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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 아파트의 층간 소음 수준은 상상 그 이상

by 스마일 엘리 2021.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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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경험한건 제작년 모제스 레이크에 살 때 였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2층에 살 것은 꿈도 꾸지 않았어요. 특히나 토들러 아이 키우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걸어도 걷는게 아니고 동동동동 종종걸음으로 걷기 때문에 아랫집에 안 들릴수가 없거든요. 근데 이게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의 걸음의 특성이라 발 달린 아이 못 걷게 묶어 둘 수도 없는거고 걸을 때 마다 주의를 주는 것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무.조.건 1층 이여야만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런데 저희집 윗층에 제제 또래의 여자 아이가 있는 가정이 이사를 왔더라고요. 저희가 입주할 당시에는 윗층이 빈집이였고, 입주한지 두 달 정도 지나 윗층이 들어오게 됐는데... 우와!!! 그 소음은...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이상이였습니다. 

다다다다다다다~ 하는건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어른이 걷는데도 쿵쿵쿵쿵, 무슨 거인이 억한 심정을 가지고 바닥을 내리 찍으며 걷는 소리 같았어요. 이게 그 층간 소음이란거구나!!!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너무 거슬리고, 스트레스 받았는데, 층간 소음도 마음 먹기 나름인지 어차피 우리는 6개월만 살고 이사 나갈거니까 참지 뭐... 하면서 견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견디니까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그냥 층간 소음도 생활 소음으로 받아 들여진건지 다다다다다~ 하면 애가 뛰는구나!!! 쿵쿵쿵쿵 하면 아빠가 걷는구나 하며 그러려니 하는 경지까지 왔죠. 

심지어 쪼르르르~ 한 후,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 누가 됐든 오줌 소리 한번 세차구나!!! 나라를 다스려도 되겠어~' 하는 여유까지 생겼죠. 

그러다 저희가 지금 다시 아파트로 이사오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무.조.건. 1층을 고집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저희가 입주할 시기에 딱 비어 있는 집을 찾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1층 집은 찾을 수도 없고, 그 시기에 비어 있는 집을 찾느라 선택의 여지 없이 2층 아파트에 입주해야만 했죠. 그런 이유로 집을 보지도 못했고, 그래서 빛도 안 드는 집에서 이 마음 고생을... 끄억끄억 ㅠ.ㅠ 

일년만에 다시 해 보는 아파트 생활, 우리 아이들이 층간 소음의 원인이 될까봐 아이들이 조금 뛰기라도 하면 주의를 주고, 제제의 종종 걸음을 단속하느라 서터레스가 이런 서터레스가 없더라고요. 내가 1층 살면서 겪어 봤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정도로 뛰면 소리가 어느 정도로 나겠다 가늠이 가능하니까 더 신경 쓰임요. 

그런데 복병은요, 우리 아이들이 아니라 3층 윗집이였습니다. 윗층에 작은 아이들은 없어서 우다다다다~ 하는 소리는 없는데 그냥 걷기만 해도 쿵쿵쿵쿵!!!  그 전의 윗층 아저씨의 걸음 걸이는 양반이였음을 깨달았어요. 그냥 윗층의 그 누군가가 걸어다니면 동선 파악이 다 될 정도예요. '이 방에 갔다가 주방으로 갔다가 다시 큰방으로 갔구나... 화장실을 가는구나... ' 

그냥 이 분은 아랫층 사람들에 대한 '배려' 라고는 1도 없는 분이더라고요. 그도 그럴게 저희 아파트에서는 발코니에 숯불 그릴은 사용금지인데, 숯불 그릴로 고기를 구워 먹고, 그 숯불재가 저희집 발코니의 의자에 다~ 내려 앉았더라고요. 그리고 밤 12시부터 세탁기 돌려서 새벽 3시까지 계속 돌리는건 일주일에 두번 이상은 그러고요. 새벽에 잠도 안자는지... (내가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닌것 같은뒈???) 새벽 세 네시에 쿵쿵쿵쿵~ 뭐, 세탁기를 그 시간에 돌리니까 깨어 있는건 당연한거겠지만요. 

그렇지만 또 참을 수 있는 이유가 있잖아요? 우리는 8개월만 살고 이사갈거니까!!! 참자~ 참자~ 참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아랫층 사람들에게 층간 소음일 수 있는데 그분들도 아무 컴플레인을 하고 있지 않으니 우리도 좀 더 너그러워지자!!! 하면서 참았어요. 2년전 처럼 언젠가는 적응 되겠지... 하면서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자려고 불끄고 누우면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쿵쿵 걷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들지 못하고,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거예요.  그래서 세탁기 사용만은 밤 10시 이후로 하지 말아 줬음 하는 마음에서 증거를 수집해서 오피스에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또 다른 걱정은 세탁기 소리가 워낙 요란해서 남들 다 자는 시간인 밤 12시에 돌리게 되면 왜인지 저희집 뿐만 아니라 저희 옆집이나, 저희 아랫집에서도 벽을 타고 들릴까봐, 그래서 혹시나 제가 오해를 받을까봐 걱정이 되서 세탁기 소리가 들릴 때 영상을 찍어 두기로 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유독 참기 힘들 때 마다 세탁기 소음의 영상을 찍어 두었는데 문제는 어제 밤이였죠. 

