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외국에 살면서 한국 드라마나 음악은 관심을 끊고 살았지만,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라도 꼬박 꼬박 챙겨 봤던 한국 프로가 있는데요,
그건 바로 "그것이 알고 싶다" 입니다. 범죄 다큐나 추리 이런류를 무서워 하면서도 즐겨 봐요.
항상 보면서 " 이런 상황이 나한테 벌어졌다면 난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뭐 이런것들을 상상하기도 하고, 또 미제 사건들은 범인을 추리하기도 하면서요. 그리고 그런 저의 구미에 딱! 맞는 youtube 채널이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 의뢰' 랍니다.
빨래 갤 때, 주방일 할 때, 또는 운전할 때 들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범죄 관련 프로 관심 많으시다면 꼭 한번 들어 보세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들을 전직 형사님과 프로파일러님께서 사건 개요, 수사 진행 상황, 프로 파일링까지 해 주시는데 정말 재밌어요.
그런 제가 미국에서도 범죄 관련 다큐를 즐겨 보는데요, 넷플릭스에서 정말 정말 재미있게 봤던 범죄 다큐 몇개 추천 해 드릴려고요. 한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서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몰라요.
1. The stair case 계단: 아내가 죽었다.
사건의 시작은 중년의 부부가 수영장이 있는 뒷마당에서 기분 좋게 와인을 하잔 하고, 먼저 방으로 올라가 보겠다던 아내가 계단에서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한 후 시작됩니다. 너무 놀라고 슬픈 남편인 마이클이 911에 사건을 신고했는데 실족사 한 아내를 마이클이 살해한 것이라고 경찰들은 남편을 범인으로 몰아갑니다. 두 사람은 재혼 가정이였고, 아내의 딸, 그리고 입양한 아들과 딸이 있는데 가족들,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해 봐도 두 사람은 너무나 사이 좋고, 서로를 사랑하는 아무런 문제 없는 가정이였고, 자식들 또한 아버지의 폭력성을 본 적도 없으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불화도 없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왜 경찰은 마이클을 범인으로 지목했을까요? 은밀한 남편의 비밀이 밝혀 지는데 이 비밀을 죽은 아내가 알았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으로 파고들게 된 이 사건... 그런데 점점 더 큰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입양한 아이들은 남편의 절친의 아이들이였는데, 이 절친의 와이프의 죽음 또한 미심쩍은 부분이 드러나게 되고, 이미 죽은지 십년도 지난 이 미망인의 사체를 꺼내어 다시 재부검까지 실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 다큐는 제가 넷플릭스에서 처음 접한 범죄 다큐였는데요, 밝혀지는 비밀 하나 하나가 무슨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이 극적이고, 막장이여서 다큐 보는게 아니라 막장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봤어요.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저의 결론은 '남편은 범인이 아니다' 인데요, 하지만 범인이 아니라고 하기엔 아내의 죽음과 절친 아내의 죽음이 우연치고는 너무 닮았고, 아내의 실족사 현장이 너무 처참하게 피범벅이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다큐에서 눈여겨 볼 것이 몇가지 있는데, 꼭 이 다큐의 내용 관련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문화나 실생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부분인데요, 변호인 측에서 미국의 법과학자를 양성해 내는 대학교의 교수이자, 법과학자에게 분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보여주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토론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문제는 이 법과학자가 중국계 미국인이다 보니 보수적인 남부인들은 그 법과학자가 말하고 있는 진실 보다 그의 인종에 더 집중해서 무슨말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 고등학교 때 미적분 수학 선생님을 떠 올리게 한다는 등... 사건의 본질에 집중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요. 만약 이 법과학자가 동양인이 아니였더라면 사건을 들을려고 하는 마음이 인종으로 곁눈질을 하지는 않았겠죠. 다큐 안에서도 언급하지만, 동양인이 많은 캘리포니아가 아닌, 보수적인 남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이 법과학자의 인종에 대한 편견으로 팩트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 이것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인종차별인거죠. 상대가 얼마나 저명하고, 명망있고,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받아 들이는 사람이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인종 때문에 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과학적 분석 사실 마저도 인정 받지 못한다는 거죠.
또 한가지 눈여겨 볼 장면은 변호인단은 재판전에 피고인을 재판장에 데려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하나 하나 다 코치를 해 주고 예행 연습까지 합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하며, 손은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 물론 수억의 수임비를 받은 변호사들이니 재판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고객 서비스 중 하나겠지만요. 설마 동네 갱단으로 마약 팔고, 살인해서 들어간 사람의 국선 변호사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테니 말예요. 미국 자본주의는 피고인 만족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만듭니다.
