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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야드 세일과 신박한 진상

by 스마일 엘리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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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국인들은 봄철에 집안 대청소를 하고, 집 정리를 한 후, 처분해야 할 것들을 거라지 세일(garage sale) 이나 야드 세일 (yard sale)==> (결국 같은 것임, 어디다 판을 벌리느냐의 차이임 )을 통해 판매를 하고 남은 것은 도네이션을 합니다.  그래서 봄철에 동네마다 거라지 세일이나 야드 세일이 한창이예요.  저도 처분할 것들을 모아두고, 동네에서 거라지 세일을 하면 그날 함께 참여를 해야 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얼마전 날짜가 정해져서 일단 필요 없는 것들을 모두 모아 꺼내 두었습니다. 

거라지 세일이나 야드 세일의 묘미는 안 팔릴것 같은 것도 내 놓으면 의외로 잘 팔린다는거예요. 그래서 일단 필요 없는 것들은 내 놓고 봅니다. 저기 내 놓은 물품 중, 제일 오른쪽 나이트 램프는 얼마전 중고샵에 가서 샀는데 색이 맘에 들지 않아서 리폼해서 쓸 생각이였어요. 그러나 리폼을 해도 저 본체의 모양이  제 마음에 들 것 같지 않아서 (내가 골라놓고는?!?!?!?ㅋㅋㅋㅋ) 산 가격 고대로 다시 내 놓았어요. 

이날 제일 먼저 팔린 것은 제일 앞에 있는 과일 담는 프룻 바스켓, 이후로 대부분의 인테리어 용품은 거의 다 팔았는데... 저 애물단지 나이트 램프는 못 팔았네요. 

상태 좋은 아이들 옷은 개당 1불에, 스키복 셋트는 5불에 내 놓았어요. 

우리 와플이도 자기 장난감 팔아서 돈 벌겠다고 필요 없어진 장난감을 내 놓고, 오래된 스쿠터 1불, 오래된 웨건 3불이라는 가격을 매겨 내 놓았어요. 웨건을 3불에 내 놓는 것은 바가지 요금이라고 1불로 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무조건 3불은 받아야 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녀석이 작년에 엄마 아빠 상대로 물장사 해서 바가지 비지니스 스킬을 터득해가지고 말릴 수가 없었어요. 

결국 스쿠터는 와플이 친구가 1불에 사 갔고, 웨건은 와플이가 없을 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3불의 가격을 보고도 사겠다고 했지만 제가 양심상 3불에 팔 수는 없어서 1불에 팔았고, 와플이에게 3불에 팔았다며 2불 더해서 3불을 맞춰 줬어요. ㅠ.ㅠ 진실도 모른채 자기 목표 매상액 맞췄다고 신나 하더라고요. 그렇게 이날의 야드 세일은 끝이 났습니다. 

팔고 남은 것 중 쓸만한 것들은 다시 페이스북 마켓에 올려서 떨이로 넘기고 남는 것은 도네이션 할 계획이였어요. 

팔고 남은 이 옷들과 도네이션 할려고 했던 옷들을 모두 봉투에 담아서 5불에 페이스북 마켓에 내 놓았어요. 사실 그냥 바로 도네이션을 해도 되지만 제가 도네이션 한 옷들은 제가 팔려고 했던 금액보다 더 비싸게 도네이션 한 곳에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옷을 필요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비싸게 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도네이션 센터에서 살 수 있는 금액보다 저렴하게 올리면 안 팔릴 일도 없고, 또 필요한 사람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인거죠. 

이 전동 자동차는 밧데리도 새로 교환했고, 너무너무 잘 작동되고 있어서 이 가격 이대로 페이스북 마켓에 올렸어요. 한국에서 구입해서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싸들고 온건데... 친정 아부지께서 우리 와플이 사 주신거라 안 팔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보관되는 것보다 누군가가 즐겁게 사용해 주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고 아이들과 상의 후에 팔기로 했어요. 근데 또 팔겠다고 내 놓으니 그동안 안타던걸 타겠다고 올라가서 즐겁게 노는 제제!!! 이거 팔아서 나중에 갖고 싶은 장난감 생기면 살 수 있다고 하니 "오, 맞다!" 하면서 얼른 내리는 단순한 제제!!!! 

