면 처음 보라색 머리 염색 했을 때 머리색깔 예쁘다고 칭찬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동료들은 물론이고 손님들 마다 꼭 머리색깔 언급하시면서 예쁘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머리색이 점점 빠질수록... 더 예쁘다고 더 많이 칭찬 들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얼굴 말고 머리요!!!!) 

머리색이 빠지는 동안 저도 이제 세포라에 짬밥이 좀 생겨서 슬슬~ 눈치를 보며 이것저것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매장의 캐비넷과 서랍을 열면 정리 정돈이 안되어 있어서 좀 스트레스 받았거든요. 캐비넷 안에 종이백을 저렇게 쌓아 놓는데 쓰러지고 흐트러지고, 게다가 위치도 허리 아래에 있어서 늘 쪼그리고 앉아서 꺼내야 하고, 꺼내고 나면 막 종이백들이 무너져서 다시 정리해서 쌓아 놓아야 하고, 그럼 뭐하나요? 다른 사람이 또 꺼내면 또 무너져 있는걸... 

'이거 나만 이렇게 불편하게 느끼는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불편한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거야?' 를 늘~ 마음에 담고 살던 중, 동료들과 친분도 좀 생기고 해서 살짝 손을 대고 분위기를 봐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창고에 버려지는 박스떼기 가져와서 이렇게 수납함을 만들고 서랍처럼 만들었어요. 쪼그리고 앉아서 종이백 꺼낼 필요 없이 허리만 조금 숙여서 서랍처럼 쭉 잡아 당기면 되고, 종이백도 필요한 만큼 꺼내 써도 무너지지 않으니까 얼마나 편하게요~  게다가 따로 정리 정돈 할 필요도 없이 이렇게 수납함에 딱 정리 정돈 되어진 채로 있으니 매번 정리정돈에 시간을 쏟을 필요도 없고요.  이게 바로 '시스템'을 만드는거거든요. 사실 청소가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정리정돈 시스템'을 만들면 따로 청소하는데 시간이 들지 않거나 청소가 훨씬 쉬워지고 시간도 반 이상 줄어요. 집 정리도 마찬가지고요. 으응??? 쓰다보니 갑자기 곧 출판하게 될 책 내용이랑 일맥상통하눼?!?!   

암튼 이렇게 종이백 정리 정돈 수납함을 마련하고 메모를 남겨뒀어요. 이렇게 바꿔 봤는데 혹시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바꿔도 된다고. 

그리고 그 다음 출근일에 출근했더니 동료들이 다들 고맙다고 덕분에 너무 편해졌다고 너무 맘에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저희 매장의 종이백 수납은 이 시스템으로 유지하게 됐답니다. 

 

서랍안에도 이렇게 물품들이 마구마구 섞여 있고 이거슨 제 심기를 너무나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빈 티슈통을 모았어요. 

티슈통 하나 나올때마다 버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한 후... 

이렇게 문구류도 정리했고요. 진짜 빈 티슈통 나올 때 마다 심장이 벌렁 벌렁 거려요. ㅎㅎㅎ 누가 티슈통 리필 하러 오면 100미터 전에서부터 달려갑니다. "그 티슈통 버리지 마오~" 하면서 ㅋㅋㅋㅋㅋ 

이젠 동료들이 빈 상자만 보면 저를 찾아와요. " 엘리? 이거 필요할거 같애? 모아둘까?" 하면서 ㅋㅋㅋㅋ 

그래서 저 서랍속은 지금의 사진 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 됐어요. ㅎㅎㅎ

여기는 정말 엉망진창이였던 공간이였는데  티슈통 하나로 정리함요. 물론 지금은 4~5개의 티슈통이 투입되어서 훨씬 더 정리정돈 되어 있는 상태예요. 그런데 이렇게 정리정돈 해 놔도 제 자리 찾기 못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누군지는 저도 몰라요. 자리를 마련해 둬도 그냥 눕혀서 아무데나 갖다 꽂는 동료가 있어요. 그럼 그냥 제가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놓기는 하지만 일단 제 짬밥이 더 쌓이면 라벨링까지 그냥 해 버리고 위치도 좀 바꿔 버릴라고요. 그동안은 제가 막내여서 ㅋㅋㅋㅋ 막내긴 한데 매니저 다음으로 나이 많은 중년 막내임 ㅋㅋㅋ 아, 지금은 제 밑으로 벌써 두 막둥이가 생겼다고요. 

서랍에 널부러져 있던 것들 박스떼기 모아 분류해줬는데... 정말 박스떼기를 모아서 하다보니 폼은 안나네요. 보통 회사들이 비품비를 제공하는데 여긴 버려지는 박스도 눈치 보며 모아야 해서... 일단은 이 정도로도 만족하기로 합니다. 

