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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나의 도플갱어를 찾았다!

by 스마일 엘리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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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자신의 도플갱어가 세명은 있다는데, 전 그 중에 한명은 확실히 찾은 것 같아요.   

약 13년전에 한 인터넷 카페에서 누군가가 올린 글에 제가 덧글을 달았어요.  저보다 11살이나 어린 동생이였는데 인생11년 더 살아 봤다고 그 경험으로 제가 조언해 줄게 있었나봐요. ㅎㅎ 그런데 그 조언이 그 친구에게는 와닿았던지 그 덧글을 계기로 그 인터넷 카페에서 친해지게 되었고 메세지를 주고 받고 하다가 약 1년 정도가 지나서 정말로 만나기 까지 했어요. 

그리고 첫 만남 이후 약 5개월 정도 뒤에 한번 더 만나고 이후로는 서로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서 그렇게 서로의 근황을 지켜 보기만 했었죠. 뭐 따로 연락을 하고 지내지는 않았지만 가끔씩이라도 그렇게 사진을 보면서 근황을 알 수 있으니 무소식이 희소식인 친구마냥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다 제가 남편과 하와이 여행을 갔을 때 마침 이 친구가 하와이에 살고 있어서 약 3년 만에 만나 저녁 식사 한끼 같이 한게 마지막이예요. 지난 9년간은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지금까지 딱 세번 만나본 친구라는 말이죠. 

그런데 페이스북을 통해서 그녀가 그동안 지내온 근황을 지켜 본 저는 그녀의 넘치는 에너지와 육아에 남다른 열정이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어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그녀를 아는 주변인들은 제 말에 1000% 공감할거에요. 

그녀의 육아에 대한 열정은 감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와 제가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때가 정말 많았어요. 

뭔가를 준비하는 열정이나 살아가는 방식등을 보면 저랑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것 뿐만 아니라 그녀의 취미, 그녀가 좋아하는 것, 취향이 정말 정말 정말 저랑 너무 똑같아서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아이의 생일을 직접 준비하고 (심지어 제가 하는 준비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하는 열정), 직접 폰던트 케이크를 만들고, 직접 쿠키도 만들고 그렇게 생일 파티를 한 후 올린 파티 사진을 보면 우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저는 저 준비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렸고,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들었을지 아니까요.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 또한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남들 다~ 자는 밤에 혼자서 밤을 새우며 케이크 작업을 했을 그녀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죠. 물론 그 안쓰러운 마음은 제 자신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도 포함입니다. ㅎㅎㅎ 전 가끔 밤 새우며 케이크 작업 하는 제가 안쓰러울 때가 있었거든요.  

폰던트 케이크를 취미로 해서 아이 생일도 매년 직접 해 주는 것도 비슷한데 심지어 집 고치는 취미도 비슷해요. 침대 페인트칠 부터 하더니 집안에 씽크대 문짝 다 떼서 페인트 칠하다가 나중엔 바닥도 뜯어서 나무 바닥으로 까는 작업까지 해 버리더라고요. 너의 한계는 어디까지니? 

그렇게 그녀가 집을 고쳐 나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지켜 보면서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한 그녀의 비하인드 씬을 너무 잘 알기에 그저 대단하다~ 라고만 말할 수가 없었죠. 왜냐면 그 작업만 했을 그녀가 아니니까요. 그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도 케어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일의 흐름이 끊기고, 집중하기 힘들고, 아이 봐 가면서 집을 고치는 작업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인지 잘 아는 저로서는 그녀가 올리는 훌륭한 결과물의 사진보다 눈에 안 보이는 그 과정에 칭찬하고 박수 쳤어요. 물론 비포 애프터 사진을 보는 것도 즐거웠죠. 원래 남이 고생해서 내 놓은 애프터 사진은 더 재밌잖아요. ㅎㅎㅎ 고생은 남이 하고 뿌듯함은 내가 느끼고 뭐 그런거? 

암튼 그렇게 직접 말은 안했지만 늘 지켜만 보면서 " 이 친구 나랑 너무 취향도 똑같고, 취미도 똑같고, 뭔가 나랑 너무 닮았는데? 심지어 물건 고르는 취향도 똑같아서 그 집에 있는 물건과 우리집에 있는 물건이 중복 되는것도 많고 진짜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가던 중 아이 물놀이 풀장 마저도 똑같은걸 보고 너무 신기해서 결국 제가 몇년 동안의 공백을 깨고 말을 걸었어요. 

뭐 서로 서로 보고 따라 한거 아냐? 라고 하시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저는 당시에 페이스북에 사진을 거의 올리지 않았거든요. 다만 저희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만 소통하는 약 20명 이내의 카카오 스토리에 친구 공개 정도로만 올렸을 뿐. 게다가 그 풀장은 우리 와플이 한살 때 구입한 것이고, 그 친구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이였고, 그 친구는 제가 그 풀장을 가지고 있는지 알수도 없었어요. 

진짜 물건 고르는 취향이 닮다 못해 똑같아서 보다 보다 너무 신기해서 결국 말을 걸었고, 서로의 관심사와 취향이 비슷하다 보니 수다가 너무너무 재미있는거죠. 집 고치는 얘기며, 인테리어 얘기등등 진짜 이런 얘기 하다보면 둘다 텐션 올라가지고 막 서로 찜해 놓은 물건 공유하고, 정보 공유하고, 서로 가까이 살았더라면 진짜 서로 품앗이 하며 집 고쳐줬을 듯... 