그렇게 이 두 물품을 페이스북 동네 마켓에 올렸더니 곧바로 아직 살 수 있는거 맞냐는 메세지가 왔길래 "예스" 라고 보냈어요. 

그랬더니 저한테 혹시 **까지 올래? 라고 묻더라고요. 그 동네는 제가 고속도로를 타고 50분을 가야 하는 동네예요. 지금 큰 봉투 한 가득 든 옷을 5불에 판매하는데 그 5불 벌자고 제가 50분을 운전해서 가겠어요? 여기 차 기름값이 1갤런당 5불이 넘는데???? 

Are you kidding me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싸가지를 눌러 담으며 "노" 했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그 보다 좀 더 가까운 거리인 ***까지는 어떠냐며... 

거긴 차로 20분을 가야 하는 곳이예요. 물론 제가 매일 지나치는 곳이기에 충분히 갈 수는 있지만 5불 받자고 약속 시간을 정하고, 운전해서 20분을 나가고 그러기가 너무 귀찮았어요. 솔직히 이건 제가 돈을 받는다기 보다는 공짜로 옷을 주는거나 마찬가지인데 제 시간과 제 기름값을 써가며 갈 이유가 없거든요.  그래서 픽업만 가능하다고 메세지 했더니 이후로 답이 없더라고요. 

이런걸 두고 진상이라고 하는게 아닐까??? 했지만... 그 이후에 찐진상의 출현으로 금방 묻혀진 기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곧바로 어떤 여자분이 아직 살 수 있냐는 메세지와 함께 지금 당장 픽업하러 갈 수 있다고 메세지가 왔어요. 

그래서 주소를 알려주고 기다렸습니다. 

그분은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셨어요.

전 봉투에 담긴 옷을 건네며 " 사진에 있던 옷 외에도 더 담았어요" 라고 했더니 그 여자분이 

" 우리 아이들 입힐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보낼 옷이예요. 전 우크라이나 이민자인데, 가족들이 아직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언니네 집이 전쟁으로 불타버려서 집도, 옷도, 모두 다 잃었어요, 그래서 언니네 아이들에게 보낼려고 구입하는거예요. 혹시 사이즈 8, 9 되는 신발도 있나요?" 그리고 제가 우크라이나 서포트 하고 있는데 사람이 입는 옷이면 어떤 것이든 좋으니 필요 없는게 있나요? "

아~ 이 말을 듣는 순간 차마 5불 못 받겠더라고요. 그래서 5불을 돌려 드리며 

"신발은 없어요. 하지만 저도 우크라이나 서포트 하고 싶은데 보낼만한 옷들이 있는지 찾아 보고 제가 보낼테니 주소를 알려 주세요. 그리고 서포트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텍스트로 보내 주세요" 

라고 했더니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옷이면 된다며 옷, 이불, 신발 같은 것들 있으면 달라고 하더라고요. 

당장 드릴 수 있는 것은 없고, 저도 클라짓을 살펴 봐야 해서 시간이 걸릴듯 해, 옷을 다 준비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어요. 제가 우크라이나 서포트 할 수 있는 방법도 꼭 알려 달라고 아님 문자로 보내 달라고 했는데 그냥 자기한테 직접 연락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그분이 돌아간 후, 남편의 작아진 옷들 (이라고 쓰고 현실은 살찐 남편) 을 드리기 위해 문 앞에 꺼내 뒀어요. 이 옷들은 원래 곧 방문하실 시어머님께 전달해 드릴 예정이였거든요. 남편 조카에게 딱 맞는 사이즈이고 몇년 전에도 남편 옷을 두 보따리나 받아가서 잘 입었다고 이번에도 혹시 모아둔게 있으면 달라고 하셔서 모아뒀지만 조카는 당장 입을 옷이 없는 것이 아니니 조카 보다는 그 우크라이나 분의 가족에게 보내 드리는 것이 맞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게스트룸에 사용했던 침구 셋트도 두셋트나 있어서 그것도 함께 꺼내 두었습니다. 

그렇게 옷과 이불을 준비해 두고, 다음 날 그분께 메세지를 할 생각이였는데....

다음 날 전 전동 자동차를 아직 살 수 있냐는 메세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우린 우크라이나 이민자인데, 우리 딸들 때문에 부탁하고 싶어요. 이 아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싶어 하는데 우린 아무것도 없거든요, 우리한테 주신다면 정말 감사할거에요" 

으응???? 이건 뭐지??? 