밤 10시 40분쯤이였는데, 이미 세탁기 소리는 들리고 있었어요. 세탁기가 욕실에 있기 때문에 욕실에서는 더더더 크게 들리거든요. 화장실 갈 때 마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서 오늘은 왠일로 일찍 세탁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잘려고 누웠습니다. 

알다시피 제가 밤에 잠을 잘 못자니까 불 꺼 놓고, 눈 감고 잘려고 노력하고 있던 중이였어요. 보통 그런 경우는 소음이 더 크게 들리잖아요? 

내가 잠을 못 자서 더 크게 들리는거야... 하며 눈을 꼭 감고 그 소리에 집중하는데...

어젯밤에는 유난히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크더라고요. 정말 제 머리 위에 세탁기가 놓여 있는 것처럼요. 여러분, 세탁기에 세탁물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베개를 세탁할 때 베개 솜이 물을 먹어서 세탁기 안의 균형이 안 맞춰지면 탕 탕 탕 소리를 내며 세탁기 돌아가는거 아시죠? 주부들은 다들 아실듯... 

그런 소리가 탕탕탕탕 너무 크게 들려서 이 소리도 증거로 남겨야 겠다 싶어 이불을 박차고, 폰을 들고 화장실로 달려 갔습니다. 

어? 그런데 세탁기는 여전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오히려 그 탕탕탕탕 하던 소리는 욕실로 오니까 소리가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뭐지? 하며 다시 침실로 들어가니 이번엔 세탁기가 급가속을 내며 탈수 코스로 돌아가는지 타타타타타타타타타 하는데 그 소리와 함께 박자를 맞추며 들려오던 아흐흥 ~아흐흥~ 

하는 비명에 가까운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때서야 저는 깨달은거죠. 

 

아~ 윗층은 침실에도 세탁기가 있구나... 그 세탁기에 여자를 넣고 돌린거구나!!!!! 그렇구나.... 

 

그렇게 윗층의 침실 세탁기는 빨래를 끝냈는지 쿵쿵쿵쿵 하며 욕실로 걸어가더라고요. 

하아~ 눈을 감고도 훤히 보이는 윗층의 세계

세탁기 소리인 줄 알고 영상을 찍었으면 큰일 날 뻔 했죠?

아, 차라리 그냥 찍어 둘걸 그랬어요.

"이거 들어봐라, 침실에서는 세탁기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능청 떨며 오피스로 함께 보내면 욕실 세탁기 소리는 물론이고, 여자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일도 좀 조심할 것 같은데 말이죠. 

아~ 아쉽네!!! 이 좋은 아이디어가 이제서야 떠오르다니!!!!

하지만 괜찮아! 침실 세탁기는 또 돌아갈테니!!!! 

 

***추가 포스팅***

아니, 여러분! 제가 이 포스팅을 오늘 (1월 30일)에 작성을 하고 예약 포스팅으로 걸어 뒀거든요. 그런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침실에서 빨래를 하지 뭐예요? 

마침 남편과 제가 불끄고 자려고 딱! 누운 상태였는데... 깜깜한 방에 둘이 누워서 윗층 빨래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남편과 전... 급 어색해 지고 일부러 외면하며 각자 폰으로 이것 저것 보고 있었어요.

금방 끝나겠지...

아니, 그런데 이게 금방 끝이 안 나더란 말이죠. 빨리 탈수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이걸 계속 듣고 있다보니, 저 세탁기가 여자를 죽일 작정인가 싶고...

그래서..... 에라잇 모르겠다!!!

아흐흥~ 아흐흥~ 

제가 더 큰 고음질 사운드를 방출해 줬습니다. ㅍㅎㅎㅎㅎㅎ

폰 가지고 놀던 남편 저의 첫 "아흐흥"을 듣고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니 "왜? 왜?" 하다가 제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아흐흥 하니까 빵 터져가지고선 대폭소 하더라고요.

아니, 내가 지금 자기 자존심 세워 주고 있는줄도 모르고 눈치 없이 대폭소라니!!!!!

미친듯이 소리내서 웃던 남편은 갑자기 제 입을 틀어 막았습니다.

그래서 강제로 효과음은 중단 당했는데 갑자기 조용~? 하더라고요. 그래서 드디어 빨래 다 됐나 보다 했는데...

아놔~ 세탁 코스 끝나고 잠시 후 바로 헹굼 코스 들어가더라고요. 젠장할~

결국 한 20분 지나고 나서 탈수코스까지 타타타타타타타타 

그 빨래는 볼것도 없이 새것같이 하얘졌을거예요. 그쵸? 

내일도 또 세탁기 돌리면 이번엔 진짜 녹음해서 한밤중에 세탁기 돌린다고 컴플레인 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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