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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잊을 수 없는, 잊지 못할 미국에서의 채변 검사 경험기

by 스마일 엘리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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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이 글을 식전, 또는 식후에 읽고 계신다면 다음에 다시 와서 읽어 주세요~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채변 검사 경험기라 똥 얘기가 많으니 비위가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읽기로 하셨다면... 뭐... 이참에 미국 채변 검사 간접 체험하시고 가실게요. 

갑자기 왜 이 썰을 풀기로 했냐면요, 제 블로그 오랜 독자분들은 아시다시피 제가 몇년 전 피똥 싸며 항문고생을 좀 했잖아요. 아니 몇년 전 일이 아니라 몇년 동안 계속 그랬거든요. (지금은 많이 호전 되었어요) 궤양성 대장염인데 장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고 계속 되는 것이고, 이게 원인도 모르고, 자가 면역 질환중 하나이고, 완치도 없는 병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쭈욱~ 살아야 되나 보다 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출혈이 거의 잦아 들었어요. 하지만 계속 팔로우업을 해야 해서 조만간 또 대장 내시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러다 보니 생각난 4년전의 대장 내시경 전에 했던 채변 검사 경험기가 생각나서 그 썰을 풀어 봅니다. 

4년전 대장 내시경을 앞두고, 채변 검사를 해야 한다며 검사실로 가서 채변검사 용품을 받아 가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어린이들은 모르겠지만 라떼는 국민학교 시절 해마다 채변검사가 있었거든요. 그때는 왜 하는지도 모르고 치욕감과 굴욕감을 느끼며 신문지 깔고 볼일 보고 성냥에 살짝 퍼서 5센치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채변 봉투에 담아 갔었죠. (나중에 커서 보니 그게 기생충 검사 였더란... ) 그래서 첫경험도 아니기에 채변의 추억을 떠올리며 살짝 부끄럽지만 못할 짓은 아니지~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검사실로 갔습니다. 

그리고 검사실에 계신 분이 사용 설명서는 동봉이 되어 있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되고, 볼일을 보고 난 후 반드시 2시간내로 검사실로 가져 와야 한다고 강조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왠 가방을 건네 주셨습니다. 

집에 와서 그 가방을 열어 본 저는 정말 몹.시. 당.황. 하고 말았어요. 

채변검사 용품으로는 제가 초등학교때 했던 것처럼 작은 비닐 봉투와 변을 덜어낼 수 있는 작은 스푼 같은것이 있을거라 예상 했었는데 그 가방안에 들어 있던 것은

이런 반찬통 같은 통이 들어 있더라고요. @.@ 

그리고 사용법은 이 거치대에 반찬통 같은 채변통을 끼우고, 그대로 변기에 걸친 후, 변기 의자를 내리고 앉아서 볼일을 본 후, 저 거치대를 빼내고 뚜껑을 닫아 그대로 2시간 안에 검사실로 들고 오라는 거죠. 

이건 변의 일부를 채집하는 것도 아니요, 반똥도 아니고, 완똥을 가져 오란 얘긴데... 마치 너의 똥꼬에서 나온 그 어떤 물질도 놓치지 않을거야~ 라는 검사원의 의지와 직업 의식이 느껴졌달까요? 

맥도날드 콜라 컵 사이즈도 크고, 피자 사이즈도 크고, 뭐든 다 큰 미국이지만 채변통 사이즈마저 이렇게 특대형 일줄이야!!!

그냥 저 통을 바라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 낯 뜨겁고 굴욕적이고 치욕적이였지만 어쩌나요? 일단 제가 살고 봐야 하니까... (당시에는 피가 줄줄 흐르는 정도여서 정말 죽는 병인줄 알고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너무 긴장해서였을까요? 저 통을 보고 나니 변의가 없어져서.. 며칠동안 볼 일을 못 보겠더라고요. 그러다가 결국 3일 정도인가 지나서 볼 일을 보긴 봤는데.... 이게... 그러니까....

1일치가 아니라 3일치다 보니까....

흠... 뭐... 결론은 볼일 보고 뚜껑을 닫으니 통이 묵직 했다는 겁니다. 아, 진짜 이거 이대로 줘도 되는건가? 좀 덜어내야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갈등했지만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 완똥 사이즈 그대로 보내기로 했어요. 

그리고 전 이걸 2시간 안으로 검사실에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보니  빨리 병원에 가져 가야 했습니다.  ㅠ.ㅠ 

미국땅까지 와서 신속 똥배달도 해 보는 배달의 민족!!!!

병원의 검사실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고 검사 직원을 기다리는데 얼굴이 달아 오르더라고요. 

산부인과의 굴욕 의자도 굴욕감을 느껴 본 적 없는 저인데.... 이 똥배달의  순간은 너무너무너무X10000000 부끄럽고 굴욕적이였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채변통을 검사원에게 전달할 때  평생 느껴 본 적 없던 내 똥의 무게감과 양손 가득 전해져 오는 따뜻함 때문이였죠. 

그분들이 매일 하는 일이 남의 똥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것일테고, 이똥 저똥, 오만똥 다 봤을테니 그리 놀랍지 않을거야...라고 위로했지만 집에 와서 결국 이불킥을 하고야 말았답니다. 

내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졌던 그날의 그 통... 따뜻한 봄날의 온기를 가득 담고 있던 그 날의 그 통... 첫사랑은 잊어도, 잊을 수 없는 가슴에 묻어둔 그 똥통의 기억을 오늘 여러분들께 까발리고 부끄러움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긴채 저는...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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