요즘 우크라이나 드립이 유행인가?!?!?! 

전쟁 때문에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고, 그들이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알고 있지만 미국땅에 이미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이민자의 딸래미라는 것이 장난감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인가??? 

"즈기요????  전 북한과 휴전 중인 휴전국가 대한민국의 이민자입니다만?????? "

차라리 우크라이나 난민이고 미국으로 피난을 와서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 이런 메세지를 보냈다면 이해 했을것이고 자동차 그냥 줬을거에요. 아니면 차라리 우크라이나 드립 안 쓰고 우리 아이들이 자동차 너무 타고 싶어하는데 형편이 어려워 사 줄 수가 없어요. 최대한 싸게 팔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가요? 라고 물었더라면 없는 형편에 아이 장난감 사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 이해가 되서 그냥 줬을거예요. 

지금 우크라이나 본토에서 진짜 전쟁을 겪으며 집 잃고 가족 잃은 사람들도 있는데 자기는 미국에 이민 와 있으면서 우크라이나 사람이라는 것을 팔아가며 장난감 공짜로 달라니..... 어이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혹시나 난민으로 와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사람의 페이스북을 들어가서 좀 살펴 봤습니다. 

어머어머!!!! 봤더니 이 사람 cypress 나무 직접 키워서 판매하는 사람이더라고요. 페이스북에는 나무 곧 분양 예정이라고 예약 받는다는 글과 얼마 후에 주문한 사람들에게 감사 메세지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난민으로 미국에 들어와서 이 나무들을 키운거라면 잭한테 마법의 콩나무 재배농법을 전수 받아 키우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봉투 한가득 5불짜리 옷의  배달을 요청한 진상은 그래도 양심은 있었던거였어요.

우크라이나에서 직접 전쟁을 겪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나무 팔면서 우크라이나 출신자라는 이유로 현재의 전쟁 상황을 앞세워 동정심을 자극해 공짜로 물건을 얻으려는 신박한 전쟁 팔이 진상이라니!!!! 

그러다 갑자기 어엇? 어제 그 여자분도 혹시??? 하는 의심마저 들지 뭐에요? 

그러면서 대화를 곱씹어 보니... 제가 우크라이나 서포트 하는 방법이나 물건을 직접 우크라이나로 보내겠다고 했는데도 왜 자기에게 달라고 했을까? ( 보낼 물건이 많을수록 배송료가 더 올라갈텐데 제가 직접 우크라이나로 보내는게 그 분에게는 부담이 덜 될텐데.. ) 우크라이나 서포트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는데 왜 알려주지 않고 자기에게 연락하면 픽업하러 온다고 했을까?  정말 서포트 하는게 맞을까? 정말 언니네 가족이 집을 잃은게 맞을까? 의심이 들더라고요.  어째서 이 여자분이 다녀가고 난 후, 하필이면 다음 날 다른 우크라이나 사람이 나에게 우크라이나라는 걸 앞세워 자동차를 공짜로 달라고 메세지를 한걸까? 혹시 그 여자분이 나에게 우크라이나 드립을 치면 공짜로 줄거라고 알려준건 아닐까? 하는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뜻밖의 꼬꼬무?) 

사실 이게 기분 문제잖아요. 그냥 공짜로 줘도 제가 손해 보는것도 아니고 공짜로 충분히 줄 수 있지만 저의 감정을 이용하는거라면 저.. 기분이 나쁘거든요. 그래서 이 여자분의 페이스북도 들어가서 확인을 해 보았죠. 

프로필 사진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라는 문구로 되어 있고, 비공개로 되어 있어 페이스북 안의 내용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자분과 대화할 때 옷을 받으시며 신발 사이즈 8이나, 9 라고 정확하게 필요한 신발을 언급했었던 기억이 나서 이분은 거짓말한게 아닌거라고 제 나름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옷을 공짜로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저에게 돈을 지불할려고 하셨거든요. 그러니 필요에 의해서 구입을 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괜히 전쟁 팔이 진상 때문에 안타까운 사정의 그분을 오해할 뻔 했어요. 그래서 이 여자분께는 계획대로 제가 준비한 것들 드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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