그렇게 세번의 만남과 약 10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너무 대화도 잘 통해서 최근 들어 정말 자주 연락하며 서로서로 집 고치는거 응원하고, 인테리어 공유하고 그렇게 지내던 중,  요즘 화병에 꽂힌 제 근황을 얘기 했는데 며칠 뒤에 이 친구가 저와 통화를 하다가

"언니, 어제 티제이 맥스에 가서 화병을 봤는데 언니 보여 줄려고 사진 찍어 왔어, 그걸 보낸다는걸 깜빡 했네, 나중에 보내 줄게~"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사진 한장으로 굿모닝 인사를 대신한 그녀

 

 

 

 

눈 뜨자 마자 그 친구가 보내 온 사진을 보고 정말 이 친구 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면요. 

 

제가 보여 준 사진은... 제가 가지고 있는 화병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는 사진이거든요. 그것도 심지어 1년전에요. 

게다가 이 화병은 저렇게 칠하고 사용하지도 않고, 수납장에 그대로 수납 해 놓은 상태라 사진을 올린 적도 없어요. 

 

다시 한번 제가 1년전에 찍은 제 화병 사진을 보여 드리자면... 

이렇게 페인트 칠을 해서 흰 화병으로 만들었고, 이 사진을 찍은지 1년이 지난 며칠 전 아침 친구가 티제이 맥스에서 발견한 화병을 저를 위해 찍어 보내준 사진은 바로 

아니 어쩜 이럴수가 있죠?  제가 직접 페인트칠 해서 제 취향으로 만든 화병을 이 친구가 1년 뒤에 아예 흰색으로 만들어진 똑같은 화병을 찾아서 저에게 보내 주다니!!!! 

진짜 이 정도면 저 친구는 저의 정신적 도플갱어가 확실한거죠. 

그렇게 신기해 하면서 며칠 전 텐션 올라가는 수다를 떨던 중 할로윈 데코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제가 너무 사고 싶은 마녀 크리스탈 볼이 어디에도 없다는 얘길 했어요. 

바로 이 제품인데 딱! 제가 원하던 컵셉의 제품인거죠. 

타겟에 파는 제품인데 손가락으로 볼을 저렇게 잡고 있는 마녀 크리스탈 볼이여야 하는데 쉬핑도 안되고, 픽업도 안되고, 매장에도 없다고 나와서 너무너무 실망하며 비슷한 제품이라도 찾기 위해 휴대폰 화면 밀어 올리기 손가락 소근육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그러다 결국 태평양 건너 알리 익스프레스에서까지 찾게 되었지만 마녀 손가락이 너무 조잡해 보여서 맘에 안드는거죠. 

그렇게 며칠동안 마녀 크리스탈 볼 앓이를 시작하며 그 친구와 대화를 할 때 마다 나이 많은 이 언니는 징징징~ 

중년 아줌마가 마녀 크리스탈 볼 때문에 징징징이 왠말인가요 ㅋㅋㅋㅋㅋ

타겟 마녀 크리스탈 볼을 포기 못하고 그냥 저 해골 손가락은 차라리 직접 만들어 붙여 버릴까 하는 생각으로 크리스탈 볼이라도 찾아 보자 하는 마음에 아마존에서 찾았더니 제 성격 알고, 비슷한 성향의 이 친구는 저한테 유리 불어서 크리스탈 볼 만들겠다며 ㅋㅋㅋㅋ 

그런 저는 또 이걸 화덕 지어서 유리 녹여 불지도 모른다며 받아치고...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식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다...

갑자기 며칠이 지난 오후에 다급하게 친구에게 메세지도 아닌 페이스 타임이 걸려 오더라고요. 

아니... 나 아직 화상 통화 하기에는 많이 부끄러운데... ㅋㅋㅋㅋㅋ 왜 이러는거야 ㅋㅋㅋㅋㅋ  하며 받았더니 아주아주 다급하게

"언니, 얼굴은 안 보여줘도 돼, 그냥 일단 내가 보여주는거 봐봐" 

하며 화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바로 

찾았다!!!!!!

제가 그렇게나 애타게 찾던 마녀 크리스탈 볼이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니가 왜 거기 있어?!?!

그런데 친구가 화상으로 보여준 저 크리스탈볼은 오직 딱 1개, 심지어 할로윈 코너도 아닌 엉뚱한 코너에 덩그라니 혼자 놓여 있는걸 다른 사람도 아닌 이 친구가 발견한거죠. ㅋㅋㅋㅋㅋ 

이 친구도 너무 흥분하며 일단 카트에 담고 보자며 ㅋㅋㅋ 하와이 사는데 워싱턴주에 사는 나한테 어떻게 전해줄거라곸ㅋㅋㅋㅋㅋㅋㅋ 

 

 

안전벨트까지 채워서 차에 모시고 다니기 까지... ㅎㅎㅎㅎㅎ 

결국 제가 그렇게나 갖고 싶어 했던 그 크리스탈 볼을 하와이에서 저의 정신적 도플갱어인 이 친구가 찾아 내고야 말았답니다.  그리고 제가 할로윈 가까워 질때까지 이 크리스탈볼을 여기 본토에서 못 찾게 되면 하와이에서 보내 주기로 했어요. 

마녀 구슬에 대한 저의 간절함이 하와이에 있는 제 도플갱어에게까지 닿았나봐요.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이 정도면 진짜 저의 정신적 도플갱어가 틀림 없는거죠. 

며칠전엔 또 수다 떨다가 크리스마스 트리 얘기 중에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엘프 내복 입고 찍은 사진을 서로 공유하는데 아이들 엘프 내복이 똑같지 뭐예요. ㅋㅋㅋ 뭐 엘프 내복이야 미국 어린이들의 국민 내복이니까 그리 놀랄일도 아니지만 ㅋㅋㅋㅋ 

아무튼 인터넷 카페에서 남긴 한줄의 덧글이 이렇게 십년도 넘게 이어지는 인연을 찾았답니다.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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