2. Evil Genius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the stair case는 막장 드라마 한편을 본 느낌이라면 이블 지니어스는 기분 나쁜 스릴러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랄까요? 아마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고, 용의자들이 죽으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아서 더 그런것 같아요. 게다가 피해자가 범행에 그들의 장난감 처럼 사용이 되어서 더 기분이 나쁘고 마음이 안 좋은 그런 다큐 입니다.
한 은행에 무장 강도 한명이 들어와서 자신의 몸에 폭탄이 설치 되어 있으니 돈을 내 놓으라고 합니다. 은행에서는 돈을 건네주고 남자가 나간 뒤에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 지역 사회는 비상 사태가 걸리면서 그 남자는 잠시 후 포위 됩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몸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니 아무도 접근할 수가 없죠.
이 남자는 자신의 몸에 폭탄이 곧 터질거라며 두려워 하는데, 에워 싼 경찰들이 지켜 보는 그 한가운데서 폭발해 버리고 맙니다. ㅠ.ㅠ
스스로 자폭한 것이 아닌, 누군가가 이 남자의 몸에 폭탄을 설치하고, 이 남자를 이용해 은행 강도로 이용하고, 남자를 폭발 시켜 버린것이죠.
이런 장면으로 시작할 줄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다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심장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화면 정지 시켜 놓고, 물 마시고 좀 진정이 된 후 볼까 말까 하다가... 아니 어떤 색히들이 이런짓을!!! 하면서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는 그냥 동네의 피자 배달맨이였어요. 어쩌다가 이 사람은 이 범죄에 이용 되었고, 그를 이용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밝혀 가는 과정인데...이 사건을 시작으로 파고 들수록 숨겨져 있던 범죄들이 드러납니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었던 사건들...
이걸 보면서 주변인들과 교류가 없는 시골 사는 미국인들은 정말 사라져도 찾는 이가 없어 그렇게 지워져 버리는 일들도 많고, 밝혀 지지 않은 암수 범죄가 미국에는 어마어마하게 많겠구나~ 싶더라고요.
3.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제목보고 동물 애호에 관한 다큐인줄 알고 몇개월간 무시 했었습니다. 게다가 전 고양이 보다는 개과라서 ㅎㅎㅎ
그러다 넷플릭스의 어지간한 범죄 다큐는 다 봤고, 신작도 거의 다 봐가던 시점에 도대체 어떤 놈이 고양이를 어떻게 건드렸길래!!! 하면서 하며 그냥 틀었다가... 입.틀.막!!!!!! 너무너무너무 충격 받았어요. 물론 인간을 해하는것도 충격적이지만, 말 못하고, 인간에 비해 한없이 나약한 아기 고양이를 해하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분노를 삭혀가며 동물 학대 사건인가 하고 보기 시작한 것이... 알고보니 한 사이코 패스의 공개 살인 게임이였어요.
제가 범죄 다큐를 보다 보며 알게 된 것은 보통 사이코 패스들이 살인에 중독이 될 때, 첫 시작은 동물로 부터 시작하다가 결국 인간에게로 확대 된다는 것인데, 이 사이코 패스 역시 첫 시작은 고양이 학대로 시작해요. 그런데 관종끼마저 있었던 이놈은 이 영상은 온라인에 올리게 되고,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 라는 식으로 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죠. 그렇게 점점 범죄의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고, 결국은 인간에게로 까지 옮겨 가고 엄청난 사건이 되어 버렸어요. 경찰들도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범인이 온라인에 이 사건을 하나씩 공개하다 보니 네티즌 수사대도 생겨나고 있었고요. 그렇게 네티즌 수사대들이 자신들만의 카페를 만들어 범인 추적에 힘을 쏟아가며 점점 범인의 실마리를 잡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의 손에, 어떻게 잡히게 될까요?
이 다큐는 살인 중독 관종끼 사이코 패스에 관한 내용이지만 전하는 메세지는 오히려 온라인 상에서 이 사건을 다루고, 범인을 잡겠다고 네티즌 수사대가 결성되는 것을 지켜 본 사이코 패스가 자신의 관종끼에 만족감을 느끼고, 더 자극을 받아서 오히려 더 큰 사건을 저지르도록 부추기게 된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는거예요.
4. Making a murderer 살인자 만들기
위스콘신에서 일어난 일이라 남편이 위스콘신 출신이기도 해서 동향인데 의리로 봐 줘야지 하며 시작했다가 중도 포기... 그러다 시즌 3이 나오면서 다시 처음 부터 마음 잡고 보기 시작했다가 고구가 백만 스물개 먹은 답답함으로 잠 못 들게 했던 '살인자 만들기' 일단 에피소드 2개 넘기고 나면 그 다음 부터 빠져 듭니다.