그러는 사이 보라보라 머리색은 정말 색이 많이 빠져서 이제는 연보라색이 되었어요. 연보라 색이 되니 더 예쁜? 연보라색으로 염색할 의도는 없었는데 색이 빠질수록 더 맘에 드는 색깔이 되고 있어요. 게다가 색이 균일하게 빠지는 게 아니고 더 빨리 빠지고 더 늦게 빠지고 하다 보니 색이 점점 레인보우색이 되어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상태로 변했어요. 사진상에는 너무 밝아서 잘 안보이는데 색 빠지는 속도가 다 달라서 제 머리카락 속에 보라색, 연보라색, 파란색, 녹색, 갈색, 밝은갈색이 다 섞여 있어요.  이거 완전 보너스 아닌가요? 지금 이 상태로 돌아다니면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해요. 머리색깔 너무 예쁘다고. 제가 일부러 이렇게 무지개 색깔로 염색한 줄 알고 손님들도 어떻게 염색한거냐고 물어보시는데... 여러분~ 그냥 보라색으로 했는데 물 빠진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 색을 가지게 된거예요!!! 보라 보라 염색 초초초초 강추!!!!  그래서 전 이 머리색깔을 즐기다가 거의 다 빠지게 되면 다시 보라 머리 할거예요. 아, 그리고 머리가 안 상하냐고 궁금해 하실 분들 계실텐데 제 머리털이 사실 마당 쓸기 딱 좋을 싸리빗자루 였어요. 그런데 세포라 일하면서 트레이닝 제품으로 모로칸 오일에서 나온 모로칸 오일 트리트먼트를받았는데... 어므나!!! 그 모로칸 오일 쓰고 싸리 빗자루가 실크 되었어요.  모로칸 오일은 이름이 모로칸 오일이고 오일 성분은 아르간 오일이예요.  초초초 강추예요. 

어느덧 세포라에서 일을 한지도 4개월에 접어 들었어요. 일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동료들과 매니저들에게 인정 받고, 칭찬 받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던 중... 

얼마전 콜스 백화점의 CEO가 저희 매장에 방문을 한다는거예요. 그날 저희 매장은 비상 걸렸죠. 모든 직원들이 청소하고 떨리고 긴장된다고 난리 난리~ 막 워키로 (워키토키) 긴장 하지 말자며 서로 격려하고 그러면서 다들 난리법석. 미국 전국 체인의 콜스 백화점 CEO이니 평생 가도 만날 일 없는 사람이라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나는 듯 다들 흥분하고 긴장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전 미국인이 아니라 그런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떨리고 긴장되는것도 없었고, 게다가 전 3시면 스케쥴이 끝나서 집에 돌아갈거니까 못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여서 그냥 저에게는 콜스 CEO 라기 보다는 그냥 한명의 미국인 같은 그런 느낌이였어요. ㅋㅋㅋ 

그런데 집에 갈려고 가방 들고 나왔는데 그 CEO가 도착해서 입구에서 콜스 매니저들과 슈퍼바이저들이 인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동료들한테 집에 간다고 안녕~ 하고 갈려는데 갑자기 동료들이 저를 붙잡고는

"그냥 지나가지 말고 가서 인사하고 내 이름은 엘리야 하고 소개 하고 가, 그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거야" 이러는거예요. 

"왜? 나 못해... 나는 지금 일하고 있었어도 나한테 말걸지마 나한테 말걸지마 하면서 도망 갔을거야" 했더니 

"할 수 있어, 엘리!! 해!!! 할 수 있어!!! 어서!!! 알았지? 꼭 인사하고 가!!!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 하며 자꾸 용기를 주입하지 뭐예요? 

매니저들이랑 얘기하느라 바쁜데 뭘 또 그 그룹에 껴 들어서 자꾸 인사를 하라 그래~ 하면서 

"아, 몰랑!!! 난 못해"  하면서 손을 흔들고 출구로 다가가면서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는데 저희 콜스 매니저가 

"엘리, 퇴근하는거야? " 하는 순간 이 미친 발걸음이 CEO를 향하며 손을 내밀고 있었음요 ㅎㅎㅎㅎㅎㅎ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엘리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하며 덥썩 콜스 CEO 손을 잡아 버린 나!!!!! 

동료들의 강제 용기 주입 효과는 마약보다 강력했던 듯 합니다. 

따뜻하게 제 손을 잡아 주시며 만나서 반갑다고 자기 소개를 하시던 콜스 CEO님, 그리고 질문 세례를 퍼붓기 시작하심요. 

"세포라에서 일한지는 얼마나 됐어요? " "일은 어때요? " 하는데 이거슨... 임원진 면접인가?!?!

사탕발림 멘트 파바바바바박~ 

" 여기서 일하는거 너무너무너무 좋아요. 동료들도 너무 좋고요, 일하는 동안 정말 많이 배우고 있고, 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져서 너무 행복해요" 

그런데 사탕발림이라고 하기엔 이것이 또 너~무 사실이기도 했어요. 

아무튼 그렇게 홀린 듯 콜스 CEO 와 대면을 하고 전 아이들 픽업을 가야 한다며 빠이~ 하고 나왔어요. 

나 콜스 CEO한테 빠이~ 한 여자란 말씀!!!!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나만 빼고 전 직원 긴장과 호들갑이였는데 왜 콜스 CEO 와 헤어지고 차 안으로 돌아오니 갑자기 막 손에서 땀나고 긴장되는거죠? 

 차 안으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메세지를 보냈어요. 심장 튀어나올 뻔 했다며, 콜스 CEO 축복을 받은 오른손은 오늘 씻지 않을거라고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집에 와서 똥 닦았음?!?! 

 

아~ 쓰다보니 세포라 적응기 끝이 없게 생겼어요. 약 한달간의 블로그 방치하다 돌아 왔으니 긴 포스팅이라도 재미있게 읽으셨음 좋겠어요. 앞으로 세포라 이야기가 더 많으니 하나씩 풀도록 할게요. 

이 정도면 저 잘 적응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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