위스콘신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 강간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동네의 폐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티븐 에이브리 라는 남자가 범인으로 몰리면서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 되고 3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18년만에 진범이 잡히면서 출소하게 됩니다. (강간에 35년형이라니!!! 한국의 솜방망이 처벌 보고 있나?) 이후 증거 조작등 경찰과 검찰의 부패가 밝혀지면서 카운티에 소송을 하게 되고 엄청난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승소를 받고, 이후 여자친구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데...
그런데 하필이면 스티븐 에이브리를 취재하러 간다던 테레사 라는 여자가 실종 되고, 살해 되면서 다시 스티븐은 살인 혐의를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엄청난 보상금과 여자친구도 있는 그가... 이제 막 감옥에서 나온 그가 과연 범행을 할 동기가 있었을까요? 이 사건을 들여다 보면 어디서 부터 얽혀 있고,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경찰들의 부패, 증거 조작, 사건 은닉, 거짓 증언들, 검찰들의 사건 조작, 증거 조작등등 정말 총체적 난국인 미국의 시골 경찰과 검찰의 민낯을 보게 됩니다. 이것 역시 막장 범죄 드라마 보다 더 흥미진진해서 과연 이게 사실일까 싶을 정도예요. 시즌 3까지 나왔는데 그 만큼 이 사건이 오랜 시간 동안 법정 공방을 거치고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이고, 변호사가 바뀌면서 밝혀지게 되는 새로운 증거들, 그 새로운 증거들이 나올 때마다 이 사건에 숨겨진 부정과 부패가 어마어마한지 드러납니다.
정말로 이 사건은 경찰과 검찰이 조작해 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남자의 인생이 부패한 경,검찰로 인해 송두리째 빼앗긴 것인지는 직접 보시고 판단 해 보세요.
5. The keepers 천사들의 증언
한 카톨릭 학교의 수녀 선생님이던 캐시 라는 분이 실종 되었고, 2개월 후에 사체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이 다큐는 시작됩니다.
이 카톨릭 학교의 한 여학생은 삼촌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후, 죄책감을 느끼고 신부님께 고해 성사를 하게 되는데 이후, 이 여학생을 불러들인 신부는 지속적으로 변태 성욕과 성폭행을 자행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캐시 수녀가 이것을 눈치채고 카톨릭 교구에 이 일을 알리려고 도모하던 중 실종이 되고 살해가 된 것이죠. 이 소녀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범인의 협박으로 인해 공식적으로는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제로 남게 됩니다. 이 여학생도 그때의 기억은 숨겨두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살고 있었으나 그때 기억의 트라우마로 정신적인 괴로움을 겪고 있었죠. 그리하여 뒤늦게라도 이 일을 밝혀내기 위해 카톨릭 교구를 찾아가게 되고 이것을 익명으로 사건화 시키게 됩니다. 카톨릭 교구는 신부의 제명을 위해 도움을 줄 것 처럼 행동하며 다른 피해자를 더 찾아 와야 한다고 하며 사건을 어렵게 만들었고, 이 중년이 된 여학생의 자신의 트라우마와 자신을 도우려 했던 선생님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온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졸업 앨범을 구하고 졸업생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과 비슷한 일을 알고 있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연락을 달라고 천통이 넘는 편지들을 보내게 되고...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신부로부터 변태 성폭행을 당한 졸업생들의 폭로가 이어지게 되고... 심지어 여학생들 뿐 만 아니라 타 학교의 남학생의 증언도 이어집니다.
이 사건은 카톨릭 교구의 몇몇 변태 성욕자 신부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종교적 권력과 부패한 경찰 권력 협착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 여학생의 아버지는 경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동료 경찰 마저 신부의 비호 아래 이 소녀를 성폭행 하기도 했어요. 경찰은 신부의 뒤를 봐주고, 신부는 경찰의 뒤를 봐주고 서로서로 나쁜 짓을 공유 하는 한팀이였던거죠.
당시에는 힘 없는 어린 여학생들이 중년 여성이 되어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 그리고 트라우마를 정의롭게 극복해 나가고, 심지어 한 분은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시고 변호사까지 되었다는군요.
넷플릭스에 수많은 범죄 다큐들이 있고, 그 중에서 제가 재미있다고 추천 드릴 수 있는 이 다섯 작품, 아마 범죄 다큐 덕후라면 이미 다~ 보셨을 만큼 유명한 작품들이지만, 아직 안 본 분들이 계시다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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